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묵상에서 빠지지 않는 상념 하나가 예수의 겸손이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었다는 것부터가 놀라운 일인데
그 중에도 16세의 시골 처녀의 태 안에 열달을 계시면서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 자연의 순리에 순명하시고
가장 낮고 천한 자리로 오셨다는 것.
그 어린 소녀가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고
그 어린 소녀가 입혀주지 않거나 보호해주지 않으면
존재의 생존 자체가 위험할 수 있는 무방비 상태로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냄새나고 아무도 거처하려하지 않는 곳에서
아무런 불평도 거부감도 반발도 없이 오셨다는 것.
가장 높으신 분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평범하지도 않고 비천하게,
내세우지도 떠들썩하지도 않게 드러내지 않고 오셨다.
예수의 탄생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그 시대 가장 천한 직업의 목동들.
이 모든 것을 감수하시고 받아들이신
예수의 겸손은 가히 하느님의 아들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