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DAISY
성모의 눈물로 만들어진 마리아의 꽃
구성/연출 김 일 준
대 본 이 종 근
나오는 사람들
수지 - 41세의 여자, 혼혈, 재즈가수
남자 연기자 - 사회자/ 매니저등 일인 다역
무용수 3명
연주자 - 피아니스트/바이올린
무 대
미국의 어느 오래된 정형적인 모습의 재즈 바.
하수 쪽으로는 카페의 입구인 계단과 상수에는 누구나 연주 할 수 있도록
피아노가 놓여 있고,
무대 뒤쪽 중앙에는 간의무대가 있다.
여배우 수지를 제외하고 배우들의 역할 바꾸기로 극이 진행 된다.
음악 1
ALL THAT JAZZ - 뮤지컬 시카고 中
암전
번개와 천둥소리가 수차례 이어진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IT'S CRAZY].
지친 표정이지만 나름대로 수수하게 꾸민 수지가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있다.
모든 것의 정지. 음악도, 빗소리도 없는 정막.
들릴 듯 말 듯 수지는 뭔가를 중얼거리며 약병의 약을 꺼내어 먹으려다 던져버린다.
센 바람소리가 들린다.
수지 문 살살 닫아주실래요?
안녕? 오늘은 좀 늦었네요. 밖에 바람이 많이 부나 봐요. 문이 열릴 때마다 강 비린 내가 밀려들어오네요. 하하하 그래요. 당신들이 들어올 때 난 알레스카 연어들이 알 낳으려고 몰려들어오나 했어요.
(관객1에게)아하 아저씨 자리에나 앉고 주문하세요. 오늘은 서빙 하는 아가씨가 감기 에 걸려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야 하거든요.
(관객2에게)하이 나도 반가워요. 일주일만이군요. 지난번처럼 술에 쩐 황소가 되서 온 바닥을 술 바다로 만들지만 않는다면 자유의 여신상처럼 손을 높이 들어 더 반가이맞 아 줄 텐데....
(관객3에게)안녕하세요? 표정이 밝은 걸 보니 어제 만난 아가씨하고 재미 좋았나 보 조? 아니 아이, 왜 옆자리에 앉았던 금발의 글래머 말이에요. 와우 오늘 또 새로운 걸프렌드를 사귀었다니 .....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거봐요. 내가 처음에 당신의 데이 트 신청을 안 받아들이길 잘했지요?
(관객4에게)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굉장히 눈에 익은 얼굴인데.. 그렇게 포레스트 검프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몰라봤잖아요. 지난번 로즈데이 때 이 카페에 처음와서 맥주 10병을 마시고는 내손을 꼭 부여잡고 “당신은 내 첫사랑과 어쩜 그렇게 닮았 지? 그녀도 당신처럼 글루미 선데이를 기막히게 불렀지. 그녀를 만난 곳도 재즈바였 어, 찬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 하면서 아마 30분도 넘게 주절대다 맥주 5병을 추가로 마시더니 “안녕 다알링 즐거웠어” 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문밖으로 줄행랑 을 치고는 이제야 나타나셨네요..
당신들이 여자를 알아요? 그저 머리색이나 앞가슴 엉덩이에만 코를 박고 지금 여기 오늘 이순간 이 밤만 생각하지요. 샘물처럼 솟아나와 강으로 흘러나온 어제와 드넓은 바다로 펼쳐질 내일을 생각이나 하나요? 당장 내일 아침도 머릿속에 없을 걸요. 아 마..(노래로 하면 어떨까?)
(관객5에게)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으니 온 줄도 몰랐잖아요. 고개를 숙이고 실연당한
표정으로 앉아있으면 공짜로 술이라도 줄까봐 그래요? 잠간 이리 나와 봐요(관객을 무대로 이끈다.)아 오늘이 오디션 발표 날이지. 떨어졌군요. 기운 내요.(바에 앉히고 는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유쾌하게 극을 진행한다.) 내가 이따가 맥주 한잔 살게. Dont think twice, its all lright! 오늘은 그만 생각해요. 날 봐요. 지난 3개월 동안 계속 오디션에 떨어졌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쌩쌩한 건 후훗 꿈은 이제 시 작인걸요. 여기는 뉴욕, 365일 꿈이 펼쳐지는 공연이 이어지는, 도시 전체가 우 리의 무대 아닌가요? 지금은 이 조그만 카페가 나의 무대지만 내일은 온 세상 이 나의 무대가 될 거예요. 노래 한곡 할게요.
음악2
New York State Of Mind(Keiko Lee)
수지 (노래를 마치고 의자에 앉으며) 휴 나도 오늘은 한잔해야할까봐. 밖에 비가 오나? 어 디선가 이렇게 빗소리가 들리지. 사실은 나도 누구한테라도 이야길 하고픈 날이 있어 요. 그게 무슨 말이든 심장 근처에 꼬깃꼬깃하게 뭉쳐져 있는 그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고 싶어질 때가.. 오늘은 왠지 어떤 여자의 이야기가 떠오르는데요? 그녀는 나처럼 뉴욕 뒷골목의 어느 재즈 카페에서 일했답니다. 그녀는 재즈 가수의 꿈을 안고 뉴욕 에 왔대요. 내 얘기냐고요? 후훗 더 들어봐요. 어디까지 했더라.. 그녀는.. 그녀는 아 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었대요. 어머니로부터 훌륭한 군인이었다고 들었을 뿐 더 이상 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죠. 그것이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전부입니다. 엄마요? (생각 에 잠긴다) 포근하고 따뜻했던 엄마의 품 속.. 그녀는 그 따뜻함을 잊은 적이 없어요. 그녀도 가끔 비가 올 때 친구가 그리울 때 고향이 그리울 때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 곤 했지요.
음악3
늘 그곳엔 안개가 있어요.(작곡)
내가 사랑한 마을엔
흰 새들과 하얀 산들 그 넘어
너의 얼굴이 물방울처럼 피어나고 있지
내가 사랑한 마을엔
꿈속처럼 하얀 길들이 펼쳐져
시작도 끝도 모르지만 너를 만난 그 길이
내가 사랑한 마을엔
슬픔들이 작은 기쁨과 만나
눈부신 세상을 만들지 꿈결 같은 세상을
수지 어느 쓸데없는 철학자가 말했다나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혼자라고.. 하도 당연한 말이라 기도 안 차겠지만 내가 그랬어요. 늘 혼자였으니까.. 점심을 차려준 엄마는 새 벽달이 떠서야 돌아오곤 했고 시뻘건 태양이 어둠의 장막에 가려 사라지는 내내 혼자 서 놀 수밖에 없었어요. 내 친구는 하하 너무 많아서 댈 수도 없네요. 내 품에서 언 제나 날보고 웃어주던 테디 베어와 날마다 우리 집 위를 날아다니는 헬리콥터들과 손 바닥만한 뒷마당에 있던 못쓰는 자전거 바퀴, 가끔 사푼대면 날아와 손짓하던 나비 들 그리고 빼먹지 말아야 할 친구.. 나를 언제나 지켜주던 강아지 또띠, 이 많은 친구 들과 함께 유년의 기억들을 채워나갔지요.
그런 어느 날이었어요. 그림책에서 본 하얀 꽃이 너무나 예뻐 보여 나도 꽃밭을 갖고 싶었지요. 꽃은 피우려면 씨가 있어야 해. 나는 씨앗을 찾기 시작했어요. 온 집안을 뒤져서 씨를 찾다보니 부엌에 있는 그릇에서 하얀 씨앗들을 발견했지요. 맞아. 하얀 꽃을 피우려면 씨앗도 이렇게 하얄 거야. 나는 그 씨들을 한줌 쥐고 마당에 나가 숟 가락으로 땅을 파고는 씨앗을 심었지요. 매일 매일 마당에 나가 물도 주고 밤이 되면 자장가도 불러주고 정성을 다해 꽃이 나오길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꽃 이 나오질 않는 거예요. 난 너무 너무 속이 상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울기만 했어요. 엄마가 돌아와 울고 있는 나를 보고는 품에 안고 이유를 물었지요. 난 사실 대로 말했어요. 그림책을 보여주며 이 꽃을 피우기 위해 부엌에서 씨앗을 찾아 마당 에 심었다고. 꽃들을 키워서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꽃은 심술이 났는 지 꼭꼭 숨어서 나오질 않는다고. 엄마는 웃으시며 말하셨어요. 쌀을 심었구나. 얘야. 어쨌든 네가 그렇게 열심히 키웠으면 꼭 꽃들이 세상에 나와 네게 고마워할 거야. 조 금만 기다리렴. 정말이야? 그럼. 난 하는 수 없이 또 하루를 기다렸지요. 잠결에 엄 마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는 평소와 달리 뭔가에 매달려 분주히 집 안팎을 드나들었고 그러던 중에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아침햇살이 방안에 가득했어요. 얘야 마당에 나가 보렴. 마당엔 마당엔 정말 너무나도 예쁜 하얀 꽃들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어요. 깡충깡충 뛰는 나를 웃으며 지켜보던 엄마는 말했지요. 네가 심 고 싶던 꽃은 데이지란다. 난 데이지 꽃에 입 맞추며 엄마한테 말했지요. 엄마 나는 요. 엄마랑 하얀 세상에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거예요. 뒷마당에 핀 데이지는 엄마 가 그날 밤 심어놓은 것이었어요. 참 데이지의 꽃말을 아세요? 천진난만이래요. 호호 호
음악4
Dream A Little Dream(Laura Fygi)+Fly to The Moon(빠른 보사노바)
수지 지금 몇시나 됐나요?
젠장, 문을 열고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노래가 흐르고, 술잔이 넘치다보면 앞이 보이지 않아. 담배 연기가 천장까지 흩어지는 것을 바라볼 때면 문득 저 연기들을 따라다녔던 어떤 순간이 떠오르는 거라. 하하, 당신들도 그런 기억이 있을까요? 그날 은 그녀가 살던 곳에서는 각종 병균들을 없애주는 소독차가 마을에 오는 날이 있었지 요.
조그만 트럭에 기다란 연통을 꽁무니에 달고 하루 종일 동네를 질주하지
그 연통에서는 끊임없이 구름 같은 흰연기가 쏟아져 나오고, 그런 날이면 온동네 아이들은 그야말로 그 소독차를 따라다니며 축제를 즐겼지요. 손에 손을 잡고 한치 앞도 안 보이는 희뿌연 연기 속을 헤쳐 다니다 보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 지. 그 연기는 거리 상점에 서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감싼 솜털보다도 더 달콤해 보였고 연기를 따라 뛰어 노는 것은 숨바꼭질보다 천배는 재미있었으니까. 소독차는 우리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줄 것 같았어요.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구나 그 희뿌연 연기를 따라 가다보면 늘 보던 동네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불쑥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 날, 나는 언제나처럼
소독차를 따라 정신없이 연기 속을 뛰고 있었어요.
언제나처럼 그렇게 뛰고 있었지. 자 이제 시작이다. 누가 더 멋지게 저 연기 속으로 몸을 숨길 수 있을까. 얘들아, 어디 있니? 같이 가자. 어 다들 어디로 갔지?(시끄러운 아이들 소음 이윽고 없어진다. 조명으로 혼자가 된 수지를 표현 무서워하다 이내 밝 은 표정)
엄마!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내 옆에서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고는 내 눈앞에 온통 안개 투성이가 되었 어.
얼마나 무서웠다구.
그런데 그 안개를 젖히며 엄마가 환한 미소로 날 반기는거야.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엄마! 엄만 늘 내 곁에 있어 줄거지?
빈 잔에 가득 술을 채워 마시고, 이윽고 들려오는 음악소리.
음악5
입맞춤(작곡-보사노바)
안개 속에서 데이지 꽃처럼
늘 그렇게 나는 울었죠
내곁에 있던 테디 베어와
난 언제나처럼 노랠 했죠
기억 속에서 나를 잡았던
좁디 좁은 막다른 골목길 그래도
난 두렵지 않아 이제 시작이야
내게 펼쳐질 그 날을 위해
들리는 음악에 입맞춤
기억 속에서 나를 잡았던
좁디 좁은 막다른 골목길 그래도
난 두렵지 않아 이제 시작이야
내게 펼쳐질 그 날을 위해
들리는 음악에 입맞춤
음악이 끝나면 앰브란스 소리가 길게 울린다.
수지 (엄마의 목소리로) 얘야, 이불을 덮어야지?
이불 차내고, 또 배 아파서 울려고 그러니?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라 엄마 손이 약손이다.
쑥쑥 내려가라 쑥쑥 내려가라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우리공주 잘도 잔다
슬픈 일이 있을 때나 아픈 일이 있을 때나
밝게 웃는 우리공주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수지야. 정말 힘들 때는 세상을 향해 활짝 웃으련
넌 뭐든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는 걸 너도 잘 알지
두려워하지 말고 한 걸음씩만 걸어 나가면 되 욕심 내지 않기다.
당신도 공원에 나가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나요?
안개가 걷히는 날,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에 나가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뒤뚱거리며
비둘기가 모여들지요. 손에 들고 나온 팝콘을 손에 쥐고 뿌려주면 어김없이 달려들 어
당연하다는 듯 한 점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비둘기들
난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아요.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구요?
광장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평화를 전하는 메신져라구요?
비둘긴 그저 홈리스들처럼 쓰레기통이나 뒤지며 다니는 거지들일뿐이에요.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홍수가 나서 노아의 방주가 바다 위를 떠돌 때 땅이 있음을 알리는 새가 비둘기라는 것은 유대인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똑같은 이야기가 중동에 전해 내려오는데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 새는 비둘기가 아 니라 까마귀였다고.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지붕 위에는 비둘기들이 모여 살고 있 었어요.
우리 집을 사람들이 비둘기 집이라 불렀지요. 내가 지나가면 비둘기 왔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말이죠. 비둘기들이 밤에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그건 고 양이 우는 소리보다 더 끔찍해요. 으으으음 으으으음 사람들이 아파서 밤새 끙끙 앓 는 바로 그 소리라구요. 그건 우리 엄마가 밤새 아파서 입술을 깨물며 내는 신음 소 리와 똑같았어요.
난 날마다 지붕 위에 돌을 던졌지요. 우리 집에서 꺼지라고. 여긴 엄마와 내가 살고 있어. 너희들에게 내줄 자리는 없다고. 너희들이 아파하는 소리까지 듣고 싶지 않아. 난 비둘기가 아니야. 희지도 않고 까맣지도 않은. 날 비둘기라 부르지 말아.
어느 날 나는 지붕 위에 물을 뿌려서 비둘기들을 쫓아버렸어요.
그날 밤 더 이상 비둘기의 신음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지만 엄마의 신음 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지요.
수지 빗자루를 들고 홀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황급한 발자국 소리
수지 예, 잠시만요. 청소 끝냈는데요.
그건 아직.. 예 알겠습니다. (자신 없는 목소리로)
(혼잣말로) 엄마!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좋은 기회야. 이처럼 좋은 기회는 다시는 내게 오지 않을지 몰라.
잠깐만요. 하겠어요.
예! 가요.
암전
사회자 오늘 오신 여러분 정말 잘 오셨습니다. 오늘 같이 눈 오는 밤이면 동부에서 오신 분 들이 특히 추억에 잠기실텐데요. 이번 무대는 여러분들에게 아주 특별한 감동을 선 사할 것입니다. 빼어난 미모와 영혼의 목소리로 여러분들을 매혹시킬, 수지 킴을 소 개합니다.
무대 다시 화려한 전식 보조 무대가 들어와 Show 무대로 바뀐다.
화려한 무용수들 등장하여 춤을 선보이고 이윽고 의상을 갈아입은 수지 등장
음악6
Almost Like Being In Love(Laura Fygi)
수지 (분장실에서) 엄마, 나 오늘 어땠어? 칭찬해줘. 정말 잘했거든.
남들은 날 흰지도 검은지도 않은 비둘기라고.
신데렐라처럼 운도 좋다고, 질투하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엄마 알지? 나 정말 노래가 부르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다는 거
엄마 말이 맞았어. 이렇게 웃으며 세상을 바라보니까 이런 기회도 오네.
난 비둘기가 아냐. 이제 첫 날갯짓을 한 것뿐이지만 엄마 나 정말 행복해.
수지 퇴장하면 코러스들 코믹한 동작과 노래를 부른다.
음악7 - 코러스
남자들의 사냥법(작곡-락엔롤)
한낮에 태양을 피해 그늘에 몸을 맡기고
게으른 하품을 하며 지나는 바람과 놀다
붉은 노을이지면 남자는 사냥을 시작해
황금빛 물드는 도시 백송이 장미 꽃다발
초콜릿 사탕 한 상자 머리엔 리본을 매고
온몸을 번쩍거리며 남자는 사랑을 시작해
사랑해요 외로워 보여요
가까이와요 내눈을 봐요
언제나 같은 무기로 찔러대죠
아무리 어려 보여도 아무리 약해 보여도
아무나 눈독 들인다고 그 덫에 걸리진 않아요
못난 남자들은 진실한 사랑을 몰라
암전
피아노 솔로(전환)
막 공연을 마친 수지에게 꽃다발과 편지가 전달된다.
수지 (노크소리) 누구세요? 어머 존! 고마워요. 매번 그렇게 데이지 꽃다발을 보내줘서
아 그래요 / 아니에요. (관객을 향하여) 무슨 말이냐고요?
내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하늘을 날고 있다는 기분이래요.
세상 어디에도 저처럼 노랠 잘 부르는 사람은 없을 거래요.
아이 아무리 사실이지만 듣고 보니 민망하네요. 호호호
(존을 향해) 아뇨, 너무 좋아서 웃고 있었어요.
(정색하며) 존 아무리 그래도 만나는 것은 좀.. 아뇨 무례했던 것은 아니구요.
저.기.요 제가 인편으로 연락을 드릴게요.
저 조심하세요. (관객을 보고) 무지하게 좋은 가 봐요.
좋겠다, 무지하게 좋아서 그렇죠.
가만있자 편지가 있을텐데..
(편지를 읽는 수지) 사랑하는 수지양.
엊그제까지는 당신에게 보낸 데이지꽃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지요.
당신의 손과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을었을테니까.
이제는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군요.
만나자는 메시지 잘 받았습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더군요. 그저 하얀 오리털 이불 같이 펼쳐진 길을 한걸음에 달려와 이렇게 당신이 무대에 설 시간만 기 다립니다.
오늘 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입니다.
당신도 행복하기를 정말 진심으로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존으로부터.
(두 번째 노크소리) 누구세요. 어머 존 웬일이세요. 오늘 참 멋지네요.
어디 선 보러 가나요? 미국으로 돌아가신다구요.. 어머 절 사랑하신다구요?
저.. 저와 결혼하고 싶다구요? (고개를 내린다) 아, 저.. 고개 끄덕인거 아닌데요. 예? 저 예라고 말한 거 아닌데요.
(웃으며) 어떻게 됐냐구요? 난 이 아기를 키우기로 마음 먹었지요.
그는 정말 사랑스런 아기였어요. 그렇게 우린 처음 만났지요.
그는 내게 사랑을 강요하지도 구걸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내 옆에 있으면 행복해 했지요. 그는 군의관이었어요. 나뿐만 아니라 주위 모 든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고 또한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저를 부러워했어요. 꿈 같은 시간이 계속됐지요. 안개가 걷히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커튼처럼 펼쳐진 그런 순간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뉴욕 행 비행기였지요.(퇴장)
음악8
Theme form New York New York - 뮤지컬 뉴욕 뉴욕 중
수지 (bar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다. 이윽고 입을 연다) 결혼은 불완전한 두 개체가 만나서 하나의 성숙한 그리고 완전한 개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노력..했지요. 그래요. 적어도 어느 순간 만큼은 아니 존은 나보다 더 노력했을지도 몰라요. 난 드디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 뎠으니까.
그 순간부터 나의 인생은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어차피 내가 떠나온 곳은 다시 돌아 가고 싶지 않은 나의 과거였으니까. 허드슨 강을 바라보며 나는 내 과거를 모두 강물 에 보내버렸지요. 안녕, 이젠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돼. 여긴 모두 불완전하니까. 그 저 완전하기 위해 모두 노력하기만 하면 되니까.
(존 부모의 거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버님. 제가 수지입니다.
반갑게 맞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게 존의 어릴 적 사진인가요? 네, 그래요. 그 때도 정말 잘 생겼군요.
제가 존을 찾아보라구요?
여기 인디언 추장 모양을 한 아이가 존이 아닌가요?
아무렴요. 웅변대회에서 상을 탔을 때 기쁘셨겠지요. 게다가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교 내 신문 편집장에 오, 그래요? 그랬군요. 아이비리그 장학생이었다지요?
네? 아 제 어머님은 열여섯 살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니오 어머니, 정말 괜찮습니다.
네? 아 아버님은.. 아 존 뭘 달라고 했지요? 디저트를 갖다 드리지요.
아니요. 정말 만나서 반가웠어요. 네 진심으로 존을 사랑하지요. 조금만 정말 조금만 노력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아니에요, 존 정말 즐거웠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파티장의 느낌, 소란스러움 속에서)
반갑습니다. 네, 저도 기뻐요. 아니요. 뉴욕은 정말 좋은 도시에요. 좋은 사람도 많 고.. 아 첼시! 아직 가보지 못했지요. 아 그렇군요. 요즘 아티스트들은 소호보다 첼시 에서 활돌한다구요? 예 저도 한번 가보도록 하지요.
처음 뵙겠습니다. 네? 선물거래소에서 일 하신다구요?
아 네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그렇겠네요.
오늘의 다우존스 지수는 글쎄요. 아직 뉴스를 보지 못해서..
실례합니다. 잠깐 손을 씻고 와야 하겠어요.(퇴장)
네, 난 괜찮아요.
아니, 난 괜찮지 않았어요.
뉴욕에 온 이후로 난 새하얀 식탁보에 실수로 떨어뜨린 잉크자국.
투명한 물위에 뜬 한 방울의 기름
어릴 때 하얀 데이지 꽃밭에 앉아서 느꼇던
포근함이 아니라 목을 조여 오는 숨막힘.
아이? 그래요. 아이를 낳았지요.
저와 꼭 닮은 그 아인 어딜가도 저처럼 튀겠죠.
존, 난 인형이 아니에요. 당신 탓은 아니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는 당신 혼자 참 석하는 게 좋겠어요. 난 당신 딸과 함께 집에서 캐롤을 부를게요.
물론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창밖을 보아요. 안개로 온 세상이 깜깜해요. 존, 내 말 듣곡 있나요?
내 말을 듣고 있다면 무슨 말이든지 해봐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요?
다시 평온을 찾은 수지
수지 담배 있나요? 하나 줘봐요. 쩨쩨하게. 생긴 건 멀쩡해가지고..
밖에 날씨는 어때요? 하기야 날씨가 좋으면 이 시간에 이런 술집 구석에서 술잔을 홀짝일 리가 없지. 이봐 얼마나 말해야 알아들어. 화장실은 저쪽이라구.
여자끼리 말인데 남자들은 정말 골때린다구 그저 한 구멍에서 나오는 것이 뭐가 됐든 싸질러 대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니까. 그리고는 자기네들끼리는 제일 부끄러워하는 것이 또 그것이야. 크기가 작다느니, 오줌발이 시원피 않다느니. 아침에 안 선다느니. (웃음)
그런 얘기를 여자친구한테 들어보라지. 그 땐 스스로 죽음이거든. 아마 입에 집어 넣 는 대로 빼고 싶은 게 남자의 속성일걸? 위스키? 물을 줄까? 아니면 소다를 줄까?
잘난척 하지 말아요. 술 잘 먹는 것은 위세가 아니야.
네? 그 다음은 어떻게 됐냐구요?
술집에 왔으면 술이나 먹든지 아님 노래나 듣다 가라구요. 남의 집 얘기가 뭐 그리 궁금하다구.(술을 잔에 부어 마신다.)
난 존과 내 딸에게서 도망치듯 떠났지요. 미국에 온지 3년 만에, 아주 멀리. 왜 그렇 게 밖에 할 수 없었냐구요? 그날 내가 한 낮에 불쑥 당신을 찾아갔을 때 그 때 당신 의 방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저 행복해서, 너무 행복에 겨워서, 그 행복에 질식할 것 같아서..
그리고 나는 노래를 다시 불렀어요. 노래는 내 남은 삶의 전부였으니까..
음악9
You've Got a Friend(Keiko Lee)
찰스 (계단에서) 당신에게 좋은 제안을 하겠소. 난 당신을 쇼걸이 아니라 진정한 가수로 데뷔시켜주겠소. 나와 계약을 합시다. 나와 함께 공연을 다니는 거예요. 당신이라면 재즈 보컬로서 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소. 어디를 가더라도 당신의 노래솜씨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데 충분한 실력을 갖고 있다니까.
수지 다시없는 기회일지도 몰라. 노래를 부를 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더구나 개인 콘서트도 가질 수 있다니. 이건 꿈일지도 몰라. 내가 이곳에서 가수가 되다니.
찰스 물론 조그만 소도시부터 출발할 거요. 아주 작은 무대라도 소홀히 하면 안되지.
그 소수의 관객들이 나중엔 눈 덩이처럼 불어나 미국 전역을 뒤덮을 테니까.
수지 엄마 전 다시 일어났어요. 외롭지도 않구요. 정말 해낼 수 있어요. 엄마도 알지요?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간직한 꿈이라는 것을..
찰스 머리는 조금 더 기르는 것이 좋겠군. 요즘은 윤기있는 머릿결을 좋아하거든.
당신에게 코디를 붙여주겠소. 아, 드레스는 어울리지 않는다니까.
수지 연습할 시간이 필요해. 내 노래가 있어야 하구.
정말 내 마음을 실어 담을 수 있는 나만의 노래가..
찰스 시간이 없어요. 벌써 표를 팔았다구. 어서 짐을 챙겨요. 당신 앞에는 멋긴 신세계가 빨간 카펫트처럼 펼쳐져 있소. 주저하거나 우물거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니까.
수지 감사합니다. 이렇게 환호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정 말 열심히 할게요. 계속 지켜봐주세요.
몇 백몇이면 어때. 나만의 무대인걸. 이제 다시 첫걸음인데
이제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힘차게 앞만 보고 뛰는거야.
찰스 (혼자말로)내 예감이 적중하고 있어. 당신은 정말 타고난 가수라니까. 두고 보라구. 당신은 전미 대륙을 사로잡을거니까.
찰스 / 수지 퇴장
음악10-코러스
찰스를 찾지마(작곡-부기우기)
그를 찾지마 도망치는 찰스를(도망친)
우쭐대지마 너 넌 그저 미끼였을 뿐야
그런 달콤한 말로 속아 넘어간 바보야
돈을 돌려줘. 계약금을 토해내(엄청나)
아주 비싼 값에 너를 팔러온 것 뿐야.
세상 물정 안되는 것 알잖아
정말 힘들지 괴로울 거야(아무렴)
근심 걱정이랑 바람속에 날려봐
잘들어 넌 시키는대로 안 하면 돼.
암전(Piano solo)
수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수지, 큼 한숨을 쉬고) 모두 갔군요. 지루한 얘기 때문인가요?
이제 당신들도 갈 시간이에요. 그래요 얘기 듣느라고 붙어 앉아 있어 고맙네요.
나도 여기 이 후미진 바에서 그나마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 것이 고마울 뿐이지요.
그냥 나둬요. 내가 치울 테니까. 마지막 노래나 듣고 가요.
음악11
Gloomy Sunday(Sarah Brightman)
수지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똑같아. 자기 전에는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거야. 아주 나쁜 꿈.. 분명 한숨 자고 나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하고 눈을 꼭 감지만 눈을 뜨면 항상 제일 먼저 녹이 슨 쇳덩이같이 칙칙한 커튼 사이로 곰팡이 낀 버터같이 느물거리며 녹 아있는 햇살이 눈에 들어오지. 그러면 다시 쥐새끼만 돌아다니는 현실 속의 내 방을 발견하고는 눈물도 안 나오는 눈을 비비곤 하지. 잠이 해결해 줄 수는 없어. 내가 해 야지. 하나하나 지우개로 지워나가야지. 모든 기억들을.. 사람들과 풍경들과 하다못해 내 마음의 기억 속에 아주 작은 파편까지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거야. 잘못된 시 작이라 할지라도.
번개와 천둥소리가 수 차례 이러진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It's Crazy].
지친 표정이지만 나름대로 수수하게 꾸민 수지가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있다.
그녀의 시선은 테이블 위의 하얀 약병이다. 뚫어지게 바라보다 약병을 든다.
만지작거리다 마개를 열어 무표정한 얼굴로.
모든 것의 정지. 음악도, 빗소리도 없는 정막.
들릴 듯 말 듯 수지가 뭔가를 중얼거린다.
수지 (고개를 숙인 상태로)
죄송합니다만 오늘 영업 끝났어요.
오늘 영업 끝났...(고개를 들고는)
존? 존? 당신인가요?
어떻게 당신이 이 곳에?
어서 들어와요. 밝은 불빛에 당신을 확인하고 싶어요.
왜 들어오지 않는 거지요?
왜 아무 말도 없어요?
알아요. 존.
그렇지만 내 말을 들어봐요.
난 한 번도 당신을 마음속에서 욕하거나 원망한 적이 없어요.
아주 좋은 순간들은 항상 눈곱만큼 주어지고
나머지는 생강하고 싶지도 않은 인생이었을지라도.
어떻게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있겠어요.
그 순간만큼은 영원이니까.
적어도 그날만 아니었다면 그날 내가 당신을 찾았지만 않았더라면..
아니 그날 당신이 당신방에서 소파에서 어떤 남자와 벌거벗고 누워있지 않았더라면
오해 였다구요. 오해였기를 수 천번도 더 바랬지요. 아니 오해였을 거예요.
당신은 그동안 정말 날 잊었었나요?
아닌 줄 나도 잘 알고 있었다구요.
날 보고 있었다구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다 알고 있다구요?
존, 정말 너무 하네요.
숨바꼭질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그래요..
지금 이 순간은 미안하다거나 용서하라거나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하지 않아야지요.
이젠 잠을 자고 싶지 않을 거예요.
잠을 자고 나면 이게 꿈이었는지도 모르잖아요.
당신과 남은 모든 것을 함께 하겠어요.
그런데.. 존 왜 말이 없지요?
왜 이리로 들어오지 않아요?
왜 얼굴이 보이지 않아요?
말 좀 해봐요! 왜..!
음악12(회상을 하며)
Limelight(뮤지컬 겜블러 중)
저 멀리 있는 찬란한 태양을 느낄 수가 있어 그 빛, 내게 다가오네.
많은 사람들 날 기다리네. 모두 반겨주네 내 이름을 외치면서
기다림 이제 다 지나고 그날이 온 거야 라임라이트 내가
태어날 때부터 원했던 거야. 라임라이트 이 세상에 나를 보여 주리라
라임라이트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야 난 알아
기다림은 다 끝났고 모두 알게 되리
저 멀리 있는 찬란한 태양 느낄 수가 있어 그 빛, 내게 다가오네.
많은 사람들 날 기다리네 모두 반겨주네 내 이름을 외치면서
기다림 이제 다 지나고 그날이 온 거야 라임라이트 내가
태어날 때부터 원했던 거야. 라임라이트 이 세상에 나를 보여 주리라
라임라이트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야 난 알아
기다림은 다 끝났고 모두 알게 되리
험하다 해도 후회할지라도 그 오랜 기다림 끝난 뒤 나 모두 보여 주리라
라임라이트 온 세상이 나를 비춰 주리라
라임라이트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야 난 알아
가는 길이 험해도 후회할지라도 그 오랜 기다림 끝난 뒤 모두 보여주리라
전화 벨 소리(수지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 엄마! 마흔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엄마 이번 겨울엔 저를 꼭 만나주셔야돼요.
크리스마스 때 꼭 함께 캐롤을 부르자구. 전 엄마를 꼭 빼 닮았답니다.
제가 노래를 부르는 건 엄마를 닮아서이지요. 전 씩씩하게 잘 자랐어요. 그것도 엄 마를 닮아서 아닌가요? 엄마 저 오늘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뮤지컬 무대에서 엄마를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어요. 엄마한테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엄마 사랑 해요. 그리고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 다.
(전화를 내려 놓으며)
AM I BLUE(Linda Ronstadt)
수지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지 않아요?
커튼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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