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생활 맛들이기

2월6일 생일 댄스 파티

깜장보석 2016. 5. 28. 23:26

생일 댄스 파티하겠다고 말은 해놓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야할 지 몰라 잠깐씩 걱정이 되었는데

아이들은 잊지 않고 언제 파티하냐고 자꾸 물었다.

아침에 내 늦잠 덕에 늦은 아침을 먹었다.

미역국 끓여 함께 먹어주는 경인 엄마가 고마워

한상 차려놓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어제 아가다 축일을 챙겨 캔디 한통을 선물로 드린 것이 고마워서였을까?

저녁에 닭도리탕에 맥주까지 반주로 한상 거나하게 먹고 기도를 갔다.

기도 가는데 술 먹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오늘도 특별한 날이니까 하면서 모든 것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아직 치우지 않은 성당의 풍선을 떼고

레지오 꽃으로 주변을 장식한 뒤

집에서 입는 헐렁한 옷을 입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쫓아내고

파티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

성경 말씀처럼 복장이 갖춰지지 않으면 쫓겨난다는 걸 상기시키면서

나도 랩스커트와 리본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생일상을 차리는데

예쁜 옷을 입은 아이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음악을 크게 틀고 준비된 조명을 켜고 초로 상을 장식하고...

낯설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

적응 안된 어른들.

할머니(아가다, 골롬바) 에게 즐거운 분위기를 맛보게 하겠다는 운용엄마의 효심이 갸륵해

세대차가 느껴지겠지만 두 어르신을 모셨다.

썰렁한 상을 보더니 먹는 것이 주가 아니라고 붙잡는 나를 한사코 뿌리치고

경인 엄마는 칠보로 나가 딸기와 감 그리고 음료수를 사왔다.

은경이는 급히 먹는 저녁이 체했다며

그렇게 벼르던 파티의 초반부만 참석하고 먼저 자리를 떳다.

음악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에 대한 후천적 선입견 때문에

진땀을 흘리는 어른들과 내 춤을 보고 점점 마음이 열려 즐거워하며

깡총거리던 계집아이들

춤 경연대회가 아니라며 보는 사람도 없는데...

하는 말에 힘입어 운용엄마와 경인이가 합세하고

먹을 것 욕심만 내던 쪽 빼입은 운용이가 가고 운기와 한덩어리로 춤을 추었다.

두 할머니 가시고 나자  은경 엄마가 어쩔줄 몰라하며

이제 고만 하자는 애원에 아이들이 한번만 더 하자는 걸 다음 기회에 라며 달래서 파티를 마무리했다.

시골의 정서와 맞지 않고 낯선 분위기가 자칫 이질감과 경게심을 줄 수 있지만

내가 하는 것이기에 맘을 열어준 것이리라.

그만큼 나는 이 동네에서 연대감과 신뢰를 얻고 있는 것

자유로운 자기 표현

닫혀 있는 이들의 맘을 열어주는 것

그리고 추억

여러 면에서이 이색적인 댄스파티는 성공이다.

물론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