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다시 읽기

트래쉬

깜장보석 2015. 7. 12. 23:59

****보석의 영화평

 

스티븐 달드리.

그가 감독한 영화를 다 봤다.

스팩트럼이 이렇게 다양한 감독도 드물고

또 자주 작품을 만드는 감독도 아니지만 올리는 족족 거의 다 수작인 감독도 드물다. 

 

첫 영화 빌리 엘리어트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영국 감독.

쓰레기라는 뜻의 트래쉬도 쓰레기를 주워 연명하는 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라지만

이런 주제로 과감하게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것은 영국 감독이기 때문일까?

그것도 어설픈 아이들 셋이 공룡과 같은 권력과 맞서는 것은

거의 환타지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목숨을 건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 때문에.

그리고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통쾌한 승리.

 

 

쓰레기장 언덕에서 돈을 뿌리는 장면은

예상했지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썩은 자본과 권력, 그리고 그것을 비호하는 경찰.

그리고 그들에게 늘 맞고 뺏기고 무시 당하는 빈민가 사람들.

그닥 낯선 등장인물들은 아니다. 

 

만약 영민한 인텔리 계층이나 지식인이 주인공으로 나와

면밀한 통찰과 가공할 만한 반격으로

영웅적인 모험심을 보여줬다면 그만한 감동이 있었을까?

사건을 끌어나가면서 뭔가 흘리고 노출하고 빈틈을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들의 편에서 노심초사하게 되는 아이러니.

 

 

 

 

 

쓰레기장 주변의 마을이 불탈 때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라고 중얼거리던 아이들.

그들은 자신들이 벌이는 일이 그렇게까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정의라고 생각했던 일을 했을 따름.

결국 그들은 잠자는 대중을 깨워 움직이게 하고

부패 경찰과 정치와 결탁한 자본가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권력을 흔들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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