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장보석
2011. 8. 31. 19:25
1985년 영화 '위트니스'의 시작 부분에 아미쉬(amish) 공동체의 어른이 타지로 여행가는 여자주인공 레이첼에게 당부한 말이다. 당시 영화에서는 "영국 사람을 조심해라"라고 번역됐다.
아미쉬의 본고장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에 사는 한국인 임세근(55)씨는 이 대사는 "공동체 바깥 사람들을 조심해라" 정도로 번역됐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미쉬 사람들은 신대륙에 정착한 후에도 독일과 스위스 산간지역의 조상이 쓰던 방언인 '펜실베이니아 더치(Pennsylvania Dutch)'를 사용하고 있다. 아미쉬 사람들은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는 이 언어를 쓰고, 주일 예배 모임이나 종교의식 때는 정통 독일어를 쓰며, 공동체 밖의 일반인들, 즉 '잉글리시'와 대화와 통신할 때만 영어를 쓴다.
임세근씨가 사는 곳은 아미쉬 마을과 이웃하고 있다. 아미쉬 마을에서 기른 애호박과 달걀, 잡곡빵채소를 구입해 먹으면서 10년간 아미쉬 사람들과 우정을 쌓은 임씨는 에세이 '단순하고 소박한 삶'(리수 펴냄)에서 100년 전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사는 아미쉬 공동체의 이야기를 그림처럼 보여준다.
16세기 초 종교개혁 이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탄생한 재세례파가 아미쉬의 기원이다. 이들은 유아세례를 거부하고 성인이 된 후 이성의 판단 아래 세례를 받기를 주장했으며, 무저항 평화주의, 교회와 정부의 완전 분리를 강조했다.
순종과 용서, 겸손, 간소함을 공동체의 주요한 덕목으로 삼는 아미쉬들은 2006년 초 외부인이 아미쉬 학교에 난입해 소녀 10명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진 사건 때도 범인을 즉각적이고도 조건없이 용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현재 미국내 아미쉬 교도는 24만명 정도. 아미쉬는 인공적인 피임을 하지 않는데다 공동체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적어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1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미쉬 사람들은 엄격한 복장 규정이 있다. 남자들은 예수가 턱수염을 길렀다는 성경구절을 따르기 위해 결혼한 직후부터 턱수염을 길러 평생 자르거나 다듬지 않는다. 또 챙 넓은 밀짚모자를 사계절 쓰며, 셔츠는 내의로 간주하기 때문에 조끼를 항상 덧입는다.
여성들은 긴머리를 감싼 하얀 기도모자와 앞치마를 12살 때부터 착용하며, 무릎과 발목 중간까지 내려오는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바지는 절대로 입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도 "아미쉬에 대해 아는 것은 영화 위트니스에서 본 것이 전부" 라고 말할 정도로 아미쉬는 주변과 섞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1700년대 초 미국에 정착한 이래 300년이 넘게 공동체를 지켜오고 있는 이들은 때로는 골동품을 대하는 호기심어린 시선을 받고,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임씨는 이들은 진보와 발전보다는 전통을 지키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믿으면서 초기 교회의 검소하고 단정한 삶을 따르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라고 소개한다.
316쪽. 1만5천900원.
<사진설명 = 하얀 기도모자를 쓴 아미쉬 여인들의 모습, 아미쉬의 명물 퀼트를 경매하는 모습/도서출판 리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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