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2005년 9월 25일
S#1. 한적한 도로. 낮
1부 엔딩에 이어서...
상현 : 왜 이렇게 사람 진을 빼! 왜 이렇게 빽빽거려. 그깟 마라톤이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 난리냐고!
재희 : 난 중요해! 당신한텐 그깟 마라톤이 나한텐 도망간 당신 애인보다 백배는 중요해. 왜!
상현 : (O.L) 야, 윤재희!
험악한 상현의 얼굴. 그런 상현을 뚫어져라 보는 재희고... 침묵 흐르고...
서로 한참을 바라보는 두 사람. 그러다 상현, 더 말도 하기 싫다는 듯 돌아서는데,
재희 : 도망가라고 사준 운동화 아니야. 그렇게 가고 싶음 운동화 벗고 가. 맨발로 가.
상현 우뚝 멈춰 선다. 재희 상현 뒷모습 보는데, 운동화 벗더니 집어 던지는 상현.
재희 서 있는 근처에 툭, 툭, 떨어지는 운동화.
재희, 하얗게 질려 서 있는데, 상현 재희를 향해 맨 발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차문 열고 자기 신발 꺼내 신고 재희 옆을 휙- 지나쳐 간다. 점점 멀어지고....
재희, 입술 꼭 깨물고 서 있고....
상현, 저벅저벅 걸어가다 걸음 멈춘다. 마음 좋지 않다. 천천히 돌아보면,
자기가 집어 던진 신발 한 짝, 또 한 짝 집어 드는 재희고... 운동화 바라보는 재희고...
그러다 이내 차에 오르더니 부웅- 출발하는 재희고.....
상현, 그 자리에 서서 오래오래 재희 차 뒷모습 바라보는데....
S#2. 도로 + 차 안. 낮
앞만 보고 운전을 하고 있는 재희. 머릿속 복잡한 표정이고...
그러다 무슨 생각에선지 급히 유턴을 하는데....
S#3. 한적한 도로. 낮
도로를 걸어오고 있는 상현. 택시 지나가자 손 번쩍 들지만 그냥 확 지나가고...
상현, 멀어지는 택시 뒤꽁무니 보는데, 끽- 상현의 앞을 막아서는 차. 재희다.
상현, 이젠 화도 안 나서 담담하게 보는데, 재희 차에서 내리며
재희 : 그냥 가면 어떡해요.
상현 : 그냥 안가면 어쩌라고!
재희 : 연락천 알고 가야죠!
상현 : (!!! 미안하고. 할 말 없는데)
재희 : (핸드폰 건넨다)
상현 : (의아하게 보면)
재희 : 여기로 전화 한댔어요. 공중전화 찾기도 쉽지 않을 거구요.
상현 : 어렵게 찾으면 돼. 전화번호만 알려줘.
재희 : 전화 올 데 없어요. 괜히 길 엇갈리지 말고 가져가요. 택시 타고 000으로
가자고 해요. 그 앞에선 통화해서 찾아가구요. 골목길이라 좀 복잡할 거예요.
하더니 턱- 핸드폰 쥐어주고 차에 올라 가버리는 재희. 상현, 핸드폰 들고 그대로 서 있고...
S#4. 택시 안. 낮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아름다운 풍경.
상현 불편한 얼굴로 창밖만 보고 앉아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상현 : (잠깐 망설이다) 헬로? 헬로?
재희 F : 가는 중이에요?
상현 : (!!!. 가슴 먹먹하고)
재희 F : 혹시... 걱정할까봐요... 경기장 도착했거든요.
상현 : ....파트너는...
S#5. 경기장. 낮
왁자한 소음. 수 백 여명의 사람들 분주히 오가고....
그런 한 쪽 구석 계단에 앉아 전화를 걸고 있는 재희.
재희 : (입술 꼭 깨물고. 이내 애써 밝게) 아휴, 당근 구했죠. 나랑 뛰고 싶단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 줄로 세우면 결승선까지 닿겠네 아주.
상현 F: 다행이네...
재희 : 그러니까 맘 편하게 가라구 전화 한 거예요. 가서 꼭 용의자 만나라구요.
상현 F: ... 고마워....
재희 : 용의자 만나면 체포.... 할 거에요?
상현 F: 그러려고 가는 거니까....
재희 : 그래요... 꼭 수갑 확 채워버려요. 다신 도망 못 가게.... 그만 끊을게요.
상현 F: 잠깐만!
재희 : (!!)
상현 F: 꼭 이겨.
재희 : (살짝 실망) 그럴게요.
힘없이 전화 끊는 재희. 그런 재희의 손에 상현이 신었던 운동화 들려있다.
재희, 운동화 자기 발 옆에 가지런히 내려놓고 보는데....
계단 아래, 휠체어 탄 채 그런 재희 바라보고 있는 윤규고....
S#6. 번화한 거리. 낮
택시에서 내리는 상현. 번화한 거리에 서서 주위 둘러보는데...
수없이 오가는 사람들 속에 혼자 막연히 서 있는 상현의 모습 보이고....
S#7. 경기장. 낮
무릎에 얼굴 묻고 상현 운동화 내려다보는 재희고....
곧 시합이 시작한다는 안내 멘트 흘러나오고...
윤규 : (보다 못해) 시간 다됐나 보다.
재희 : (고개 들며) 나도 들었어. (주머니에서 대일밴드 꺼내 발뒤꿈치에 붙이는)
윤규 : 왜. 다쳤어?
재희 : 연습하다가. 괜찮아. (운동화 신고 자기 신발 끈 묶으며) 혼자라도 뛰어야겠다.
이미 유키한텐 진거지만... (하고 고개 들다) 미쳐 내가.
윤규 재희 시선 끝 보면, 한 여자 서있다. 유키다. 유키 옆에 파트너 서 있고.
유키 : (일어) 컨디션 좋아 보이네요? 여긴 내 파트너에요. 재희씨 파트넌요?
설마 촌스럽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뭐 이런 건 아니죠?
재희 : (맘 상하고. 굳은 얼굴로 서 있는데)
윤규 : (일어) 촌스럽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왔어요.
유키 : 어머, 그래요? (재희 보며 생글생글. 일어) 그럼 기권패네요?
윤규 : (일어) 아뇨. 휠체어를 타면 안 된다는 조항이 없거든요.
재희 : (놀라 윤규 보는)
유키 : (일어) 물론 그렇죠. 정말 볼 만한 경기가 되겠네요. 기대할게요. (하고 가는)
재희 : 진심 아니지.
윤규 : 진심이야. 쪽팔리게 기권패 당할 순 없잖아. 왜, 나랑 뛰기 싫어? 싫음 그 자식 잡아
오던가. 나쁜 자식이야 아주. 더는 그 자식 도와주지 마. 내 눈에 띄기만 하면 죽었어.
개 패듯 패 줄 거야. 살려달라고 빌 때까지 죽도록 팰 거야, 내가. (하는데)
상현 F : 네. 맞겠습니다.
재희와 윤규 놀라 돌아보면, 상현 서 있다.
재희, 믿을 수 없어 말 안 나오는데,
상현 : 대신, 경기 끝나고 맞겠습니다. (자기 운동화 당겨 신으며) 치사하게 줬던 걸 뺐냐?
재희 : (믿어지지 않아 계속 보는데)
상현 : (발 움직여 보는) 이거 에어야? 나 곱게 커서 에어 아님 못 신거든.
재희 : (계속 빤히 보는데)
윤규 : 나보다 잘 뛸 자신 있어요? 자신 없음 내가 나가고.
상현 : (웃는) 잘 뛸게요.
윤규 : 잘 뛰어도 개 패듯 패는 건 유효 한 겁니다.
상현 : (웃는) 네. (하고 재희 보며) 바보야? 신발 끈 이렇게 묶는 애가 어딨냐.
(무릎 꿇고 앉아 끈 묶어주는. 재희와 얼굴이 닿을 듯 말 듯... ) 왜 왔냐곤 묻지 마라.
재희 : (그런 상현 빤히 보는데)
상현 :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가지지가 않더라. 걸어지지가 않아. (하고 재희 보면)
재희 : (눈동자 촉촉하고. 비로소 미소 짓는.)
윤규 : (상현에게 등번호 건네며) 자요. 지금 이 순간부터 대한민국 대표선숩니다.
상현 : (살짝 비장) 네.
S#8. 마라톤 장 출발선. 낮
각국 외교관 선수들, 진지한 표정으로 출발선에 서있다.
재희와 상현, 유키와 파트너의 모습도 보인다.
재희와 유키, 서로 은근슬쩍 견제하는데, 그 순간 탕!
총소리와 동시에 재희와 유키 총알처럼 바바박 튀어 나가는.
상현 : (멈칫) 쟤들 왜 저래. 이게 무슨 백 미터 달리기냐?
S#9 마라톤 장 일각 1. 낮
앞서거니 뒤서거니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유키와 재희.
그 뒤를 쫓아오는 상현과 유키 파트너 보이고...
S#10 마라톤 장 일각 2. 낮
재희와 유키 점점 힘이 빠져 다른 선수들에게 추월당하고...
두 사람 옆을 달리고 있는 상현과 유키의 파트너 빨리 달려라 재촉하는...
재희, 이 앙다물고 달리고....
S#11 마라톤 장 일각 3. 낮
재희 어느 순간부터 절뚝거리고... 유키, 씩- 웃으며 그런 재희 앞지르는데...
상현, 그런 재희 옆에 바짝 붙어 서더니
상현 : 왜, 그래. 발 아퍼?
재희: (절뚝거리고) 아직은 참을 만 하니까 빨랑 달려요.
상현 : 참아야 할 정도야? 서 봐.
재희 : 그냥 달리라니까요. (하는데)
상현 : (재희 확 당겨 세우고 무릎 굽히고 앉더니 그대로 재희 신발 벗기는)
재희 : (앞서 가는 유키 뒷모습 보며) 괜찮다니까 왜 이래요.
상현 : (뒤꿈치에 피 묻은 양말 보이고) 이런 발로 뛴 거야?
재희 : (발 감추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이러다 지겠어요. (손 뻗으면)
상현 : (손 탁 치고 양말 훅- 벗기면. 까진 뒤꿈치 보이는) 곰이냐? 어쩜 이렇게 미련하냐?
재희 : 관두잔 말 하면 죽어요. (도로 운동화 신는)
상현 : 그렇게 이기고 싶냐?
재희 : 네.
상현 : 그럼, 이기자. 나 엄청 빨리 달릴 거거든?
재희 : 네.
상현 : 꽉 잡아라.
재희 : 네?
상현 : (하는데, 재희 허리 감고 번쩍 들어올려 어깨에 턱 걸친다.)
재희 : (거꾸로 매달려서 발버둥치고) 미쳤어요? 왜 이래요 정말!
상현 : 가만있어도 힘들거든? (하더니 재희 엉덩이 철썩 치는)
재희 : (깜짝 놀라) 어머머! 어딜 만져요 지금!
상현 : 한 마디 할 때마다 한 대씩이다. (다시 철썩)
재희 : 꺄악! 이 남자가 진짜, (하다 자기 입 자기가 막는)
상현 : 이거 우승하면 금메달 주냐? 안주면 니가 줘라.
하더니 달려 나가는 상현. 길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 환성 지르며 박수치고....
재희, 창피해서 울상인... 그러나 억지로 웃는....
S#12. 마라톤 코스 일각4. 낮.
앞만 보고 달리던 유키, 뒤에서 함성 들리자 무슨 일인가 돌아보면,
재희 어깨에 걸치고 뛰어오고 있는 상현이고....
유키, 달리는 것도 잊고 입 떡 벌리고 서서 보는데, 획- 옆으로 지나가는 상현이고.
유키의 시선 상현 어깨에 걸쳐진 재희 따라 가다 고개 확 돌려 자기 파트너 보면,
허걱! 유키 시선 피해 더 빨리 달리는 파트너고...
S#13. 결승선 앞. 낮.
결승선에 쳐져 있는 테이프. 저 멀리 결승선을 향해 달려오는 선수들 보인다.
1등, 2등, 3등 들어온다. 환호하는 관중들.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는 상현의 옷 흠뻑 젖어있다.
재희 : (매달려서) 진짜 내려줘요. 여기서부턴 달릴 수 있다구요.
상현 : 참 빨리도 말한다. (턱- 내려놓으면)
재희 : (뒤 한 번 돌아보더니) 일단 뛰어요. (하더니 상현 손 덥석 잡고 달리고)
상현, 재희에게 잡힌 손 본다. 내가 왜 이러지 싶게 가슴이 뛰는데...
그런 두 사람 뒤를 바짝 쫓아오는 유키고.
드디어 결승점에 들어오는 두 사람. 환호하는 교민들. 태극이 물결치고...
두 사람 얼싸안고 좋아하는.... 그러다 화들짝 놀라 서로 떨어지는...
그런 모습 찰칵! 사진 찍어주는 윤규고.
그 뒤로 들어오는 유키.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면, 누군가 내미는 손.
유키 보면, 재희다. 유키, 피식 웃으며 재희 손 잡는데... 찰칵!
S#14. 강변. 밤.
야경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재희.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시계 보더니
재희 : ♬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 나 어떡해~ 너를 잃고 살아갈까 ~
나 어떡해 나를 두고 떠나가면~ 그건 안돼~ 정말 안돼~ 가지마라~
(하다 시계 보고) 뭐야, 술 사러 간다더니 왜 이렇게 안 와.
S#15. 약국 안. 밤.
상현, 검은 비닐봉지 들고 약사 앞에 서 있다. 약사 고개 갸우뚱 하며 상현 보면
상현 : 붕대 말이야. 붕대. 아야! 하면 칭칭 감는!
약사 : (모르겠다는 듯 양 손 들고 어깨 으쓱)
상현 : 아 미치겠네. 붕대가 영어로 뭐지? 진짜 붕대 몰라? 아야! 호- 칭칭! 유 노우?
하다가 무언가 발견하고 얼굴 환해지는데!!!!
(시간경과)
두루마리 휴지로 팔목 칭칭, 허벅지 칭칭, 감고 씩 웃는 상현이고.
S#16. 강변. 밤.
재희의 하얀 맨발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손 보인다. 상현이다.
재희, 고개 숙이고 약 바르는 상현의 얼굴 물끄러미 보는데, 그 순간 반짝 고개 드는 상현.
상현 : 어때?
재희 : 네? 아... (발 움직여 보며) 괜찮네요.
상현 : 아니 내 얼굴. 계속 빤히 봤잖아.
재희 : (뜨끔)
상현 : 왜, 암만 봐도 잘 생겼어?
재희 : (기막히고) 더위 먹었어요?
상현 : 말은 그래도 지금 언니 눈에 하트 막 떠 있거든? 아주 쇼킹 핑크로다가?
재희 : 이봐요, 최상현씨.
상현 : 왜.
재희 : 까불지 마실래요?
상현 : 뭐?
재희 : 내가 높아도 한 참 높거든요?
상현 : 이봐, 언니. 내가 원래 자랑 같은 거 잘 안 하는 성격인데, 나 그냥 형사 아니거든?
나 대통령 표창 받은 형사거든.
재희 : 대통령 표창이 뭐 별 거라구. (장난기) 난 대통령 별로더만.
상현 : 별로라니. 별로라니! 대통령이 무슨 짜장면이야? 군만두야? 당신 실수 한거야 지금.
나 대통령이랑 엄청 친하거든. 내 연애까지 걱정해 주는 양반이야, 그냥반이.
재희 : (빤히 보다) 진짜에요?
상현 : 궁금하면 직접 물어 보던가.
재희 : 정말 물어 봐도 돼요?
상현 : 참, 집요하네. 아니,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야? 말단 외교관 궁금증이나
풀어주고 앉았게? 그리고 이 술은 해 뜨면 마실 거냐고. 술이나 마시자고.
하더니 봉지에서 캔 맥주 꺼내 풀링 따는데, 푹- 폭발하는 맥주. 재희 옷에 다 묻고.
재희 : 우씨. 일부러 그랬죠.
상현 : 성격 제대로 하자네. 아니 내가 일부러 그럴 사람으로 보여? 이렇게? 이렇게?
하면서 재희에게 거품 쏘는 상현이고... 재희, 절뚝 팔짝, 절뚝 팔짝 하면서 피하고...
재희도 캔 맥주 잡으려는데 상현 곁에도 못 오게 하고... 그런 두 사람 모습 예쁘고...
S#17. 재희 집 혜주 집. 밤.
보석함 여는 손. 보석함에서 맑은 음악소리 들려오고....
실반지 하나 꺼내 드는 손...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혜주다.
상현이 준 커플링 손바닥에 올려놓고 바라보는 혜주의 얼굴 슬프고....
S#18. 강변. 밤.
조금 취한 재희. 맥주 쭈욱 마시고 상현 보면, 멀리 야경 보는 상현이고...
재희 캔 잡은 상현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커플링 보는데.... 커플링 불빛에 반짝 빛나고...
재희 : (옆모습 보다가) 왜 거짓말 했어요? 용의자라고.
상현 : (쓸쓸한....) 거짓말 아니야....용의자... 맞어. 헤어지자고... 안 돌아온다고...
나한테 사기 쳤을 혐의가 있거든. 그건... 사기거든...
재희 : 얼마나 못 본 건데요?
상현 : 일 년 팔 개월...
재희 : 그렇게 오래 못 봐도... 연인일까요?
상현 : 대답 못하겠다.
재희 : 대답 안 해도 되요. 나한테 물은 거니까. (쓸쓸히 술 마시는)
상현 : (그런 재희 옆모습 보는데...)
S#19. 재희의 집 앞 골목. 밤.
절뚝거리는 재희를 부축하고 오는 상현. 오렌지색 가로등 예쁘고....
재희 : 아까 달리면서 생각한 건데요. 연애와 마라톤의 공통점이 뭔 줄 알아요?
상현 : (잠시 생각하다) 선수가 많다.
재희 : 으이그.
상현 : 가방끈 자랑하냐? 알면 그냥 얘길 하던가.
재희 :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때론 외롭다. 평생 한 번도 못해보고 죽을 수도 있다.
용기가 없으면 시작할 수 없다.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한 눈 팔면 망한다.
상현 : (무심히 앞 만 보며) 젤 중요한 게 빠졌네.
재희 : (보면)
상현 : (절뚝이는 재희 발보며) 상처 입을 수 있다.
재희 : (멈춰 서는....) 그러네요. 겪어보고도 그걸 빠트렸네요.
상현 : 연애하다 상처 받았어?
재희 : 안 그런 사람도 있어요?
상현 : (빤히 보는)
재희 : 피곤하겠다. 그만 가요. 다 왔어요.
상현 : 약 발러.
재희 : 그럴게요.
상현 : 발 말고. 마음에.
재희 : (!!! 상현 얼굴 보다가. 체코어) 고마워요....
상현 : (무슨 뜻인가 보면)
재희 : 체코어로 고맙단 뜻이에요.
상현 : 사랑한단 뜻 아니고?
재희 곱게 눈 흘기면 피식 웃는 상현이고...
S#20. 재희의 집 거실. 밤.
목욕 가운 차림으로 머리를 닦으며 거실로 나오는 재희.
상현의 말 떠올리는 듯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데, 주방에서 나오던 혜주,
혜주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재희 : 마음엔 어떤 약을 바르나... 생각 중이었어요. 누가 그러네요. 약 바르라고.
혜주 : 재희씨 웃게 하는 그 사람?
재희 : (피식) 네.
혜주 : 진짜 연애하나 보네. 우편물 온 거 챙겨놨어요. 내 화장대 위에 있거든요?
재희 : 고마워요.
재희, 혜주 방으로 들어가는....
S#21. 재희의 집 혜주의 방. 밤.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방으로 들어오는 재희. 화장대 위에 우편물 놓여있다.
우편물 집어 들고 살펴보다 무심결에 열려있는 혜주의 보석함 보는데...
그러다 무언가 발견하고 딱딱 굳는 재희의 얼굴이고!!!!
상현이 끼고 있던 커플링과 똑 같은 반지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반지 집어 들고 자세히 보는 재희. 분명 그 반지다. 너무 놀라 자기 입을 손으로 막는!!!
그때, 방으로 들어오는 혜주. 혜주의 기척에 천천히 혜주를 향해 돌아서는 재희고....
혜주 : (딱딱하게 굳은 재희 발견하고) 왜 그래요?
재희 : (혜주 뚫어져라 보며) 혹시... 한국 이름이... 강혜주에요?
혜주 : 어떻게 알았어요?
재희 : (무릎 푹- 꺾이는)
혜주 : 아, 계약서 봤구나. 아까 집주인 왔다 갔거든요. 나 내 이름... 싫어해요. 아는 언닌
강혜정, 아는 동생은 강혜경. 난 강혜주. 내가 있던 고아원, (사이) 자애로우신 원장
어머니 딸 이름이 강혜원이었거든요.
재희 :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서서 혜주를 보다가) 언제....에요? 예정일?
카메라 뒤로 빠지면.... 상현이 그렇게 찾고 있는 혜주가... 만삭인 것이다!!!!
혜주 : 다음 달 15일요.
재희 : (하얗게 질려 서 있고....)
혜주 : 왜 그래요? (사이) 재희씨.
하는데 전화 오는. 재희 받을 생각도 못하고 혜주만 보는데....
혜주 : 안 받아요?
재희 : (겨우 받으며) 윤재흽니다. (순간 놀라는) 자, 잘 들어갔어요?
혜주 : (그런 재희 보면)
재희 : (혜주 뚫어져라 보며) 전화해서 약속 다시 잡을게요. 네. (사이) 잘 자요...
혜주 : (그런 재희 이상하다 싶어 바라보는데....)
S#22. 주유소. 다음날 낮.
혜주의 친구가 일하는 주유소다.
친구, 주유를 하고 있고 재희와 상현, 그런 친구 옆에 서 있다.
친구 : (체코어) 지금 어디 사는 진 몰라요. 저녁에 OO 호텔에서 피아노 연주 하니까
거기로 가보세요. (손님에게) 00 크로넷이요. (상현에게) 혹시 아이 아빤가요?
조만간 아이 낳으러 한국 간다던데.
상현 : (무슨 말인가 궁금해 재희 보면)
재희 : 아는 게... 없다네요.
상현 : 코리아 어쩌구 한 건 뭐야.
재희 : .... 한국에 갔을지 모른다구요. 조만간 들어간단 얘길 들었다고....
상현 : 언제까지 연락 됐다는데. 사는데 모른데? 다른 친구나 친구에 친구라도.
재희 : ... 모른데요.
상현 : 그럼 살던 동네라도. 아님, 또 아르바이트 하던 곳 없는지. 계속 할 수도 있잖아.
재희 : (고개 흔들면)
상현 : 왜 묻지도 않고 모른데. 자주 가던 식당이나, 슈퍼나, 옷가게라도 있을 거 아니야.
물어 보란 말이야!
재희 아무 대꾸도 없자, 절망하는 상현. 그런 상현을 보지도 못하고 입술을 꼭 깨무는 재희...
S#23. 노천 까페. 오후.
술을 마시고 있는 재희와 상현. 상현은 이미 많이 취해 있다.
계속 술만 마시는 상현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재희,
재희 : 강혜주씨 만나면.... 제일 먼저 뭐 할 거예요?
상현 : ....혜주가.. 하고 싶은 거...
재희 : 같이 밥 먹고, 걷고, 서로 마주보고, 안아주고?
상현 : 음.
재희 : 그런 거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어떡할래요?
상현 : !
재희 : 같이 밥 먹고, 걷고, 서로 마주보고, 안아주고 싶은 사람에게서 이렇게 숨어버리는
여잔 없어요.
상현 : 그만 가라.
재희 : 찾지 말면 어때요? 이미 숨은 사람 찾아서 뭐해요. 그냥 잊어버려요.
상현 : 그만 가랬지!
재희 : 강도 잡아 봤죠. 살인범 잡아 봤죠. 근데요, 떠난 사람 마음은 못 잡아요.
강도 무섭죠. 살인범 무섭죠. 근데요, 나 잊고 잘 사는 사람이... 더 무서워요.
상현 : (테이블에 있는 것 확- 쓸어버리는.)
재희 : (꿈쩍도 않는)
상현 : (손에서 피 떨어지는) 니가 뭘 알아. 니가 혜주에 대해 뭘 안다고 까불어!
니가 뭔데 잊으라 마라냐고. 가랬잖아. 가라는데 왜 안가. 왜 건드려. 왜 긁어!
재희 : 나한텐 조금 긁혔어요. 정작 당신 마음 긁은 사람 누군지 다시 생각해봐요.
하더니 상현을 남겨두고 자리를 떠나는 재희.
혼자 남은 상현... 피 흐르는 손가락에 끼워진 커플링 보는데...
S#24. 거리 모퉁이. 오후.
재희, 모퉁이를 돌아선다. 말을 했어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는 얼굴로 걷다가 멈춰서는
다시 돌아서 가다 다시 멈춰서는. 다시 돌아서 걷는. 그러다 결심한 듯 다시 돌아 뛰어가는데...
S#25. 노천 까페. 오후.
상현과 술 마시던 까페. 상현은 보이지 않고...
까페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재희고....
S#26. 게스트 하우스 프론트. 밤.
재희, 프론트 앞에 서서 한참 망설이다 노트 꺼내 무언가를 적더니 직원에게 주며
재희 : (체코어) 최상현씨 오면 이 것 좀 전해 주시겠어요?
S#27. 재희의 집 앞. 밤.
불 밝혀져 있는 재희의 집 창을 올려다보며 서 있는 상현.
몇 번을 망설이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S#28. 재희의 집 현관 앞. 밤.
계단을 올라와 현관 앞에 서는 상현.
노크 하려다 말고, 하려다 말기를 반복하다 용기를 내어 노크를 하는데...
긴장한 얼굴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상현이고... 그때, 드디어 열리는 문!!!
혜주 E: 재희씨?
하며 문 여는 혜주!! 상현, 헉- 숨이 막힌다. 왜 혜주가 여깄단 말인가!!
혜주도 자기 눈을 의심하는데!! 왜 상현이 여기에!!
그런데!!! 하얗게 질리는 상현. 세상에!! 혜주가 만삭이 아닌가!!!
상현과 혜주, 서로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서 있는데, 바로 그때,
계단을 올라오던 재희 마주 서 있는 두 사람 모습에 얼어붙고 마는데!!!
혜주 : 찾아냈네. 형사답다. (재희 보고) 왔어요? (상현에게) 인사해. 내 룸메이트 윤재희씨.
(재희에게) 미안해요. 제 손님인데 금방 갈,
하는데, 상현의 주먹 혜주 얼굴 바로 옆을 지나쳐 문짝에 쾅! 꽂힌다.
재희 너무 놀라 두 손으로 입 막는데, 혜주 전혀 놀라지도 않고,
혜주 : (담담하게) 들어와. 앉아서 얘기하자. 봐서 알겠지만 오래 서 있으면 힘들어서.
하더니 문을 활짝 열어 놓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혜주.
너무나 담담한 혜주의 태도에 기가 질린 상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들어가는데....
재희, 다리에 힘 풀려 그대로 계단 구석에 푹- 주저앉는...
S#29. 재희 집 거실. 밤.
문 앞에 서 있는 상현. 문 쾅 닫는다.
혜주 : (소파 권하며) 앉아.
상현 : (혜주에게서 시선 떼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고)
혜주 : (어제 본 듯) 마실 거 줄까? 주스 있는데. 저녁은? 한국식당 비싸지.
상현 : (믿을 수 없고)
혜주 : (소파에 있던 마른 빨래 치우며) 프라하엔 언제 왔어? 호텔에 묵는 거야? 이렇게
찾으러 올 줄 몰랐네. 성수기라 비행기 값 비쌀 텐데.
상현 : (정말 믿을 수 없고)
혜주 : 나 여깄는 거 어떻게 알았어? 신기하다. 아무도 모르는데. 아참, 뭐 달랬,
상현 : (O.L) 야! 이 새끼야!!
혜주 : !
상현 : 입 다물어!
혜주 : 그러게 여기까지 뭣 하러 와. 구질구질하게.
상현 : 입 다물어!
혜주 : 안 돌아간댔잖아! 찾지 말랬잖아. 잊어 달랬잖아! 근데 뭣 하러 여길 오냐구!
상현 : 제발 그 입 좀 다물라고!!!
긴 침묵이 흐른다. 혜주, 그대로 서 있고... 상현 힘든 얼굴로 앉아만 있고...
S#30. 재희 집 문 밖. 밤.
재희,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 밖에 서 있고....
S#31. 재희 집 거실. 밤.
여전히 그대로 서 있고 앉아 있는 혜주와 상현.
상현 : (낮게) 어떤 새끼야.
혜주 : .....
상현 : 너 그렇게 만든 새끼. 어떤 새끼냐고.
혜주 : ......
상현 : 어떤 새낀지 말해. 죽여 버릴 테니까. 어떤 새끼야!!
혜주 : 나이가 아주 많아.
상현 : !
혜주 : 욕심도 아주 많아. 여자도 아주 많아.
상현 : !!!
혜주 : 근데, 돈도 아주 많아. 그래서 아주 많이 사랑해. 내가.
헉! 혜주의 말에 하얗게 질리는 상현... 말도 나오지 않는데...
혜주, 그런 상현을 외면하고 섰다 핸드백 챙겨 들더니
혜주 : 나 돌아왔을 때, 상현씨 없었음 좋겠어. (하고 나가려 하면)
상현 : (혜주의 팔 잡아 돌려 세우는)
혜주 : 이러지 마. 우리 아가 놀라.
상현 너무 기막혀 비명도 못 지르는.... 혜주의 팔 잡은 손에서 힘 쫙- 빠지는데....
그대로 나가 버리는 혜주고.
S#32. 재희의 집 문 밖. 밤.
문을 나오던 혜주 문 앞에 서 있던 재희를 본다.
혜주 : 소란 피워 미안해요. 저 사람... 오늘 밤 내내 저러고 있을 거예요.
불편하겠지만 하루만 호텔에서,
재희 : (말 자르며) 제가 알아서 할게요.
혜주, 담담하게 재희보다 천천히 계단 내려간다.
문 앞에 오래오래 서 있던 재희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S#33. 재희 집 거실. 밤.
재희 들어오면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상현 보인다.
재희, 천천히 문 닫는데,
상현 : 재밌었겠네.
재희 : !
상현 : 나 바보 만들고 재밌었겠어.
재희 : 그런 거 아니요. 혜주씨랑 난,
상현 : (말 자르며) 낮엔 내 얼굴 보고 밤엔 만삭인 혜주 보면서 당신 참 재밌었겠어.
재희, 그냥 입을 다물어 버리는데...
S#34. 트램 정류장. 밤.
엉엉 아이처럼 울며 정류장에 앉아 있는 혜주.
사람들 그런 혜주 흘금거리는데, 누가 보던 말든 아이처럼 엉엉 우는 혜주고....
S#35. 재희의 집 거실. 밤.
두 손으로 얼굴 감싸고 소파에 앉아 있는 상현.
재희, 상현과 뚝 떨어져 앉아있고.....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시간 경과)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 상현이고... 그러다 창가에 서서 창밖 내다보는데...
부엌에서 커피를 타던 재희, 손 멈추고 그런 상현 보는데....
(시간경과-새벽)
창밖 어슴푸레 밝아 오고... 소파에 등기대고 손 이마에 얹고 눈 감고 있는 상현이고....
S#36. 재희의 집 욕실. 다음날 아침.
세면대를 짚고 고개 숙인 채 오래오래 서 있는 상현이고...
그러다 욕실 선반 위에 있던 모든 것 와장창 쓸어버리는.....
S#37. 재희의 집 주방. 아침.
아침을 차리고 있는 재희. 와장창 소리에 움찔 하는데...
재희, 욕실 쪽으로 고개 돌리면, 잠시 후 상현 나오더니 그대로 나가려 하자,
재희 E : 첫날 묵은 호텔 기억나요?
상현 : (문고리 잡고 서 있다 천천히 돌아보면)
재희 : 혜주씨... 거기서 피아노 쳐요.
상현 : ....
재희 : 저녁 8시부터 한 시간이요.
상현 : (고맙단 말도 없이 그대로 달려 나가려는데)
재희 : 이봐요.
상현 : (다시 돌아보면)
재희 : 밥... 먹고 가요. 아침 여덟 시가 아니라 저녁 여덟 시 라구요.
상현 잠시 보다 그대로 나간다. 재희 그런 상현 뒷모습 보는데...
S#38. 거리. 아침.
길가에 서서 핫도그를 꾸역꾸역 먹고 있는 혜주.... 눈물 핑- 도는...
하지만 만삭인 배 한번 만져보더니 아이 때문에라도 일부러 꾸역꾸역 먹는 혜주고....
S#39. 호텔 앞. 낮.
택시에서 내려 급히 호텔로 뛰어 들어가는 상현.
회전문 들어가는데, 반대편에서 회전문을 나오는 한 남자, 영우다.
상현과 영우 서로 빗겨 지나고....
도어맨이 택시 문 열어주면 영우, 상현이 타고 온 택시에 올라 어딘가로 가는데.....
S#40. 대사관 앞. 낮.
택시에서 내리는 영우. 대사관 올려다보는데.....
S#41. 대사관 안 대사 집무실. 낮.
대사 모니터 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 문 열리더니 현지인 비서
비서 : (체코어) 지영우씨란 분이 오셨습니다.
대사 : 지영우? (놀라며) 영우? (체코어) 들어오라고 해요.
여비서 비켜서면 영우 들어온다.
대사 : 이게 누구야.
영우 : (미소) 건강하셨어요, 아저씨.
대사 : 온단 소리도 없이 웬일이냐. 앉어.
영우 : 한솥밥 먹게 됐다고 신고하러 왔습니다. 저 본부에 근무합니다.
대사 : 본부? 그럼 호텔은. 작년 이맘 때 니 아버지 왔다갔어. 그런 소리 안하던데?
영우 : 저 집에서 내 놓은 자식이거든요. 아저씬 점점 젊어지시네요. 한 5 년 만에 뵙나요?
대사 : 그쯤 되나보다. 프라하엔 어쩐 일로.
하는데, 윤규 노크한다.
윤규 : 손님 계신데 죄송합니다. 코트라에 보낼 협조공문 때문에요.
대사 : 아차차. 나 아직 못 봤거든? (영우에게) 잠깐만 있어. (윤규에게) 죽마고우 아들래미야.
본부에 근무한데. 서로 인사들 하고. (하고 나가는)
영우 : 처음 뵙겠습니다. 지영웁니다.
윤규 : (손 내밀다 말고 빤히 보는)
영우 : (내민 손 뻘쭘하고. 왜 저렇게 보지? 하는 눈빛인데)
윤규 : 혹시... 재희, 압니까?
영우 : !!!
윤규 : 압니까?
영우 : ....네. (사이) 절 아십니까?
윤규 : 압니다. 재희가 그쪽 이름 부르며 울 때마라 술값 계산 했거든요, 내가.
영우 : !!!
윤규 : 얼굴도 봤네요. 타다만 반쪽짜리 사진이지만. 재희 만나러 온 겁니까?
영우 : ....네.
윤규 : 5년 만에요?
영우 : ....네.
윤규 : 왜요.
영우 : 보고 싶어서요.
윤규 : 보지 마시죠.
영우 : !!!
윤규 : 재희, 이제 겨우 사람 꼴 하고 삽니다. 사람 꼴 하고 살게 그냥 두라구요.
영우, 윤규 뚫어져라 보는데 ....
S#42. 기념품 가게 앞. 낮.
천천히 걷고 있는 영우. 그러다 걸음 멈추고 고개 돌리면,
아기자기하게 전시 되어 있는 기념품들. 쇼윈도에 비치는 영우의 얼굴....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PRAHA’ 티셔츠를 오래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영우고....
S#43. 까렐교. 낮.
까렐교에 서 있는 영우. 어디선가 슬픈 선율 들려오고 영우의 눈빛 아련해진다.
다리 난간위에 집시 여인 하나 기타를 치고 연주를 하고 있다.
(이하 현실 + 과거)
슬픈 눈빛으로 서 있는 영우(현). 조금 거리를 두고 행복한 얼굴로 와서 서는 재희(과)
두 사람 같은 곳 바라보는데,
재희 : 이 다리 진짜 근사하다.
영우(현) : 그러네.
재희 : 이렇게 근사한 풍경 혼자 보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혼자 봤음 그저 그랬을지 모르거든.
영우(현) : 나두.
하는데, 재희의 어깨에 올려지는 손. 현재의 영우와 같은 화면에 보이고...
재희 고개 돌려 손 올린 사람 보면, 과거의 영우고....
재희 :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영우(과) : 실은... 할 얘기가 있는데 하기 힘든 얘기라서.
재희 : .... 겁난다. 무슨 얘긴데 얼굴색까지 변한 건지.
영우(과) : (재희 빤히 보다) 나 한국 가.
재희 : !!!
영우(과) : 아버지 호출. 오늘 저녁 비행기야.
재희 : 그걸 왜 이제 말해.
영우(과) :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했거든.
재희 : 혹시 나.... 차인 거야?
영우(과) :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며칠 못 보는 것뿐이야.
재희 : 아니야. 아닌 것 같아. 나, 오빠 잡을래. 가지 말라고 잡을래.
영우(과) : 그래도 가야 해. 갔다 올게. 와. 올 거야.
재희 : .....
영우(과) : 도착하면 내일 이겠다. 내일 전화할게. 모레는 결혼 승낙을 받을게. 글피엔
비행기표를 살게. 그 글피엔 널 보러 올게. 그 그 글피엔, 청혼을 할게.
재희 : .....
영우(과) : 나... 기다려 줄 거지...
재희 : (눈물 툭- 떨어지는)
카메라 현재의 영우와 과거의 재희 한 화면에 잡으면
영우(현) : 기다려 줄 거지... 기다려 줄 거지, 재희야....
S#44. 레스토랑. 낮.
식사를 하고 있는 윤규와 재희. 재희, 거의 식사를 하지 못한다.
윤규 : 왜 이렇게 못 먹어.
재희 : 입맛이 없다. 어떤 남자 땜에 머리 너무 복잡해서.
윤규 : (영우라 생각하고) ....만났니?
재희 : 누굴?
윤규 : 지영우.
재희 : !!!
윤규 : 이맘 때잖아. 너 그 유치한 5 년 전 약속.
재희 : 서윤규! 아직 나한텐 아픈 상처거든?
윤규 : 5 년이면 내가 걸었었단 기억조차 잊혀지는 세월이더라. 근데, 뭐가 아직도 아파.
재희 : 너... 왜 이래?
윤규 : 이 밥값 니가 내. 오늘은 내기 싫다.
재희 : 그래. 근데, 오늘은 너 나쁜 친구다. 니가 안 보태도 나 충분히 머리 복잡하거든.
먼저 일어날게. 한글학교 마지막 수업 있어.
하고 가는 재희. 그런 재희 뒷모습 바라보는 윤규고....
그런 윤규의 얼굴에 재희 목소리 얹혀진다.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S#45. 한글 학교. 오후.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시를 낭송해주는 재희다.
재희 손에 ‘조병화’ 시집 들려 있다.
재희 정신은 딴 데 있는 듯 멍하니 시를 읊는데...
재희 :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생에, 가벼운 웃음으로만 지냅시다. 그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아이들 : (열심히 이해하려 하나 이해 안되는... )
재희 : (외운 듯 책 보지 않고) 작별의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사랑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앞에 올 그 작별의 날에 가벼운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그대로 한참을 말이 없는 재희고....)
아이1 : 선생님.
재희 : (퍼뜩 정신 차리고) 어? 어...
방금 들려준 시는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시야. 좀 어렵지?
아이2 : 우리도 알아요. 그러니까 깨끗하게 끝내자는 거잖아요.
재희 : (뚱- 보다) 나보다 낫다. (앞으로 걸어가며) 자, 오늘이 선생님하고 마지막 수업인
거... 알지? 다음 주면 선생님 한국 가거든.
아이2 : 선생님. 내일 3시엔 시간 있으세요?
재희 : 왜?
아이1 : 저희가 송별 파티 준비했거든요. 꼭 오실 거죠?
재희 : (가슴 먹먹하고... 고개 끄덕이는데....)
S#46. 호텔 로비. 오후.
로비 의자에 앉아 있는 상현. 초췌한 모습이다.
고개 푹 숙이고 있다 고개 드는데, 회전문을 들어서는 혜주 보인다.
혜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상현의 무서운 얼굴 보고 멈춰 서는데....
상현 : 밤 새 기다렸어.
혜주 : 그럴까봐 안 들어갔어. 덕분에 생각 참 많이 했어. 우리 처음 만난 날부터 어제까지.
상현 : !!!
혜주 : 그러다 깨달았어. 내가 한 번도 고맙단 말을 안했구나...
상현 : !!
혜주 : 그래서 만나러 온 거야. 고맙단 말 하려구. 고마웠어 오빠. 유학비 대줘서.
상현 : (O.L) 야, 임마!
혜주 : (O.L) 혹시 그 돈 받으러 온 거면 미안해서 어쩌지? 나 지금은 돈 없거든.
근데, 갚을게. 이자까지 다,
하는데, 철썩! 혜주의 뺨을 갈기는 상현. 혜주, 뺨보단 가슴이 아픈....
상현 : 하나만 묻자.
혜주 : (힘겹게 괜찮은 척 서 있는)
상현 : 나.... 사랑하긴 했니?
혜주 : 아니.
상현 : !!!
혜주 : 기회가 없었어. 늘 오빠 사랑 받다보니 받는 거에만 익숙해지더라구.
오빠가 잘못한 거야. 그러게 날, 조금 덜 사랑하지 그랬어.
상현, 머릿속이 텅- 비어 가는데, 그런 상현을 남겨두고 멀어져 가는 혜주.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누군가, 재희다. 재희,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상현을 바라보는데....
S#47. 호텔 일각. 오후
모퉁이를 돌아선 혜주 입을 꾹 틀어막고 참았던 눈물 쏟는데...
한참을 울다가 몸을 숨기고 힘없이 서 있는 상현을 본다. 눈물 마구 흐르고...
허청허청 호텔을 나가는 상현 보인다.
혜주, 고개 돌리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울음 억지로 참는데,
재희 E: 참 나쁘네요.
혜주 : (억지로 눈물 닦으며 천천히 고개 돌리면 재희 서 있다)
재희 : 주제넘게 들리겠지만 그 사람 프라하 도착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혜주씨만 찾아다녔어요. 최소한 미안하단 말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혜주 : 주제넘게 들리네요.
재희 : 강혜주씨!
혜주 : 미안하단 말, 참 쉬워요. 쉬워서 저 안 해요. 그냥 나쁜 년 하려구요.
죽일 년 하려구요. 그게... 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내 마지막 배려거든요.
재희 : 내 눈엔 배려가 아니라 배신 같은데요.
하더니 또박또박 가버리는 재희. 그 자리에 오래오래 서 있는 혜주고....
겨우 벽 잡고 버티고 섰다가, 배가 아픈 듯 배 잡고 푹- 무너지는 혜주.
그때, 누군가 팔 벌려 그런 혜주 잡는다. 보면, 영우다.
영우 : 괜찮아요?
혜주 : (억지로 영우 보는...)
영우 : 맞죠... 재희 집에 있던.
혜주 : (배가 아픈 듯 신음하는)
영우 : 왜 그래요. 아파요? 잠깐만 참아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
혜주 : 아뇨. 집에 못 가요. 갈 수 없어요, 나.
영우, 그런 혜주 빤히 보는데....
S#48. 호텔 룸. 밤.
영우 침대에 천장 보고 누워 있는 혜주. 영우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 지켜보다가
영우 : 좀 어때요? 병원 안가도 되겠어요?
혜주 : 네. (배 만져보며) 잠들었네요. 아깐 놀랐었나 봐요.
영우 : 엄마가 울면 아기도 슬프거든요.
혜주 : (한동안 말 없다가) 재희씨 못 봤죠. 아까 거기 있었는데.
영우 : 재희가... 있었어요?
혜주 : 네. 어젠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왔길래 제가 좀 놀렸어요. 연애하는 거 아니라고
펄쩍 뛰었었거든요.
영우 : (재희에게 다른 남자가 있구나... 쓸쓸한 얼굴 되는데...)
혜주 :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재희씨 만나면 도와줬다고 얘기할 게요.
영우 : 그럴 필요 없어요.
혜주 : 아니에요. 재희씨도 알아야,
영우 : (O.L) 나 아니에요.
혜주 : 네?
영우 : 재희 웃게 하는 사람... 나 아니라구요.
혜주 : !!!
S#49. 소원의 벽 앞. 밤.
소원의 벽 앞에 서 있는 재희. 손에 든 핸드폰 만지작거려 보지만 아무 연락이 없고...
메모지를 붙이고 천천히 벽을 떠나는 재희. 메모지 보인다. ‘그 사람... 웃게 해주세요.’
거짓말처럼 그 옆에 붙어 있는 메모지... ‘나보면 웃어주라...’ 영우의 메모지다.
S#50. 거리2 + 술집 앞. 밤.
넋 나간 표정으로 멍 하니 거리를 걷고 있는 상현.
어느 술 집 앞 지나는데, 마침 술집을 나오던 체코 남자들과 실수로 부딪힌다.
체코남, 상현의 멱살 잡고 체코어로 욕설 퍼붓는데,
상현, 대꾸도 없이 그냥 무시하고 가려고 하자, 상현 팔 잡더니 뻑- 주먹 날리는.
휘청 나가떨어지는 상현. 입가에 피 흐른다. 상현, 피 쓰윽- 닦더니
상현 : 고맙다. 진짜 고맙다. 울고 싶은 놈 뺨 쳐줘서. 진짜 쌩큐 베리마치다. 이 씨발놈들아!
하더니 퍽- 주먹 날리는!
S#51. 재희 집 거실. 밤.
문을 열고 들어오다 멈칫 하는 재희. 혜주가 짐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혜주 : 다행이네요.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인데.
재희 : (빤히 보는)
혜주 : 그 사람 피해 가는 거니까 어디 가냐고는 묻지 말아줘요.
재희 : .....
혜주 : 그리고...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 할게요. 이것 좀.... 전해 줄래요? (커플링 건네는)
재희 받지 않고 바라만 보자, 커플링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짐 들고 문을 나서는 혜주.
그러다 잠시 멈추고 돌아서더니
혜주 : 그 사람.... 자주 다쳐요.... 그래서 늘 비상약이 필요하죠.
재희 : 지금보다 더 다치기야 하겠어요?
혜주 : 재희씨 있어서 마음 놓고 가요, 나.
재희 : 무슨 뜻이에요?
혜주 : ...나도 많이 웃었거든요. 그 사람 때문에...
재희 : !!!
재희, 덜컹 가슴 내려앉는데 문 닫고 나가는 혜주.
재희, 닫힌 문 바라보다 테이블 위의 커플링으로 시선 옮기는데, 핸드폰 울린다.
재희 : (체코어) 여보세요? 어디요?
S#52. 체코 경찰서 앞. 밤.
상처 난 얼굴로 재희와 경찰서를 나오는 상현.
재희 : (상현의 옆모습 보다가) 싸움 잘 하나 봐요? 어떻게 셋을 다 저 지경으로 만들었어요?
상현 : (말없이 걷고)
재희 : 진짜 잘 다치네요. 집에 가서 치료부터 해요.
상현 : (대답도 없이 저벅저벅 걸어가는)
재희 : 이봐요!
상현 : (멈춰 서서 돌아보면)
재희 : 왜 늘 고맙단 말을 안 하죠? 나 그렇게 만만해요? 이럴 거면서 전화는 왜 했어요.
상현 : 외교관이 당연히 할 일 아니야? 생색내고 싶어?
재희 : 관두죠. 그쪽 마음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니까. 근데요, 나한테 화낼 이윤 없거든요.
(무언가 내밀며) 받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에요.
상현 : (무언가 보면)
재희 : (커플링 보여주며) 전해달래요. 떠났어요. 아까.
상현 : (울컥해서) 숨겨 주는 것도 모자라 이젠 빼돌리기까지 하셨나?
재희 : 나중에 후회할 말 하지 마요. 내 맘 모르잖아요.
상현 : 그쪽 맘 관심 없어. 혜주 어딨는 지나 말 해.
재희 : 나도 몰라요. 도망간 사람이 주소 남겼겠어요?
상현 : 혜주 어딨냐니까!
재희 : 자꾸 밥통짓 할래요? 다음 달이면 강혜주씨 애 엄마에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강혜주씨, 지금 떠난 거 아니란 뜻이에요. 이미 오래 전에 떠났다구요, 그 사람.
어쩜 단 한 번도 당신 사람인 적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더니 가버리는 재희. 상현, 참담한 마음으로 서 있는데....
S#53. 강변. 밤.
주먹을 꽉 쥐고 다뉴브 강가에 서있는 상현.
강물과 강물에 비친 야경만 오래오래 바라보다 주먹을 가만히 펴보면....
혜주의 반지 불빛에 반짝이고.... 반지 확 던져 버리려다 차마 못 던지는 상현인데....
S#54. 게스트 하우스 프런트. 다음날 낮.
짐을 챙겨 프런트 앞에 서 있는 상현.
체크아웃 중이다. 문득, 자신이 신고 있는 운동화 물끄러미 내려다보는데....
주인 : (영어) 제가 깜빡했네요. 어떤 여자 분이 메모 남겼었는데.
하고 메모지 건넨다. 상현, 의아한 얼굴로 메모지 펴 보면....
‘강혜주씨 찾았어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저랑 같이 살아요.’
상현, 가슴 덜컹 내려앉는데....
그런 상현의 얼굴에 샌드페블즈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노래 소리 겹쳐지고....
S#55. 한글학교 교실. 낮.
노래 소리 울려 퍼지는 교실. 조촐한 다과상이 마련되어 있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아이1. 다른 아이들 ‘나 어떡해’ 를 부르고 있다.
“나 어떡해~ 너를 잃고 살아갈까~ 나 어떡해~ 나를 두고 떠나가면~
그건 안돼~ 정말 안돼~ 가지 마라~“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에 웃기면서 눈물이 흐르는 재희.
노래 끝나자 열렬하게 박수치는...
아이1 : 선생님께 드리는 우리의 마지막 선물이에요.
재희 : (울먹이는) 이 노래 어떻게 알았어?
아이2 : 선생님 좋아하시는 노래 윤규 아저씨한테 들었구요. 인터넷으로 배웠어요.
재희 : 정말 고맙다. 선생님이 받아 본 선물 중에 가장 멋진 선물이야.
선생님... 평생 너희들 안 잊을게... 이순간도 안 잊을게... 사랑한다..
아이들 : 저희두 사랑해요.
아이1 : (눈물 쓱- 닦으며) 사랑해서 선생님 보내 드리는 거예요. 그게 진짜 사랑이랬어요.
재희 : (웃는) 그런 멋진 말은 누구한테 배웠어?
아이2 : 저 아저씨한테요.
재희 돌아보면 문 앞에 불 밝힌 케이크 들고 서 있는 상현.
재희, 놀라서 말도 못하고 상현만 바라보는데....
상현 : 대사관에 물어봤더니 여기 있을 거래서.
재희 : (조금 냉정하게 보면)
상현 : 그냥.. 얼굴 보구 가려구. 도와준 거 고맙고, 오해한 거 미안하고... 사과하는 뜻에서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해서.
재희 : (차갑게) 최상현씨 말처럼 외교관으로 당연한 일 한 거예요. 밥 먹을 일 없어요.
아이1 : 그냥 확 키스해요.
아이2 : 여자 화 푸는 덴 그게 최고죠.
재희 : (허걱!) 야, 니들!
아이들 :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상현 : (재희 확 노려보며) 미리 짰지. 당신 얘들 하고 한패지.
재희 : 뭐라구요?
아이들 :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재희, 아이들 입 막고, 윽박지르고 별 수 다 쓰고...
상현 그런 재희의 귀여운 모습 보는데....
S#56. 예쁜 레스토랑. 낮.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재희와 상현.
재희 : (화 안 풀린 척) 떠난 거 아니었어요?
상현 : 가던 중이었지. 근데, 이 신발 진짜 희한하다니까. 가려고만 하면 안 걸어 지내.
그런 의미에서 밥값 언니가 내.
재희 : 내가 왜 내요. 자기가 산다매.
상현 : 내가 언제 산다 그랬어. 밥 먹자 그랬지. 정 얼울하면 내가 산다는 마음으로 내던가.
얼추 먹었으면 일어나자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 가이드 좀 하지?
재희 : 허, 데이트 신청 하는 거예요, 지금?
상현 : 하여튼 틈만 나면 작업이야. 시티 투어 몰라? 시티 투어? (하더니 슥- 나가버리는)
재희 : (황당하고....)
S#57. 몽타주. 낮.
이곳저곳 관광을 하는 재희와 상현.
* 프라하 성 - 수문장들의 교대식을 보는 두 사람.
- 성당을 관람하는 두 사람.
- 관광객들 두 사람 사이로 우르르 지나가자 상현 재희 확 당겨 옆에 세우는...
재희, 신경질은 내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고....
-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프라하 풍경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이고...
* 유명 아이스크림 점 - 케이크보다 더 예쁜 아이스크림이 놓여지는 테이블.
상현과 재희 맛있게 먹는...
* 크리스털 가게. - 조명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크리스털 제품들. 구경하다 머리 콩 부딪히고...
- 백조모양 크리스털 장식품 들고 사진 찍는 상현. 찰칵!
S#58. 재희의 집 거실. 밤.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재희와 상현.
상현 : 여기가 호텔이냐? 그냥 호텔비 빌려 달라고. 한국 가서 부쳐 준다고.
재희 : 집 놔두고 왜 돈을 써요. 난 친구 집에서 자면 되니까 편하게 자요.
상현 : 친구 누구.
재희 : 친한 놈 있어요.
상현 : 그냥 여기서 자지?
재희 : 모르는 남자랑 어떻게 자요.
상현 : 그냥 자라고.
재희 : 싫다구요.
상현 : 그러게 돈 빌려 달랬지. 지금 뭐 하자는 플레인데. 재워주기 싫냐? 이럴 거면 처음부터
데려오질 말든가. 아니, 집 주인 쫓아내고 내가 여기서 어떻게 편하게 자냐고. 그리고,
딴 놈 하곤 자면서 나랑은 왜 안 자는데. 누가 어떻게 한대? 한대?
재희 : 한 대 맞을래요?
S#59. 재희의 집 지붕. 밤.
지붕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재희와 상현.
손에 마리오네트 인형 들고 있고, 옆에는 캔 맥주 놓여 있다.
재희 : (마리오네트 움직이며) 인사는 이렇게, 악수는 이렇게, 안녕은 이렇게. 쉽죠?
상현 : (인형 움직이며) 이렇게?
재희 : 머리는 드라이할 때만 써요? 이렇게 하라구요. 이렇게!
상현 : 왜 소릴 질러. 가방끈 짧다고 무시하는 거야?
재희 : 빙고!
상현 : 어쭈! 대통령 표창 받은 형살 뭘루 보구... (인형 다리 들고) 얍- 뒤돌려 차기!
재희 : (인형 손들어 턱 막고 상현의 인형 배 푹 치면 푹- 고꾸라지는. 인형 손 탁탁 털며)
까불고 있어.
상현 : 어쭈! (인형 줄이 아닌 손으로 움직이며) 이단 옆차기! 어라? 왜 안 되지? 다시 이단
옆차기. 이런 씨. 이거 고장 아니야? (하고 재희 보면)
재희 : (상현 빤히 보고 있고)
상현 : 왜 그렇게 보는데?
재희 : 아까 갔던 프라하 성, 성당 옆 아이스크림 가게, 까를교 근처 크리스탈 가게,
지금 입고 있는 그 티셔츠 같은 곳이죠?
상현 : 무슨 뜻이야?
재희 : 프라하에 오지 않고도 프라하 티셔츠 입고 있었던 것처럼, 프라하에 오지 않고도
알고 있었던 곳들이요.
상현 : .....맞아. 혜주가 보낸 메일 속에 글로... 사진으로... 있던 곳이야. 그렇게라도 해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재희 : 그래서... 보냈어요?
상현 : ....보내는 중. (사이) 아니다... 혜주가 가는 중인가...
재희, 쓸쓸한 상현의 옆모습 보는데....
S#60. 소원의 벽 앞. 다음 날 낮.
메모지를 붙이는 손 보인다. 메모지에서 쉽게 손 떼지 못하고 쓰다듬어 보는...
“어차피 갈 거면 돌아보지 마라. 나 이제 거기 없다. 차갑게... 독하게... 잘 가라 강혜주.”
글씨 옆에 무언가 반짝 빛난다. 반지 두 개 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카메라 뒤로 빠지면 햇살에 반짝이는 반지를 아련하게 바라보는 상현과 재희고.
재희 : 공항엔... 못 바래다 줄 거 같아요. 나 여기서 약속이 있거든요.
상현 : 약속?
재희 : 네. 바람 맞을지도 모르지만.
상현 : 이렇게 근사한 여자가 바람도 맞는단 말이야?
재희 : (피식 웃는. 메모로 눈길 주며) 근데, 진짜 이뤄질까요?
상현 :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두 사람 마주 보고 웃고. 그러다 무심코 상현의 어깨 너머를 보던 재희,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마는데.....
상현 : 왜.
재희 : 소원....이루어지나 봐요.
상현 : 뭐?
재희 : 저 사람.... 내 소원이거든요.
상현, 영문 몰라 재희의 시선 쫓아가면... 한 남자 서있다. 영우다!!!!
영우도 적잖이 놀란 얼굴이다. 정말 이곳에... 재희가 있다니....
천천히 재희에게 걸어오는 영우. 재희와 상현 다가오는 영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