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손가락 모양으로 길어지고 간략해졌다
손톱이 빠져나간 자리처럼 그늘이 벌겋다
공중이 핼쑥해졌다
단단해진 공중을 뜯고 나온 꽃망울을
따라나온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은
장미의 기분이 아니야
문득
구름 같은 게르를 몰고 다니는 풍경을 상상했다
구름을 탕진하는 일은 바람이 관여한다 해도
그것은 허공의 권리,
구름의 성분이란 죽은 새의 울음과 기억이 빠져나간 그을음 그리고 물컹거리는 무릎들
빗방울에서 저녁 냄새가 나는 이유이기도 하지
어제를 잊어버리기 위해 눈송이들은 하얗게 태어나네
모자를 눌러쓴 사람들이 골목으로 모여들어
웅성거리다가
하얘지다가
눈과 입술을 두고 사라졌다
왈자지껄한 목소리들이 눈사람 속으로 들어가 부풀었다
장미의 몽우리가 점점 진해지자
어둠이 허공을 닫는다
담장이 그리운 장미가 공중의 허벅지를 끌어 당긴다
전남 순천 출생
2011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1년《현대시학》등단
'시 공감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승언시인 (0) | 2015.06.24 |
---|---|
그림자 (0) | 2015.06.21 |
그날 (0) | 2014.12.29 |
[스크랩] 함민복...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0) | 2014.12.22 |
[스크랩] 이규리... 수평선 (0) | 2014.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