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장보석 2011. 9. 24. 11:44

일단 영화관에서 돈주고 보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

평양까지 3시간 만에 다녀온다는 설정때문만은 아닌 개연성 제로의 작품.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

쉬운 만남, 쉬운 배신, 쉬운 죽음(그러나 주인공은 람보초롬 결코 죽지 않는다), 치졸함,

가벼운 심리변화, 인위적이고 상투적인 설정, 형상화되지않은 이념들, 한도 끝도 없는 헛점들....

대사들이 정말 가볍고 상투적이라는 것,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의 짜집기.

그럼에도 이 영화에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영상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우리 모두가 말하고 싶은 통일의 염원.

높은 분들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바램들, 분단으로 이익을 보는 자본가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간절함,

그 모든 하고 싶은 말들을 스토리야 산으로 가던 말든 다 쏟아 넣으려는 안간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낮에 휴전선 군사분계선을 달리던 풍산의 모습에서

상상 속에서나마 해보고 싶었던 것을 대리만족시켜준다는 생각.

왜 안될까? 누가 막은 건가? 그런 의문을 다시 갖게 만드는 장면이다. 

그리고 하늘로 이동해 자유롭게 남과북을 넘나드는 새들과

죽어도 좋다는 느낌으로 람보처럼 달리는 풍산의 모습들이 말도 안되지만 공감이 가는...

한 공간에 몰아넣고 무기를 넣어주는 모습 또한 유치하지만

우리의 분단 상황을 가장 코믹하게 묘사한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도 미국이 넣어주는 무기로 우리끼리 싸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알지 못할 증오와 공격성을 만나 본 적도 없는 이북의 동족에게 갖고 있는 비극.

그걸 이용하고 있는 주변국, 특별히 미국과 일본.

한반도가 나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주변국. 

풍산이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정말 말하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감정.

북이고 남이고 민주주의고 일당 독재고 그런 가름 없는 공간에서 살고 싶은 마음.

더구나 이산 가족이라면 더욱 간절한 마음 아닐까?

왜 어느 쪽인지 알아내야 하고 그것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풍산이 만약 변명이라도 하거나 설명하려 했다면 허탈했을 것이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답이기에 굳이 풍산이 말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영화적 형상화에는 정말 정말 실패한 영화.

이런 명징한 소재와 스토리를 가지고 좀 더 세련되고 감동적으로 풀어갈 수는 없을까?

아마도 감독이 대본까지 쓰는 그런 고답적인 영화판을 벗어나

좀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스토리 작가나 대본 작가를 발굴한다면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작품성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