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시를 봤다.
뤽베송 때문도, 스칼렛 요한슨 때문도 아니고
단지 우리나라 배우 최민식이 헐리웃에서
그것도 단역이 아니라 꽤 비중있는 역을 맡았다는 것 때문에.
뤽베송감독이 최민식이 아니면 안된다고 했다니까 더욱.
결과만 이야기하면 실망이었다.
그렇게 최민식을 원했다면 감독은
그가 잘 놀 수 있도록 판을 열어줬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정도 연륜의 배우라면 헐리웃이든 어디든 가서 기죽지 말고
기량을 발휘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
그가 여태 박찬욱감독이나 김지운감독과 했던 작품에서
보여줬던 악역을 답습했다는 느낌.
그것도 아주 서툴게 답습했다는 느낌.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들과 과장된 제스츄어.
한국사람들도 한국말로 그의 대사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없었는지
심지어 대사를 씹어대기도 했는데
다른 사운드에 묻혀 넘어갔던 부분까지 있었다.
아무리 감독이 한국말을 몰랐다고 해도
그런건 연기자 스스로가 다시 하기를 요청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최민식의 이미지가 대부분 거품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작품의 내용을 보면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착상은 좋았으나 그것을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지 못하고
안일하게 처리한 전개가 가장 안타까웠다.
영화니까 말이 안되는 상상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매력적이지 않은 장황한 혹은 불쾌하기까지 한 결말은 맘에 안들었다.
내가 알던 뤽베송의 작품은 이렇게 힘빠지는 마무리가 아니었는데.
무튼 기대가 커서였는지 많이 실망스러웠다.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받고 내용에 빠져들거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연기자가 공감 못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체화해서 보여줄 수 있었을까?
최민식의 연기도 그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