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

문장

깜장보석 2011. 9. 6. 11:11

문맥은 문장과 문장의 고리, 즉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속적으로 읽히게끔 하는 '자연스러움'이다. 그러기 위해선 문장의 앞뒤가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야 한다. 모든 사물에는 그것이 생겨나기까지의 발생원인이 있듯이 두 문장 이상으로 이루어진 글에는 반드시 다음문장이 쓰여져야 하는 이유가 따라야 한다. 뒷문장이 앞문장을 물고 나오게 하는, 글의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고리이다.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내가 젖더라     - 정현종, <하늘을 깨물었더니> 전문

 

문맥이란 톱니바퀴와 같은 것이다. 톱니 하나가 빠져 버린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위의 예문에서는 어느 한 행이 빠져나가면 망가진 톱니바퀴가 되고 만다. 어느 한 행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문맥으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내가 그 마을을 떠나던 날이었다. 마침 대학 후배였던 내 후임자는 버스정류소까지 나를 전송하러 나왔다. 그런데 정류소 앞 가겟집 툇마루에 언제 왔는지 깨철이가 웅크리고 않아 처음 나를 보았을 때와 똑같은 눈으로 내 후임인 여선생을 살피고 있었다.     - 이문열의 <익명의 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