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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깜장보석 2018. 6. 16. 21:18

소설가 신경숙씨(52)의 표절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신씨와 출판사 창비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런 와중에 시인 김지하씨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표절이라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1974년 시가 발표될 당시 표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다들 쉬쉬했다는 것이다.

유명 작가들의 표절 논란은 그간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다. 2010년에는 소설가 황석영씨의 <강남몽>(창비)이 신문 기자가 쓴 책을 베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됐다. 2008년 소설가 조경란의 <혀>(문학동네)는 발표되지 않은 작품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휩싸였다. 권지예·천운영 소설가도 표절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표절 의혹을 부인하면서 “해당 글을 본 적 없다” “다음부턴 출처를 명기하겠다” 등에 해명을 내놨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며 흐지부지됐다. 대부분 창비와 문학동네 등 이른바 ‘문단 권력’으로 불리는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게 엘뤼아르의 표절인 걸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민주화의 대의가 중요했기 때문. 지금 생각하면 그게 잘한 일이었는지 묻게 된다. ‘타는 목마름으로’를 온전하게 살린 것은 이성현의 작곡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트위터 갈무리

문학평론가 황현산 트위터 갈무리

문학평론가 황현산씨(70)가 6월7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저항’을 상징하는 시인 김지하씨(74)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표절이라는 주장이다. 엘뤼아르(1895∼1952)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이다. 황씨가 언급한 시는 ‘자유’라는 작품으로 엘뤼아르의 대표작이다. 군사·독재 정권의 강압적인 통치에 맞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담아 노래한 <타는 목마름으로>는 1970년대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 학생 때 공책 위에 / 내 책상이며 나무들 위에 / 노래 위에도 눈 위에도 /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 읽어본 모든 책상 위에 / 공백인 모든 책상 위에 / 돌, 피, 종이나 재 위에도 /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욕망도 없는 부재 위에 / 벌거숭이인 고독 위에 / 죽음의 걸음과 걸음 위에 / 나는 네 이름을 쓴다 // 다시 돌아온 건강 위에 / 사라져 간 위험 위에 / 회상도 없는 희망 위에 / 나는 네 이름을 쓴다 // 그리고 한 마디 말에 힘입어 / 내 삶을 다시 시작하니 / 너를 알기 위해 나는 태어났다 / 네 이름지어 부르기 위해 // 오 자유여’(엘뤼아르 <자유> 중 일부)

‘신새벽 뒷골목에 /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 오직 한가닥 있어 /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 살아오는 삶의 아픔 /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 쓴다 // 숨죽여 흐느끼며 /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 타는 목마름으로 / 타는 목마름으로 / 민주주의여 만세’(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황씨의 글이 알려지면서 SNS상에서는 반박 의견이 올라오는 등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18일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엘뤼아르의 시 <자유>를 표절했다는 황현산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헛짚었다”며 “현재의 김지하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표절이 아니다. 물론 김지하가 엘뤼아르에게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며 이는 김지하도 인정한 바 있다”고 했다.

이에 황씨는 “문학에서의 영향이라고 할 때, 사상의 기조, 세계관, 탐구의 방향, 미적 감수성 등을 따른다는 뜻이지, 말이나 말의 형식을 그대로 옮겨 오는 것을 영향이라고 할 수 없다”며 “그것은 표절이다. 물론 표절을 영향이라는 말로 봐줄 수는 있다”고 했다.

이어 “사안이 중대할 수록 팩트에 치중해야 할 텐데, 자신의 격앙된 감정을 가득 뱉어놓고 마지막에는 인신공격으로 치닫는 것도 고질병”이라며 “어떤 트위터리안은 김지하가 표절을 한 게 아니라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 위해 내 이력서까지 상세하게 적고 있다”고 했다. 또 “김지하 표절론을 말했을 때, 격렬하게 반발한 사람들은 모두 일본문학을 공부했거나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그들은 신경숙-미시마 관계에는 가차가 없다. 비교문학적으로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인 이시영씨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1974)가 뽈 엘뤼아르의 ‘자유’의 표절이라는 황현산 선생의 지적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며 “거기에서 ‘시적 착상’을 빈 것이지만 앞의 시는 ‘전혀 다른’ 시적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문학자에게 결례지만 이게 예술이다”이라고 했다.

이시영씨는 “엘뤼아르에게서 형식의 의장을 빌린 시로 김남주의 ‘조국은 하나다’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엘뤼아르의 ‘자유’를 넘어서 또다른 예술적 성취에 이른 작품이다”이라며 “진정한 세계문학이란 이렇듯 자유자재로 소통하고 침투하면서 ‘전혀 다른’ 작품을 낳는다”고 했다.

■ 황석영 <강남몽>(창비)
소설가 황석영씨는 2010년 표절 의혹을 받았다. 소설 <강남몽>의 일부가 월간 <신동아>의 조성식 기자가 쓴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동아일보사)의 내용 일부를 베꼈다는 것이다. 신동아는 2010년 11월호에서 <강남몽>의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에 나온 조직폭력배 묘사 등이 ‘대한민국…’의 내용과 상당 부분 닮았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작가의 해명을 요구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정리뉴스] 역대 ‘표절’ 의혹···김지하·황석영·천운영·권지예

<강남몽>은 일제 강점기부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까지의 강남형성사를 담은 작품이고 ‘대한민국…’은 김태촌·조양은씨 등을 인터뷰하며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다뤘다.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출판사 창비는 “작가 의견을 존중해 향후 집필 당시의 참고자료를 적절한 형식으로 <강남몽>에 명기하는 것을 포함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법적 자문 결과 작품 특성상 법적인 의미의 표절로 판명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황석영씨는 “출처를 밝히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로 지적된 4장 부분 또한 ‘신동아’ 2007년 6월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 떠있는 각종 회상자료와 인터뷰 내용 등을 참조했다”며 “인터뷰를 바탕으로 근대화 기간 동안의 역사적이며 사회적인 사실을 인용하면서 인물에 따라서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에 조명을 가하여 소설적 윤색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황씨는 “이것이 표절에 해당하는가는 더 정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 조경란 <혀>(문학동네)
2008년 소설가 조경란씨의 장편 <혀>(문학동네)가 소설가 주이란씨의 단편 ‘혀’(글의꿈)를 베꼈다는 의혹이 나왔다. 주이란씨는 자신이 2006년 12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 ‘혀’를 조경란씨가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조경란씨는 당시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심사위원이었다.

주씨는 “조경란씨는 2007년 11월 제가 응모한 소설과 주제, 소재, 결말, 사건의 구성과 전개 과정, 등장인물의 성격, 배경, 문체와 뉘앙스, 일부 문장 등의 내용이 유사하고, 제목이 같은 소설 <혀>를 문학동네에서 초판 발행했다”고 밝혔다.

[정리뉴스] 역대 ‘표절’ 의혹···김지하·황석영·천운영·권지예

이에 출판사 문학동네는 “1998년 12월 이미 조경란 작가로부터 <혀>의 구체적인 시놉시스를 듣고 장편 출간계약을 했다”고 반박했다. 조경란씨는 당초 “나는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본 일이 없다”고 했다가 “당시 심사위원을 맡긴 했으나 그 작품을 읽은 기억은 없다”고 번복했다.

두 작가의 소설 <혀>는 ‘맛보고, 거짓말하고, 사랑하는’ 혀의 이미지, 구강성교, 사람의 혀를 요리로 사용하는 결말 부분 등이 유사하다. 주이란씨는 표절 의혹을 부인하는 조경란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프레시안>에 기고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저는 '영혼'을 도둑 맞았습니다")

주이란씨는 조경란씨를 상대로 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씨와 문학동네 측이 참석하지 않았다. 사건은 그렇게 종결됐다.

2009년 3월 영화제작사 ‘마술파리’는 주이란씨의 소설 <혀>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당시 마술피리의 오기민 대표 “맛보고, 거짓말하고, 사랑하는 세가지 혀의 용도를 다룬 소설의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서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이란씨와 조경란씨의 소설을 읽어봤다며 “표절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여러 정황상 주씨로부터 판권을 사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권지예 <꽃게무덤>(문학동네)
2005년 소설가 권지예씨의 9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작품집 <꽃게무덤>(문학동네)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꽃게무덤> 중 ‘봉인’이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수필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의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에 나오는 내용과 설정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박경철씨가 블로그에 올린 경험담을 담고 있다.

[정리뉴스] 역대 ‘표절’ 의혹···김지하·황석영·천운영·권지예

권지예씨는 박경철 의사의 글인 줄 몰랐으며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서 힌트를 얻어 썼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음 책을 찍을 때는 출처를 명시하겠다”고 했다. 권지예씨의 <꽃게무덤>은 2005년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동인문학상 심사위(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짜임의 방식과 복잡성의 정도가 다르다면 두 작품은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인정되어야 마땅하다”며 “두 작품을 검토한 결과 구성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 천운영 <바늘>(창비)
소설가 천운영씨의 ‘바늘’은 이번 신경숙씨가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소설 ‘금각사’를 베꼈다는 시비가 일었다. ‘바늘’은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문단의 찬사를 받았다. 당시 독자들은 못생기고 열등감에 찬 주인공, 미학적 문체, 인물 묘사 등을 표절의 근거로 제시했다.

[정리뉴스] 역대 ‘표절’ 의혹···김지하·황석영·천운영·권지예

그러나 천운영씨는 2005년 인터뷰에서 표절 의혹에 대해 “습작 시절 필사를 종종 하곤 했는데 문장에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났다”며 “그 점에 있어서는 제가 신중치 못했다는 것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바늘’ 전체를 놓고 표절이라고 하는 건 좀 그렇다. 어쨌든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신경숙씨 남편은 ‘표절 킬러’
지난 16일 신경숙씨(사진)의 단편 ‘전설’이 일본의 탐미주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신씨의 소설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작별인사’ 등도 다른 작품을 베꼈다는 의혹이 1999년에 이어 다시 점화됐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일부와 유사한 표현이 쓰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신씨의 ‘전설’ 표절 의혹은 15년 전에도 거론됐다. 문학평론가 정문순은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신씨에 대한 비평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를 싣고 신씨의 ‘전설’을 비롯해 다수의 표절 의혹들을 다뤘다. 이 글은 ‘전설’이 ‘우국’과 유사한 구절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데다가 모티브와 내용, 구조 면에서도 유사하다면서 ‘전면 표절’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신씨를 포함해 어느 비평가, 문예지도 정씨의 글에 공식적인 반론조차 하지 않았다.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표절 논란 속에 신경숙씨의 남편 남진우 명지대 문예창착과 교수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남 교수가 문인의 표절 문제를 신랄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표절 킬러’로 불릴 정도라 한다.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씨는 “남진우는 하일지를 비롯한 여러 문인을 표절작가라며 그토록 가혹하게(아아, 정말로 가혹하게!) 몰아세우고 괴롭혔(다)”며 “참으로 기적적인 것은, 그랬던 그가 자신의 부인인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에 대해서는 이제껏 일언반구가 없다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1997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은 비평글 ‘오르페우스의 귀환 - 무라카미 하루키, 댄디즘과 오컬티즘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에서 소설가 이인화씨의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지목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문장 몇개를 훔쳐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 작가처럼 하루키를 닮지 않은 작가도 드물 것”이라며 “그의 문장 베끼기는 작가적 천품을 타고나지 못한 소설가 지망생의 안간힘과 간지가 낳은 한바탕의 소극에 불과하다”고 조롱했다.

문학평론가 이응준씨

문학평론가 이응준씨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남 교수는 “장 아무개나 구 아무개 등도 하루키 소설을 모방한 조잡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며 다른 작가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1991년 벌어진 ‘남진우-하일지 논쟁’에서 남 교수는 소설가 하일지씨의 첫번째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이 프랑스 작가 알랭 로브그리예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명확한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언어폭력’이라는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남 교수는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오르페우스의 귀환…’에서 “간교하고 부도덕하기로 말하면 어설프게 하루키를 흉내 낸 작가들보다 로브그리예의 변태성욕자의 줄거리극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경마장은 네거리에서’의 하일지 작가가 더하다고 할 수 있다”며 하일지의 후속 작품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한가지 분명히 해둘 것은 하루키 추종 및 모방 현상은 단순하게 단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회가 주어지면 표절, 모방, 패스티시에 관해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며 분석한 글을 써보고 싶다”며 표절에 대한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런 남 교수도 심심찮게 불거진 부인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에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 신경숙은 묵묵부답…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출판사 창비는 지난 17일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 어렵고, 해당 부분은 작품 전체에서 비중이 낮기에 표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작품 베끼기를 부인한 신씨와 이를 옹호한 창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창비는 18일 종전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사과했다. 창비는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론의 장도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에 신씨는 “‘우국’을 모른다”는 말을 출판사 창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한 것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단 내에서 수차례 표절 논란이 일었지만 적극 해명하지 않았다. 1999년 <한겨레>에 두차례 표절 의혹을 부인하는 기고문을 실었을 뿐이다.

이번 표절 사태를 한국 문학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로 끌어가야 하는데, 그 시작이 바로 신경숙씨에게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인 평론가는 “신씨가 절필도 생각할 각오로 뼈아픈 반성을 하고, 명망있는 작가로서 타성에 빠졌고 오만했음을 인정하는 태도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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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