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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방

깜장보석 2011. 2. 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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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남자, 여자, 아들, (), ()
배경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 오후, 외딴 산 속, 폐가, 마당 한가운데 튀어나온 바위 하나, 지붕과 마당·헛간에 낙엽

1
남자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고요히 폐가를 바라본다
.

천천히 걸어가서 봉당에 앉는다
.

잠시 시간이 흐르고 여자와 아들이 들어온다
.

여자 : 아이구 다리야이 먼 데를 오자고
….

남자
: ….

아들 : 평소에 운동 좀 하세요
.
많이 걸어야 건강하대잖아요
.
요샌 웰빙이라고 다들 일부러도 많이 걸어요.(다리를 주물러 주며) 미국에서도 저녁만 되면 파크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 많아요
.
세상이 아무리 살기 좋아지면 뭐해요, 내 몸이 건강해야지
.

여자 : 우리 아들 미국 갔다 오더니 유식해졌네
.
그래도 건강하자고 이 산골을 오니
?
남자
: ….

아들 : 좋은데요아버진 여기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니신 거예요
?
남자
: ….

여자 : 그 놈의 별방, 별방, 술만 먹으면 말 안 하디
?
아들 : 별방아버지 회사 이름이 동네 이름에서 따오신 거예요
?
남자
: ….

여자 : 뭐 좋은 기억이라고이 산 구석에서 살았던 기억을 잊고 싶지 않대나 뭐래나
.
저래 뵈두 니 아버지가 감상적인 데가 있다
.

아들 : 자기 뿌리를 잊지 않는 건 좋은 거죠
.
전 미국에 가 있으니까 도리어 조국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
나를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라고 해야 하나하여튼요
.
엄마는 어린 시절이 그립지 않으세요
?
여자 :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 뭐 그리울 게 있어
.
그런 건 빨리 잊어버려야지
.
먹고 살기도 바쁜데
.
쓸 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

아들 : …아버지
.
별방이 무슨 뜻이에요
?
남자
: ….

아들 : 떨어져 있다는 뜻인가? 어쨌든 느낌이 좋아요
.
왠지 별이 내려와 쉴 것 같은아랫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단풍 한 장 줍는다) …아버지
.
아까부터 왜 그렇게 말이 없으세요? 무슨 걱정이라도
….

남자 : …조금 피곤해서
.

여자 : 그렇게 한 번 와 보자더니
.
와 봐야 뭐 있어
.
그냥 폐가지
.
근처에서 놀다 가자니까
.
기어이 끌고 와서는다리만 아프지.…어머니도 어떻게 이런 데서 사셨을까
….

아들 : 할머니 할아버지 살아 계셨으면 같이 오고 좋았을 텐데
….

남자
: ….

여자, 뒤란으로 간다
.

여자 : (소리) 웬 우물이래어머 대추 좀 봐
.

아들, 뒤란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

손에는 대추 몇 알
.

아들 : 이것 좀 드세요
.
달아요
.

남자
: ….

남자, 먹는다
.

아들 : 달죠
?
남자 : 그래
….

아들 : 어렸을 땐 많이 드셨겠네요
.

남자 : 가을마다
….

여자, 나온다
.

가방을 뒤진다
.

아들 : 뭐 찾으세요
?
여자
: ….

아들 : …놔두세요
.
다람쥐들 먹게
.

여자 : 두면 뭐해, 어차피 썩을 거
.

아들 : 엄마
….

여자 : 시장 가서 사려고 해 봐
.
얼마어친데
.

여자, 두리번거리더니 막대기도 찾아서 뒤란으로 간다
.

아들 : 엄마짐승 먹게 둬요
….

아들, 뒤란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

남자 :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휴가 왔습니다
.
아들이 미국 유학 갔다가 잠시 귀국해서요
.
가족끼리 단풍 구경 왔습니다
.
우리가 고비 한 두 번 넘겼나요곧 결제하겠습니다
.

아들 : 누구
…?
남자 : 거래처
.
결제해 달라고
.

아들 : …요새 건설 경기 많이 안 좋다던데
.

남자 : 밥걱정은 안한다
.

아들 : …중견 건설회사 몇 개 무너졌다고
.

남자 : 아버진 아직 괜찮아
….

아들
: ….

아들, 바위로
.

바위를 발로 툭툭 찬다
.

아들 : 마당 한가운데 바위라니흉물스럽게
.
이거 왜 안 뽑았어요
?
남자 :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
.

아들 : 뽑아 봤어요
?
남자 : 할아버지가
.
너무 깊어서 다시 덮었대
.

아들 : 어디… (뽑으려고 한다
.
바위는 끄떡없다) 정말이네
.

남자
: ….

아들, 바위에 걸터앉는다
.

침묵

아들, 뭔가를 발견했다.

헛간 쪽으로 걸어간다
.

동화책을 줍는다
.

아들 : (툭툭 턴다) 동화책이에요전래동화.(넘겨본다) 아버지 건데요….5 1 박상철
….

남자, 다가온다
.

아들 : 기억나요
?
남자
: ….

아들
: ….

남자 : …할아버지가 사다 주신 거야
.

아들
: ….

남자
: ….

남자 봉당에 앉는다
.

아들도 옆에 앉는다
.

아들, 책을 읽는다
.

뒤란에서 대추 터는 소리
.

아들 : …밑줄이 있어요
.

남자
: ….

아들 : (읽는다) 바위를 들추자 눈앞이 훤히 트이며 별세계가 펼쳐졌다… (뒤진다) 여기도 있어요
.
눈을 떠보니 어느새 별세계에 와 있었다별세계별방별세계란 뜻이에요
?
남자, 동화책을 받아서 넘겨본다
.

아들, 바위로
.

아들 : 어디, 다시 한 번
.

힘을 준다
.
꿈쩍 않는다
.

남자가 온다
.

아들 : 해보시게요
?
남자, 바위로
.

남자가 힘을 주려고 할 때 여자의 비명
.

여자가 뛰어온다
.

아들, 여자에게
.

아들 : 왜요
?
여자 :
….

아들 : 난 또
….

남자
: ….

여자 : 흰쥐였어
….

남자
: ….

아들 : 흰쥐가 이런 데
?
남자
: ….

여자 : 여보
.

남자
: ….

여자 : 뭐 해요
?
아들 : 그게동화책
.

여자 : 동화책
?
아들 :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에바위를 들추면

남자가 바위를 힘껏 들춘다
.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백색의 햇살
.

차차 빛이 사라지며 시간과 공간이 응고된다
.

남자 : (소리) 밤마다 꿈을 꿨어
.
자고 있으면 누가 날 자꾸 깨워
.
일어나 보면 흰쥐가 한 마리 서 있어.…따라가 보면 하얀 길이야
.
사위는 캄캄한데 멀리서 불빛이 한 점 보여어릴 때 학교 갔다 늦게 올 때면 엄마가 처마 밑에 달아놓고 나를 기다리던 불빛 같아엄마가 있나 싶어 걸어가면 자꾸만 내가 녹아내려서더 걸을 수가 없었어내 가슴 한 복판에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던 것이 자꾸만 녹아내려서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어눈을 뜨면 나는 이 바위 앞에 와 있었어여기서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
….

남자, 쓰러진다
.

암전

2

같은 장소
남자가 바위 앞에 쓰러져 있다.

흰 옷을 입은 모가 방에서 나온다
.

: …누구
?
남자
: ….

, 다가온다
.

: …누구세요
?
, 깨운다
.

남자, 정신을 차린다
.

: …괜찮으세요
?
남자 : 여보
…?
: ….

남자 : 승우는
….

: ….

남자 : …우리 아들 못 보셨나요?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

: 누구같이 오셨어요
?
남자 : 아들하고 아내하고
….
다들 어디 갔나요
?
: 못 봤어요
.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까이렇게
….

남자 : 소리가 나서
….

: 큰 소리가 났어요
….

남자, 주위를 둘러본다
.

남자 : 그럼여기 계셨단 말인가요
?
: 우리 집이니까
….

남자 : 우리집그럼 아직도 사람이분명히 폐가였는데
….

: 폐가였어요
.
그런데 바깥양반이
….

남자, 주변을 돌며 찾는다
.

남자 : (큰소리로) 여보승우야
….

, 화급히 남자에게 다가가서

: 애기가
남자
: ….

: 애기가 깨요
….

남자
: ….

: 방에 애기가 있어요
.

남자, 방문을 열어본다
.

남자 : …방금까지 여긴 아무도 없었는데
….

: (근심) 애기가

남자 :
….

남자, 집밖으로
.

돌아와서 뒤란으로 갔다가 다시 마당으로
.

손에 대추 한 알
.

대추알을 씹어본다
.

남자 : 그대로야
….

남자, 돌로 간다
.

뽑으려고 한다
.

안 된다
.

남자 : 이걸 들었는데이걸
….

다시 힘을 준다
.

: 안 뽑혀요
.
바깥양반도 뽑으려고 했다가뿌리가 너무 깊어서
….

남자 : …뿌리가 너무 깊어서
….

남자, 모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

: …
?
남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헛간으로
.

뒤란으로
.

다시 돌아온다
.

다시 한 번 모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

봉당에 가서 쓰러지듯 앉는다
.

남자, 고개를 숙인 채 긴 침묵
.

, 부엌으로 가서 냉수 한 그릇 떠 온다
.

: 이거
….

남자, 모를 빤히 바라본다
.
냉수를 받아서 마신다
.

한동안 말이 없다
.

남자 : 이 물 맛기억나요
.
어떻게 잊겠어요
….

: ….

남자 : …흰쥐를 따라서 왔었어요
….

: ….

남자 : 밤마다여길 왔어요
….

: ….

남자 : 꿈을 꿨죠
….

: ….

남자 : 어쩌면 이것도 꿈일지도 모르죠
….

: ….

남자 : …믿지 못하시겠지만전 아주 먼 데서 왔어요
….

: 먼 곳어디
?
남자 : …아주 먼 데요
….

: ….


남자, 모에게 그릇을 준다
.

모 그릇을 가지고 부엌으로
.

남자, 마당을 거닌다
.

모가 나온다
.

남자 : 아버지는아니, 바깥 분은요
?
: …아직 산에요
….

남자 : 그러시겠죠오늘도 찬합에 술빵을 넣어서 가셨나요
?
: 그걸 어떻게
?
남자 : 달이 중천은 지나야 돌아오시겠죠
….

: ….

남자 : …당신은 상철일 재워놓고 처마밑에 앉아서 기다리셨을 테고
….

: 어떻게 우리 애 이름을
?
남자
: ….

: …누구세요
?
남자 : 절 보세요
.

: ….

남자 : 자세히 보세요
.
누굴 닮았는지
….

, 남자에게 가까이
.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

: (떨림) 닮았어요아버님
?
남자 : …그런가요? …아버지도 할아버지를 닮았을 테니까
….

: ….

남자
: ….

: 그렇지만 아버님은 돌아가셨어요형제도 없으시고
….

남자
: ….

: 누구세요
?
남자, 마당을 걷는다
.

남자 : …저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
이게 꿈이 아니라면아니, 꿈이라 해도당신이 지금 내 눈앞에 있고당신이 꾸는 꿈이든 내가 꾸는 꿈이든
….

: ….

남자 : …간절히 바랐어요
.
꿈이어도 좋으니까꼭 한 번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요
….

남자, 모를 본다
.

남자 : 늙으신 어머니 대신, 이렇게 젊은우리 어머니를 만나다니
….

: ….

남자 : …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 주신 동화책 속에나 나오는 얘기가애기 적 나를 키우는 어머니를 만나다니
….

남자, 바위로
.

돌을 들추려고 한다
.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

남자, 다시 힘을 준다
.

, 남자에게 다가온다
.

: …그러니까, 당신이 내 아들이란 말인가요
?
남자 : …어머니께서 오십 년 넘게,…십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사십 년 넘게 키운 아들이… (다시 돌에 힘을 준다) …이걸 들추고
….

남자, 안간힘을 쓰다가 넘어진다
.

: ….

남자
: ….

, 남자를 본다
.

침묵

: …밤마다 같은 꿈을 꿨어요….

남자
: ….

: …놀라서 잠을 깨면포대기에 싸둔 애기가 사라지고 없었어요문밖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났어요아직 걷지도 못하는 애기가 먼 길 다녀온 사람처럼 지친 어깨로 서 있었어요….…얼굴이 늙어 있었어요
….

남자
: ….

: 늙은 애기가밤마다 찾아와서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빌었어요
….
말도 못하는 우리 상철이가
….

남자
: ….

: …어떻게 이런 일이
….

침묵

: …그게 사실인가요?
남자
: ….

: …상철이가 빌었어요용서해 달라고
….

남자
: ….

: …돈이 필요했다고.…아니면 식구들 데리고 자기가 죽었을 거라고
….

남자
: ….

: …우리 상철이가어떻게 나한테그렇게 끔찍한 짓을

, 손으로 입을 막는다
.

, 남자 옆에 쓰러지듯 앉는다
.

침묵

: …애들은 몇이나 돼요?
남자
: ….

: …몇이나 돼요
?
남자 : 하나
….

: …공부는 잘 해요
?
남자
: ….

: …건강하고
?
남자
: ….

침묵

, 남자 쪽으로.

: …손 한 번만 잡아 봐도 돼요
?
남자
: ….

, 천천히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손을 잡는다
.

: …이상해요.…정말 내 아들인 것 같아요
….

, 남자의 손을 더 따뜻하게 쓰다듬어 준다
.

천천히 머리로, 어깨로
.

남자, 벌떡 일어선다
.

헛간으로
.
도끼를 찾아서 쥔다
.

남자, 방으로 뛴다
.

: 안 돼
!
남자, 문 앞에서 멈춘다
.

: …그 애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겠어요
….
그 애를 죽이는 건 나를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

남자
: ….

: (손을 내민다) …어서
.

남자
: ….

: 이리
….

침묵

: 어서….

남자, 도끼를 떨어뜨린다
.

, 남자에게 다가온다
.

도끼를 들고 밖으로
.

남자, 힘없이 주저앉는다
.

, 빈손으로 돌아온다
.

침묵

: …진지는?
남자
: ….

: …들어가세요
.

남자
: ….

: …시장하실 텐데
….

남자
: ….

: 어서
….

, 부엌으로
.

주루막을 둘러멘 부() 들어온다
.

남자와 부, 마주본다
.

, 나온다
.

세 사람, 그 자리에
.

암전

3
방안
호롱불 켜져 있고
세 사람 밥상에 둘러앉아 있다.

한쪽에는 포대기에 덮여 잠든 애기
.

: …잡수세요
….

남자 : …말씀을
….

: ….

: ….

남자 : 말씀을 낮추셔야
….

: 그래도 어떻게
….

남자
: ….

, 젓가락으로 더덕을 집어서 남자에게
.

: …이것 좀
….

남자 : 이 귀한 걸
….

남자, 더덕을 집어서 모에게
.

다시 한 젓가락 집어서 부에게
.

: ….

남자 : …내다 파시지
….

: 또 캐면 되니까
….

, 한 젓가락 집어서 남자에게
.

남자 : …돌아가면 매일 먹을 텐데
….

남자, 한 젓가락 집어서 모에게
.

: ….

남자 : …이보다 더 좋은 것도 매일 먹으니까
….

: ….

남자 : …고기도 매일
….

: ….

, 남자에게 한 젓가락
.

남자
: ….

: 귀한 손님인데
….

: 어서
….

남자, 망설이다가 한 입 떠 넣는다
.

남자 : …두 분도
….

: ….

: ….

남자 : 두 분이 드셔야 저도
….

부모
: ….

부모 각자 한 숟가락씩 뜬다
.

, 숟가락을 놓는다
.

남자
:….

: 입맛이
….

침묵

남자, 수저를 놓는다.

, 밥상을 옆으로 치운다
.

침묵

남자, 지갑을 꺼낸다.

지폐를 꺼낸다
.

부모, 손사래
.

남자 : 돌아가면 또 있으니까
….

남자, 다시 건넨다
.

실랑이
.

, 돈을 받는다
.

돈을 들여다보다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

남자
: ….

, 남편 가까이 와서 돈을 내려다본다
.

: ….

: ….

남자, 돈을 다시 지갑 속으로
.

침묵

남자 : …정말 그리 가면 돌아갈 수 있을까요?
: …가보기는 해야지요
….

: 옛날에도 그 굴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고
….

남자
: ….

: …온 뜻이 있으면 가는 뜻도 있을 테니
….

: ….

, 일어선다
.

: …한시라도 빨리
….

남자, 엉거주춤 일어선다
.

, 따라서 일어선다
.

: 당신은
….

, 애기 옆으로
.

남자 : …어머니
….

남자, 절한다
.

, 어정쩡한 자세로 맞절
.

남자, 일어선다
.

남자 : 그럼
….

: …저기
.

남자
: ….

, 보따리를 내민다
.

: 이걸
….

남자
: ….

: …승우를 만나면
….

남자
: ….

, 남자의 손을 잡아준다
.

: …다 잊고

남자
: ….

: …우린 괜찮으니까
….

남자
: ….

: …승우를 생각해서
….

부와 남자 밖으로
.

, 마당으로 나와 둘이 사라진 쪽을 본다
.

암전

4
같은 장소
황혼
여자와 아들 마당에.

남자, 집밖에서 들어온다
.

보따리를 들었다
.

여자 : 여보
….

아들 : 아버지
.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
남자
: ….

여자 : …당신 얼굴이머리에 웬 흰머리가
?
남자
: ….

여자 : 그건 웬 보따리예요
?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푼다
.

더덕, 약초 등
.

여자 : …이게 얼마어치야
?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
남자 : …어머니가
….

여자
: ….

남자 : 당신한테 할 말이
….

아들
: ….

여자
: ….

남자 : …십년 전어머니 아버지 그 사고
….

여자 : 여보
.

아들
: ….

남자 : 사실은
….

여자 : 여보
!
아들
: ….

침묵

여자 : …너는 먼저 내려가.

아들
: ….

여자 : 어서
.

아들 : 아버지
.
하실 말씀이
….

여자 : 내려가라고
.

아들
: ….

여자 : 아버지랑 내려갈 테니까
.

아들, 밖으로
.

남자 : …못 믿겠지만
….

여자 : 지나간 일이에요
.

남자
: ….

여자 : 잊어요
.

남자 : 당신
…?
침묵

여자 :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자
: ….

여자 :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으니까
….

남자
: ….

여자 : 우리 여길 떠나요
.

남자
: ….

여자 : …승우가 있잖아요
.

남자
: ….

여자 : 먼저 내려가 있을 게요
.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챙겨서 밖으로
.

남자 그 자리에
.

남자, 마당 한 가운데 튀어나온
,
바위를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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