경제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는 아미쉬
21세기에 살면서도 18세기 삶을 고집하는 미국의 아미쉬 마을 사람들이 경제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1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6면에 걸쳐 '플레인 피플(평민)'로 불리는 아미쉬 사람들이 요즘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아미쉬 고유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디애나 토페카의 아미쉬 공동체는 1850년에 유럽에서 건너온 아미쉬 사람들이 정착한 곳이다. 독일과 알사스 등지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주한 아미쉬 인들은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타고 다니며 말과 쟁기로 밭을 갈고 TV나 라디오도 없다. 직접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중학교까지 다니게 하고 성경과 생활에 필요한 과목만 교육시킨다.
경기가 좋았을 때 이들 마을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이들이 만드는 가구와 목재 제품들도 인기가 높아 잘 팔렸다. 2007년까지 이 지역 사람들은 시간당 임금이 30달러를 넘었을 정도였다.
최근 들어 많은 아미쉬 마을에서는 전화 사용을 허락하고 있고 팩스 머신도 쉽게 눈에 띄고 있다. 아미쉬 마을의 수제품 가구를 홍보하는 웹사이트도 운영되고 있다.
아미쉬 마을사람들은 택시를 불러 쇼핑도 가고 외식도 하러 간다. 일부 아미쉬 사람들은 플로리다 해변에 별장을 사기도 하고 값비싼 네덜란드 경주용 마차의 말을 사고 호사스럽게 마차를 치장하는 이도 있다.
토페카에는 인근에 레저 차량 단지가 있어 이곳에서 일하는 아미쉬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부터 경기침체로 해고가 단행되면서 아미쉬 마을도 경기 한파가 몰아닥쳤다.
트라이컨트리 랜드 트러스트라는 아미쉬 사람들의 금융기관은 현금이 바닥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난 4월부터 인출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곳의 재무 담당인 댄본 트레저씨는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패닉에 빠진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실업률이 17.8%까지 치솟으면서 직업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인디애나를 중심으로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근 마을에 외식을 하러 가는 아미쉬 마을 사람들도 줄었고 서로 품앗이를 하는 아미쉬 특유의 공동체 정신도 부활하고 있다. 지난 2월 실직한 다섯 아이의 아버지 할란 밀러씨(34)는 집에서 버터를 만들어 시장에 팔고 있고 30년 간 제조업에 종사했던 프리만 밀러(54) 씨는 애완동물용 관을 만드는 일을 한다. 이들은 "우리 모두는 개척자라고 생각한다. 전능하신 힘이 역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