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연인 대본 - 1회
1부
S#1. 몽타주. (수채화풍의 그림엽서 버전)
* 겹겹이 펼쳐진 유럽풍의 오렌지색 지붕들.
* 트램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
* 티셔츠와 크리스탈을 파는 예쁜 기념품 가게들
* 구시가지 광장의 시계탑과 관광객들.
* 볼타바 강과 유람선과 카렐교의 아름다운 풍경.
* 카렐교의 아기자기한 노점상들.
* 무수한 소원 쪽지 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소원의 벽...
* 볼타바 강과 면해 있는 미니 축구장 보이고....
S#2. 미니 축구장. 낮.
몽타주의 마지막 그림 현실 속 화면으로 바뀌면....
땅을 향해 둥글게 모여 있는 꼬맹이들의 얼굴. 그 중에 재희 얼굴 보인다.
모두 붉은 악마 티셔츠에 붉은 악마 두건을 쓰고 있다.
재희 : 오늘 작전은! 왼 쪽으로 가는 척 하다 오른 쪽으로 가기. 오른 쪽 보고 왼쪽 차기,
슛팅 할 것처럼 인상 쓰다 패스하기, (하는데)
아이1 : (손으로 재희 입 막더니. 유창한 체코어) 규원인 발이 빠르고 윤기는 공간장악
능력이 있으니까 무조건 공격. 석재와 영하는 크로스가 정확하니까 양 윙을 맡고
나머진 전원 수비. 선생님은 치어리더. O.K? (하고 재희 입에서 손때면)
재희 : 뭐? 치어리더?
아이2 : 자, 파이팅 하자!
짝짝짝짝짝!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대한민국! 하고 구호 외치면
유키, 푹- 파진 차림으로 팔짱끼고 서서 흥- 콧방귀 뀌는... 그때, 삑--
경기 시작하고 경기장을 뛰어 다니는 양 팀 선수들...
관중석에선 “오- 필승 코리아! (중략) 오, 오레, 오레.” 한국 교민들 응원 한창이고....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작전지시하는 재희고. 그러다 유키와 딱 마주치고 흥- 서로 빗겨가고...
슛- 쏘는 한국 팀이고... 골인 이고. 양팔 번쩍 들며 환호하는 재희고....
점수판 0:0에서 1:0으로 확 바뀌고....
S#3. 한국. 교외의 허름한 창고 앞. 낮.
창고 앞에 트럭 한 대 서 있고. 조폭들, 쌓여 있는 중고 텔레비전을 트럭에 싣고 있다.
그때, 차 한대 총알처럼 달려와 트럭 옆에 끽- 급정거 한다
양쪽 문 동시에 열리고 야구 배트 들고 차에서 내리는 상현과 달호.
두목 : 뭐하시는 피플들인데 이렇게 겁대가릴 분실하셨나.
상현 : 에이, 선수끼리 왜 이래. 촌시럽게. 나타나는 순간 눈치 깠어야지.
(하더니 운전석에서 경광등 꺼내 차 위에 턱 붙이고 씩 웃고)
짧고 굵게 가자. 니들 술 배달한다며. 술 어딨냐.
조폭들 : (뜨끔 하는. 긴장하며 싸울 자세로 붙어서면)
달호 : (배트 잡은 손 힘주며) 다 알고 왔응께 언능 내 놔. 괜히 설래바리 쳐봐야 형만 능께.
두목 : 술? 술은 술집에 있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술은 웨이터에게. 기본 아냐?
상현 : 말장난 할 시간 없거든? 니들이 배달하는 술! 밀가루처럼 생겼는데 부침개 못
부쳐 먹는 거!! 그거 어딨냐고.
두목 : (동요하는 빛 역역하고) 우린 그 딴 거 취급 안 해.
상현 : 그럼. 그럼. 그렇게 나와야지. 혹시나 니들이 반성하고 뉘우쳐서 여깄습니다 갖다
바치면 정상 참작이 되거든. 근데 내가 죽어도 그 꼴은 못 보겠거덩. 그러니까 니들,
절대 불지 마라. 불면 아주 죽는다!!
하더니 창고 앞에 쌓여 있던 중고 텔레비전 중 하나를 박살내는 상현.
퍽- 하고 나가는 브라운관. 브라운관 안에서 푹- 쏟아지는 하얀 가루들.
상현 : (씩 웃고) 취급을 안 하셔. 그럼 이건 테레비 사면 주는 사은품이냐, 이 개자식들아?
하고 하나 더 박살내려는데, 각목 집어 들고 앞 가로막는 조폭들
창고 안과 트럭에 타고 있던 조폭들 대 여섯 같이 합류하자,
달호 : (권총 확 뽑아 들고) 딱 서라이! 움직이는 새끼부터 확 당겨블랑께.
두목 : 아따, 형사님들 겁나 용감하네. 술파는 거 알면서 둘이 왔네. 딱 둘이.
총알 든 건 확실 해? 확실해도 그렇지. 여기 사람이 몇이야. 안 그래? (하고 다가오면)
상현 : 미쳤냐, 이 새끼야? 내가 여길 둘이 오게?
두목 : 뭐?
상현 : 형사 생활 6년 만에 나도 헬기 함 띄웠거든. 폼 나게. 볼래?
하는데, 두두두두- 헬기 소리 들리고... 창고 지붕위로 날아오는 헬기.
상현 : (씩 웃으며) 죽이지 않냐?
조폭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다 ‘이런 씨!’하며 이판사판 상현과 달호에게 달려드는데,
상현, 두목 향해 멋지게 뒤돌려 차기 하는 장면에서 스톱!!
그 장면위에 와- 환호성 겹치고....
S#4. 미니 축구장. 낮.
철렁! 그물망에 꽂히는 축구공. 환호하는 한국팀. 점수판 1:2, 2:2 팔락 넘어가고...
재희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데, 삑- 경기 끝난다.
운동장에 주저앉는 아이들....
유키도 재희도 안타까운 표정이고... 시선 마주치고... 마주 걸어오는 두 사람.
재희 : (일어) 무승부라 아쉽네요. 이기면 밥 사려고 했는데.
유키 : (일어) 꿈이 크네요? 나한테 평생 밥 살 일 없을 거 같은데.
재희 : (한국어) 얘가 또 맘 잡고 사는 사람 욱 하게 만드네. (일어) 저기요, 제가 밥
사느라 깬 적금 통장이 은행별로 세 개씩 있는 사람이거든요?
유키 : 잘 깼네요. 한국 은행금리 바닥이잖아요? (하더니 가버리는)
재희 : (황당하고) 너 참 많이 맞고 컸겠다. 저, 저, 뒤통수 납작한 거 봐라. 아예 없네, 없어.
S#5. 프라하. 한국 대사관 외경. 다른 날 아침.
유럽풍 건물에 태극기와 EU 국기 달려 있다.
차 한대 정문으로 들어간다. 말끔한 정창차림의 재희다.
수위 경례하면 쿠키 봉지 휙- 던지고 들어가는 재희고... 수위 따뜻하게 웃는....
S#6. 프라하. 대사관 사무실. 낮.
책상에 앉아 모니터 화면 보는 재희.
모니터 앞에 턱 놓이는 서류. 고개 들면 윤규고.
윤규 : 기특한 짓 했더라?
재희 : 자주 하는 편이지. 근데, 그 중에 뭐?
윤규 : 교민자녀 친선 축구대회. 한글학교 꼬맹이들 일본하고 비겼다며. 삼년 내리 졌었는데.
재희 : 이겼으면 더 좋았지. 안 그래도 너한테 부탁하려던 참인데. 나 귀국 하면 니가 애들 좀
맡아 주라. 낼 모레가 마지막 수업이거든.
윤규 : 그래, 알았다. 공관 근무 마치는 소감이 어때?
재희 : 글쎄. 뭐랄까. 치아교정기 뺀 기분?
윤규 : 그게 어떤 기분인데?
재희 : 말하자면 시원 섭섭인데, 끼고 있을 땐 불편해도 빼고 나면 치아가 반듯하잖아.
외무관 윤재희도 좀 반듯해진 느낌이랄까. 뭐, 그런.
윤규 : (피식 웃는) 그 교정기 어디 파냐. 나도 해야겠다.
재희 : (같이 웃는데, 전화벨. 체코어) 대한민국 대사관 윤재희입니다. (사이) 충성!
카메라 책상에 놓인 가족사진(대통령, 영부인, 재희, 건희 찍힌) 비추는데....
재희 E: 저야 너무 건강해서 탈이죠. 아빤요? 많이 바쁘시죠.
S#7. 한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오후
수화기를 든 한 남자, 정한이다.
정한 : 바쁘지 그럼. 나한테 딸린 식구가 몇인데. 우리 장남은 별 일 없고?
재희 F: 누가 들음 숨겨 논 아들 있는 줄 알겠네.
정한 : 아침에 행낭으로 비행기표 보냈다. 언제 올테냐.
재희 F: 인수인계 거의 끝났어요. 쌩- 하니 날아갈게요.
정한 : 얼른 와. 보고 싶어 죽겠어.
카메라 빠지면 정한의 어깨너머로 무궁화와 봉황 그려진 벽보 보인다.
정한, 자기 손목시계 가리키며 책상 앞에 서 있는 비서실장보면
재희 F: 저두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비서실장 : (손가락 2개 펴 보이고. 입 모양으로) 2분.
정한 : 그만 끊자. 상 주러 가라고 비서실장이 난리다.
재희 F: 아, 대통령 표창. 이번엔 누가 받아요?
S#8. 청와대 춘추관 안. 오후.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정복차림의 경찰들과 판검사들 정렬해 있고, 대통령인 정한이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이마에 반창고 붙이고 쥐어 터진 얼굴로 서 있는 상현. 그 옆에 말끔한 외모의 영우 서 있다.
드디어 상현 차례 오고 정한, 상현에게 표창장 수여하면, 절도 있게 경례하는 상현.
상현의 손과 팔목에 하얀 붕대 감겨 있고.
정한 : (상현 상처 보며) 얼굴이 이래서 어디 연애나 하겠나.
상현 : (바짝 쫄아서) 문제없습니다. 제 애인은 대한민국입니다.
정한 : 그럼 쓰나. 연앤 여자랑 해야지. (하고 옆으로 가는)
다음 수상자 영우다. 정한을 보는 영우의 눈빛 남다른데....
표창을 받고 정한과 악수를 하는 영우.
정한 : 이력이 특이 하더군. 사법고시를 패스해서 외교통상부에 근무한다고?
영우 : 사랑하는 사람이 외교관입니다. 그래서 지원했습니다.
정한 : 절절한 순애보군. (상현에게) 연앤 이렇게 하는 걸세. (다음 수상자에게 가는)
영우와 상현 눈 마주치고... 묘한 이끌림으로 서로의 얼굴 빤히 보는데....
뻥-! 샴페인 터지는 소리 겹치고....
S#9 경찰서 안. 밤.
응접테이블에 치킨, 피자, 돼지머리 등등 음식과 술병 잔뜩 보인다.
동료 형사들 지켜보고.. 달호 샴페인 뿌리고.. 상현 표창장 품은 채 도망 다니고..
상현 : 고만 좀 뿌려. 이러다 표창장 다 젖겠네.
달호 : (샴페인 마구 뿌리며) 아이고 드러버라. 왕년에 누구 표창장 안 받아 본 놈 있나.
상현 : (표창장 꼭 안으며) 내 알기로 있거든? 우리 반에 딱 한 명?
달호 : (뜨끔) 여 경찰서 맞나. 우째 이래 기밀유지가 안되나 말이다. (표창장 확 뺏으며)
니 대리만족 이라고 알재. 내 구경 쪼매 하께. (표창장 보는) 아따, 훌륭하네.
여, 여, 봉황 봐라. 아주 날것네. 날것어.
동료1 : (달호 보고 웃으며) 전화부터 넣지. 혜주씨 좋아할텐데.
반장 : 그래. 전화 때리고 나가자.
상현 : 네. (웃으며 버튼 꾹꾹. 상대가 받으면) 신고합니다. 경사 최상현은 05년 0월 0일 그
이름도 자랑스런 대통령 표창을 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사이) 여보세요?
여보세요. 강혜주. 듣고 있냐?
S#10. 프라하 노천 까페. 낮.
유럽풍의 예쁜 노천 까페에 앉아 있는 한 여자, 혜주다.
혜주 : (표정 없이) 축하해....
상현 F: 고맙다. 근데 그거 아냐? 니가 이 세상에서 ‘축하해’란 말을 가장 예쁘게 하는 여잔거?
혜주 : .....
소리 : (우- 동료들 난리가 났고...)
상현 F: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 오늘 왜 이러냐. 혜주야. 내 말 들려?
혜주 : (억지로 숨 고르며) 오빠. 나,
상현 F: 이제 들리네. 꼬맹아, 삼주 후면 너 정말 오냐? 보고 싶어 죽겠다 진짜.
혜주 : (눈에서 눈물 툭 떨어지는. 입술 꼭 깨무는) 안 가. 나 안 가, 오빠.
S#11. 경찰서 안. 밤.
상현 딱딱하게 굳은 얼굴. 동료들 분위기 모르고 뒤에서 좋다고 떠드는...
혜주 F: 나 안 돌아가.
상현 : (돌아 서며) 뭐랬냐, 지금?
혜주 F: 한국에도... 오빠에게도.... 안 돌아간다고. 그러니까, 기다리지 말라고.
상현 : (믿어지지 않는. 수화기만 힘주어 잡는) 혜주야.
혜주 F: 찾지 말아 주라. 그냥 잊어 줘. 죽었다 생각해 주면 더 고맙고.
건강해. (하더니 푹- 끊기는)
상현, 믿기기 않는 얼굴로 잠시 서 있다 전화번호 다시 누른다.
하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체코어 흘러나오고.....
달호 : 와. 혜주씨한테 무신일 있나.
하얗게 질려 대꾸 없이 다시 전화번호 누르는 상현. 역시 체코어 멘트 흘러나오고...
동료 형사들 그런 상현 지켜보는데...
S#12. 프라하. 노천 까페. 낮.
핸드폰 가슴에 끌어안고 아프게 아프게 울고 있는 혜주고....
S#13. 서울. 경찰서 안. 밤.
책상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는 표창장. 그 옆에 상현과 혜주의 사진이 든 액자 보인다.
상현, 두 손에 얼굴 파묻은 채 미동도 없이 책상에 앉아 있다.
동료 형사들 보이지 않고 달호만 남아 상현의 힘든 뒷모습 지켜보다가
수화기 들고 재다이얼 꾹 누른다. 체코어 멘트 나오자 와락 수화기 놓으며
달호 : 분명 딴 놈이 생긴기라. (울컥해서) 진짜 그라모 가는 인간 아이다. 니가 지한테,
상현 : 형!!
달호 : 내 머라 카드노. 야근에, 특근에, 공휴일까지 반납해가, 미쳤다고 유학빌 대나 대길.
니 등꼴 빼서 냉큼 비행기 탄 거 보마, 그 가시나 그거 보통 내긴 아니라 캤제.
상현 : 형!!!
달호 뭐라 더 하려다 겉옷 챙겨 들고 그냥 확 나가버린다.
상현, 얼굴 쓸어내리다 고개 돌려 어딘가 보면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혜주 보이고...
(한 장은 둘이 함께. 한 장은 혜주 혼자 프라하의 크리스탈 가게에서 백조 들고 찍은.)
상현, 손 뻗어 액자 집어 들어 얼굴 가까이 가져와 보는데....
INSERT(회상) - 인천 공항. 게이트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드는 혜주고...
다시 현재. 사진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상현이고...
그런 상현의 얼굴위로 “딩동!” 초인종 소리 겹친다.
S#14. 프라하. 재희의 집. 밤.
벌컥 열리는 문. 문 앞에 사진 속 여자 서있다. 혜주다.
혜주 : 혹시...
재희 : (너무 반가워하며) 네. 한국사람 맞아요.
혜주 : 집 내 놓으셨냐고 물으려던 거였는데....
재희 : (무안) 아... 그것도 맞아요. (문에서 비켜서며) 들어오세요.
S#15. 비행기 안. 다음 날 낮.
승객들 모습 쭈욱- 훑는 카메라. 그 중 얼굴에 신문 덮고 잠들어 있는 어떤 남자.
신문 스르륵 미끄러지면, 남자의 얼굴 보인다. 이마에 대일밴드 붙이고 있는 상현이다.
상현, 부스스 눈뜨고 창문 덮개 열면, 환한 빛 쏟아지고... 창 밖 내다보는데...
S#16. 고성 전경. 밤.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고성의 모습 보인다.
S#17. 고성 안. 밤.
잔잔한 음악 들려오고 파티복 차림의 외교관들 와인글라스 들고 오가는 모습 보인다.
푹 파인 드레스 차림의 유키, 담소 나누다 어딘가 보면,
파티장 한쪽, 아름다운 드레스 차림으로 앉아 있는 재희. 플래시 쉴 새 없이 터지고...
기자1 : (체코어) 임기가 끝나 조만간 프라하를 떠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외교관이자
대한민국 대통령의 딸로서 앞으로 한국과 체코의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재희 : (체코어)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론 싸우고, 때론 상처
받겠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만 잃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커플이 되리라 봅니다.
기자2 : (체코어) 프라하가 어떤 도시로 기억 될지 궁금합니다.
재희 : (체코어) 가끔 소원의 벽에 갑니다. 그 곳엔 제 소원도 있습니다. 그 소원이 이루어
진다면 그건 제게 마법입니다. 프라하는 제게 마법 같은 도십니다.
기자3 : (체코어) 며칠 후면 체코 주재 각국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축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혹시 참가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재희 : (체코어) 멋진 남자가 많이 참가하나요?
일동 : (웃음)
기자4 : (체코어) 남자 친구가 없으시단 얘긴데, 혹시 체코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 받으신 적은
없으셨나요?
재희 : (체코어) 두 번 있었는데 제가 대통령의 딸이란 걸 알고 난 후에는 전화번호를
바꾸더군요. 데이트에 늦으면 특수부대 뜨는 거 아니냐며.
다시 일동 웃음.
유키, 기분 나쁜 표정으로 인터뷰 지켜보고...
(시간경과)
재희, 기자1과 얘기 나누며 걸어오는데, 앞을 막아서는 누군가, 유키다.
유키 : (일어) 마법 같은 도시라... 너무 속 보이는 멘트 아닌가?
재희 : (유키 푹 파진 가슴에 눈길 주며. 일어) 속은 그쪽이 더 보이거든요?
유키 : (팔짱끼는 척 가슴 더 모으며. 일어) 늘 궁금했는데요. 외무고신 봤어요?
재희 : (유키처럼 팔 모아보는. 그러나 별 볼 일 없는. 일어) 안 보고 외교관 되는 길 있음
알려 줄래요?
유키 : (일어) 아니 난 한국에선 빽이면 다 된다 길래. 대통령 딸은 시험 안 봐도 외교관
하는 줄 알았죠. 일본에선 모든 게 철저 하거든요.
재희 : (화난. 꾹 참고. 일어) 시비 걸지 말죠. 유키씨 나 못 이겨요. 나 다른 싸움은 다
못하는데, 나라 이름 걸린 싸움은 한 번도 져본 적 없거든요!
유키 : (일어) 그래요? 아~ 질 때마다 특수부대 띄웠나 보죠?
재희 : (일어) 참 유치한 사람이네. 나한테 자격지심 있어요? 그럼 시비 말고
실력으로 나 이겨요. 난 뭐든 자신 있으니까.
유키 : (벌레 씹은 얼굴. 재희 빤히 보다. 일어) 뭐든 자신 있다... 그럼 마라톤 어때요?
재희 : (허걱!)
유키 : (일어) 왜, 자신 없어요? 뛰는 건 빽으로 안 되니까?
재희 : 미치겠네 정말. 그러나, (일어) 당연히 빽(back)으론 안 되죠. 마라톤은 앞으로
뛰어야 결승선이 나오거든요.
유키 : (피식. 일어) 쓰러져도 내 책임 아닌 거죠?
재희 : (일어) 아뇨. 책임져요.
유키 : (일어) 뭐요?
재희 : (일어) 당신 말에 책임지라고! 내가 이기면 사과해요. 나한테도 우리나라에도.
유키 : (일어) 좋아요. 단, 내가 이기면 한국은 다 그런 거예요. 당신이 한국 대표니까.
재희 : (일어) 그러죠.
유키 : (일어) 파트너 동반인건 알죠?
재희 : 뭐?
S#18. 어느 호텔 앞. 밤.
고풍스런 호텔 전경. 1층은 까페다.
메모지 든 채 황당한 얼굴로 호텔을 바라보고 서 있는 상현.
S#19. 호텔 1층 까페 안. 밤.
서빙하고 있는 직원의 어깨너머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현 보인다.
직원 돌아보면 상현 직원에게 다가와서
상현 : 아, 저기, 익스큐즈미. (주소 적힌 메모지 보이며.) 디스 어드레스가
(까페 바닥 가리키며) 디스 까페랑 쎄임? (메모지 더 디밀며) 어드레스 쎄임?
직원 : (메모지 보고) 예스.
상현 : 예스? 그럼 저기, (영어) 두유 노우 혜주 강? 쉬 이즈 코리언. 쉬 이즈 어
스튜던트 엣 카렐 유니버시티. (피아노 치는 시늉) 플레잉 피아노. 유 노?
S#20. 까페 밖. 밤.
텅 빈 눈으로 서 있는 상현. 상현의 얼굴위로 겹쳐지는 직원의 목소리.
“아이 엠 쏘리. 아이 돈 노 허.”
붕대 감긴 손안에서 와락 구겨지는 메모지...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는 상현이고...
한참을 앉아 있다 메모지 다시 펴보는... 체코 주소 위에 ‘혜주 아파트’라는 글씨 보이고...
이해 할 수 없는 눈으로 다시 까페 보는....
바로 그때, 근사한 차 멎고 기자1 문 열어주면 통화 중인 채 내리는 재희.
재희 : 젊고, 다리 길고, 힘 좋고, 근육질에다 얼굴까지 잘생겼음 더 바랄 게 없지.
한국말 들리자 상현, 고개 번쩍 드는데, 기자1 팔짱 끼라는 듯 팔 들어 보이자, 환하게 웃으며
기자1의 팔짱을 끼고 까페로 들어가는 재희 보이고....
윤규 F : 어째, 마라톤 파트너를 빙자한 신랑감 구하기 같다?
재희 : 시끄럽고, 대형 사고니까 유학생이든 상사 주재원이든 빨랑 알아봐. 알았지.
상현, 그런 재희 눈으로 쫓는데 창가 좌석에 앉는 재희 보이고....
S#21. 까페 안. 밤.
쨍- 부딪히는 와인 잔. 와인 잔 너머 창밖에 있는 상현의 실루엣 보이고...
와인을 마시다 무심히 창밖을 보던 재희, 자신을 보고 있는 상현의 시선과 부딪히고...
재희, 너무나 쓸쓸한 그 눈빛에 어쩐지 쉽사리 눈을 돌리지 못하는데,
기자 E : (체코어) 자,
재희 : (고개 돌려 보면)
기자 : (손에 돈 들려 있고. 체코어) 니 덕분에 딴 돈이야. 딴 거 반 나눈 거고.
재희 : (체코어) 나 때문에 돈을 따?
기자 : 니가 마라톤 한다에 걸었거든. 행운의 돈이니까 운동화 사 신으라고.
S#22. 까페 밖. 밤.
재희, 신난 표정으로 돈 받더니 바로 세어보는... 쪽- 돈에 키스하는...
그런 재희를 물끄러미 보는 상현이고...
재희를 창녀로 오해한 상현은 재희에게서 시선 거두고 뒷주머니에서 지갑 꺼낸다.
지갑에서 또 다른 메모지 꺼내 보는 상현. 체코 주소 위에 ‘혜주 학교’라고 써 있다.
메모지 두 장을 겹쳐 지갑에 대충 밀어 넣고 자리 털고 일어선다.
상현, 재희가 앉은 창 앞 지나가고... 재희 고개 돌려 멀어지는 상현 보는데....
S#23. 까페 근처. 밤.
상현 힘없이 걷는데, 금발의 체코 여자와 툭 부딪힌다.
상현: 미안 합, 아니, 익스큐스!!!
하다말고 얼굴 굳더니 저만치 가는 여자 돌려 세우면, 툭, 떨어지는 상현의 지갑.
사색이 된 여자, 도망치려 하자 상현, 여자의 손목 잡고 지갑 집어 드는 순간,
여자 : (체코어) 도와줘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동양인 남자가 날 창녀 취급해요.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여자. 상현 당황하는데, 사람들 몰려든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인지 여자 잡아끌고 어딘가로 가는 상현.
S#24. 까페 앞. 밤.
좀 전의 까페 앞으로 여자를 끌고 오는 상현. 그러더니 유리창을 쾅쾅 친다.
재희가 앉아 있는 자리다. 놀란 재희 고개 돌려 상현 보면 나오라고 손짓.
재희, 영문을 몰라 그대로 앉아 있는데 다시 쾅!쾅! 나오라는 손짓!
까페를 나오는 재희. 손에 현금 그대로 들려 있고. 그런 재희에게 대뜸
상현 : 여기 말 할 줄 알면 내 말 그대로 얘한테 통역해.
여자 : (손 빼려고 애쓴다)
재희 : (여자와 상현 빤히 보다) 통역해, 는 반말이거든요?
상현 : (O.L) 너 소매치기지.
재희 : (허걱) 네에? 저 소매치기 아니거든요?
상현 : 통역 하라고. 통역!
재희 : 네? (!!! 아... 통역. 체코어) 혹시 소매치기 세요?
여자 : (체코어) 뭐? 소매치기? 이봐! 이 노란 남자가 길가는 날 잡고 자기 지갑 쥐어 주며
흥정을 했어. 이 남자가 날 창녀 취급 했다고. 봐,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게 누군지!
상현 : 얘 뭐라고 떠들어.
재희 : (들고 있던 돈 다른 손으로 옮겨 쥐며) 그쪽이 지갑 주며 흥정했다고.
(지갑 낚아채며) 이 지갑이에요? (돈 입에 물고 지갑 살피는)
상현 : (기막히고. 여자한테) 야, 너 간 크다? 말 안 통한다고 사람을 양아치로 모냐?
(재희 아무 말 없자) 통역 안 해?
재희 : (입에 문 돈 빼들고 건성으로. 체코어) “당신! 간이 크시군요. 말 안 통한다고 사람을
‘양아치’로 모십니까?” (하다 혜주 주소 적힌 쪽지 발견하고....)
여자 : (체코어) 넌 빠져. 경찰 부를 거야, 경찰!
재희 : (좀 전과는 다른 진지한 얼굴. 체코어) 빠질 수 없겠네요. 제겐 자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거든요. 대한민국 대사관 윤재희 외무관입니다.
여자 : !!!!
재희 : (체코어) 실수 하셨네요. 누군가를 찾고 있는 사람이 그 주소가 든 지갑을 통째로,
창녀에게 주진 않거든요.
여자 : (똥 밟았다는 표정. 얼굴 벌게지고)
재희 : (체코어) 사과하면 보내 주라고 할게요.
여자 : (잠깐 망설이다. 체코어) 미안해요.
상현 : 뭐라는 거야. 거, 둘만 얘기 하지 말고 쫌.
재희 : 진짜 흥정 할 거 아니면 그 손 놔주죠? 미안하다는데.
상현, 여자 한참 보다 손목 놓으면, 여자 황급히 가버리고 사람들 흩어진다.
상현 : 그렇게 소리소리 지르더니 대체 뭐랬는데 미안하대.
재희 : 흥정 했을 리 없다. 이 남자, 남자 좋아한다.
상현 : 뭐!!????
재희 : (지갑 휙 던져주고 돌아서면)
상현 E: 유학생이야?
재희 : (멈칫하고. 돌아보며) 아뇨?
상현 : 여행사 가이드?
재희 : 아뇨?
상현 : 상사 주재원?
재희 : 아뇨?
상현 : 시집 왔어?
재희 : 뭐라구요?
상현 : 대체 정체가 뭐야. 유창한 체코어에, 삐까번쩍한 좋은 차에, 옷인지 커튼인지 심히
훌러덩한 옷에, 손에 돈 다발 들고 있는 여자, 흔치 않잖아.
재희 : (!!!. 그제서야 손에 든 돈 보며 자기도 놀라) 아, 이 돈은,
상현 : (O.L)맞지?
재희 : 뭐가요? (하는데)
기자 : (다가와 상현 노려보며 재희에게. 체코어) 도움 필요해?
재희 : (체코어) 아니. 아는 사람. 미안해. 기다렸지.
기자 : (가방 건네고. 체코어) 이거 때문에 갈 수가 있어야지.
재희 : (가방 받고. 체코어) 고마워.
기자 : (체코어) 마라톤 꼭 이겨. (웃으며) 니가 이긴다에도 걸었거든.
재희, 곱게 눈 흘기는데, 체코식으로 재희의 볼에 키스하는 기자.
그러더니 손 흔들고 가는. 재희, 남자 뒷모습 바라보는데....
상현 : (E) 맞네.
재희 : (획 돌아서서) 아까부터 자꾸 뭐가 맞다는 건데요?
상현 : 그렇게 살고 싶냐? 외국까지 나와서? 뭐냐 이게. 나라 망신 아니냐? 부모님 생각
안 해? 당신 아버지 뭐 하시니. 이러고 사는 거 아버지도 아시니?
재희 :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깜박이고 서 있다가) 아실... 껄요? 무엇보다 긍지가 필요한
직업이니까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라고.
상현, 기막혀 보는데 재희, 고개 까딱하더니 총총 걸어가는....
상현 그런 재희 뒷모습 보며 서 있고....
S#25. 까렐교. 밤.
오렌지 색 가로등. 돌길. 까렐교를 걷고 있는 재희.
재희 : (걷다가 걷는 속도 그대로 확 돌아서더니) 왜 따라와요?
상현 : (깜짝 놀라 멈추는) 아씨, 깜짝이야. 돌아서면 돌아선다,
재희 : (O.L) 왜 따라 오냐구요.
상현 : (O.L) 이뻐서 따라가는 거 아니니까 오바 좀 하지말지?
재희 : 뭐요?
상현 : 이 빌어먹을 동네에서 말 통하는 유일한 사람이 그쪽인데 그럼 어떡해.
재희 : (빤히 보면)
상현 : 여기 지리 잘 아나본데, (메모지 보여주며) 이 학교 어딨는지 좀 알려줘.
재희 : 내가 왜요?
상현 : 동해물과 백두산 몰라? 무궁화 삼천리가 우스워? 괴로우나 즐거우나 우리나라
만센데, 뭐? “내가 왜요?”
재희 : (싫지만 억지로) 걸어가면 40분. 전철로 25분. 차로 가면 10분. 근데 방학이에요.
상현 : 바, 방학? 등록금 열라 비싸더만 무슨 방학을 벌써해!
재희 : 내가 안 했거든요? 그리고 지금 가봐야 소용없어요. 여긴 다섯 시면 칼 퇴근이거든요.
상현 : 그럼 학굔 됐고, 한국 식당 위치나 알려줘. 배고파 쓰러지겠네 아주.
재희 : 한국식당요. 물론 알죠. 근데요, 알아도 모르거든요? (하더니 획 돌아서는)
상현 : 야!
재희 : (멈칫. 어금니 꽉 깨물고 서 있다가 천천히 돌아서서) 야?
상현 : (유로 몇 장 내미는) 이거면 돼?
재희 : (이게 뭐냐는 눈으로 보며) 이거면 뭐가 되는데요?
상현 : 한 시간에 이 거면 되냐고. 내가 그쪽을 한 시간 산다고. 직업에 긍지 갖는다며.
재희 : (!!! 그제 서야 눈치 채고) 저기, 혹시요.... 내가 돈 받고...
상현 : 아니야?
재희 : (어이없고. 그러다 장난기 발동) 아뇨, 맞아요. 형사라 그런지 사람 잘 보네요.
상현 : (!!!) 내가 형산 거 어떻게 알았어.
재희 : 아까 지갑에 신분증 있더만.
상현 : (!!) 나, 남의 지갑을 왜 봐.
재희 : 물에 빠진 거 건져 놨더니 보따리 내 노래네. 돈은 됐으니까 따라와요.
이번 주가 형사 길 안내 특별 세일 기간이거든요.
총총총 앞서 걷는 재희... 그런 재희 뒷모습 보다 따라 걷는 상현이고....
S#26. 기념품 가게 앞. 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기념품 가게 앞을 지나는 두 사람.
앞서 걷던 재희, 이상한 느낌에 돌아보면, 기념품 가게 앞에 서 있는 상현.
상현의 시선 가게입구에 주렁주렁 걸려있는 ‘PRAHA’라고 쓰인 티셔츠에 머물러 있다.
재희 : (다가오며) 기념품 사게요?
상현 : (셔츠에 시선 고정한 채) ....아니.
재희 : 아님 얼렁 가죠? 나 엄청 바쁘거든요?
하고 가버리는... 하지만 오래오래 티셔츠를 바라보는 상현이고....
S#27. 한국 식당 안. 밤.
식당 곳곳에 장식 되어 있는 부채와 하회탈과 민화들....
한국인 관광객 몇몇 식사를 하고 있다.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재희와 상현.
상현, 가게 주욱- 둘러보다 빈 테이블에 앉으며
상현 : (테이블에 있던 메뉴판 뒤적이며) 된장찌개 어때.
재희 : 누가 댁이랑 밥 먹는데요?
상현 : 누가 나랑 밥 먹쟤? 여기 된장찌개 맛있냐고.
재희 : (민망) 머, 먹어보면 알거 아니에요.
상현 : (점원에게 하듯 재희에게 메뉴판 건네며) 그럼 시켜.
재희 : (기막히고) 길안내는 세일이지만 음식주문은 세일 안하거든요? (하고 홱 돌아서는데)
주인아줌마 : 어머, 왔네? (테이블 치우며) 전화하려던 참인데. 장조림 했거든.
재희 : 아니, 저,
주인아줌마 : (듣지도 않고) 한 20분 기다릴 수 있지? 커피 한 잔 하며 기다려. (가는)
재희, 어쩔 수 없이 상현과 떨어진 테이블에 앉는데, 상현, 털썩 재희의 앞에 와 앉으며
상현 : 여기 소주 한 병요. 어차피 기다리는 거 술 친구나 하자고.
재희 : (그대로 발딱 일어나면)
상현 : (덥석 재희 손목 잡는) “이거 안 놔요?” 할거지?
재희 : 알면 놓죠?
상현 : 앉으면 놓을게.
재희 : 아, 이 냥반이 또 사람 욱하게 만드네. 저기요, 제가요, 인내심도 무지 강하고, 서비스
의식도 투철하고, 무엇보다 부모님 얼굴에 ‘떵’칠 하는 짓 절대 안하거든요?
상현 : 근데 못 참겠다?
재희 : 그래. 더는 못 참겠다. 야! 너 나 알어? 내 이름 알어? 내 나이 알어? 쌀이 반말이야?
콩이 반말이야! 도대체 날 언제 봤다고 초지일관 말이 반토막이냐고. 나 아까 그쪽
도와준 거 고맙단 말도 못 들었어. 고마워할 줄 모르면 미안해 할 줄은 알아,
상현 : (O.L) 고마워.
재희 : !!!
상현 : 진심이야. 고마워.
재희 : 아니, 그렇게 바로 사괄 하면! 무안하죠....
상현 : 나 지금 시한폭탄이거든.
재희 : !!
상현 :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 이러다 확 돌 거 같아서, 일부러 시비 건거야.
그러니까, 한 시간 만 더 내 시비 받아 주라.
재희 : (말없이 쓸쓸해 보이는 상현 보다가 주방 쪽 향해) 여기 소주 시켰거든요?
상현 피식 웃고 재킷을 벗는...그런데!!!!
기념품 가게에 걸려 있던 것과 똑 같은, 그러나 많이 낡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상현.
재희 : (조금 놀라는 눈빛. 셔츠 보다가) 프라하.... 자주 와요?
상현 : 아니. 첨이야.
재희 : (조금 슬픈 듯) .... 다들 그 색이 제일 예쁜가 보네.
상현 : 사람 눈 거기서 거기지. 그건 그렇고, 아는 호텔 있음 소개 좀 해줘.
그쪽으론 빠삭 할 거 아니야. 직업상.
재희 : (허걱! 좋게 봐주려고 했는데 너 죽었어 하는 표정) 그러죠 뭐. 단골 호텔 있거든요.
마침 그 호텔에서 약속도 있고.
상현 : 그러시겠지.
빤히 보는 두 사람이고...
S#28. 특급 호텔 로비. 밤.
유럽풍의 넓고 럭셔리한 로비. 눈 휘둥그레져 재희 뒤에 서 있는 상현.
직원과 얘기하던 재희, 상현 돌아보며
재희 : 어쩌죠? 성수기라 특실 밖에 없다네요.
상현 : 트, 특실?
재희 : 그냥 게스트 하우스로 가실래요? 좁고, 시끄럽고, 냄새 좀 나고, 도둑 좀 있고, 공용
욕실에, 교통 좀 불편한 거 빼면 뭐, 흠을 잡을래야 잡을 데가 없네.
상현 : 이러지 말지? 보기보다 나 곱게 컸거든? 특실이면... 아! (직원에게) 스페셜 룸, O.K!
재희 : (상현의 콩글리시에 풋- 터져 나오는 웃음 억지로 참는데)
상현 : (직원에게 키 받으며) 내가 뭐 직업에 편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재희 : (O.L) 엘리베이터는 저 쪽이거든요?
상현, 관두자 하는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로 간다.
바로 문 열리고 상현, 엘리베이터에 올라 재희 보면
재희 : (얼굴은 생글생글 웃으며. 손 흔들며) 어휴, 곱게 크셨어요~ 웃기시네요~
상현, 재희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고 어색하게 손들어 답례하는데 문 닫히고...
재희, 참고 있던 웃음 터트리는데,
혜주 E: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재희 : (돌아보는) 왔어요. (시계보고) 일찍 왔네요? 약속 시간 아직 남았는데.
혜주 : 앞 타임 연주자가 펑크래서요. (엘리베이터 쪽 보며) 뭐가 그렇게 재밌냐니깐?
재희 : 네? 아... 성질 드러운 사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날 웃게 만드는 사람이었나 봐요.
참, 할 얘기 있댔죠.
S#29. 특급 호텔 로비 BAR. 밤.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재희와 혜주.
혜주 : 미안해요. 내일이라도 당장 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어서요.
재희 : 열흘정도 겹치네요.... (잠시 생각하다) 그냥 이사 올래요?
혜주 : 네?
재희 : 떡볶이 밖에 못하는 여자랑 열흘 정도 함께 살아도 괜찮다면요.
혜주 : 좋아해요. 떡볶이.
재희 : 먹어보면 그 말 한 거 후회할걸요?
혜주 : (웃고) 고마워요. 대신 방해되면 언제든 얘기해요.
재희 : 네?
혜주 : 재희씨 웃게 하는 그 사람요. 집 비워 줄게요.
재희 : (손사래 치며 웃는) 어머 아니에요. (또 웃고) 진짜 그런 사이 아니에요.
혜주 : (미소) 근데 계속 웃고 있는 거 알아요?
재희 : 네? (또 웃고) 그러네요. (사이) 그나저나 나 아직 이름도 몰라요.
혜주 : ....여기 이름 클라라에요. 나 한국이름 별로거든요. 브람스를 좋아해서 내가 지었어요.
브람스의 평생의 연인이 클라라거든요.
재희 : 슈만의 부인이기도 하죠.
혜주 : !!!
두 사람 빤히 서로를 바라보는... 그런 두 사람 얼굴에 겹치는 상현의 얼굴....
S#30. 호텔 룸. 밤.
고급스럽고 넓은 객실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상현.
상현의 등 뒤로 넓은 창 보이고 황홀한 야경 펼쳐져 있다.
객실을 눈으로 쭈욱- 훑어보던 상현, 침대로 걸어가 침대 끝에 엉덩이 걸치고
잠시 앉아 있더니 엉덩이 들썩여 쿠션 확인하는.
그러다 방 한 쪽에 놓여있는 피아노 발견하고 천천히 걸어가는...
피아노 건반 보이고... 상현, 손가락 하나로 피아노 건반 띵! 띵 ! 쳐보는데....
지붕위의 바이올린 中 ‘sunrise sunset’ 이다.
S#31. 서울 어느 유치원 안. 낮. (회상)
텅 빈 유치원 교실, 햇빛 내리비추는 창가, 피아노 앞에 앉은 혜주.
‘sunrise sunset’ 연주하고 있다. 그러다 건반 하나를 거푸 친다.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혜주, 피아노 뚜껑 열고 현(絃) 살피는데, 무언가 반짝! 예쁜 커플링 걸려 있다.
혜주, 의아한 얼굴로 반지 꺼내 보는데, 불쑥 내밀어지는 꽃다발.
혜주, 돌아보면 환하게 웃고 있는 상현이다.
상현 :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으며 변호사 없이
진술한 모든 내용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혜주 : (상현 보면)
상현 : (혜주 손가락에 반지 끼워주며) 하나만 묻겠습니다. 사는 동안 그 어떤 순간에도
이 반지를 빼지 않겠다고 맹세 합니까?
혜주 : .....
상현 : 어라? 묵비권이야? 다시 묻겠습니다. 맹세 합니까?
혜주 : ....맹세 합니다. (웃고)
상현 : (마주보고 웃고 혜주 가만히 안으며) 생일 축하한다.
혜주 : 고마워... 오빠...
상현 : 생일 축하곡 연습했는데... 들어 볼래?
혜주 고개 끄덕이면, 혜주를 피아노 의자에 앉히고 혜주를 뒤에서 폭 안고선 피아노 치는
상현. 그러나 삑- 잘 못치고... 마주보고 웃고... 혜주 상현의 손에 자기 손 포개고 피아노
치는...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이고....
S#32. 호텔 로비 라운지. 밤.
혼자 피아노를 치고 있는 손... 혜주다. 상현을 생각하는 듯 눈빛 슬픈데...
혜주의 어깨 너머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상현 보이고.
로비를 가로 지르는 상현의 어깨 너머로 피아노 치는 혜주 보이고.
상현, 등 뒤에 혜주가 있는 것도 모르고 저벅저벅 걸어 나가는데....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혜주의 피아노 치는 모습 처연하고....
S#33. 강변. 밤.
별처럼 반짝이는 불빛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과 강물 위를 지나가는 유람선.
그 것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강변에 서 있는 상현이고....
S#34. 재희 방 안. 밤.
장롱 문을 열고 셔츠 단추를 푸는 재희.
갈아입을 옷 꺼내려다 문득, 손이 멈춘다. 조금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꺼내는데...
상현이 입고 있던 셔츠와 똑 같은 셔츠다.
재희, 셔츠 바라보다 고개 돌려 무언가 보면.... 장식장 위의 액자 보인다.
S#35. 재희의 집 지붕. 밤.
‘PRAHA’ 티셔츠 입은 채 붉은 지붕에 걸터앉아 캔 맥주를 마시고 있는 재희.
지붕 아래로 겹겹의 붉은색 지붕과 별처럼 펼쳐진 야경이 황홀하다.
재희 무릎에 무언가 놓여있다. 액자다. 액자 집어 들고 보는 재희. 조금 쓸쓸한 눈빛이고...
그러다 피식 웃고 액자 내려놓는... 맥주 마시며 야경 보는...
카메라 재희에게서 내려와 지붕위에 놓여있는 액자 잡으면...
‘5년 후에도, 오늘 이 곳에서, 제 이름 부르는 저 사람 목소리 듣게 해주세요.’ 글자 보이고...
S#36. 소원의 벽 앞. 낮. (회상)
팡! 사진으로 찍히는 메모지. 메모지의 글씨 보인다.
‘5년 후에도, 오늘 이 곳에서, 제 이름 부르는 저 사람 목소리 듣게 해주세요.’
지익- 인화되어 나오는 폴라로이드 사진.
사진을 틱- 뽑아드는 손. 앳되어 보이는 재희다. 그때,
영우 E: 아직 이야?
재희 : (환하게 웃으며 돌아보는) 아니. 다 됐어. 자. (폴라로이드 사진기 건네는)
사진기 받는 남자, 영우다. 영우도 재희도 ‘PRAHA’ 티셔츠 입고 있다.
영우, 폴라로이드로 자신의 소원을 적은 벽에 붙은 메모지 찍는다.
영우 : (인화되는 사진 바라보며) 진짜 이뤄질까?
재희 : 간절히 바라면.
영우 : 넌 뭘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데?
재희 : (사진 뒤로 감추며) 궁금해도 참아줘. 각자 간직했다 5년 후 오늘, 여기 와서 바꿔보자.
영우 : 왜 그래야 하는데?
재희 : 소원도 숙성 기간이 필요하니까. 덜 익은 소원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거든.
영우 : (피식 웃는) 꼭 다시 와야겠다. 니 소원 뭔지 알려면.
재희 : 바보. 꼭 같이 와야지.
환하게 웃으며 재희를 바라보는 영우고.....
그런 영우의 얼굴에 겹쳐지는 현재의 영우 얼굴....
S#37. 서울. 외교통상부. 다른 날 낮.
책상 위 걸터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 누군가의 옆모습..... 영우다.
딱 떨어진 슈트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영우, 시선 창밖에 두고 천천히 머그잔에 담긴 커피 마시는데... 똑똑!
원철 : (문 열고 고개 내밀며) 점심 안 해?
영우 : 일이 남아서요. 웬일로 제 때 드세요?
원철 :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담 주에 윤재희 들어오면 숨 좀 트이겠지.
영우 : (재희란 말에 가슴 쿵- 그러나 모르는 척) ....윤재희면....
원철 : 맞아, 지붕 파란 집 딸래미. 지검사 재희 못 봤나?
영우 : ... 엇갈렸어요. 외교부 지원했더니 발령받아 나갔더라구요.
원철 : 지원했어? 미쳤구나.
영우 : 안 미치려구 한 거예요.
원철 : 뭐?
영우 : 어쩌죠? 며칠은 점심 혼자 드셔야겠는데.
원철 : 왜. 어디 가?
영우 : 프라하요. 많이 늦은... 약속이 있거든요. (쓸쓸한 표정이고...)
S#38. 프라하 공항. 다음 날 아침.
안내방송 들리는 혼잡한 공항 장내. 빠른 걸음으로 장내를 빠져나오는 남자, 영우다.
영우, 공항 지리에 익숙한 듯 택시 정류장으로 곧장 걸어가 차에 오르고...
S#39. 호텔 로비. 아침.
상현이 묵는 호텔 로비 프론트 앞에 서 있는 영우.
직원 : (영어) 손님께서 예약 하신 룸은 12시 이후에 체크 인 가능하십니다.
영우 : (어찌할 까 잠시 생각 하는데)
상현 : (프론트에 키 내려놓으며) ‘체크아웃’할 거거든? ‘하우’가 얼마나 ‘머치’냐.
영우 : (영어 섞인 한국말에 돌아보는)
직원 : (계산서 내미는)
상현 : (계산서 보며) 00 유로면... 일 유로에 천오백 원 잡고. (계산하다 허걱) 뭐야, 이거!
허, 이 여자 웃기네. (벌레 씹은 얼굴로 카드 내미는) 잡히기만 해봐 아주.
직원 : (카드 받고. 긁고. 카드용지 내밀고. 영어) 싸인 부탁드립니다.
상현 : (서명하고 맨 뒷장 뜯고 나머지 주며) 땡큐지? 유어 웰컴이다. (휙 돌아서 가는)
직원 : (영어) 운이 좋으시네요. 예약하신 룸이 방금 체크아웃 되었거든요.
영우. 상현의 뒷모습 보는데 직원 키 내준다.
키 받고 엘리베이터로 가던 영우 무언가 발견하고 헉! 하얗게 굳는 얼굴...
무언가를 집어 드는 영우. 다름 아닌 신문 가판에 꽂혀 있는 체코 신문이다.
영우 : (신문 펼쳐 보며) 잘 ... 있구나... 잘 있었구나....
신문 클로즈업하면 아름다운 드레스 차림으로 활짝 웃고 있는 재희 보이고...
S#40. 공원. 아침.
보호대를 착용하고 MP3 들으며 공원을 달리고 있는 재희.
점점 속도 느려지는데 바로 그때, 재희 옆을 쌩- 달려가는 멋진 여자. 유키다!!!
재희, 못 볼 것 본 듯 얼른 돌아서는데,
유키 E: (일본어) 재희씨?
재희 : (윽- 표정 관리하고 돌아서서. 일본어) 어머, 유키씨. 여기서 뭐해요?
유키 : (제자리 뛰기하며) 재희씨랑 같은 거 하는 거 같지 않아요?
재희 : (헉. 일어) 그러네요. (지기 싫어 유키 따라 제자리 뛰기 하는)
유키 : (재희가 따라하자 뛰는 거 멈추고 스트레칭 하는. 일본어) 파트너는 정했어요?
재희 : (유키 따라 어설프게 스트레칭 하다 허걱! 일본어) 그, 그럼요. 놀랄까봐 미리
말하는데, 우리나라 황영조 선수 알죠. 알고 봤더니 글쎄, 제 파트너가 그 유명한
황영조 선수한테 직접! 싸인도 받은 거 있죠. (하더니 후다닥) 그럼 전 바빠서 이만.
그대로 돌아서는 재희. 돌아서자마자 내가 대체 뭐한 거야 하는 표정이고.
하지만 유키 시선 의식하고 허리 곧게 펴고 달리기 시작하는...
S#41. 대사관 안. 낮
두 팔 축 늘어뜨리고 책상에 한쪽 얼굴 붙이고 패잔병처럼 늘어져 있는 재희.
대사관 직원들 그런 재희 걱정스럽게 바라보는데, 벌떡 일어나는 재희.
직원들 급히 일 하는 척 하는데, 재희, 사무실 쓰윽- 둘러본다.
그러나, 머리 하얀 영사님. 만삭이래도 믿을 최사무관. 휠체어 탄 윤규...
그 순간! 건장한 후배 사무관 창수와 눈이 딱 마주치면,
창수 : 콜록콜록... 허리가 아파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재희 : 허리 아프면, 기침 하니?
창수 : (허걱! 바로 능청) 그러니까요. 그게 이상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재희 : 왜, 아주 입덧을 하지? (하더니 수화기 집어 들고 마구 전화 거는)
아빠? 외교상 꼭 필요해서 그러는데 황영조 선수 좀 퀵으로 보내줘!!!
윤규 : (전화 확 끊으며) 얘가, 얘가.
재희 : 쫄기는. 결번 이랜다. 이쁜 언니가. (수화기 내려놓는) 근데 나 정말 어떡하냐.
(샌드페블즈 버전) 나 어떡해~ 나 어떡해~
윤규 : 그러게 왜 사골 쳐.
재희 : 누군 치고 싶어 쳤냐. 그 놈의 가슴 땜에 쳤지! (유키처럼 두 팔로 가슴 모으며)
어찌나 가슴이 벅찬지,
윤규 : (뜨악) 뭐?
재희 : 어? (하다 자신이 한 짓 깨닫고) 알 것 없다.
하고 다시 책상에 퍽- 엎어지는데, 대사 서류 들고 들어오며
대사 : 영사과 에스오에슨데, 누가 제일 한가하냐.
직원들 : (일제히 재희 보는)
재희 : (분위기 눈치 채고 엎드린 자세 그대로 옆으로 두 걸음 걷는데)
대사 E: 윤사무관, 만장일친데?
재희 : (우씨, 하는 표정. 그러나 표정관리하고) 당연히 제가 해야죠. 임기도 끝나고
인수인계도 마쳤지만, 제가 하죠 뭐. (동료들 향해 어금니 물고.) 민원인 어딨나요?
S#42. 대사관 대기실. 낮
의자에 앉아 있는 상현. 상현 외에 외국인들 두 서넛 보인다.
상현, 초조한 듯 바닥을 탁탁탁 치고 있는데,
재희 E: 방은 맘에 들었어요?
상현 : (고개 들고. 깜짝 놀라고.) 어허, 이게 누구야. 안 그래도 겁나게 만나고 싶었거든?
재희 : 그래요?
상현 : 지금은 내가 바쁘니까 쫌 있다 보자고. 꼭 보자고. (하다 오버랩) 근데, 여기서 뭐해?
재희 : 뭐하긴요? 일하죠?
상현 : 일? 무슨 일. 차 배달 오셨나?
재희 : 차도 가끔 타지만 보통은 더 중요한 일을 하죠. (상현 코 앞에 신분증 보여주는)
상현 : (허걱!!) 외, 외교관이면... 겁나 높거든? 이런 거 사칭하면,
재희 : 무궁화 찍힌 거 안보여요?
상현 : (!!) 해당화 아니고?
재희 : (말도 하기 싫은 듯) 해당화라 칩시다. 치는데, 이제 말은 좀 길게 하죠?
상현 : 아니.. 뭐...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내가 원래 혀가 딸거든?(짧거든).
재희 : (심드렁) 그래요? (혼잣말처럼) 나도 뭐 썩 긴 편은 아니라....
(서류 들추더니) 찾는 사람하곤 어떤 관계니?
상현 : (허걱!!)
재희 : 사람 찾는다며. 강혜주. 찾는 사람하고 어떤 관계냐고.
상현 : (정신 번쩍 드는. 한참 말 없다가) 찾아 줄 수 있어?
재희 : 형사 맞어? 찾는 건 그쪽 전문, (하다 상현 뚫어져라 바라보는)
상현 : (얘가 왜 이렇게 봐 싶은데) 사, 사기 용의자야. 찾아 줄 수 있어 없어!
재희 : (아래 위 훑어보더니 눈 반짝! 그리고 뜬금없이) 진짜 미안해요.
상현 : 뭐?
재희 : 반말 한 거요. 왜냐면.... 형사는 달리기 잘 할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나랑 마라톤
안 할래요? 용의잔 내가 책임지고 잡을게요. 네?
상현 : (그런 재희 빤히 보는데)
S#43. 몽타주 (여러 날)
- 카렐 대학 학생처 : 직원 고개 절레절레. 어두워지는 상현의 얼굴.
- 거리 : 거리를 걷는 두 사람이고.... 재희 쉴 새 없이 쫑알거리는데 상현, 앞만 보고 걷고
있고. 그러다 재희 보도블록에 걸려 콩- 넘어지면, 쟤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보는 상현이고. 재희, 무릎 막 문지르며 창피한 듯 배시시 웃고....
- 00 여행사 : 대한 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POP 보이고...
한국인 직원과 얘기하는 상현과 재희. 그러나 고개 젓는 직원.
상현 표정 어둡고... 재희 그런 상현 옆모습 의아하게 보고...
- 한인 교회 : 예배 보고 있는... 살금살금 들어가 앉는 재희와 상현.
(시간경과) 신도들 다 모아놓고 혜주에 대해 묻는... 아무도 모르는 눈치고...
재희 실망하고... 상현 보면... 상현 얼굴 딱딱하게 굳어 있고...
그런 상현의 얼굴에 겹치는 혜주의 얼굴이고....
S#44. 재희의 집. 낮
문을 열고 서 있는 혜주. 문 앞에 있는 누군가를 의아하게 보며
혜주 : 어떻게... 오셨죠?
카메라 돌면, 문 앞에 서 있는 남자, 영우다.
영우 : 윤재희씨... 안계십니까?
혜주 : 누구....(하다) 아, 알겠다. 재희씨 웃게 만든 그 분이죠?
영우 : (!!!)
혜주 : 재희씨가 웃는 이유 알겠네요. 근데, 성질 고약하겐 안보이시는데요?
영우 : (다른 남자 얘기에 맘 상하고) 집에... 없습니까?
혜주 : 전화 안 해보셨어요? 퇴근 하려면 조금 남았는데.
영우 : (잠시 생각하다) 다시 오죠.
하고 정중히 인사하고 계단을 내려가는 영우고....
그런 영우 뒷모습 바라보는 혜주고......
S#45. 과거+현재. 노천 까페. 낮
예쁜 노천 까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영우.
재희에게 남자가 있구나 생각 들자, 가슴 먹먹해 지는데...
그러다 눈빛 아련해 지며 재희 처음 만났던 때 떠올리는데....
(이하 화면 톤 바뀌면서 현재 + 과거의 공존.)
캐주얼 차림의 영우(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카페로 들어온다.
영우(현) 옆 지나쳐 빈자리를 찾아 앉는데, 어깨 너머로 한 여자 보인다. 재희다.
재희 : 졸업이 언젠가요?
영우(과) : (메뉴 보다가 한국말에 돌아보지는 않지만 신경 쓰는.)
남자 : 올해 말이에요. 제가 34기거든요.
영우(과) : (메뉴 보다 34기란 말에 고개 갸웃 하는.)
남자 : (느끼하게 재희 바라보며) 전 연수원 졸업하면 바로 개업할 생각이에요. 대한민국
검사가 어디 검산가요? 차라리 일찍 변호사 개업해서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게
사회 정의에 이바지 하는 길이죠.
영우(과) : (남자의 말에 피식 웃더니 종업원에게 커피를 주문한다.)
재희 : 정말 보기 드문 훌륭한 생각이시네요.
남자 : 이 시대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게 제 삶의 목표거든요.
(그때, 핸드폰 울린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재희, 가볍게 고개 끄덕이면 남자, 핸드폰 들고 밖으로 나간다.
커피를 마시던 영우 의자 빙글 틀어 재희 보면, 재희도 그런 영우 보는데,
영우(과) : 처음 만난 사이죠?
재희 : 그 쪽보다는 오래 만난 사이죠.
영우(과) :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금 일어서는 게 좋겠어요.
재희 : 이상하게 들리네요.
영우(과) : 저 사람 연수원 다닌 거 아닐 겁니다. 자기 기수를 착각한 게 아니라면.
재희 : 알아요.
영우(과) : (!!!)
재희 : 그냥 심심해서요. 그쪽처럼 저한테 말을 걸어 왔거든요. 삼류배우 나오는 공연 본다
생각 중이에요. 재밌잖아요. 그래서 무대인사 할 때까지 기다리려고요.
영우(과) : 괜한 참견했네요.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하고 테이블에 커피 값 올려놓고 나가는 영우(과). 그런 영우(과) 뒷모습 보는 재희고....
영우(현), 추억에 젖은 듯 피식 웃는다.
배낭을 맨 영우(과) 까페를 나서 몇 걸음 걷는데
재희 E: 저기요!
영우(과) : (돌아보면)
재희 : 공연이 일찍 끝났어요. 초대받지 않은 관객 덕분에요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이고... 두 사람 오래오래 마주 보고 서 있는데....
그런 두 사람 옆으로 걸어 나오는 영우(현)의 쓸쓸한 얼굴이고.....
S#46. 예쁜 노점상 거리. 낮
왁자하고 아기자기한 거리. 상현 심란한 얼굴로 땅만 보고 걷고 있다.
재희, 그런 상현과 보조 맞춰 걸으며 은근슬쩍 발 사이즈 재본다.
그러다 무심코 고개 들었는데, 쓸쓸한 상현의 옆모습이 안쓰러운 재희고....
상현, 계속 땅만 보고 걷는데 눈앞에 불쑥 나타나는 마귀할멈 줄 인형.
재희 : (능숙하게 줄 움직이며 할머니 목소리) 길에 돈 떨어졌어? 일단 주워. 내가 흘린 거야.
상현 : 은근슬쩍 반말이다?
재희 : (할머니 목소리) 너도 하는데, 나는 못하냐, 이눔아?
상현 : 맞을래?
재희 : (할머니 목소리) 내가 맞으면 특수부대 뜬다 이놈아~ 그리고 무슨 놈의 형사가
용의자 사진 한 장을 안 챙겨 오냐. 너 형사 맞냐 이놈아~
상현 : 찾을 수 있어?
재희 : (인형 치우고 상현 몰래몰래 상현의 발에 자기 발 견주어보며) 유학생들 커뮤니티
가 몇 개 있어요. 내일 거기 대표 만나기로 했으니까 거기도 없으면,
상현 : (O.L) 찾을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말해.
재희 : (상현 빤히 보다 장난스레) 그 여자 용의자 아니죠.
상현 : !!!
재희 : 도망간 애인이죠.
상현 : (!!! 얼굴 굳는)
재희 : (상현 반응에 놀라며) 난 그냥 장난한 건데... (사이) 혹시... 마법 믿어요?
상현 : (재희 빤히 보는)
S#47. 소원의 벽 앞. 해질녘
바람에 조금씩 나부끼는 무수한 메모지들... 마른 꽃잎들... 사진들...
그 수많은 메모지들을 손으로 가만가만 만져보는... 훑어보는 누군가, 영우다.
영우, 5년 전 메모를 찾는 듯 여기 저기 살펴보는데.... 그러다 망연히 벽을 보고 서 있는....
영우, 천천히 벽을 떠난다. 영우가 떠난 자리에 메모지 보인다. ‘나보면... 웃어주라...’
영우 골목 끝으로 사라지면 반대편 골목에서 걸어오는 상현과 재희.
상현, 놀라운 듯 소원의 벽을 눈으로 쭈욱- 보는데
재희 : ‘로마의 휴일’에 이런 벽이 나와요. 그 영화를 본 그레고리 팩의 팬이 그를 만나고
싶단 소원을 적어 이 벽에 붙였대요. 근데, 바로 다음날 거짓말처럼 그레고리 팩이
프라하를 방문 한 거예요. 그 후로 사람들이 이 벽에 소원을 붙이기 시작했대요.
상현 : 당신은?
재희 : 아주 오래전에요....
상현 : 이루어 졌나?
재희 : ....아직요.
상현 : (처음 보는 재희의 쓸쓸한 얼굴 보는데)
재희 : (애써 밝게) 해볼래요? 난 아직 이지만 그쪽 소원은 이루어질지도 모르잖아요.
새로 붙는 메모 한 장. ‘강혜주... 못 찾겠다 꾀꼬리. 이제 그만 나와라’
상현 자기가 붙인 메모지 쓸쓸하게 보는.... 재희, 쓸쓸한 상현의 옆모습 보다가
재희 : 마음이 한결 편해지지 않아요?
상현 : 그러네.
재희 : 그럼 마음 편한 기념으로다가, 내 소원 하나 들어 줄래요? 내 소원은 이건데.
(가방에서 운동화 꺼내 보이며) 짠-
상현 : 어쩌라고. 사라고?
재희 : (눈 흘기고) 내일 대회잖아요. (운동화 신으며) 연습 하자구요. 코스도 익힐 겸.
상현 : 익히던 데치던 혼자 해. 난 앞에 뛰는 새끼가 도둑이다 생각 하면 다 이겨.
재희 : 진짜 싫어요?
상현 : 마라톤이 무슨 중간고사냐? 벼락치길 하게?
재희 : 알았어요. 관둬요 그럼. 내일 아침 게스트 하우스로 데리러 가면 되죠? 몇 호에요?
상현 : (주머니에서 키 꺼내 보며) 307호 (하는데)
재희 : (키 뺏어서 냅다 뛰어가는)
상현 : (황당하게 서 있다) 야! 거기 안서?
S#48. 거리1. 밤.
재희, 키 손에 꼭 쥐고 사람들 사이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죽어라 달리는.
상현 있는 힘 다해 쫓아가는데, 자꾸 사람들과 부딪히고 거리 좁혀지지 않고...
골목으로 쑉- 들어가는 재희고. 잡히면 죽었어 하는 얼굴로 쫓아가는 상현이고....
S#49. 거리2. 밤.
재희 다다다 달려가는데, 뒤에서 뒷덜미 확 낚아채는 상현.
재희, 아이처럼 버둥버둥 하면,
상현 : 야, 뛰어봤자 벼룩이야 너. 다리도 겸손한 게 어딜 도망을 가! 어딜!
재희 : 덕분에 연습 잘 했네, 뭐. 근데, 뭐요? 내 다리가 어쩌구 저째요?
상현 : 좋겠다. 길에 떨어진 동전 빨리 주워서.
재희 : 내가 보기에 그쪽 다리도 썩 거만해 보이진 않거든요? 내일 늦기만 해봐 아주.
하더니 가버리는. 상현 피식 웃으며 재희 뒷모습 보는데....
S#50. 재희 집 거실. 밤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올려진 상자를 열어 보는 재희. 하얀 운동화 한 켤레 보인다.
재희, 운동화 꺼내 보다가 자기의 하얀 맨발 집어넣는데... 턱 없이 큰 운동화고....
커다란 운동화를 신고 미소 가득 머금고 텀벙텀벙 걸어보는 재희고....
S#51. 마라톤 대회장. 다음날 낮.
단체복을 입은 진행자들 모습. 각국 국기를 든 보디 페인팅을 한 응원단들.
행인들... 유니폼을 입은 참가자들... 고조되어가는 대회장 분위기 느껴지고...
그 속에서 핸드폰을 걸고 있는 윤규. 윤규의 어깨 너머로 단상에 선 체코 대사 보이고...
윤규 : 난데, 너 왜 안 와. 한 시간도 안 남았어. 어디서 뭐하냐.
S#52. 노천 까페. 낮.
운동복 차림의 재희 핸드폰 받고 있다. 재희 옆에 상현 초조한 모습으로 앉아 있고.
재희 : (주위 두리번거리며) 금방 갈 거야. 원준이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안 와서.
번호표는 니가 좀 받아 주라. (하다 누군가 발견하고) 야, 왔다. (끊고) 원준아. 여기.
상현, 저만치서 달려오는 원준 보는데....
(시간경과)
상현과 재희, 원준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원준, 전화번호 누르며
원준 : 직접적으론 몰라요. 후배랑 바에서 알바 할 때 잠깐 봤거든요. (통화 버튼 누르는)
상현 : (긴장하는)
남자 : 안 받네요. (번호 적는) 직접 해보세요. 근데, 얘 한국 애 아니에요. 여기 애에요.
상현 : (실망한 얼굴로 번호 받는)
재희 : 고마워 원준아. 바쁜데 만나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남자 : 누구 부탁인데. 누나 오늘 마라톤 한다며. 우리과 애들도 응원 간다고 난리던데. 잘해.
재희 : 어? (상현 눈치 보면) 어.....
상현 : (전화번호만 물끄러미 보는데..... )
S#53. 차안. 낮
뒷좌석에 놓인 운동화 상자 보인다.
운전 중인 재희, 창밖만 보고 앉아 있는 상현 눈치 보다가
재희 : 저기.... 운동화 하나 샀는데..... (좌석 뒤로 젖혀 운동화 집어 건네주는)
상현 : (상자 받는)
재희 : (눈치 보며) 맞나 신어 볼래요? 싸이즐 정확히 몰라서....
상현 : (운동화 신는) 맞네. (발 움직이며) 신발 사주면 도망간다던데?
재희 : 때려 죽여도 안 말리니까 마라톤만 끝나고 가세요. (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체코어)
여보세요? (순간 표정 굳는) 네. 네. 알아요 거기. 네. (전화 끊는)
상현 : (재희 보면)
재희 : .....강혜주씨 친구요. 음성 들었다구..... 지금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한동안 말이 없는 두 사람이고...
상현 : 차 세워.
재희 : (그대로 달리는)
상현 : (잠시 보다) 차 세우라니까.
재희 : (너무 섭섭하고) 그럼, 마라톤은요? 나랑 약속했잖아요.
상현 : 지금 마라톤이 문제야? 난 이 일 때문에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왔어!
희주 : 난 당신 때문에 프라하를 열 바퀴도 더 돌았어요!
상현 : 그럼 그 실력으로 뛰면 되겠네.
희주 :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지금?
상현 : 그러니까 세우라고!
재희 : 못 세워요. 나 당신이 세우라면 세우고, 가라면 가는 기사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한테 그 사람 중요하듯 나한텐 마라톤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당신 도운 거구요!
상현 : 상황이 안 되는 걸 그럼 어떡해. 그렇게 중요하면 다른 사람 구하면 될 꺼 아니야.
이 넓은 체코 바닥에 나 같은 놈 하나 없겠어?
재희 : 없어. 지금 당장 어떻게 구해. 당신 밖에 없어서 나도 미치겠어! 나도 죽겠단 말이야.
상현 : 떼 좀 그만 써!
재희 : 떼? 떼는 당신이 썼지! 왜 숨은 사람 찾아내라고 징징거려! 숨은 사람이 찾는다고
찾아져? 이렇게 숨었음 안보고 싶단 얘기 아니겠어?
상현 : 야!!
재희 : 왜!!
상현 : (소리 꽥) 차 세워, 당장!
재희, 한참 말이 없다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거칠게 확- 핸들 꺾는데.
S#54. 한적한 도로. 낮
끽- 하고 멈추는 재희의 차. 차가 멎기도 전에 튀어 내리는 상현.
재희 : (급히 따라 내리며) 이봐요! 최상현씨!
상현 : (화난 표정으로 확 돌아보며) 나 시간 없거든?
재희 : 나는 뭐 시간이 남아돌아 그 사람 찾아다닌 줄 알아요?
상현 : 그만 좀 해! 그만 좀!
재희 : 내가 책임지고 찾아준다구요! 마라톤만 끝나고 가라구요! 약속 지키라구요!
상현 : 왜 이렇게 사람 진을 빼! 왜 이렇게 빽빽거려. 그깟 마라톤이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 난리냐고!
재희 : 난 중요해! 당신한텐 그깟 마라톤이 나한텐 도망간 당신 애인보다 백배는 중요해. 왜!
상현 : (O.L) 야, 윤재희!
험악한 상현의 얼굴. 그런 상현을 뚫어져라 보는 재희고... 침묵 흐르고...
서로 한참을 바라보는 두 사람. 그러다 상현, 더 말도 하기 싫다는 듯 돌아서는데,
돌아서는 상현과 눈빛 간절한 재희의 얼굴에서
1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