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2005년 10월 8일
S#1. 호텔 로비. 밤.
4부 엔딩에 이어서....
상현 : 웃지 마.
재희 : !!
상현 : 딴 놈한테 손목 잡혀 그렇게 웃지 말라고!!!
서늘한 상현, 놀라는 영우와 재희.
재희, 놀란 마음 수습하며 손목 빼려고 하면, 영우 더 꽉 잡으며
영우 : 어디서 큰소리야. 어따 대고 큰소리야! 누구한테 소릴 질러 지금!
상현 : (O.L) 왜요, 형산 검사 앞에서 소리도 못 지릅니까! 헌법에 써 있어? 써 있냐고!
영우 : (O.L) 목소리 낮추랬지!
재희 : (O.L) 그만해.
영우 : 윤재희!
재희 : 그만해 영우야. 그리고 이것 좀 놔줘.
영우 : (!! 서늘) 꼭 이래야 겠니? 나 지금 우스워진 거 안 보여?
이 자리에서 꼭 나 바보 만들어야겠니?
재희 : !!
상현 : (영우의 사랑의 크기 알고) 젠장! 그만 하죠. 잡힌 손인지 잡은 손인지 감 잡았으니까
그만 하자구요. 에?
하고 상현 가는. 재희, 상현 따라가려하면 영우 확 당기면
재희 : 미안한데... 오늘은 내가 먼저 봤어. 내가... 먼저 봤어 영우야...
영우, 재희 슬프게 바라보다 천천히 손놓는...
재희, 잠시 서 있다 이내 돌아서 총총히 걸어가는...
영우 회전문 나서는 재희 뒷모습 보며 오래오래 서 있는데,
승우 E: 뭐해 여기서?
영우, 표정 굳으며 천천히 돌아서면 삐딱한 시선으로 영우 보며 서 있는 승우고.
영우 : 아버지, 어디 계시니.
승우 : 나 안 데려 간 거 보면 몰라? (떠보는 듯) 왜, 무슨 일 있어?
영우 : 몰라서 묻니?
승우 : !!
영우 : (낮고 서늘하게) 몰라서 묻냐고.
승우 : 알면서 물었어. 제대로 아나 짚어 보고 싶어서. (심드렁하게 시계보고) 보통내긴
아니더라. 무슨 꼴 날지 너무 뻔한데, 가르쳐주긴 싫더라구.
영우 : (눈 질끈 감았다 뜨는) 아버지 어디 계시냐고 지금!
S#2. 호텔 룸. 밤.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 무언가를 빤히 보는 지회장.
침대에 누워 있는 아이다. 너무 담담한 지회장의 얼굴이 무섭기까지 한데...
S#3. 호텔 앞. 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상현을 찾는 재희.
그때,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 상현의 차 발견하고 달려가 상현 차 막아서는 재희.
끽- 차 세우는 상현. 차에서 튀어 내리며
상현 : (버럭) 미쳤어? 죽고 싶어?
재희 : 운전하지 말아요. 마음 복잡하잖아요.
상현 : 내가 운전을 하든 말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재희 : 상관없어요. 상관없는 거 알아요. 죽었다 깨어나도 아무 상관없는데, (사이) 자꾸
마음 쓰이는 걸 어떡해요. 앞도 뒤도 모르겠고 차부터 세워야겠는데 어떡하냐구요.
상현 : (재희 마음 알지만) 그러니까 왜! 왜 이러냐고! 스테이크 질려? 김치찌개 생각 나?
재희 : 최상현씨.
상현 : 여자들 다 이래? 몸 따로 마음 따로? 진짜 징그럽다. 니들 진짜 무서워!
재희 : 나 윤재희예요.
상현 : 윤재흰데 어쩌라고!
재희 : 혜주씨 아니라구요.
상현 : !!
재희 : 나한테만 화내요. 나만 보고 화내요. 강혜주씨... 여기 없어요.
상현, 뒤통수 얻어맞은 듯 정신이 드는데... 바로 그때,
혜주 E: 아뇨. 있어요. 여기.
상현과 재희 돌아보면 두 사람 등 뒤에 서 있는 혜주.
혜주 : (담담. 재희에게) 자주 보네요. 오빠랑 할 얘기 있는데, 자리 좀 비켜 줄래요?
재희 : 아뇨. 이번엔 싫은데요.
하는데, 혜주 팔 잡아 밀어 넣듯 조수석에 태우고 붕 - 가버리는 상현이고...
재희 : 나쁜 놈. 어떻게 한 번을 안 챙기냐....
재희 그 자리에 오래오래 서 있고...
S#4. 한강변. 밤.
끽- 차를 세우는 상현. 한동안 말이 없이 앞만 보고 앉아 있는 상현과 혜주.
그러다 차에서 내려 강물을 바라보고 서 있는 상현. 혜주 따라내려 상현의 옆에 선다.
혜주 : 볼 때마다 같이 있네....
상현 : (앞만 보는. 표정 굳은. 눈빛 노여운)
혜주 : 재희씨 많이 예뻐졌더라. 오빠 때문에 웃을 일 많나 봐.
상현 : 어. (고개 돌려 혜주 보는) 잘 웃어. 볼 때 마다 웃어. 나만 보면 웃어, 그 여자.
혜주 : !!
상현 : 그러니까, (봉투 흔들며) 이거 핑계로 다신 볼 생각 마. 니 맘 편하게 해주자고
내 맘 불편할 생각 때려 죽여도 없으니까 (봉투 쥐어주며) 너 좋아하는 가방 구두
옷 한 트럭 사서, 들고 입고 신고, 죽는 순간까지 맘 불편하게 살아.
내 맘에서 떠난 거, 나 다신 안 찾아.
하더니 혜주 남겨놓고 가버리는 상현. 혜주, 돈 봉투 든 채 상현 뒷모습 보다가
혜주 : (아프게 웃는) 또 비상약 필요하겠다... 근데, 오빠... 늘 오빠가 아파야 내가 안 아프네...
(두 눈에서 눈물 흐르는) 미안해... 미안해 오빠...
S#5. 경찰서 앞. 밤.
상현 차를 몰고 정문 막 통과하려다 정문 중간에 그대로 끽- 서는.
보초 놀라서 상현 보면, 상현 그대로 튀어 내려 누군가 본다.
담 옆에 서 있는 재희다. 두 사람 서로 바라보는데....
재희 : 무슨 생각하나 맞혀 볼까요? 이 여자 혹시 바보 아닐까? 무슨 여자가 이렇게 속두
없고, 자존심도 없나... 미치지 않고 서야 어떻게 여기서 기다리나... 맞죠?
상현 : (보면)
재희 : 근데요. 나 그거 다 남부럽지 않게 있는데도 여기로 와졌어요. 너무 걱정 돼서요....
상현 : !!
재희 : 처음 운전대 잡던 날 아빠가 그러시는 거에요. 마음이 너무 복잡해도...
마음이 너무 설레도 운전대 잡지 마라.... 마음은 마음의 길 밖에 못 본다.
상현 : ....
재희 : (애써 웃으며) 그만 갈게요. 말짱한 거 봤으니 됐어요.
하더니 총총총 가버리는 재희. 상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달려가서 재희 팔 잡는.
재희, 조금 섭섭했던 듯 시선 앞만 보고 있다 천천히 상현 보면...
상현 : 밥은... 먹었냐?
S#6. 이모네 식당. 밤.
비빔밥 두 그릇 탁자에 턱! 턱! 놓여진다. 재희 비빔밥 보고 피식 웃는데,
상현 : 보긴 이래도 맛있어. 먹어봐서 알겠지만.
재희 : (!!) 내, 내가 언제 이걸 먹어 봐요?
상현 : 잡아떼는 게 취미야?
재희 : 아뇨? 제 취민 독서거든요?
상현 : 참 독하네. 진짜 기억 안나? 갑순양이 똥개한테, “종이 뭐예요?” 묻던 날?
재희 : (망했다 싶고!!!) 그, 그걸, 봤어요?
상현 : 봤지. 식당 앞에 서 있는 거. 들어가는 거. 먹는 거. 나오는 거.
재희 : 봐, 봤으면 말은 똑바로 해야죠.
내가 언제 똥개한테 종이 뭐니? 물었어요? 주인한테 물었지?
상현 : 곰 새끼나 새끼 곰이나. 토마토나, 도마도나.
재희 : 듣고 보니 욱하네. 아니, 다 봤으면서 밥을 또 먹인 거예요?
상현 : 내가 묶어놓고 퍼 먹였냐? 솔직히 말해봐. 갑양 낙하산이지? 외교통상부 청사 새로
지었더만.
재희 : 허, 멀쩡한 사람 제대로 하자 만드시네. 저기요, 제가요 우리 동기 중 최연소
합격으로 신문에도 났거든요?
상현 : 밥뿐다. 비벼라.
재희 : 물에 말았나 뭐?
상현 : 비빔밥도 뿔 거든? 최연소 합격자님? 이건 상식이거든요?
재희 확 째려보더니 밥 비비는. 상현, 그런 재희 보며 피식 웃는데....
S#7. 공원. 밤.
자판기 커피 마시는.
재희 : 커필 먹긴 먹네요.
상현 : 커피가 먹는 거냐. 마시는 거지.
재희 : 곰 새끼나 새끼 곰이나. 토마토나 도마도나.
상현 : 한마디를 안 져요. 말싸움해서 진 적 없지?
재희 : 몸싸움도 진 적 없어요. 나 쌈 잘하니까 불량배 만나도 걱정 마요. 갑군, 언니 믿지?
상현 : (피식)
재희 : 그거 알아요?
상현 : 뭘?
재희 : 전엔 갑군 땜에 내가 웃었는데 이젠 나 땜에 갑군이 웃는 거.
상현 : (빤히 보는)
재희 : (뾰루퉁) 진짠데?
상현 : ... 종이 뭐냐.
재희 : 네?
상현 : 윤재희 같은 여잔 종이 뭐냐고.
재희 : 우씨! 내가 무슨 똥개에요?
상현 : 솔직한 건지,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바본 건지. 어쩜 그렇게 마음이 다 보이냐.
재희 : !!
상현 : 근데, 나 이제 사랑 그 따위 꺼 안 믿거든. 똥갠 믿어도 여잔 안 믿거든....
재희 : (빤히 보다) 하나 잃고 하나 얻었네요.
상현 : (보면)
재희 : 마음에 문 닫혔다. 들어오지 말아라. 근데 여자론 보인다. 맞죠?
상현 : !!
재희 : 얻은 게 크니까 봐줄게요. 그리고 나 담도 잘 타고 문도 잘 따요.
상현 : 니가 무슨 도둑놈이냐?
재희 : 도둑놈 만들기 싫음 문 열어 주던가.
상현 : !!
재희 : 그만 가요. 나 일 하다말고 왔잖아. 이러다 진짜 짤리겠다.
상현 : 낙하산도 짤리냐?
재희 : 자꾸 낙하산 낙하산 할래요? 울 아빠 빽이 좀 든든하긴 하지만 내가 아빠 도움
받을 일은 평생 딱 한 번 밖에 없거든요?
상현 : 그게 언젠데.
재희 : 결혼식장 들어갈 때요. 알지도 못하면서.
재희, 눈 흘기더니 총총총 걸어가는... 그런 재희 뒷모습 먹먹하게 보는 상현...
S#8. 대로변. 밤.
두 사람 간격을 두고 서 있다. 서로 뭔가 아쉬운 듯 그러나...
상현 : 택시 탈거면 건너가서 타야해.
재희 : 택시 잡는 거 아니에요. 차 올 거예요.
상현 : 차? 콜 불렀어?
하는데, 동남 대로변에 차 세운다. 동남 내린다.
상현 : 번호 외울 일 없겠네. (반갑게) 어이, 동생! 잘 있었나?
동남 : (곱지 않은 시선. 재희 차문 열어주는)
상현 : 볼 때마다 도전적이네. (재희 보며) 손 없어? 뭘 문까지 열게 해. 암만 동생이라도.
재희 : 나 맨날 이런 대접받고 살거등요? 갑돌이만 모르지?
상현 : 돈으로 매수했지? 누나가 용돈 많이 주냐?
동남 : 국가 기밀입니다. (운전석에 타는)
상현 : 피는 못 속인다니까. 어떻게 남매가 세트로 잘난 척이냐.
재희 : (차 출발하면 창밖으로 손 흔들며) 갈게요.
멀어지는 차. 상현 멀뚱 보고 있다가
상현 : 근데, 쟤는 우리가 여깄는 걸 어떻게 안 거야.
S#9. 호텔 복도 혜주의 룸 앞. 밤.
혜주의 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영우. 그러다 결심한 듯 노크하려는데,
혜주 E: 나 찾아요?
영우 천천히 고개 돌리면 조금 떨어져 서 있는 혜주고.
S#10. 호텔 혜주 룸. 밤.
영우와 혜주 마주 앉아 있다.
혜주 : 지난번엔 고마웠어요. 덕분에 지회장님 만났거든요.
영우 : ....뭐라던가요.
혜주 : 당신 아이 맞냐구요.
영우 : 그건 나도 궁금하네요.
혜주 : 그래서 피 뽑으려구요.
영우 : 기댄 말아요. 다치는 쪽은 언제나 상대방이어야 하는 분이니까.
혜주 : 나도 무른 편은 아니라 서요.
영우 : (연민스럽게 보는)
혜주 : 궁금한 게 있어요. 짐작은 가지만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요. 지회장님과 무슨,
영우 : (O.L) 짐작하는 사이, 맞습니다.
혜주 : .... 근데... 나한테... 왜 잘 해주죠?
영우 : 그쪽한테 잘 하는 거 아닙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주는.... 빈약한 면죄붑니다.
혜주 : !!!
잠시 혜주 바라보다 나가는 영우고. 혜주, 그 자리에 오래오래 서 있고....
S#11. 외통부 주차장. 밤.
재희 차 멎고 재희 내린다. 동남 따라 내리면,
재희 : 한 시간 정도면 될 거야. 미안.
동남 : 저야 괜찮은데 피곤하셔서 어쩝니까.
재희 : 땡땡이 쳤으니 이 정돈 달게 받아야지. 간다.
하고 돌아서는데, 차 한대 들어와 재희 차 옆에 선다. 영우 차다.
차에서 내리던 영우 자신을 보고 있는 재희보고 멈칫하는. 그러다 그냥 들어가려는데,
재희 : 잠깐만.
영우 : (돌아보면)
재희 : 십 분만 내주라. 할 얘기 있어.
영우, 재희 빤히 보는데...
S#12. 외통부 옥상. 밤.
야경 보이고... 야경을 보고 있는 영우의 옆모습...
재희 그런 영우 보다가
재희 : .... 아깐,
영우 : 그 얘기면 말자. 듣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다. 먼저 내려갈게. (등 돌리면)
재희 : 왜 안 왔니.
영우 : (고개 돌려 보면)
재희 : (담담) 왜 아직도 나 니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너 이러는 덴
이유 있겠지 싶어서 묻는 거야. (사이) 5년 전에... 왜 안 왔니.
영우 : 이유 묻지 말고 그냥 나 믿어주면 안돼?
재희 : 뭘 믿어야 하는데.
영우 : 단 한 순간도 너 잊은 적 없었단 거.
재희 : 5년을?
영우 : 어. 5년을.
재희 : 그럼 그냥 오지 그랬니. 그쪽이 훨씬 쉬워 보이는데.
영우 : .... 그렇게 (사이) 그 사람이 좋니?
재희 : !!
영우 : 이렇게 꼭 확인사살 하고 가고 싶어?
재희 : 니가 나 나쁜 년 만드니까. 연락 한 장 없다가 마음 다 정리하니까 나타나서
맘 아프게 하니까. 난 끝을 보고 싶은데 넌 자꾸 원점으로 돌리니까.
영우 : 무슨 사랑이 그렇게 이기적이야. 같이 끝나야지. 혼자 끝내놓고 왜 떼쓰니.
재희 : (이해 할 수 없는 듯) 뭐? 내가, 이기적이야?
영우 : 그만하자. 너무 피곤해 한 마디도 더 못하겠다.
하고 먼저 내려가 버리는 영우고. 그런 영우의 등 바라보는 재희고...
S#13. 경찰서 외경. 다음날 오전.
S#14. 경찰서. 오전.
상현, 노트북에 시선 두고 작업하고 있고 그런 상현 앞에
동사무소 직원과 교복 차림의 여고생 앉아 있다. 연수(17)다.
직원 : 웬만하면 동사무소 내에서 처리를 하겠는데, 세 달 째 하루도 안 거르고
사망신고서를 낸다니까요. 최형사님이 알아듣게 말 좀 해주세요.
상현 : (프린트 버튼 누르는) 김형사 평창동 장물 몽타주 어떻게 됐냐.
김형사 : (일어나 나가며) 지금 갑니다.
상현 : (프린트기 보며) 친아버진 맞고?
직원 : 그렇다니까요.
상현 : (프린트 나오는. 챙기며 연수한테) 왜 그랬는데.
연수 : .....
상현 : 너 임마, 이게 얼마나 큰 죈 줄 알어? 그 것도 친아버지라며.
연수 : (표정 없이 그러나 상현을 똑바로 보며) 아빠가 죽는 게 내 소원이거든요.
상현 : 이 자식이!!
연수 : 할머니가 죽는 거 보단 나으니까요. 할머니가 굶어 죽는 거 보단 그게 나으니까요.
상현 : !!
연수 : (감정 격해서) 물도 전기도 끊겼어요. 곰팡이 냄새 때문에 숨도 못 셔요. 근데도
집주인은 월세를 올리래요.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할머니 병원비도 부족해요.
근데도 생활보호 대상자가 아니래요. 노름빚 지고 도망간 아빠에, 할머니 버리고
이민 간 삼촌 때문에 나라에서 그깟 20만원을 못 주겠대요.
상현 : (할 말을 잃고.... 얼굴 쓸어내리는)
연수 : 그래서 그랬어요. 굶어 죽기 싫어서 아빠 죽인 거라구요. 사망신고서 낸다고 진짜
죽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우리 아빠 죽은 걸로 해주세요. 그렇게 해주세요.
우리 할머니 살리게 그렇게 해달라구요!!
형사 일동 : (숙연해 지는...)
상현 : (가슴 먹먹한) 일어나. 임마! 집이 어디야!
S#15. 연수의 집. 낮.
생각보다 더욱 비참한 집 안. 온 벽에 곰팡이 핀 방에 숨 몰아쉬며 누워 있는 할머니.
싱크대도 없는 부엌. 앉은뱅이책상 앞에 붙어 있는 수 십장의 상장...
상현 : (상장 쭈욱-보는. 가슴 아픈. 눈시울 붉어지는) 니가 옳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법은 법이고... 아버진 아버지다. 근데, (사이) 니가 옳다.
방을 나가버리는 상현. 방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연수. 눈물 흐르고...
S#16. 슈퍼. 낮.
허름한 진열대, 계산대에 앉아 부업하는 주인아줌마.
출입문으로 슈퍼 앞 지나치는 상현 보인다. 화면 밖으로 나갔던 상현 다시 돌아와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라면, 과자 잡히는 대로 다 계산대에 올려놓고
상현 : 쌀 있죠. 제일 큰 걸루 주세요. 배달되죠?
주인 : 어딘데요?
상현 : 요 위에 정연수라고 할머니랑 같이 사는
주인 : 아, 연수 알지. 이쁘지, 착하지, 효녀에다 공부까지, (하다) 근데,
(의심의 눈초리) 아저씨가 우리 연수를 어떻게 아신대?
상현 : 그냥 쫌 아는 사이에요 (핑크색 거울과 머리빗 들어 보는)
상현 : 쫌 어떻게 아는데! 나 이 동네 반장인데, 왜 우리 연수한테 이딴 거 사주냐고!!
상현 : (웃는) 든든하네요. (거울과 빗 세트 올려놓으며) 이것두요. 다 얼마예요?
S#17. 골목길 + 어느 집 앞. 낮.
통화를 하며 내려오는 상현이고.
상현 : 아까 걔 말이야. 어. 정연수. 돈은 매달 우리 반에서 준비할 테니까 연수한텐
생활보호 대상자 된 걸로, (하다 얼굴 굳는. 걸음 멈추는.) 어? 어. 그래 그럼 부탁해.
어느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상현. 그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주 오래전... 혜주가 살던
지하 단칸방이 있는 것이다. 다 잊었다 생각하다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데....
(이하 현실 + 과거)
상현(현)의 옆으로 앳돼 보이는 혜주(과) 걸어간다.
지처보이는 혜주,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계단에 쪼그려 앉는다.
손가락으로 그림도 그려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지켜보고... 하늘도 올려다 보다...
상현(현) 그런 혜주 아프게 바라보는...
혜주(과)핸드폰 가만가만 만지작거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데...
혜주 : 또... 도둑이... 들었어요.
상현 : 거짓말.
혜주,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리면 혜주의 바로 옆 벽에 기대 서 있는 상현(과)
혜주 : 나... 잡혀 가나요? 거짓말해서?
상현 : 그래서 온 건데? 잡아가려고? (혜주 일으키는. 손에 무언가 쥐어주는. 오피스텔 키다.)
이사 하자. 도둑 안 드는 곳으로.
혜주 : ... 도둑이 안 들면... 안 올 거잖아요.
상현 : 올 거야. 진짜로 지키고 싶은 게 생겼거든.
오래오래 바라보는 두 사람이고...
상현(현) 그런 자신의 과거 속 두 사람 오래오래 바라보다 발길 돌리는데 핸드폰 온다.
상현 : (액정 확인하고) 어.
광자 E : ‘어’라니! 내가 니 친구야? 급한 일 생겼으니까 빨랑 튀어와.
S#18. 의류 매장. 낮.
마네킹에 옷 디스플레이 하고 있는 광자. 가게로 들어오는 상현.
광자 : 왜 혼자야? 황달혼지 황달낀지 같이 안 왔어?
상현 : 에이 정말! 급한 일이라며!
광자 : 빨리 입혀 보고 싶으니까 그랬지. (셔츠 두 장 건네며) 이건 니꺼. 이건 황달끼꺼.
상현 : 나 이런 심부름 할 나이 지났거든? 내가 이모야 보다 세살이나 많다고!
광자 : (푼수) 남들은 다 내가 더 많은 줄 알어.
상현 : 그게 자랑이냐. 그리고 내가 달호형 전화 번호 줬냐 안 줬냐.
광자 : 어머, 얘 미쳤나봐. 세상에 여자가 남자한테 어떻게 먼저 전활하니.
상현 : 어떻게 하는 지 알려줘? 폴더 열고 번호 누르고 통화 누르면 되거든?
광자 : 하면 뭘 해. 맨날 같은 소린데. (달호 흉내) ‘광자씨~ 별 일 없지예? 장사는 잘
되지예? 위험한 일 있으마 지한테 콜 때려주이소’ 아니, 옷 파는 데 무슨 위험한
일이 있겠냐고? 옷이 날 밀어? 옷이 날 때려? 대체 뭔 핑계로 전활 하냐고 내가.
상현 : (기막힌) 외할머닌 나이 사십에 이런 건 왜 낳아가지구.
광자 : (또 푼수) 그지 그지. 엄마도 엄마지만 아버지도 참 그 나이에 힘도 좋으...
(하다) 안 바뻐? 바쁘다며.
상현 : 간다. 가.
하고 티셔츠 두 장 둘둘 말아 나가는 상현이고...
상현 나가면 달호 주라고 했던 색과 같은 색 여자 싸이즈 티셔츠 집어 들며
광자 : 커플티 거든?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다 허걱) 이제 보니 색깔이 제대로 황달끼네.
S#19. 외통부 의전과. 낮.
재희, 통화하면서 동시에 서류 막 뒤지고 있다.
재희 : APEC 정상회의 디데이 삼십 오일인 거 아시죠? 참가 인원단 명단 빨리
나와야 하거든요. (사이) 예. 각료회의, 최고경영자회의두요. 네. 알겠습니다.
(서류 찾으며) 대체 어딨는 거야.
윤규 : 뭘 찾는데.
재희 : 아셈(ASEM)에서 지난 분기에 온 공문.
윤규 : 내가 본다고 아까 얘기 했니 안 했니.
재희 : 아참, 그랬지.
윤규 : 오늘 왜 그래. 복도 나가 손 들구 있을래?
재희 : 미안한데, 나 오늘 진동모드거든? 말 시키지 말아주라.
하는데, 핸드폰 진동 오는. 재희 문자 보면
‘아이스크림 먹는 중. 큰 통 시켰는데 무지 많다. 어쩌지?’ 영우다.
문자보고 슬프게 웃는 재흰데...
S#20. 아이스크림 점. 낮.
나란히 앉아 창밖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재희와 영우.
아이스크림 컵이 제일 큰 컵이다.
재희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큰 걸 시키니.
영우 : 너 오래 기다리게 될 줄 알았거든.
재희 : 그럼 그냥 기다리지 반이나 퍼 먹냐? 배탈날려구 바보.
영우 : 속 타서. 어제 일 사과하고 싶은데 안 받아 주면 어쩌나... 속 탔어.
어젠 미안해. 나 자꾸만 못나진다. 벌주면 받을 게.
재희 : (빤히 보다) 이렇게 나쁜 애가 뭐가 좋니.
영우 : 니가 왜 나쁜데?
재희 : 늘 니가 먼저 사과하게 하잖아. 마음으론 내가 먼저 미안했을 수도 있는데
늘 니가 먼저 말하게 해, 내가.
영우 : 자식, 내내 맘 썼구나? (쓸쓸하게 웃는) 이래서 내가 너 못 놔.
재희 : !
영우 : 어떤 남자가 이렇게 예쁜 여잘 놓겠어. 한 번에 두 가지 일 못하는 놈이,
고생했겠네. 너 껌 씹으면서 횡단보도도 못 건너잖아.
재희 : (피식) 들켰네.
영우 : 와- 5년 무섭네. 옛날엔 이런 말 하면 바락바락 대들더니.
재희 : 이젠 안 그래. 그래서 너한테 못 가 영우야.
영우, 표정 굳는데, 그때, 영우 핸드폰 울리는. 영우 무거운 얼굴로 받는
영우 : 지영웁니다. 뭐?
S#21. 외통부 복도. 낮.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 영우와 동료들.
직원 : 세 건 다, 평창동에 있는 대사관저들만 노렸답니다.
영우 : 언제.
직원 : 털린 건 언제지 모른답니다. 휴가 중이어서 조금 전에 알았답니다.
영우 : 다친 사람은 없어?
직원 : 네. 관저가 비는 걸 알고 노린 것 같습니다.
영우 : 일단 외사과에 연락 하고 피해물품 리스트부터 작성해.
직원 : 알겠습니다.
S#22. 영우 사무실. 낮.
책상에 앉는 영우. 직원 서류 가져오는.
영우 : 내국인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 외사과와 별도로 관할 경찰서에 공문
돌리고 비슷한 패턴의 사건들 수집해. 맞물리는 사건 있으면 담당형사 불러들이고.
직원 : 네.
S#23. 경찰서. 밤.
경직된 얼굴로 모여있는 강력반 형사들. 반장님 지시사항을 전달중이다.
반장 : 다들 들었지. 주한 대사관저 절도사건. 우리 반에서 한 명이 차출되게 됐다. 기간은
잡을 때까지. 남의 집 가서 눈치 보는 거 싫음 빨랑 잡음 그만이고.
달호 : (눈치 없이) 제비 뽑을까얘?
반장 : 박씨 얻을 일 있냐? 최상현이 가.
상현 : 에? 제가 왜 갑니까 거길. 저 무지 바쁩니다.
반장 : 하루걸러 한 번씩 찾아오는 여자들 인기 관리하느라 바빠?
상현 : 반장님 왜 이러십니까.
반장 : 우리 중에 외교통상부에 아는 사람 있는 놈 너 밖에 더 있냐고.
달호 : 맞심더. 외교관한테 반말하는 형사 대한민국에 멧이겠노. 우덜은 가도 쫄아 안 된다.
상현 : 반장님, 저 정말,
반장 : 냄새나잖아. 평창동 사건이랑 같은 놈이야 이거.
상현 : 그건 그런데요,
반장 : 미결로 넘긴 거 니가 계속 수사 했어 안 했어. 아는 놈이 잡으라고.
내일부터 저쪽으로 출근해.
상현, 벌레 씹은 얼굴로 의자에 앉는데 달호, 재희가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 일부러 흥얼...
쫙 노려보는 상현이고...
S#24. 외통부 전경. 다음날 아침.
S#25. 외통부 복도 자판기 앞. 아침.
동전 넣고 버튼 누른 재희. 원철 지나가다 자판기에서 커피 빼든다.
원철 : (한 모금 마시고) 역시 커피는 의전과 앞이 최고라니까.
재희 : (곱게 눈 흘기는) 연경언닌 총무과 앞에서만 뽑아 주나보지?
원철 : 이젠 집에서도 타 줄 거야. 날 잡았다 우리. 워싱턴 가기 전에 식 올리쟤서.
재희 : 어머, 정말? 축하해 선배. 정말 가고 싶어 했잖아.
원철 : 공곤 아직 안 붙었는데 그렇게 될 거 같아. 주말에 시간 내. 연경이가 밥 산대.
재희 : 그 짠순이가 웬일로?
원철 : 너한테 부케 던지겠대.
재희 : 뭐? 부, 부케?
하는데 손흔들며 가버리는 원철.
재희 : 아니 가만있는 노처녀 염장은 왜 지르는데! 누구 맘대로 부켈 던져.
누가 받는데? 내가 무슨 포수야?
상현 F: 그냥 받어. 그거 받는 데 돈 드냐?
허걱! 상현 목소리에 재희 눈 동그래져서 돌아보면 상현 서있다.
재희 : 어, 어떻게 들어왔어요?
상현 : 걸어서.
재희 : 전화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어떡해요.
상현 : 전활 왜 해야 하는데?
재희 : 나 오늘은 무지 바쁜데. 이란 대사관도 가야하고, 청와대도 들어가야 한단 말이에요.
상현 : 가. 누가 뭐래?
재희 : 미리 연락하고 오면 좋잖아요.
상현 : 이봐, 갑양. 나 파견 근무 나왔거든? 주한공관과 어디냐!!! 제목도 열라 어렵네.
재희 : 그, 그럼 진작 그렇게 말하죠. 그리고, 내가 가이드에요? 표지판이야?
상현 : 공무원 근무 수칙,
재희 : (O.L) 3층으로 가면 왼쪽 끝에 비상계단 있어요. 거기서 한 층 더 올라간 다음에
왼 쪽으로 꺾으면 정수기가 있는데, 정수기를 등 뒤로 하고 직진한 다음에
막다른 곳 나오면 거기서 다시 오른 쪽으로 쭉 걸어가면 맨 왼쪽 끝방이요.
하고 바로 돌아서더니 성큼성큼 가버리는 재희.
상현 뒤에서 보고 있으면 자기 머릴 콩콩 쥐어박으며 가고 있는 재희. 그런 재희 보다가
상현 : 저거 저거 낙하산 맞다니까.
S#26. 외교부 복도. 낮.
상현 : 정수기 등 지고... 직진... 다 외운 내가 이상하다. 직진 다음에 다시 오른 쪽...
맨 끝방이면...
하고 그 자리에 멈춰서는 상현. 재희가 말한 곳은 여자화장실이었던 것이다.
피식 웃음 나서 화장실 보고 서 있는데.....
S#27. 외통부 의전과. 낮.
힘 쑥 빠져서 들어오는 재희. 윤규 그런 재희 의아하게 보다가,
윤규 : 배달 시켰냐?
재희 : 뭐?
윤규 : 왜 빈손이냐고. 커피 어쨌냐고.
재희 : 아... 그게... (괜히 신경질) 너 지금 성차별하는 거야? 커피는 꼭 내가 뽑으란 법 있어?
왜 커피는 뽑아 오래서 사람 망신을 시켜.
윤규 : 니가 간댔거든?
재희 : (띵!) 내가 그랬어? (사이) 그러니까 왜 안 말려. 가겠대도 말려야지 왜 보내냐고.
날 뭘 믿고 보내냐고.
윤규 : (어이없고) 그러게. 그 큰일을 널 뭘 믿고 보냈을까.
재희 : 몰라. 말 시키지 마.
윤규 : 화낼 사람이 누군데,
재희 : 근데, 주한공관과에 무슨 일 있어?
윤규 : 주한 대사관저들 털렸대.
재희 : 그래?
S#28. 외통부 주한공관과. 낮.
사무실로 들어오는 상현. 입구에 있던 사람에게
상현 : 실례합니다. 종로서 최상현 경삽니다. 주한공관과 갔더니 여기로,
걸어오던 영우와 눈이 딱 마주치는. 영우도 조금 놀라는.
영우 : 혹시, 파견 근무 나온 건가?
상현 : 네.
영우 : 반갑지 않은 소식이군. 지원했나?
상현 : 왜 지원을 합니까. 길 하나 찾기도 힘든 곳엘.
영우 : 그건 다행이고. 브리핑 전에 잠깐 얘기 좀 했으면 하는데.
하더니 유리벽으로 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상현 영우 뒷모습 보다 따라 들어가는.
S#29. 외교부 영우 방. 낮.
상현 들어서면 블라인드를 치는 영우. 상현 조금 긴장해 영우 보면,
영우 : (책상에 엉덩이 걸치고 앉으며 소파 가리키는) 앉지.
상현 : 서 있는 게 편해서요.
영우 : 그럼 좋을 대로. (사이) 지난번 호텔에서 일,
상현 :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영우 : (보면)
상현 : 그날은.... 죄송했습니다. 제가 엄한데 화풀이 했거든요.
영우 : (빤히 보다) 실은 나도 그랬어. 나도 화풀이 했어. 최경사 한테.
상현 : 피장파장이네요. 없던 일로 치죠. 근데요, 반말 하는 건 여전히 기분 나쁩니다.
영우 : 기분 나빠도 할 수 없어. 사랑하는 여자가 마음 쓰는 남자한테 존대 할 만큼 나
마음 넓은 놈 아니야. 최경사가 내 입장이면 어떨 것 같은데.
상현 : 끝까지 반말 해야죠. 남자 갑빠가 있지.
영우 : (피식) 재흰 최경사 여기 온 거 알고?
상현 : 복도에서 만났습니다.
영우 : 행운은 다 최경사 편인가 보군.
상현 : 계급장 띠고 한마디 해도 됩니까?
영우 : 해봐.
상현 : 기다리고, 상처받고, 정리 끝난 사람한테 이제와 이러는 거 반칙 아닙니까?
영우 : 그래서 후회하는 중이야.
상현 : 알면 됐습니다.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하고 돌아서면)
영우 : 최상현 경사.
상현 : 네.
영우 : 계급장 다시 달어.
상현 : (피식. 거수) 충성!
S#30. 외통부 의전과. 낮.
자기 책상 앞을 왔다갔다하는 재희고.
재희 : 가 볼 수도 없고. 궁금해 죽겠네 정말.
윤규 :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재희 : 아! 화장실.
윤규 : 뭐?
재희 : 야, 남잔 화장실 몇 시간 마다 가니?
윤규 : 뭐어?
S#31. 화장실 앞. 낮.
남자 화장실 앞 왔다갔다 하는 재희.
(시간경과)
여전히 왔다갔다하는. 화장실로 들어가려던 남자와 부딪힐 뻔 하자
재희 : (배시시 웃는) 또 뵙네요. 그럼.
하고 후다닥 가버리는. 남자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보는.
S#32. 외통부 구내식당. 낮.
재희와 윤규 마주앉아 식사중이다.
윤규 : 밥 맛 없어?
재희 : 어. 화장실 냄샐 너무 많이 맡았나봐.
윤규 : 아 드러.
하다 재희 어깨 너머로 식당으로 들어서는 상현보고
윤규 : 남자가 화장실을 몇 시간 마다 가냐고? 으이그 이 화상아.
재희 : 됐거든? 이제 다 알았거든?
윤규 : 나도 니가 왜 그런지 알았거든?
재희 : 알긴 니가 뭘 알어. 밥이나 먹어.
하는데 식판 들고 윤규 옆으로 지나가는 상현.
윤규 : (상현 보며) 밥 같이 먹죠.
상현 : 아, 안녕하세요. (하고 앉으려다 재희 보는)
재희 : (깜짝 놀란. 그러나 모른 척 밥만 퍼 먹는)
윤규 : 여긴 어쩐 일이에요?
상현 : 파견 나왔어요. 여기서 다 만나네요. 지검사님도 만났는데.
재희 : (놀란) 누, 누굴 만나요? (밥 다 튀는)
상현 : 아 드러. 밥알 온대 사방 다 튀네. 그냥.
윤규 : 얘 오늘 하루 종일 드러워요. 암튼 반가워요. 개 패듯 패는 거 어물쩍 넘어가서
아쉬웠거든요. 아직 유효한 거 알죠?
상현 : 참... 성격 꼼꼼하시네.
윤규 : 나중에 술 한 잔 합시다. 먹고 와. 먹고 와요. (가는)
재희 : (윤규 가는 거 확인하고 낮게) 무슨 사람이 그래요?
상현 : 내가 뭘?
재희 : (더 낮게) 아니 사람이 어떻게 세 시간 동안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가냐고.
상현 : (허걱!) 갑양 변태야?
S#33. 근무하는 몽타주(여러 날).
* 책상과 집기들 싹 치워진 영우 사무실 안. 피해 입은 공관 도면 바닥에 그려놓고
범인 예상 동선 만들어 보는 상현과 영우고, 몰래 보고 가는 재희고...
* 프로젝터가 쏘아올린 의전행렬 영상. 그 옆으로 서 있는 재희, 브리핑 연습하는 재희고...
보고 있던 윤규 무어라 무어라 면박주는...
* 영우. 로비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버튼 누르면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막고 들어서는
운동화, 상현이고 다시 닫히는 엘리베이터 간신히 막고 들어서는 사람 재희. 어색한
세 사람이고...
* 한 밤중, 자기방 침대에 엎드려 있는 재희. 마리오네뜨 인형으로 이단 옆차기 하고 있고...
* 달빛 가득한 마당, 상현 런닝 차림으로 허공에 대고 발차기 해보이다 평상에 벌렁
드러눕고... 그대로 다리 들고 자기 운동화 바라보고...
* 공방에서 조각칼로 나무에 무늬를 새기고 있는 영우. 슬픈 얼굴이고...
* 호텔 방안의 혜주. 새집 살짝 살짝 흔들어 보는... 그러다 가슴에 꼭 안곤 눈 감아버리는...
S#34. 의전과. 낮.
부산 지도 보며 얘기 나누고 있는 재희와 윤규.
재희 : 행사 배너는 여기서 여기까지 걸고, 차량 통제는 여기서 국제회의장까지 하면 되나?
윤규 : 자세한 건 헌팅을 가봐야 알겠지만 대략 그 정도면 되겠다.
재희 : 배너 시안 언제 나온대?
윤규 : 오후에.
재희 : 그럼 나 밥 먹고 온다. (뛰어나가는)
윤규 : (재희 나간 쪽 보는) 짜식이 연애 한다구 의리상실이네. 섭섭하게.
S#35. 영우 사무실. 낮.
통화중인 영우. 재희 들어오는 거 보고 잠깐 있으라는 손짓.
영우 : 네. 경비 인원은 두 배로 늘렸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끊는) 최형사 어딨는지 묻지마.
알아도 말 안 할 거니까.
재희 : 너 보러 온 거야. 밥 먹자. 스파게티 먹고 싶어. 넌?
영우, 그런 재희 빤히 보는데....
S#36. 외통부 정문. 낮.
정문을 나오는 재희와 영우.
그런 두 사람 어깨너머로 차를 몰고 뒤로 들어오다 멈춰서는 상현 보이고...
그런 두 사람 뒷모습 물끄러미 보는 상현인데...
S#37. 스파게티 집. 낮.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두 사람.
영우 : 뭐냐?
재희 : 뭐가?
영우 : 맨날 내가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다가 니가 이러니까 무서워.
재희 : 불안해도 아니고 무서워야?
영우 : 어.
재희 : 하긴, 다른 남자 좋다면서 옛 애인이랑 밥 먹는 여자 흔한 캐릭턴 아니다.
영우 :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친구로 남자, 뭐 어쩌구 하면 혼내줄 거야.
재희 : 뭐, 비슷한데, 그냥 나 너랑도 밥 먹고, 그 사람이랑도 밥 먹고
너랑도 차 마시고 그 사람이랑도 차 마시고 그러기로 했어. 일명 양다리.
영우 : 할려면 제대로 하던가. 맘에 딴 데 두고 몸만 앉아 있으면서 뭘.
재희 : 그래도 양다리야.
영우 : 혹시, 그러다 나 지치겠지. 그러다 포기하겠지, 계산에 넣었니?
재희 : !!!
영우 : 바보.
쓸쓸히 스파게티 먹는 영우고... 그런 영우 보는 재희도 슬프고....
S#38. 거리 + 편의점 앞. 낮.
테이크 아웃 커피 들고 마시며 오는 두 사람.
영우 : 같이 근무하니까 좋아?
재희 : 아까 먹은 면발 곤두선다. 꼭 그렇게 확인하고 싶어?
영우 : 안 물어보고 싶은데, 나 쿨 한 척 못하잖아. 쿨 하긴 커녕 속이 다 타.
너 안 보이면 같이 있나 싶구... 그 친구 안 보이면 둘이 만나나 싶구....
재희 : 묻지 마. 대답 안 할 거야.
하다 그러다 편의점에 서서 라면 먹는 상현 발견하는 재희고.
재희 : 먼저 들어가라. 거짓말하기 싫으니까 이윤 묻지 말고.
영우 : (둘러보다 상현 발견하는) 참 강적이다. 점심시간 한 번을 안 뺏기냐.
재희 : 신경질 나게 라면을 먹니. 맨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이.
영우 : 그렇게 다르니?
재희 : 뭐가?
영우 : 같은 면인데... 스파게티랑 라면은 이렇게 다르냐구.
재희 : !!
영우 : 나도 다음엔 라면 먹을래. 간다.
쓸쓸히 가는 영우고... 그런 영우 뒷모습 보다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재희고...
S#39. 편의점. 낮.
상현 라면 먹는데, 옆에 와 서는 재희.
재희 : 어머, 여깄었어요? (손에 든 컵라면 열고 물 넣는) 오늘 구내식당 메뉴가 별로더라구요.
상현 : (물끄러미 보고)
재희 : 앗! 내 꺼랑 똑 같네? 우리 커플 라면이다. 어휴, 너무 배고픈데 3분을 어떻게
기다리나... (상현 라면 보며) 나 그거 쫌만 먹음 안 돼요?
상현 : 먹지 마.
재희 : 치사하게. 나 먹는 거 아까워요?
상현 : 넌 봤는데 난 못 봤을까봐?
재희 : 네?
상현 : 왜 미련하게 밥을 꼭 두 번 먹냐. 지검사가 설마 이것보다 못한 거 먹였겠어?
재희 : 그럼... 먹는 거만 볼게요.
상현 : 남 밥 먹는 걸 뭘 구경해.
재희 : 내가 보는 거 싫어요?
상현 : 한 번이라도 좋은 꼴 보여준 적이 있어야지.
재희 : 알았어요. 먹고 와요. (문 열고 나가다) 근데요. 난 다 좋았거든요?
하고 가는 재희. 상현 돌아보지도 않고 있다가 젓가락 툭- 집어 던지는...
S#40. 외통부 로비. 낮.
로비에 모여 공고 보는 직원들. 웅성거리고 있다. 재희 들어서다 보는데
원철 돌아서다 재희랑 마주친다.
재희 : 무슨 일이에요?
원철 : 아버지가 대통령이면 이런 게 좋은 거구나. 넌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재희 : (놀라는) 선배....
놀란 재희 두고 거칠게 돌아서는 원철, 공고문 보던 사람들 재희 알아보곤 수군대고
재희, 공고문 보는데
<윤재희 전 주 체코 대사관 3등 서기관 주 미국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발령을 공고함>
당황한 얼굴인 재희.
S#41. 외통부 인사과. 낮.
결의에 찬 얼굴로 문 열고 들어오는 재희. 과장 그런 재희 보며
과장 : 아, 마침 잘 왔어.
재희 : 부당한 인삽니다! 저 못 갑니다!
과장 : 부, 부당? 워싱턴이? 워싱턴은 온탕 중에 온탕이야.
재희 : 저 온탕 싫습니다. 꼭 보내셔야 하면 냉탕 가겠습니다.
제가 원래 소양인이라 더운 거 엄청 싫어하거든요. 아, 튀니지 어떨까요.
과장 : 튀니지?
재희 : 튀니지 아니면, 요르단이나 바그다드나 쿠웨이트요.
과장 : 아니 고과 점수도 좋고, 누군간 가야하고, 윤사무관을 아끼는 마음으로,
재희 : 아끼지 마세요. 아낄수록 손해세요. 소주 묵힌다고 양주 되나요?
과장 : 지금 자네 얘기 하는 거거든?
재희 : 그러니깐요. 전 여기 본부에 남아 오래오래 숙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꼭 양주로
거듭나는 윤재희가 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 재희.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어안이 벙벙한 부장이고...
S#42. 외통부 회의실. 낮.
앉아 있는 원철. 원철의 등 뒤로 문 앞에 재희 와 서는 것 보인다.
원철 인기척에 돌아보면 재희 원철에게 다가와 앞에 서더니
재희 : 나한테 우리 아버진... 좋은 스승이고... 좋은 친구고... 좋은 오너야. 그래서 늘 아빨
자랑스럽게 생각해. 뭐든 스스로 이루게 가르치셨거든. 아빠가 대통령인거...
내 인생에 덤으로 작용한 적 한 번도 없단 얘기야.
원철 : 아깐... 너무 화나서.. 미안하다 내가 널 하루 이틀 본 것두 아니구.
재희 : 미안하면 결혼식 때 한우 갈비 꼭 넣어. 그거 비싸서 울 아빤 안 사준단 말이야.
원철 : (웃는) 그래.
S#43. 외통부 주차장. 낮.
자기 차로 걸어오며 뽁뽁이로 시동 걸려던 상현 멈칫한다.
상현 : 거기서 뭐해?
카메라 돌면 상현의 차 앞에 서 있는 재희다.
재희 : 누가 훔쳐갈까 봐 망 봐요.
상현 : 심심하냐? 형사 차 훔쳐가는 간 큰 놈이 어딨어.
재희 : 바보. 누가 차 말인가? 근데 어디 가요?
상현 : 알아서 뭐 하게.
재희 : 데이트 신청할려구요. 아깐 라면 혼자 먹었으니까 저녁은 같이 먹어요.
상현 : (빤히 보는)
재희 : 하루에 두 번 퇴짜 놓기 없이. 명색이 데이트니까 여자한테 데리러 오란 말하기 없이.
상현 : .... 지검사 나한테 사과했어.
재희 : 네?
상현 : 호텔에서의 일. 말은 내가 먼저 꺼냈지만 마음으론 지검사가 먼저 사과 했어.
재희 : !!
상현 : 그래서 볼 때마다 신경질 나. 볼 때마다 쪽팔려서.
재희 : !!!
상현 : 그러니까 윤재희,
재희 : (눈 동그래서 보면)
상현 : (슬프게) 일 미터 이상 접근 금지.
재희 : 상현씨...
상현 : 몸도 마음도... 접근 금지.
재희 : 이봐요.
상현 : 그렇게 멋진 사람하고의 사랑도 식잖아. 나 같은 놈하고 뭘 기대하는데.
재희 : 왜 그런,
상현 : (O.L) 나 지금 상의 하는 거 아니야. 통보하는 거야.
재희 : 좋아요. 인정해요. 내가 너무 빨리 간 거죠. 나 혼자서 부정 출발 했어요.
다시 해요 우리. 출발선에서 기다릴게요 준비되면 같이 뛰어요. 프라하에서 처럼...
상현 : !!!
재희 : 저녁 맛있게 먹어요.
하고 돌아서 가는. 상현, 재희 뒷모습 보다 천천히 고개 돌리다 가슴 턱 막히는!!!
운전석 유리에 칼라밴드로 *^^* 붙어 있다. 가슴 아파 후- 깊은 숨 토해내는 상현인데....
S#44. 외통부 옥상. 낮.
멀리 풍경 바라다보는 재희고.... 그러다 세워져 있는 영우 자전거 보는...
(시간경과)
자전거를 타고 옥상을 뱅글뱅글 돌고 있는 재희고...
S#45. 스위트 룸. 낮.
혜주,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무언가 본다.
새집 이다. 새집을 보는 혜주의 눈빛 아련해 지는데...
S#46. 부안의 어느 수목원 (회상). 낮.
바람에 흔들리는 새집들. 하나 둘... 셋... 커다란 나무에 달린 수십 개의 새집 바람에 흔들린다.
혜주 : (새집 바라보며) 고향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거구나. 꼭 적금 든 거 같겠다.
내 고향은 어딜까... 서울 변두리 고아원에 버려졌으니... 서울이 고향인가?
상현 : 내 고향 나눠 줄게. 이제 니 고향도 부안이야.
혜주 : ....
상현 : 이제 니 고향엔 근사한 바다도 있고 바다 닮은 하늘도 있고 댑따 큰 나무도 있고
열라 예쁜 새집도 있어. (나무 가리키며) 보이지?
혜주 : (고개 끄덕이고) 저 새집들은 뭔데?
상현 : 가장 소중한 걸 넣어두면 새가 물어다준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혜주 : 그래서 바람 부안이구나. 바람도 많고... 바램도 많고...
상현 : 그런 뜻도 있지만 바람둥이도 많거든. 나처럼.
혜주 : (눈 흘기는. 들고 있던 새집 들어보며) 우린 여기 뭐 넣지?
상현 : 너 넣을려구.
혜주 : 뭐어?
상현 : 혹시 알어? 너 잃어버리면 새가 다시 물어다 줄지?
혜주 : 피이-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이고.
S#47. 스위트 룸. 낮.
새집 가만히 만져보는 혜주고... 바로 그때, 딩동! 문 쪽으로 고개 돌리는 혜주.
천천히 일어나 문 열면, 문 앞에 서 있는 남자, 지회장이다.
(시간경과)
지회장과 마주 앉은 혜주. 지회장, 혜주의 앞에 서류 봉투를 던지며
지회장: 검사 결과 나왔다. 내 피가 맞더구나.
혜주 : 반은 제 피죠.
지회장: 그래서 말이다.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다. 첫 번짼 니가 키우는 방법이다.
혜주 : (반갑게) 진심이세요?
지회장: 단. 그 아인, 아버지가 없다. 엄마만 있으니 못 먹고 못 입고 크겠구나.
혜주 : !!!
지회장: 두 번짼 내 자식으로 키우는 방법이다. 그럼 그 아인, 엄마가 없겠지.
혜주 : 아뇨. 죽어도 그렇겐 못 키워요.
지회장: 그럼 죽으면 되겠구나.
혜주 : !!
지회장: 니가 죽으면 일은 아주 쉬워진다.
혜주 : (하얗게 질리는)
지회장: 난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이다. 이미 너한텐 줄만큼 줬다.
니가 무슨 짓을 해도 더 안나온단 얘기야. (사이) 넌 날 잘 못 봤다.
혜주 : 이럴 순 없어요. 그냥은 안 당해요.
지회장: 법으로 할래? 그럼 그렇게 해라. 힘이든, 법이든, 너보단 내가 많이 갖고 많이
알지만 말이다. (일어서는) 하루 기다려주마. 선택은 니가 해라.
혜주 : 못가요. 얘기 끝내고 가요.
지회장 : 내 얘긴 끝났다. 그리고 너 때문에 대통령을 기다리게 할 수야 없지 않겠니.
나가는 지회장. 혜주 참담하게 앉아 있고.....
S#48. 청와대 oo관. 낮.
경제인 만찬중인 정한이다. 원탁에 각 기업 회장들과 경제인들 보이고...
정한 : 낯익은 분들도 계시고, 낯선 분들도 계시는 군요. 자주 봐야 정들 것 같아
바쁘신 걸 알면서도 저 먹는 밥에 수저 몇 벌 더 놓고 뵙자고 졸랐습니다.
경제인들 웃는. 지회장 미간 찌푸리는. 정한 그런 지회장 눈여겨보는
정한 : 편하게 드세요. 내일 조간에 청와대 앞 약국에 소화제가 동이 났단
기사가 나면 곤란하니까요.
일동 : (웃는)
정한 : 저는 된장국을 즐겨 먹는데 장맛을 보면 만든 이가 장인인지 장사친지 알 수
있어요. 맛이란 게 참 정직해서 어떤 재료에 어떤 정성을 들였는지 표가 나거든요.
일동 : (보는)
정한 : 정부는 변하지 않고 정직하게 뛰는 기업을 응원할 것입니다.
지회장 먹던 것 딱 멈추는데....
S#49. 청와대 접견실. 낮.
상석에 앉은 정한과 정한 앞에 앉아 있는 지회장. 주위에 비서관들 서 있고....
정한 보좌관에게 눈짓하면 보좌관 주위 비서관들 물리고 본인은 남는다.
정한 : (찻잔 들며) 작설인데 향이 좋네요.
지회장 : (보좌관에 시선 주면)
보좌관 : (꽂꽂하게 눈빛 맞받는)
정한 : 저이는 있어도 없는 사람입니다. (찻잔 내려 놓으며) 자주 뵐 수 있는 분이 아니라
차 한 잔 더 청했습니다.
지회장 : 저라고 별 수 있나요. 대통령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지요.
정한 : (빤히 보며) 지경환 회장이 내 유권자가 아니란 건 고등학생도 알더군요.
지 회장 : 굳이 숨길 이유도 없습니다. 뽑을 권리가 있으면 안 뽑을 권리도 있는 거니까요.
정한 : 그건 맞습니다. 단 누굴 뽑았든, 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어떤 정부와도 갈등을 빚는
다는 건 몰랐나보군요.
지회장 : 그래서 여러 법안들로 제 손발을 다 묶어 놓으셨잖습니까.
정한 : 다음 대선이 기다려지시겠군요.
지회장 : 이년 지났으니 삼년 남았군요. (사이) 삼년은 짧으니까요.
정한 : 그리 짧진 않을 겁니다. 잘 못 된 것을 바로 잡기엔 충분한 시간이거든요.
어떤 이에겐 그 삼년이 삼십년처럼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지회장 : 지금 절 협박하시는 겁니까.
정한 : 모르시는 것 같아 이해 시켜 드리는 겁니다. (낮고 강한) 적어도 앞으로 삼년동안
이 나라 대통령은 나 윤정한이고 그건 변하지 않는 단 사실을 말입니다.
지회장 : !!
정한 : 차 드세요. 식습니다.
뚫어져라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고...
S#50. 차안. 낮.
뒷좌석에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지회장. 조수석에 승우 앉아 있다.
지회장: (창밖에 시선 두고) 그 아이 좀 봐야겠다.
승우 : ....네.
S#51. 외통부 로비. 저녁.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재희 내린다. 재희 힘없이 몇 걸음 걷는데,
승우 : 윤재희씨.
재희 : (의아하게 보며) 누구... 시죠?
S#54. 호텔 레스토랑. 저녁.
지회장과 마주 앉아 있는 재희고... 지회장 전에 없이 온화한 미소 짓고...
지회장 : (부드러운 말투) 내가 누군진, 알죠?
재희 : (사이. 똑바로 보며) 전 국민이 다 아는 분이시니 까요.
지회장 : 전 국민이 다 아는 사람도 아들 여자친구 앞에선 떨리네요.
우리 영우와 좋은 사이란 얘기 듣고 한 번 보고 싶어서 이렇게 자릴 마련했어요.
재희 : 오해가 있으시네요. 영우와 저, 끝난 지 오랜 사입니다.
지회장 : 그래요? 영운 그런 말 않던데... 이율 물어봐도,
재희 : 아드님께 직접 들으시죠.
지회장 : 그게 좋겠네요. 그럼 혹시... 영우가 내 아들인 건 알고 있었나요?
재희 : 아뇨. 밭 갈고 논 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사는 게 그럴 듯 해 시골 유지 아들쯤 되나보다 혼자 짐작했구요.
지회장 : (보통내긴 아니다 싶고) 허허허.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사이) 내가 영우 애빈 게 불편한가요?
재희 : 저희 아버지가 대통령인건, 편하신가요?
지회장 : (흠칫. 그러나 태연하게) 듣던 대로 솔직하고 야무진 아가씨네. 안 그래도
오늘 아버님 뵀어요. 주름이 많이 느셨던데. 내가 도울 일이 많겠다 싶어요.
재희 : 이미 많은 도움 주셨습니다.
지회장 : !!
재희 : 마라톤에서 중요한건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본인의 의지와 함께 달리는
다른 선수들입니다. 자극이 되니까요.
지회장 : !!!
재희 : 늘 아버지 반대편에 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일어나 나가는 재희고... 지회장 얼굴에 웃음기 싹 가시는...
S#53. 영우 오피스텔 복도. 밤.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 영우 집 앞에서 띵동! 띵동! 띵동!
S#54. 영우 오피스텔 안. 밤.
문 여는 영우. 재희 서 있고.
영우 : 임마, 초인종 다 부서지겠다.
재희 : 아버지 뭐하시니.
영우 : !!!
재희 : 너네 아버지 뭐하는 사람이냐구!
뚫어져라 영우 보는 재희. 굳은 얼굴로 그런 재희 보는 영우의 얼굴에서
5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