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고함
탈출기에는 여러 장에 걸쳐 재앙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열가지의 재앙이 구체적으로 자세히 똑같은 패턴으로 나온다.
그 중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파라오의 완고함이다.
나라 전체가 들썩일 정도의 정말 큰 재앙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모세를 통해 보여진다.
그러나 파라오는 재앙을 없애달라고 하기가 무섭게
마음이 완고해져서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주지 않는다.
아마도 이집트를 다스리는 최고 통치자의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파라오의 완고함이 결국 자신의 맏아들까지 죽게 만들었지만
마지막까지 이스라엘을 추격해와서
그의 병사들은 갈대바다에서 모두 물에 잠겨 죽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마음이 강할수록
즉 교만이 자신 안에 가득할수록 인간은 완고하다.
그리고 그 완고함을 하느님은 가장 역겨워하신다.
그래서 완고한 사람일수록 살면서 재앙이 많다.
그냥 난 인간이고 약하고 하느님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기만 하면 힘을 쭉 빼고 쉽게 살 수 있는데
잘난 척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인양
목에 힘주고 절대 굽히지않고 자신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고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난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내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열심히만으로 안되는 것이 우리 주위에 많은데
그것이 믿는 이들이 말하는 신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믿음을 지키는 신앙인으로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이
결코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밀어부치는 완고함일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완고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이 완고하다고 말하면 웃기네 하고 듣지도 않는다.
그런 모습 자체가 완고함인줄도 모르고.
그런데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하느님이 가장 역겨워하시는 것이
바로 이 완고함, 즉 교만이라는 것을 신앙인인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남의 말 듣는 것 싫어하고 자신이 틀렸다고 하면 버럭하고
난 누가 뭐래도 내 의지대로 꿋꿋히 살아갈 것이라고 고집 부리는 것.
그것이 바로 완고함이다.
이것은 노인이 되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한 고집하는 나도 가끔 내가 딱딱하고 완고하게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씩 뒤를 돌아볼 때가 있다.
유한 것은 어디서나 환영받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대쪽같으면 부러지게 마련.
갈대처럼 강한 바람에도 살아남는 유순한 사람 유연성 있는 사람이 되기를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