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운율 속에서 W banalnych rymach
-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이것은 커다란 기쁨, 한 송이 꽃 옆에 탐스러운 또 하나의 꽃 송이
맑은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가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내일이 수요일이고,
틀림없이 네가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는 사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서둘러 봉투를 뜯는 동작,
아, 태양의 뜨거운 흑점 알래서 편지를 펼쳐보는 건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그 날까지 일주일 밖에 안남았다는 것,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자 이제 겨우 나흘 남았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여행가방을 꾸리는 일,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오후 7시발 기차표 한 장,
매표소 직원에게 건네는 "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날이 저물어 밤이 찾아들면
결국 우리가 함께 하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내가 문을 열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문턱을 넘어서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한 송이 꽃 옆에 탐스러운 또 하나의 꽃 한 송이.
사랑하는 연인이 내게 묻는다.
"당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비싼 꽃을 산거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끝과 시작』, 문학과지성사, 2007
'시 공감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장 루슬로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0) | 2014.12.06 |
---|---|
[스크랩] 소설(小雪)을 지나다 & 누에의 잠 외 (0) | 2014.12.06 |
[스크랩] 김수영, 낙타과음(駱駝過飮) (0) | 2014.12.06 |
[스크랩]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0) | 2014.12.06 |
[스크랩] 서정주, 꽃밭의 독백(獨白) (0) | 2014.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