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라기

근동 법전과의 비교를 통해 본 구약 법전의 여성 관련법 연구

깜장보석 2012. 9. 21. 13:27

 

 

김태경(독일 뮨스터 대학 구약학 박사과정)

 

 

목차

 

. 서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2. 연구방법 및 전개

. 근동법전들의 여성관련법규

1. 우르남무 법전(Code of Ur-Nammu: CU)

2. 리피트-이슈타르 법전(Laws of Lipit-Ishtar: CL)

3. 에쉬눈나 법전(Law of Eshnunna: CE)

4.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 CH)

5. 중기 앗시리아 법전(Middle Assyrian Laws: MAL)

6. 힛타이트 법전(Hittitte Laws: C. Hitt)

. 근동 법전과 구약 법전의 공통된 여성 관련 법규 비교

1. 결혼과 관련된 법규들

1) 매매에 의한 결혼(출애 21,7-11)

2) 전쟁포로와의 결혼(신명 21,10-14)

3) 시형제 결혼(신명 25,5-10)

2. 이혼과 관련된 법규들

1) 아내의 처녀성 고발(신명 22,13-21)

2) 이혼 및 전처와의 재결합 문제(신명 24,1-4)

3. 성 관계와 관련된 법규들

1) 강간과 관련된 법규

2) 간음과 관련된 법규

3) 근친상간의 성적 금기 조항(레위 18,16-18; 20,10-21)

4. 여성의 몸과 관련된 법규들

1) 출산으로 인한 부정(레위 12,1-8)

2) 월경과 하혈로 인한 부정(레위 15,19-30)

. 결론

. 서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법은 한 사회의 생활구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규범이기 때문에 고대 이스라엘의 사회뿐만 아니라 어떤 사회사를 이해함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자료다. 따라서 법제상 여성의 지위를 검토해 보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펜샴(F.C. Fensham)은 약자 보호 정신이 구약 율법뿐만이 아니라 아주 초기부터 고대 중동세계에 널리 일반화된 정신이며 동시에 사회정책이었고, 이는 법률이 근거하고 있는 신이 그 성격상 약자 보호 차원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법전들에 나타나는 일련의 여성 관련 법조문들을 살펴볼 때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 왜냐하면 여성은 전반적으로 법조문의 중심에서 밀려나 주변화된 객체로서 언급되고 있으며 개별규정을 살펴보면 여성 비하적인 규정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구약의 율법이 여성에 대해 철저히 억압적이고 당시 여성은 결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가? 이 논문의 목적은 근동법전들과의 비교를 통해 구약법전의 여성관련법규들을 올바르게 평가해보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주변국가들과의 공존 속에서 야훼신앙의 종교내용을 채워나갔듯이 여성관련 법규들에 있어서도 물론 공통된 입장을 공유하겠지만 근동과는 구별되는 구약 율법의 특수성이 있다고 보며 이러한 이해 하에서만 구약법전이 여성에게 부여하고 있는 법적 지위가 올바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연구방법 및 전개

 

이를 위해 1차적인 자료로는 당시 여성에 대한 법적 지위를 알려주는 문헌으로 가치가 있는 오경의 자료층의 법률자료들에서 여성관련법규들을 주제별로 정리하였고 근동 법전의 경우 B.J. Prichard ed. Ancient Near Eastern Texts:Relating to the Old Testment. 3rd. (Princetn Universitz Press, 1969)에 수록되어 있는 법률 문헌에서 여성관련 법규들을 추려냈다. , 우르남무 법전(CU), 리피트 이슈타르 법전(CL), 에쉬눈나 법전(CE), 함무라비 법전(CH), 중기 앗시리아 법전(MAL), 힛타이트 법전(C.Hitt)에서 여성관련 법규들을 모두 발췌하였고, 이 밖에 법전 이외의 문헌으로 보충하여 주제별로 비교 연구 하였다.

이 작업을 위한 기본적인 척도 두 가지는 첫째, 구약 법전을 사회 통합적인 의도를 내포한 인류학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했고, 둘째, 이스라엘이라는 농경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다세대적 가족제도에 대한 공동체적인 이해에서 논의를 진행시켰다. 3, 4대가 함께 거주하는 다 세대 가족구조의 기본단위인 ההפשׁמ(residential kinship)와 이를 보호하고 유지시켜 주는 아비의 집이라는 남성중심적이며 공동체적인 자기이해를 전제로 한다. 작게는 가족이라는 단위의 견고함과 크게는 신앙공동체라고 하는 이스라엘 사회의 구체성이 기본적인 전제가 된다. 구약 법전과 근동 법전 모두 남성 중심적인 것은 분명하여 법 조항들 자체에는 확연한 차이가 없지만 구체적인 개별 규정을 살펴보았을 때 구약 법전의 여성 관련 법규들은 이스라엘의 신학적 입장과 결부되어 근동의 법전과는 구별되는 차이점을 보였다.

 

 

. 근동법전들의 여성관련법규

 

각 법전마다 여성관련법규들을 추려내어 주제별로 정리하고 평가해본다.

 

1. 우르남무 법전(Code of Ur-Nammu: CU)

 

긴 전문에 이어 31개의 법 조항 중 22개만이 부분적으로 보존되어 있고 주로 가족 문제, 신체상해, 노예, 거짓증인과 재산관련 규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성관련 법조문을 추려내면, 결혼 성립과 파기(8), 결혼이전에 약혼이 존재했음과 약혼파기에 대한 규정(12), 이혼규정도 있으나 별다른 세부사항은 없고 위자료에 대한 조항만 명시되어 있다(6, 7). 간음의 경우 남편 쪽의 간음 여부에 대한 언급이나 처벌 규정은 없고 아내가 간음한 경우만 언급되어 있다(11). 남편이 아닌 제 삼자가 아내 간음을 비난했으나 사실 무죄라고 판명되었을 경우 비난한 자는 단지 금전으로 보상하면 된다. 강간은 여성의 처녀성을 금전으로 지불한다(5).

 

2. 리피트-이슈타르 법전(Laws of Lipit-Ishtar: CL)

 

이 법전은 전문, 본문, 후문의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38조가 현존하여 있는데 주로 가족, 상속, 노예법 조항이 있고 이 중 6개의 여성관련법이 있다. 약혼에 관한 규정(29), 이혼의 경우 남편은 아내가 싫어 다른 여성과 결혼하고자 할 경우 이혼을 제기할 수 있고(28), 일부다처제가 법적으로 허용되어 자녀들간의 유산상속 문제가 집중적으로 명시되어있다(24, 25, 26). 아내가 출산을 못할 경우 창기로부터 자녀를 얻을 수 있다(27). 이 법전은 주로 일부다처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규정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 에쉬눈나 법전(Law of Eshnunna: CE)

 

이 법전에는 시민법과 형사법을 포함한 다양한 법조항이 기록되어 있고 이 중 8개의 여성관련 조항이 있다. 결혼계약서에 의한 결혼성립과 결혼파기(27, 25), 강간(26, 31)과 남편 간음은 아무런 언급이 없고 아내 간음의 경우 간결하게 사형으로 처리한다(28b). 남편의 부재와 관련하여 전부인에 대한 권리주장과 재혼문제(29, 30), 남편은 간음이나 결혼생활에 있어 아내보다 자유로웠음을 알 수 있다.

 

4.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 CH)

 

본문 282 법조문 중에서 가족법(127-195)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약혼(159, 160), 결혼, 이혼, 안의 재산, 간통, 지참금, 유산상속, 양자문제가 수록되어 있다. 남편이 집을 비웠을 때 아내는 행실을 조심하여야 하며(133, 133a), 144조에서 147조까지는 고위직의 성전에서 일하는 여자(Naditum)를 아내로 둔 남편에 대한 특별규정이 있는데 아내가 임신하지 못할 경우 여종을 통해 출산할 수 있는 규정과 이들 사이의 계급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산상속에 관한 규정(170, 171, 183, 184) 아내가 죽은 후 지참금 문제(162, 163, 182), 근친상간문제(157, 158, 154), 이혼과 관련하여 지참금과 위자료 문제(141, 142, 143)가 있다. 남편은 아내가 자식을 못 낳을 경우 이혼할 수 있고, 아내는 집을 황폐이 하고 남편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받지 못한 채 이혼을 당하게 된다(141). 행실이 나쁜 아내가 이혼을 제기할 경우 이혼이 성립되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참수형을 당한다(129). 간음의 경우 현장에 간음하여 잡혔을 경우 남편은 아내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129, 131). 간음을 의심받은 아내는 자신의 무죄함을 증명하기 위해 물로 뛰어들어야한다(132). 앞에 언급된 법전들과는 달리 여성이 이혼을 제기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나 전적으로 여성의 입장에서 있는 규정이라고는 보기는 어렵다.

 

5. 중기 앗시리아 법전(Middle Assyrian Laws: MAL)

 

이 법전은 티글랏빌레셋 가 약 200년 동안 국왕의 칙령들을 수집해 놓은 것으로서 토판 A에는 12조항에서 59조항에 이르는 여성관련 법규들을 구체적인 상황에서 세밀히 명시해두고 있다. 결혼(34), 일부다처제와 부인들간의 법적 차등(41a), 아내는 시민법과 형사법상의 남편의 행위와 의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나(30), 남편은 무관하며(50),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채권자에게 팔린 딸(39), 시형제 결혼(30, 33, 43)은 남편이 죽은 후에도 아내는 자유롭지 않았음은 물론인데 여자를 가산으로 보아 그 집안에 묶어놓고 있으며 이는 꼭 대를 이을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혼은 남편이 제기하든 아내가 제기하든 여자에게는 불리하게 적용된다(37, 38). 결혼 생활 중 남편의 부재와 이혼문제(36, 45), 강간과 간음(12, 55), 아내의 간음은 남편의 뜻에 따라 다양한 처벌이 적용되었고(14, 16), 간음을 의심받은 아내는 신에게 맹세시키거나 물에 의한 주술적인 재판의식을 행한다(17). 매춘행위의 경우 남편이 아내와 매춘 알선자를 처벌한다. 이상과 같이 앗시리아 법전은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서라기 보다는 사회질서 유지측면이며 이 질서 속에 여성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6. 힛타이트 법전(Hittitte Laws: C. Hitt)

 

헷족속의 법률들은 사본들을 통하여 보존되어 있는데 아마 기원전 13세기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며 수집은 대략 기원전 1500년으로 추측되는데, 대략 200개가 넘은 시민법과 형사법조항들 중에 여성관련법으로는 약혼과 결혼, 이혼(31/ 33, 27, 28a, 29, 30, 35, 37), 시형제결혼(193, 195), 강간(197), 간음(198), 근친상간(189, 190), 또한 동일한 남자가 여자의 자매와 어머니를 동시에 취하는 것은 여종일 경우 허락하고 자유민의 경우는 사형에 해당되지만 도시가 다른 곳에 살 경우 허락함으로 간접적으로 근친상간을 허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근동 법전의 여성관련 법규들을 결론적으로 종합해보자면 법전별로 차이는 있으나 법전들마다 전문(prologue)에서 신의 법적 의지와 신에 근거한 제정임을 밝히고 있지만 개별 규정에 있어서는 신적인 어떠한 신학적 사고를 찾아보기는 힘들었고 개별 규정은 철저히 시민법으로 처리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여성관련 법규들이라고는 하나 그 대상은 대부분 남성을 향해 말하고 있으며(“만약 한 남자가..”, “만약 한 영주가...”, “만약 한 남편이..”)여자를 주어로 언급하는 법규들(“만약 한 여자가”, “만약 아내가...”)도 여전히 남성을 법적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여성 자체라기보다는 일부다처 사회의 질서 유지와 이 때의 재산분배와 금전적으로 발생될 문제들이며 종교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

. 근동 법전과 구약 법전의 공통된 여성 관련 법규 비교

 

1. 결혼과 관련된 법규들

 

1) 매매에 의한 결혼(출애 21,7-11)

매매 결혼은 근동에 널리 퍼져있던 관행으로서 본인이나, 자신의 아들 또는 종과 결혼시키거나 혹은 타인에게 팔기 위해 소녀를 입양하는 셈족의 관습과 유사하다. 누지토판에도 아들과 결혼시키기 위해 여자를 입양하며 금전을 지불하는 예가 나오는데 구매자는 계약에 의해 여자를 처분할 권리가 있고 계약 이외에 구체적으로 구매자의 월권을 제한하는 법은 없다. 여자의 모든 권리는 개인적으로 작성된 계약의 규정에 의거하며 매매로 구입된 첩에게 아내로서의 사회적 위치나 인격적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은 없다.

반면 출애급기 217절에서 11절에는 누지 문헌과는 달리 매매된 여자에게 일정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여자는 더 이상 한 남편에서 다른 남편으로 이전되는 사적인 재산이 아니라 자유민의 아내이며 구매자의 아들과 결혼할 딸로서 대접을 받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이 규정의 의도는 매매된 여자를 보호하며 구매자의 월권을 통제하고 여자를 창녀로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여자는 단순히 여종, 즉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되면 적어도 어느 정도로나마 아내로서의 권리를 지니게 된다. 즉 여기서 여자를 소유물로 보는 원칙이 파기되었다. 따라서 출애급기 217절에서 11절의 매매에 의한 결혼 규정은 딸을 매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국가들의 관습과 매우 유사하나 그 시대에 만연했던 관습을 윤리적인 측면에서 개선한 것이다.

 

2) 전쟁포로와의 결혼(신명 21,10-14)

이러한 종류의 결혼에 관해서 바빌로니아에는 자료가 없으나 MAL 41, Hitt 28a, 35, 38조를 통해 볼 때 당시 포로가 된 여인과의 결혼 내지는 포로화하여 결혼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MAL 41조에 보면 Esirtu(첩으로서 포로 된 여인 혹은 소녀)는 그녀를 잡은 자와 결혼을 하고, 그녀는 아내(Assuta)의 위치를 얻게 된다. 남자는 Tappae , 전우들과 Sabe , 군인들 5내지 6명의 증인들 앞에서 그녀에게 베일을 씌우고 증인들 앞에서는 자신의 아내가 됐음을 선포한다. 여기서 TappaeSabe는 분명 군사적인 용어로서 군인들로 하여금 전쟁에서 여자 포로와 결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 여자는 거의 첩과 같은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낳은 아들은 상속받지 못하며 본부인(Assatu)이 아들이 없을 때에도 일부만을 상속받을 뿐이다.

반면 신명기 2110절에서 14절은 포로 여인을 소유할 수 있는 남성의 권리를 전제하고 있으나 MAL이나 Hitt과 비교할 때 좀더 발전된 성격을 반영하는데 즉, 포로 된 여자에게 있어서 이러한 결혼이 희생을 막아주며 합법적인 신분의 특권을 허락하며 남편이 여자를 창기나 노예화하는 것을 방지해주고 있다. 특히 이 여자와 결혼한 후에 기뻐하지 않아서 가도록 했다면 그 후 그녀를 돈주고 다시 살 수 없으며 그녀를 이용해서 어떠한 금전적 이익을 취해서도 안 된다. 그녀를 욕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 규정이 이 여인 편에 있는 규정임을 말해준다. 앗시리아 법전에도 이러한 의도가 암시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를 확실히 입증할 증거는 없다.

 

3) 시형제 결혼(신명 25,5-10)

시형제 결혼 제도 역시 Hitt 193, Mal 30, 33, 43조에도 명시되어 있는 바 이스라엘 고유의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근동에서는 단지 여성을 재산의 일부로 보아 가산을 외부로 내 보내지 않기 위한 제도인 반면 구약의 경우 이러한 가정에도 유사하나 이스라엘 공동체의 대를 잇게 한다는 공동체의식이 더 강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앗시리아의 경우 아들의 존재가 가정되어 지고 힛타이트의 경우에도 반드시 대를 잇는 것이 의도로 보여지지는 않는 반면 이스라엘에서는 무자한 과부의 경우, 즉 전적으로 아들이 없을 시 가능한 것으로서 유일한 관심사는 대를 끊지 않는 다는 것이다. 죽은 형제의 이름을 확보케 한다는 동기는 이스라엘이 계약 관계라는 공동체의 본질에서 기인하는 것으로서 국가 자체는 혈족(blood ties)으로 그 구성원들은 개인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집의 구성원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공동체적인 측면은 7절에서 11절의 죽은 형제의 아내와 결혼을 거부하는 시동생에 대한 소송 사건에서 더욱 드러난다. 즉 형제의 과부를 취하지 않겠다고 장로들 앞에서 선서한 시형제가 공적으로 비난받는 신 벗기는 의식을(Halizah) 의식이라고 한다. , Halizah 의식을 거친 시형제의 집이 신 벗기운 사람의 집이라고 일컬어진다는 사실은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모욕적인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자식이 없이 죽은 남자의 세습 혈통(hereditary lineage)이름을 확보케 하는 동기는 여자를 재산으로 취급한 것이라기보다는 공동체 유지에 더 관심을 가진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2. 이혼과 관련된 법규들

 

1) 아내의 처녀성 고발(신명 22,13-21)

이 소송은 남편이 결혼 후 아내와 동침하였으나 그를 미워하여 처녀성을 고발하는 사례인데 중요한 것은 온 공동체 전체가 그 판결에 참여하는 점이다. 남편이 아내가 결혼 전에 처녀가 아니었다고 고발하는 사례는 근동에는 없는 이혼 사유인데 그 해결 방식은 이스라엘의 악에 대한 책임이 개인적인 사안을 초월하여 전공동체의 책임임을 보여 주고 있다. 성문 곧 공동체가 목격하는 공개적인 자리를 처형 장소로 삼으며 처벌의 논리적인 근거는 아비의 집에서 창기의 행동을 한 것이며 이스라엘 영역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소송의 주된 초점은 이스라엘의 공동체 인식의 문제다.

 

2) 이혼 및 전처와의 재결합 문제(신명 24,1-4)

이 규정은 이혼한 여성과의 재결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를 허가하고 있는 CH 135, MAL 36조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의 경우 여성은 쉽게 남자들간에 옮겨지나, 신명기 규정은 야훼께서 역겨워 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야훼가 주신 땅에서의 윤리적 삶을 규정해주고 이로서 이스라엘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 성관계는 결코 개인의 사안인 사적인 차원이 아닌 땅에 대한 권리를 위협하는 일이다. 이로써 본문의 이혼 규정은 결혼의 신성함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근동과는 크게 구별된다.

 

 

3. 성 관계와 관련된 법규들

 

1) 강간과 관련된 법규

처녀를 강간했을 경우(출애 22,16-17; 신명 22,28-29)

처녀 강간의 경우 구약 법전과 근동 법전의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아버지의 딸에 대한 소유권과 처녀성이 금전적 가치로 지불되는 것이다. 그러나 MAL 55조의 경우 강간을 강간으로 갚는 보복법이 시행된다는데 차이점이 있다. , 처벌에 있어서는 처녀의 아버지는 딸을 강간한 간부가 결혼했을 경우 그의 아내를 취하여 강간자가 자신의 딸에게 행한 동일한 방식으로 능욕한다. , 강간당한 여자의 아버지는 간부의 아내를 강간하는 것을 합법화한다. 이러한 강간의 처벌 방식은 구약 법전에는 없는 것이다.

 

남의 약혼녀를 강간했을 경우(신명 22,23-27; CE 26, CH 130; Hitt 197)

약혼한 여자를 강간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규정이 CE26, CH30조에 있다. 이 규정 역시 구약 법전이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약 법전이 강간한 남자를 처벌하는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첫째, 처벌이 지역 법정에서 다루어진다. 둘째, 처벌이 공개적으로 시행된다. 이렇듯 강간을 공개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근동 법전과는 달리 성적인 범죄 행위를 사적인 영역으로만 보지 않는다. 성적 범죄자의 처리는 이스라엘 중에서 악을 제하는 것이라 하여 전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약혼한 여종을 강간했을 경우(레위 19,20-22)

이 규정은 약혼은 했으나 아직 여종의 신분인 여자를 강간했을 경우다. 주된 관심은 행음한 남자가 속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서 제사장이 속건제 수양으로 야훼께 용서를 구한다. 비록 간부는 여종의 애매한 위치로 인해 사형죄는 면한다 하더라도 하느님 앞에서는 여전히 큰 죄인이며 반드시 속죄가 요구된다. , 강간의 금지 요소로 신적인 요소를 부여하고 있다. 간부가 야훼께 속죄제를 지내는 것은 근동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으로서 성범죄를 종교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해결하고 있다.

 

2) 간음과 관련된 법규

기혼자와 간음의 경우(레위 20,10; 신명 22,22)

간음은 개인의 사적인 범행이지만 레위기 1820절의 본문은 이것과 종교적인 사고를 연결시키고 있다. , 성적인 문제를 정결(purity) 개념과 결부시키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와 힛타이트에서도 성적인 규제는 많이 언급하나 이를 이스라엘처럼 정결 개념과 결부시키지는 않는다. 신명기 2222절은 이스라엘 중에 악을 제하라고 하여 간음을 사적인 것이 아닌 공동체적 시안으로 다루고 있다. 사형에 해당하는 중요한 시안인 점에서는 유사하나(Hitt. 198, 197, CE 28, MAL 15, CH 129a) 구약은 땅을 더럽히지 말라는 개념과 맞물려 공동체의 정체성과 결부시키고 있는 점이 다르다.

아내의 간음여부를 밝혀내는 법규정(민수 5,11-36)

이 주술적인 심리의식은 CU11, CH131, 132, MAL17조에도 나와 있으나 그 해결 방식인 맹세와 물의 의식이 근동과는 달리 분리되어 있지 않고 결합된 재판 형식으로 좀더 정교하고 발전된 양상을 보인다. 재판 결과는 당장 사형에 처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여부에 달려있는데 한 가족의 일상이 공동체 관심과 통합되어있다. 따라서 아내의 간음에 대한 심리 의식은 이스라엘의 근동법전의 주술적 심리 의식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는 볼 수 없으나 그 주된 관심이 이스라엘의 공동체적인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3) 근친상간의 성적 금기 조항(레위 18,16-18; 20,10-21)

근친상간 즉, 해서는 안 되는 성 관계 역시 CHC.Hitt에서도 금하고 있으며 보통 대가족 내에서 함께 사는 무리들 내지는 이웃하여 사는 친척들의 집단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근동 법전의 경우 근친 상간 금지 의도가 사회적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 즉, 그들의 신분을 모르는 곳에서는 가능하다고 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법적으로 허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레위기 181절에서 5절에서는 야훼 자신을 소개하는 나는 너의 야훼다.”라는 언급이 계속 반복되어 나타나며, 하느님이 혐오스러워 하는 것, 가증한 것(레위 18,22.26-30)이 반복된다. 성적인 죄는 사람을 더럽게 하며(레위 18,20.23.24.30), 또한 땅을 더럽히며(레위 18,25.27.28). 백성 중에서 끊쳐지는 형벌로서 금지된다. 이스라엘에게 있어 비합법적 성행위는 윤리적 도덕적인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쟁점으로 본다. 가족은 물론 이스라엘 민족의 성스러움을 더럽히는 것 즉,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다.

 

4. 여성의 몸과 관련된 법규들

 

1) 출산으로 인한 부정(레위 12,1-8)

고대인들이 임산부들은 부정하며 다른 사람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근원이 되는 것으로 간주했음은 임산부들을 일정 기간 격리시키는 관습을 통해 알수 있다. 구약의 출산 정결법과 사한 것은 헷 족속의 탄생 제의 의식으로 임신한 여인은 임신 기간 중 2개월 동안 격리되고 나서 출산 후 7일 째 되는 날 희생 제사를 드림으로써 산모는 정결해진다.

제사 법전이 출산을 부정과 연결시키는 점은 헷 족속의 문화와 유사하나 관심은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 구약 법전에는 오직 아이를 낳은 여인만 부정하고 아이의 부정은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반해 힛타이트를 포함한 다른 문화권에서는 산모와 마찬가지로 새로 출생한 아이까지도 부정(, 잠재적 위험)하다. 또한 구약 법전에서 산모가 출산 이후만을 부정하다고 언급하나 힛타이트 정결법은 출산 이전도 부정하다고 언급한다. 힛타이트의 정결 방식은 주문을 외고 흔드는 전형적인 마술적 의식으로서 이는 이스라엘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형적인 헷 족속의 마술적인 의식이다.

 

2) 월경과 하혈로 인한 부정(레위 15,19-30)

출산과 함께 여성의 유출이 부정하다는 태도는 본래 고대 문화에서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월경은 두려움과 경외, 격리와 존경의 대상으로서 월경하는 여성들은 격리되었지만 또한 존경받았다. 매달 신비하게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출혈은 달의 주기와 대응하여 여성의 신체가 초자연적인 세력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여겨지게 했고, 이에 대한 원시 문화의 반응은 경외보다는 남성의 피학적 두려움을 반영했는데 여성의 월경을 부러워하는 남성들은 할례의식을 통하여 매달의 여성의 피흘림을 흉내내었다. 월경하는 여인을 격리시키는 원인으로는 남성보호가 압도적이었고 원시 남성들의 반응은 월경을 통제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났다. 즉 본래 월경은 생명의 씨로서 위험스러울 정도로 거룩한 본질로 생각해서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 후에 모권이 문화적으로 권위를 잃게 되고, 억압을 받게 되자 월경의 가치가 신성한 것에서 부정한 것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 출산과 월경과 결부된 여성의 자궁의 신성이 비신성화되는 과정을 겪게 된 것이다. 여성의 출산과 월경이 비하된 가장 큰 원인은 가나안의 바알 종교가 성의 신비와 출산의 능력 자체를 신격화하고 중요시했기에 야훼 종교는 이를 위험하고 부정한 것으로 격하시켰던 것 같다. 근동 법전은 여성과 관련된 성적인 규정들이 많으니 이를 정결(Purity)의 개념과 연결시키지는 않고 있다.

 

 

. 결론

 

이상과 같이 구약 법전과 근동 법전의 여성 관련 규정들을 비교해 본 결과 여성 자체는 그 법규정의 의도가 되지 못하며 비록 여성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더라도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주변으로 밀려나 있음은 동일하다. 그러나 두드러진 차이점은 근동법전이 개별규정에 종교적인 조처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반면 구약 법전은 그 처벌 규정이 야훼와의 독특한 관련성 속에서 이스라엘의 신학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주로 계약 백성으로서의 종교 공동체적인 측면과 결부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 이스라엘이라는 특수한 종교사회 정체성은 여성 관련 법규에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구약 법전이 규정하고 있는 여성은 개인이라기보다는 혈족이나 결혼에 의한 확대된 가족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해되어지고 있다. 여성의 의지와 필요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경제적인 상호 의존 속에서 공동체의 의지와 필요 속에 흡수되어진다. 여성의 도덕적인 의무감 역시 가족 구성원의 관계성 속에서 결정되며 가족을 넘어 전 국가에 영향을 주며 윤리적 행위의 목적은 개인이 아닌 가족에서부터 확대되는 공동체의 질서를 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을 통해 구약의 여성 관련 법규정은 근동과의 문화적 환경에서 개별조항들이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에도 역시 철저히 이스라엘의 신학적 정신이 침투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론은 구약의 여성관련 법규들이 철저히 억압적이고 비하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하게 해 준다. 구약 율법 속에서의 여성에 대한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는 근동 법전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올바르게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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