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 장이지
텔레비전에
떠들썩한 자살사건이 나오면
어김없이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2년인가 3년 만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부엌에 가면
냉장고 옆.
울기 좋은 구석에 앉아
냉장고 문을 열면
피안의 빛.
냉동실에 머리를 넣고
북극의 어떤 별에게 수신자부담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잘 있다고, 잘 있다고 하였습니다.
무언가 김치 냄새 같은 것이,
김치 냄새는 아니고,
아무튼 무언가
냄새가 없었습니다.
울다가
운 끝에 한참,
앉아 있다가
냉장고 옆에서 발톱을 깎았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창작과 비평>(2011.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