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천 사는 착한 사람
[페이지] F01
극단미추 열 번째 작품
사천 사는 착한 사람
원작/브레이트
번역/윤영선
대본/엄인희
연출/이병훈
문예회관 대극장
1996년 2월 11일~22일
극단. 미추
MICHOO THEATRE COMPANY
[페이지] F02
등장인물
왕(물장수) ---
신1---
신2---
신3---
센테 (창녀 나중엔 가게주인-수이타-) ---
신씨 아줌마 (센테가게의 전주인) ---
할아버지 (여덟 명의 가족) ---
남편 (여덟 명의 가족) ---
부인 (여덟 명의 가족) ---
아들 (여덟 명의 가족) ---
동생 (여덟 명의 가족) ---
올케 (여덟 명의 가족) ---
조카 (여덟 명의 가족) ---
조카딸 (여덞명의 가족) ---
실업자 ---
미취부인 (센테의 가게 소유쥬) ---
양순 (실직한 비행사 나중엔 공장지배인) ---
목수 린토 ---
늙은 창녀 ---
경관 ---
노인 ---
노파 (노인의 부인) ---
양씨 아줌마 (양순의 어머니) ---
목사 ---
종업원 ---
목수의 아이들 ---
목소리, 기타
장소 : 사천의 반쯤 서구화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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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반쯤 서구화된 도시, 세츄앙의 성문. 저녁. 왕이 관객한테 자기소개를 한다)
[왕] 나는 여기 세츄앙에서 물을 팔고 있는 왕가입니다. 쉬운 일은 아녜요 물이 귀할 때는 멀리 나가서 구해와야 하구요 흘러 넘칠 때는 돈이 안 벌려요 이런 세상에 나 같은 놈이 가난한 건 별 일이 아니죠 사람들이 그러대요 신들만이 이런 꼴을 벗어나게 해준다고. 그런데요.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는 소장수가 그러는 데요 신들이 여기로 오시는 중이랍니다. 바로 지금 여기로 사람들이 못살겠다고 하늘나라에다 오만가지로 바라는 것을 올려보내니--- 하늘이 아주 시끄럽거든요 오죽하면 신들이 자세히 알아본다고 내려오겠어요. 나는 요 신들을 맞이하려고 3일 동안 여기를 떠나지 못했어요. 여긴 세츄앙의 문 앞입니다. 아, 저 건너 저 사람들이 아닐까요? 일을 하는데--- 손에 잉크를 묻히고---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는 사무원이에요. 신이 아닙니다. 그럼 저 두 사람은? 야, 저 짜식들은 여러분을 두들겨 팰 것처럼 어깨를 으쓱 이네요. 쟤들도 아냐. 신들은 여러분을 패버리진 않을 테니까. (세 신이 나타난다) 저 사람들--- 어때요? 신발은 먼지투성이--- 먼지 묻은 신. 신들이 틀림없어요. (그들의 발 앞에 몸을 던진다) 당신 뜻대로 하소서. 신들이시여!
[첫째신] (나팔형 보청기를 끼고 있다) 아! (기뻐한다) 우리가 올 줄 알았나?
[왕] (그들한테 마실 물을 주며) 그럼요. 알다마다요. 알다마다요.
[첫째신] 오늘밤 하루 묵을 방이 필요하다. 그런 곳을 아는가?
[왕] 세츄앙은 분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들이여! 어떤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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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시나요?
(신들 서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 쳐다본다)
[첫째신] 그래? 저 첫 번째 집은 어때?
[왕] 아, 포씨 집이요?
[첫째샌] 포씨라---
[왕] 잠깐만 기다리세요. 사람들은 언제나 늘 신이 왕림하여주시길 기다려왔지요.
(첫 번째 집을 두드린다)
[포씨] (목소리만 들린다) 안돼요!
(왕은 약간 긴장해서 돌아온다.)
[왕] 안됐습니다. 포씨가 안 계시거든요. 그 집 일하는 사람들이야 결정권한 없으니까요. 그자들이 누굴 쫓아냈는지 주인이 알면 얻어맞을 겁니다.
[첫째신] 그럴 테지.
[왕] 다음은 쳉씨집입니다. 쳉씨는 놀랄 겁니다. 신심이 깊은 사람이거든요.
[첫째신] 쳉씨라.
(왕 문을 두드린다)
[쳉씨] (목소리만 들린다) 골치 아파.
[왕] 쳉씨가 안됐군요. 친척이 득시글거리고 사는데요. 악질들이 섞여있거든요. 신들과 그자들을 만나지 않게 하려나봅니다.
[첫째신] 왜? 우리가 무섭나?
[왕] 글쎄요. 나쁜짓한 사람들은 좀--- 쿠완지방에 물난리가 자주 일어나는 건 잘 알지요. 누가 그러는지.
[둘째신] 그래? 왜 비를 많이 내리지?
[왕] 그자들은 신앙심이라곤 똥 찌꺼기만큼도 없으니까요
[둘째신] 쓸데없는 소리. 제방 둑을 잘 쌓으면 왜 물난리가 나나?
[첫째신] (둘째신에게) 쉬! (왕에게) 자넨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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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물론이지요. 세츄앙 사람들은 모두 신의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눈들이 팽글팽글 돕니다. 좀 전에 일어난 일들이야 우연의 일치요. 곧 돌아오겠습니다.
(왕 걸어서 멀어져간다. 그러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다.)
[둘째신] 거봐. 내가 뭐랬나?
[셋째신] 정말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
[둘째신] 춘, 관, 세츄앙--- 똑같아. 사람들은 더 이상 신앙심이 없어. 사실을 받아들이자구. 우리 소명은 실패야.
[첫째신] 이봐, 갑자기 좋은 사람이 나타날 수 있어.
[셋째신] 우리의 결의문을 보자. (두루마리를 펼치고 읽는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발견 (발견이라는 말에 두루마리를 약간 더 펼친다.) 한다면, 세상을 그대로 유지할 용의가 있노라. 좋은 사람들이다--- 물장수 왕은 어때? 좋잖아.
[둘째신] 당신 실수한 거야. 나한테 물 한잔 주었을 댄 감격했지. 자, 봐.
(컵을 첫째신에게 보여준다.)
[첫째신] 이중바닥인데? 물을 적게 담으려고 만든 거잖아?
[둘째신] 사기야.
[첫째신] 좋아. 이자는 명단에서 빼. 우린 우리가 찾는 단 한 사람. 착한 사람--- 무실론자들은 아무도 착해질 수 없고 착한 상태로 살수 없기 때문에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 우리가 단 한 명이라도 찾아봐. 그런 놈들은 보낼 곳으로 보내버릴테니까.
[셋째신] (왕에게) 이보게! 방 찾기가 힘들지?
[왕] 식은 죽 먹깁니다! 문제는 나한테 있어요. 내가 제대로 찾아내질 못해요.
[셋째신] 그래?
(자기들 자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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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사가 지나간다.)
[왕] 저런, 신들이 눈치챘군. (지나가는 신사 가까이로 가서 말을 건다) 실례좀 할까요? 선생님! 신 세 분이 막 도착했습니다. 신중의 신들이십니다. 이분들이 오늘밤 주무실 곳을 찾고 있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기회가 온 것입니다, 선생님! 진짜 신들을 신사양반의 손님으로 모실 절호의 기회! 붙들어주세요!
[신사] (웃으며) 사기꾼들이 공짜 방을 찾고 있군요. (퇴장)
[왕] (신사한테 소리친다) 떽기놈! 불경스런 놈! 세츄앙의 신사 놈은 하느님도 안믿냐? (사이) 고정하세요, 신들이시여! (사이) 이제 단 한사람만 남았군. 창녀 센테. 절대로 싫다고 말하지 않는 여자. (창문에 대고 부른다) 센테!
(센테가 덧문을 열고 밖을 보다.)
[왕] 센테, 왕이야. 귀한 분들이 왔는데 아무도 모시지 않아서--- 니가 좀 모시겠니?
[센테] 안돼, 왕. 손님이 오기로 했어.
[왕] 오늘밤만 받지마.
[센테] 내일까지 방 값을 내야해. 안내면 쫓겨나.
[왕] 따질 때가 아니라구.
[센테] 하느님 생일날에도 내 뱃속은 꾸르륵 거려, 왕.
[왕] 제기랄, 세츄앙은 다 썩었어, 거대한 똥산이라구.
[센테] 알았어, 왕. 손님을 보낼게. 그런 다음 그분들을 모실게.
(센테 사라진다.)
[왕] 신들이 센테의 손님을 보면 안 돼. 직업을 알면 곤란하다고.
[첫째신]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가망이 없어.
(신들 왕에게 다가간다.)
[왕] (신들이 자기 뒤에 있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 한 개를 찾았습니다, 신들이시여! (왕 이마의 땀을 닦는다.)
[둘째신] 오, 훌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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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신] 어디 한번 볼까?
[왕] (긴장하여) 잠깐만요. 방을 치운답니다.
[셋째신] 그래? 여기 앉아서 기다리지.
[왕] (더욱 긴장해서) 아니, 아닙니다. 여긴 교통이 혼잡해서---
[셋째신] (웃으며) 자리를 옮기라는 말이지?
(신들 약간 뒤로 물러나 현관 층층대에 앉는다. 왕은 땅바닥에 앉는다.)
[왕] (한숨을 쉰 뒤에) 혼자 사는 여자와 함께 주무셔야 합니다. 세츄앙에서 가장 착한 사람입니다.
(왕 떨어진 물잔을 줍는다.)
[셋째신] 좋아.
[왕] (관객한테) 묘하네. 신들의 눈초리가 묘하네. 찔리네.
[셋째신] 파김치가 됐군, 왕.
[왕] 예, 뭐 그렇죠.
[첫째신] 이곳 사람들은 먹고사는데 고생이 많나?
[왕] 착한 사람들은 그렇죠.
[첫째신] 자네는 어때?
[왕] 나요? 착해지지가 않는군요. 먹고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이 대화를 하는 동안 한 신사가 센테의 집에 와서 여러 번 휘파람을 분다. 그럴 때마다 왕은 움찔 움찔 한다.)
[셋째신] (왕한테 조용하게) 이봐, 갔어.
[왕] (당황하게 놀래어) 아, 예.
(그 신사는 떠나고 센떼가 거리로 내려온다.)
[센테] (조용히) 왕!
(대답이 없자 거기로 사라진다. 왕 너무 늦게 도착한다. 지게대를 잊어버리고.)
[왕] (조용히) 센테! 센테! (자신에게) 방값을 벌러 가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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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방이 사라졌으니 어째? 에이, 몰라. 신들을 잘 모시지도 못했으니 뺑소니나 치자. 강가의 하수도관 밑에 있는 움막으로
(왕 급히 나간다. 센테 들어오다 왕을 본다. 그러나 신들을 보고 당황하여 멈춘다.)
[센테] 신들이십니까? 저는 센테입니다. 제 누추한 방도 좋으시다면 영광입니다.
[셋째신] 물장수는 어디 있나? 센테--- 양?
[센테] 만나지 못했습니다.
[첫째신] 왕은 두려운 거야. 네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셋째신] (지게 막대기를 들고) 네가 맡아서 돌려줘.
(센테의 인도로 신들은 집으로 들어간다. 어두워지다가 밝아진다. 날이 밝았다. 작은 등불을 든 센테가 나가는 길로 인도한다. 신들은 작별인사를 한다.)
[첫째신] 고맙다, 센테. 덕분에 잘 쉬었다. 잊지 않으마. 물장수한테도 고맙다고 해다오. 우리한테 착한 사람을 보여줬으니.
[센테] 전 착하지 않은데요. 사실은 왕이 부탁할 때 망설였어요. 선뜻 좋다고 못했답니다.
[첫째신] 망설이다 결심했으니 괜찮아. 우리한테 방을 준다는 건--- 아주 많은 착한 일을 한 거야. 넌 아직도 선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증명했어. 하늘에선 이 땅에 착한 사람이 있다 없다가 큰 논쟁거리거든. 고맙다. 잘 있어.
[둘째신] 잘 있어.
[셋째신] 잘 있어.
[센테] 잠깐! 신들이시여! 제가 옮은 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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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싶어요. 진심입니다. 하지만 방값을 내야거든요. 그것뿐이 아네요. 살기 위해서 몸을 팔고 있어요. 이문도 얼마 못남기구요. 저는 요.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진실만 말하고, 이웃의 물건을 탐내지 않고 살고 싶어요. 오직, 오로지 한 남자하고만 살고 싶습니다.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죠? 신들의 율법을 어기며 살아도 겨우 풀칠이나 하고 사는데---
[첫째신] (목을 가다듬고) 그런 생각은, 참으로, 음, 대단히 착한 여자의 불안이라고 나할까.
[셋째신] 잘 있어라, 센테. 물장수한테 안부 전해다오.
[둘째신] 잘 있어라.
(신들은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시작한다.)
[센테] 돈 내고 사는 건 모두 비싸요. 제가 착하게 살지 어쩔지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둘째신] 그건 우리 영역 밖이야. 우린 경제에 관여하지 않아.
[첫째신] 잠깐!
(신들 멈춘다.)
[첫째신] 만약 센테한테 돈이 있다면 더 착해질 수 있지 않을까?
[둘째신] 방법이 있어.
(신들은 머리를 맞대고 무언극으로 상의를 한다.)
[첫째신] (센테에게, 당황하며) 넌 방 값을 낼 수 없다고 말했지? 우린 거지가 아냐. 물론 하루 묵은 방 값을 낼 거야. (어색하게 돈을 센테의 손에 억지로 주며) 자, 받아! (빨리) 아무한테도 말 하지마! 오해가 생겨.
[둘째신] 그럼!
[첫째신] (방어적으로) 하지만 절대로 안 되는 건 아냐. 신이 호텔료를 내면 안 된다고 법으로 정한 적은 없거든, 안녕!
(신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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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1장
(작은 담뱃가게. 가게는 개업 준비중이다.)
[센테] (관객한테) 신들이 떠난 지 사흘이 됐어요. 숙박료를 내고 갔어요. 은화 천냥, 그 돈으로 이 담뱃가게를 샀죠. 어제 이리로 이사왔어요. 내가 건물주인은 아니고요. 월세 내면서 좋은 일 많이 하면 좋겠어요. 신씨 아줌마하고 함께 시작하기로 했어요. 저기 바가지를 들고 길을 건너오네요. 이 가게를 나한테 팔았답니다. 어제는 아이들 먹일 쌀을 달라고 잠깐 들렸는데---
(신씨 들어온다. 서로 인사를 한다.)
[센테] 안녕하세요, 신씨 아줌마.
[신씨] 잘있었수? 가게가 맘에 들우?
[센테] 예. 아이들은 어때요, 잘 있나요?
[신씨] 그 천막에서? 막내는 벌써 기침을 한다오.
[센테] 아, 저런.
[신씨] 아가씨도 좀 있으면 알게될거우. 이 빈민촌이 얼마나 험악한지.
[센테] 빈민촌? 가게 팔 때 그런 얘기 안 했잖아요?
[신씨] 따지는 거요? 우리 집을 빼앗다시피 가져가고서. 너무해.
(신씨 눈물을 흘린다.)
[센테] (재치 있게) 쌀 좀 드릴까요?
[신씨] 돈도 주쇼!
[센테] 뭘 팔아야 돈이 있죠.
[신씨] (소리를 지르며) 돈 줘! 돈이 필요해! 내 껍데기를 홀딱 벗겨서 가게를 뺏아놓고선--- 차라리 죽여라. 죽여. 내 가게 문지방에다 아이들을 줄줄이 앉혀놀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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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 센테의 손에 있는 바가지를 잡아챈다.)
[센테] 어, 어 화내지 마세요. 쌀 엎질러지겠어요.
(중년부부가 남루한 옷을 입고 사촌과 함께 들어온다.)
[아내] 잘 있었니, 센테? 돈 많이 벌었다며? 우린 갈데 가없어. 우리가게는 날아갔어. 여기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을까?
[조카] (가게를 훑어본다) 끝내주는데!
[아내] 우리 조카야. 우린 떨어질 수가 없어.
[신씨] 이--- 양반들은 누구셔?
[센테] 내가 시골에서 갓 올라왔을 때 자취했던집 주인이에요. (관객에게) 물론 돈이 떨어지자 거리로 내쫓겼지만 요. 자기들도 같은 꼴을 당할까봐 걱정을 하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친절하게) 잘 오셨어요. 이 뒤로 방은 하나밖에 없지만.
[남편] 그거면 됐지. 걱정마시라구.
[아내] (센테에게 차를 갖다주며) 우린 뒤에만 있을게. 방해가 안되게. 너 처음 도시로 왔을 때 우리가 담뱃가게 하던걸 보고 여기다 낸 거지? 우린 장사 비법을 알고있어. 그걸 알려줄려고 왔지.
[신씨] (센테에게) 대단히 훌륭하시네. 오려면 손님을 와르르 끌고 와야지.
[남편] 쉬, 손님 왔다.
(낡은 옷차림을 한 실업자가 들어온다.)
[실업자] 실례합니다. 전 직장을 잃었습니다.
(신씨 웃는다.)
[센테] 무슨 담배를 드릴까요?
[실업자] 망가진 담배요. 담배를 진열하다보면 팔지 못하게된 담배가 나오더라구요.
[아내] 뻔뻔하긴. 담배를 다 구걸해? (과장해서) 빵을 달라고 하시지?
[실업자] 빵은 비싸요. 담배 한 개비만 있으면 새 사람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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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 (담배를 주며) 새 사람이 된다구요? 그건 중요하죠. 아저씨는 우리 가게 첫 손님이에요. 행운이 오겠죠.
(실업자 재빨리 담배에 불을 붙여 들이마시고 기침을 하면서 나간다.)
[아내] 센테, 실수한 거야.
[신씨] 장사 이렇게 하면 며칠 못 가서 거덜나.
[남편] 그 놈 틀림없이 돈이 있을 거야.
[센테] 아니요. 돈이 없다고 했어요.
[조카] 그걸 믿어요? 그 놈은 거짓말을 했어요!
[센테] (화내며) 거짓말이라고? 증명할 수 있어?
[아내] (머리를 흔들며) 센테, 넌 너무 착해. 걱정이다. 장사를 하려면 거절하는 것부터 배워.
[남편] 자, 니가 주인이 아니고 종업원이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하면 어때? 칼날 같은 어떤 친척 소유라고 하면---
[신씨] 바로 그거 에요. 넌 자선사업가 아니잖아.
[센테] (웃으며) 그러면 아줌마 쌀부터 도로 달라고 해야겠네요.
[아내] (신씨한테 싸울 듯이) 그 쌀 센테가 줬어?
(작은 몸을 가진 목수가 들어온다.)
[신씨] (목수를 보자 황급히 나가며) 내일 올게, 센테. (퇴장)
[목수] 어이, 신씨!
[아내] (센테한테) 그 여자가 왜? 무슨 권리로?
[센테] 배가 고프대요. 그게 권리죠로?
[목수] 당신이 새주인이요? 선반에 물건 내려오쇼. 선반 값을 내기 전엔 댁의 것이 아녜요. 난 선반을 만든 목수입니다.
[센테] 난 돈을 다 치르고 인수했는데요?
[목수] 뭐요? 신씨하고 짰구먼. 아무리도 좋아. 선반값 은화 100냥 내놔요.
[센테] 100냥이나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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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그거야 당신 사정이고, 안내면 고발할거요.
[아내] (센테에게 귓속말로) 그 친척 말야. 사촌이 주인이라고 해.
[센테] 다음 달 까지 기다려주세요.
[목수] 안 돼!
[센테] 봐주세요. 당장 돈을 마련할 수 없어서 그래요.
[목수] 봐달라? (선반을 들어내려하며) 돈 내요. 이거 뜯어가기전에.
[아내] 센테, 제발. 사촌이 해결할 거라고 해. (목수에게) 청구서를 쓰고 가세요. 센테 사촌이 와서 갚을 테니까.
[목수] (놀리며) 사촌? 이웃 사촌?
[남편] 진짜 사촌이 있다니까.
[목수] 그따위 사촌은 나한텐 일개 대대가 있어.
[조카] 믿지 못하는 것도 병이래요. 그 사람 나하고 아주 친하다고요.
[남편] 대단한 사업가지. 면도칼이라니까.
[목수] 좋아요. 청구서를 쓰지.
(목수 선반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앉아서 청구서를 쓴다.)
[아내] (센테에게) 저런 놈은 선반 값으로 빤스라도 벗겨갈거야. 청구서에 사인하지마. 이런 게 내 장사 비법이지.
(다리를 저는 남동생과 임신한 올케가 들어온다.)
[남동생] (두 부부를 보고) 여기로 숨으셨군. 가족끼리 뭉쳐서 정 나누며 삽시다. 언제까지 길모퉁이에서 기다리란 말 에요.
[아내] (무안해하며 센테에게) 우리 시동생과 집사람이야. (그들한테) 그만 투덜대고 구석에 가서 조용히 있어. (센테에게) 어쩌겠니? 임신 오개월이야.
[센테] 예. 잘오셨어요.
[아내] (동생부부한테) 고맙다고 해. (그들 뭐라고 중얼거린다) 컵 저기 있어. (센테에게) 니가 가게를 차렸으니 천만 다행이지.
[센테] (웃으며 차를 가져온다) 예, 잘됐어요.
(건물주인 미취부인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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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 아가씨가 센테? 난 건물주인 미취에요. 잘 지내봅시다. 난 까다롭지 않아요. 장사하는 분들이 신경 안 쓰도록 건물에 하자가 없게 해놓죠. 계약서 여기 있어요. (센테 계약서를 읽는 동안 다른 사람들한테) 작은 가게라도 자기 것을 가진다는 건 좋은 일이죠. (주위를 둘러보며) 선반이 꽉 차진 않았군. 차차 잘 되겠죠. 보증인은 있나요, 센테씨?
[센테] 꼭 보증을 세워야하나요?
[미취] 그래요? 어떻게 되시는데?
[남편] (더듬거리며) 마후라고--- 담배도매상을 하걸랑요.
[미취] 가게가 어디 있는데요, 마후--- 씨?
[남편] 지금은 없어요. 얼마 전에 팔았어요.
[미취] (센테에게) 다른 사람 없나요?
[아내] (센테에게 귓속말로) 니 사촌, 사촌 말이야.
[미취] 이 가게 목이 좋아요. 보증인 없이 계약을 하진 않겠어요.
[센테] (천천히, 눈을 내리깔고서) 사촌이--- 한 분 계세요.
[미취] 정말? 뭘하는 분인데?
[센테] (같은 표정으로) 그분은--- 다른 도시에 사세요.
[아내] (거들면서) 순에서 산다고 그랬잖아?
[센테] 맞아요. 순에.
[남편] (거들면서) 그 양반 이름이 뭐였더라--- 에---
[센테] (애를 쓰며) 수이타씨.
[남편] 그래, 키 크고 마른 양반이지.
[센테] 수이타요!
[조카] (목수에게) 당신도 알잖아요. 선반 값을 주기로한 양반.
[목수] (자신 있게) 그분한테 이걸 전해주세요. (준다) 내일 오겠습니다.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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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목수를 따라가며 말한다. 미취한테 신경을 쓰며) 걱정 마세요. 수이타씨가 당장 돈을 내드릴 겁니다.
[미취] (센테를 찬찬히 뜯어보며) 빨리 만나보길 바래요, 센테씨. (퇴장)
(사이)
[아내] 내일 아침이면 들통날걸.
[올케] (조카에게) 이런 일은 오래못가.
(할아버지와 소년 들어온다.)
[아내] 할아버지 오셨어요? 센테 생각나? 우리 맘씨 좋은 노인네---
[소년] 모두 여기 있네.
[아내] 얘 좀 봐. 많이 컸지? 늘 열 사람 몫을 먹지.
(조카딸 들어온다.)
[아내] (센테에게) 시골에서 온 우리 조카딸이야. 이제 더 없어. 얘가 마지막이야. 니가 우리 집에 있을 때 보다 식구가 더 많지? 가난해질수록 식구는 늘고, 식구가 늘면 가난해지고, 열쇠 어딨어? 손님이 더 오면 곤란해. (열쇠를 받아서 문을 잠근다) 편히들 쉬세요. 램프에 불을 켜야겠어.
[조카] (농담을 한다) 센테 사촌오빠가 오늘밤 들이닥치지 말기 바라나이다. 까다롭다는 수이타씨말이야.
(올케 웃는다.)
[동생] (담배 한 개비를 집으며) 담배 한 개비쯤---
[남편] 그럼 한 개 정도야---
(그들 담배 있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동생이 포도주를 한 잔 씩 돌린다.)
[조카] 술값도 수이타씨가 계산합니다!
[할아버지] (근엄하게, 센테에게) 처음 뵙겠습니다.
(센테 갑작스런 인사와 옛날식 절 때문에 약간 놀란다. 센테는 한 손에 목수의 청구서를 들고 한 손에는 집 계약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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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다.)
[아내] 자, 노래나 한 곡 부르자고. 센테 기분도 풀어줄겸.
[조카] 좋죠. 할아버지가 먼저 하세요.
연기의 노래
[할아버지] 내가 늙기 전엔 이런 생각을 했지
머리를 쓰면 가난쯤이야 물리칠 수 있다고
내 머리 내 생각은 날 여기로 끌고 왔어
여전히 언제나 늘 가난한 이대로
(후렴)
이게 다 무슨 소용?
이 밤 차디찬 적막 속으로
멋대로 사라지는 연기를 봐
우리도 사라지겠지, 사라져.
[남편] 편하고 쉬운 길은 불행으로 이끌길래
험난한 길을 찾아 들어섰지
아, 더 빨리 불행에 빠질 줄이야
(후렴)
[조카] 늙은이들 양지쪽에 앉아 무얼 기다리나
시커먼 관 입 열고 오라고나하지
미래란 젊은이의 것
아무리 공허한 미래라 하더라도
(후렴)
[조카] (동생 하게) 그 포도주 어디서 났어요?
[올케] (동생대신 답한다) 담배 보따리 전당포에 맡겼지.
[남편] (간섭하며) 뭐? 그 보따리는 우리 마지막 재산이야. 저런 멍
[페이지] 015
청한 놈!
[동생] 형도 마셔놓고 왜 그래?
(그들 싸운다. 선반이 떨어진다.)
[센테] (애원하며) 제발, 부수지 마세요! 차라리 가져가세요. 이건 신들의 선물이에요. (사이)
작은 구조선 빠르게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많은 사람들 가라앉는 배에 매달린다. 탐욕스럽게, 자꾸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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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1장 막간극
(하수관에 있는 왕의 움막)
[왕] (웅크리고 앉아) 아, 조용하다. 숨어 있는지도 사흘이 지났네. 그 도시에서 잘 도망쳤지. 휴. 신들을 피해야해. 착한 사람을 데려다주지 못했잖아. 둘째날은 신들이 이 길로 지나가셨지. 머리 위를, 이 다리 위를 건너는 발자국 소릴 들었거든. 이젠 안전해. 신들은 멀리 가셨을 거야. (안도의 숨을 쉬고 새우잠을 잔다.)
(꿈속에서 하수관이 투명해지고 신들이 나타난다. 왕이 마치 방어하듯 한 팔을 쳐든다.)
[왕] 신들이시여, 말씀하지 않아도 압니다. 신들을 모시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어요. 사천엔 없어요. 단 한 명도 없더라구요. 여긴 끝장난 곳이에요. 제발 가셔야할 곳으로 얼른 가시기나 하세요.
[첫째신] (부드럽게) 시치미떼기는, 넌 분명히 한 명 찾아주었어. 그 사람은 우릴 잘 맞아주었지. 아침에는 등불을 들고 떠나는 길을 밝혀주더라구. 자네가 그랬지. 그 여자가 선한 사람이라고. 그 말이 맞더구나.
[왕] 센테였나요?
[셋째신] 암!
[왕] 괜히 도망쳤잖아. 믿음이 부족한 게 탈이라니까. 센테는 못 할거라고 생각했지요.
신들의 노래
넌 참 연약한 인간이구나.
가진 뜻이 선하다하더라도
[페이지] 017
어려움을 만나면 선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위험한 순간이 닥치면 용기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할 꺼야.
왜 그렇게 낙관하지 못하는 거냐?
너무 성급했어, 지독하게 절망을 빨리 하는구나.
[왕] 부끄럽습니다.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첫째신] 부탁이 있어. 사천으로 돌아가 다오, 센테를 찾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고할 수 있지? 그 여자는 돈이 생겼다고 하더구나. 계속 선하게 굴 수 있는지 궁금하다. 착한 행동이란 건 누군가 원하지 않으면 혼자서 선하게 굴어봤자거든. 그동안에 우리는 탐색을 하고 다닐 거야. 또 다른 착한 사람을 찾아낼 거야. 그러면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소문은 사라지겠지. 사람들은 선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믿게 될 거야.
(신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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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2장
(노크 소리.)
[아내] 센테! 누가 왔어, 얘가 어디 갔나?
[조카] 아침 준비하는 게 틀림없어요. 수이타씨가 돈을 줬겠죠.
(아내가 웃으며 발을 질질 끌며 문으로 간다. 수이타와 목수 들어온다.)
[아내] 누구세요?
[수이타] 센테의 사촌이요.
[아내] 뭐라구요?
[수이타] 난 수이타라고 하오.
[아내] 센테의 사촌?
[조카] 사촌?
[여조카] 그건 농담이었는데. 센테한텐 사촌이 없어요.
[남편] 새벽부터 뭐야?
[동생] 뭐가 이리 시끄러?
[올케] 이 사람이 센테 사촌이라고 해요.
[동생] 증명해보라고해.
[조카] 맞아. 진짜 당신이 센테 사촌이면 아침밥을 하시지.
(기름을 아끼기 위해 등잔불을 끈다. 또 잠을 덜 깬 사람들한테 소리지른다.)
[수이타] 여러분! 옷을 입고 일어나시죠. 금방 손님이 들이닥칠테까. 가게를 열어야겠어요.
[남편] 당신 가게요? 우리 착한 센테 것이 아니란 말이요?
(수이타 고개를 흔든다.)
[올케] 속았네. 거짓말쟁이. 도대체 어디간 거야?
[수이타] 센테는 나중에 올 거요. 센테는 당신들한테 해줄 것이라곤 단 한 개도 없다고 그러더군요. 그 말을 전하러 내가 여기 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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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아내] (깜짝 놀라며) 착한앤줄 알았더니!
[조카] 저 사람을 믿으세요?
[남편] 아니.
[조카] 뭔가 대책을 세워야죠.
[남편] 물론이지. 센테를 찾아야해. 당장 수색조를 내보내야지. 너, 너, 너, 그리고 너. 빨리 센테를 찾아와! (할아버지가 일어나 문으로 가자) 아니, 할아버지는 마시고, 나하고 여길 지키시고요.
[수이타] 못찾을거요. 걔는 자선사업을 때려치웠으니까. 당신네들은 너무 많아요. 센테가 뭐라고 하랬는줄 아십니까? 여긴 담배 가게지 노다지 금광이 아니랍디다.
[남편] 그럴 리가 없어! (소년에게) 야, 먹을 것좀 가져와! 길모퉁이에 빵집이 있어. 아무도 안볼 때 옷 속에 가득 넣어와.
[올케] 꽈배기 도나스도 잊지마!
[남편] 주인한테 들키지 말구.
(소년 나간다. 수이타 가게를 정돈한다.)
[목수] 당신 사촌 센테한테 받을 돈이 있습니다. 증인들도 있고요. 선반 값을 주세요.
[수이타] 아, 예. 청구서를 봤죠. (주머니에서 청구서를 꺼낸다) 은화 백냥. 좀 많지 않소?
[목수] 깎으면 안돼요. 처자식이 딸린 몸이요.
[수이타] 아이가 몇이오?
[목수] 세놈이요.
[수이타] 값은 내가 매깁니다. 은화 스무냥.
(남편 웃는다.)
[목수] 뭐요? 미쳤구먼. 이 선반은 진짜 오동나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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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타] 그래요? 가져가세요.
[목수] 뭐?
[수이타] 너무 비싸니까 도로 가져가라고요.
[아내] 잘됐군. (역시 웃는다)
[목수] (어이가 없어서) 누가 센테 좀 불러다줘요! (수이타한테) 센테는 이러지않아요.
[수이타] 그랬겠지. 그러니까 망하지.
[목수] (선반을 잡고 약을 올리며) 좋아요. 바닥에 놓고 팔아보시지.
[수이타] (남편에게) 저 양반 좀 거들어주세요.
[남편] (히죽히죽 웃으며 목수가 있는 문 앞으로 선반 한 개를 옮긴다) 잘 가라, 선반아.
[목수] (남편한테) 개 같은 놈. 굶어죽으라는거야?
[수이타] 다시 말하지. 담배를 바닥에 놓으싶지 않으니까. 은화 스무냥!
[목수] (필사적으로 공격) 백냥!
(수이타 들은 척도 안하고 창밖을 본다. 남편은 선반을 집어든다.)
[목수] (남편한테) 거 살살 다뤄요! (수이타에게) 이 선반은 이 가게에 맞춰 짰어요. 다른 데는 쓸모가 없다구.
[수이타] 아, 그래요?
(아내 재미있어 끽끽댄다.)
[목수] (포기하고 뚱하게) 얼마 주신다고?
[수이타] (부드럽게) 은화 스무냥!
(테이블 위에 동전 두 개를 놓는다.
목수 그것을 집는다.)
[남편] (선반을 안으로 다시 들여놓으며) 잘 생각했어.
[목수] (나가며) 술 한잔 걸치면 끝이야.
[남편] (기쁘게) 우리가 그 자식을 해치웠어.
[아내] (재미있어서 눈물을 흘려가며 목수가 했던 말을 다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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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동나무라고요' 하니까, 좋아요. 가져가시라고.' 했지. '딸린 자식이 셋이요.' 하면서 사정조로 나오니까, 댓바람에 '은화 스므냥.' 하고 짤르더라구. 다 죽어 가는 소리로 '다른 데는 쓸모가 전혀 없는데요.' 하는데도, '그렇군요.' 해버리니까 완전히 넋이나가더라구.
(이내 신나게 웃는다.)
[수이타] 자, 이제들 가시오!
[남편] 에? 이게 무슨 소리요?
[수이타] 당신들은 쓰레기들이고 기생충이요. 좋게 말할 때 가요! (아주 크게) 순순히 나가는 게 몸에 좋은걸.
(사람들은 거만한 태도로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다.)
[수이타] (낮은 소리로) 정 맛 좀 보고 싶다면. (문으로 간다. 경찰이 나타나자 인사를 한다.) 이 구역은 내가 책임지죠. 문제가 생기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경찰] 좋습니다. 누구시더라?
[수이타] 수이타입니다.
(서로 악수하며 웃는다.)
[수이타] 날씨가 좋지요.
[경찰] 약간 더운데요.
[수이타] 잠깐 들어오시죠. 내 사촌여동생하고 막 가게를 개업했어요. 경찰에서 잘 봐주셔야 장사하기도 쉽고 안심도 되는 거걸랑요.
[경찰] (들어오며) 그건 그렇죠, 아, 정말 시원하네요.
(거리에서 도둑놈 잡아라라는 소리.)
[경찰] 이게 무슨 소리야?
(옷 밑으로 빵을 흘리며 소년이 문에 들어선다. 아내가 필사적으로 나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이 알아차린다.)
[경찰] 이놈! 어딜 도망가. (소년의 멱살을 쥔다) 이거 어디서 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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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무데나 가리키며) 길 저쪽에서용.
[경찰] (험악하게) 훔쳤다 이거지. (체포하려고 한다)
[아내] (끼여들며) 세상에 이럴 수가. (소년에게) 쪼그만 놈이 벌써부터 도둑질을 해!
[경찰] (냉담하게) 어찌된 일인지 아십니까, 수이타씨?
(수이타 침묵한다.)
[경찰]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채고) 당신들 모두 나와. 경찰서로 갑시다.
[수이타] 우리 가게 사람들이 그런 짓에 가담을 해서--- 면목이 없습니다.
[경찰] 가자!
(경찰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
[할아버지] (맨 나중에 나가며 진지하게) 안녕히 계십시오.
(경찰이 다시 나와서 할아버지를 끌고 간다. 수이타 혼자 남아서 가게 정돈을 계속한다. 미취부인이 나온다.)
[미취] 당신이 사촌오빠 세요? 이게 무슨 일이죠? 우리 건물에서 경찰이 사람들을 끌고가구--- 말해보세요! 센테는 또 무슨 권리로 내 가게를 당신한테 넘겼죠?
[수이타] 우리 센테가 평이 좋지않다는건 알고있어요. 돈이 없어서 그럴 거요.
[미취] 돈 없는 사람은 많아요, 수이타씨. 당신 사촌은 추잡한 짓으로---
[수이타] 극빈자였으니까요. 더 심하게 말해보시죠.
[미취] 난 돈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것이 아녜요. 무슨 짓으로 벌었는가를 말하는 거죠. 이 가게도 어떤 눈먼 놈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아니면 주제에 돈이 어디서 나서? 이 건물은 품위 있는 건물이에요. 여기 입주자들이 사실을 알고 함께 싶어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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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타] (침착하게) 얼마를 원하세요?
[미취] (수이타의 기세에 눌려) 뭐라고 하셨나요?
[수이타] 얼마 드리면 두루두루 안심하시겠소?
[미취] 냉정하시군요.
[수이타] (계약서를 들고) 집세가 비쌉니다. (읽는다) 월세로 계산하는군요.
[미취]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센테 따위는 다릅니다.
[수이타] (쳐다보며) 뭐라고요?
[미취] 그 정도는 각오를 하셨어야지.
[수이타] 인정 사정없으시네요. 센테는 어리석었어요. 질 나쁜 사람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지만 월세는 꼬박꼬박 낼꺼에요 집도 조용하게 만들고요. 뼈빠지게 일해서.
[미취] 제 버릇 개주겠어요? 몸으로 번 여자가---
[수이타] 밑바닥 생활을 했죠.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온 거잖아요.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면 가게를 해야죠. 센테는 희생하고 자선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예요. 이런 셋방살이가 속 안 썩이고 좋아요. 황금덩어리가 굴러 들어온 겁니다.
[미취] 난 황금엔 관심이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은화 200냥이에요. 200냥.
(경찰 들어온다.)
[경찰] 이거 방해하는 것 아닙니까?
[미취] 벌써 경찰들이 들낙이는군요.
[경찰] 수이타씨가 경찰에 공헌을 했어요. 감사패를 들이려고 왔습니다.
[미취] 그러거나 말거나. 하여튼 당신 사촌한테 돈이나 빨리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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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요. 안녕히들 계세요.
[수이타] 안녕히 가세요.
(사이)
[경찰] 왜, 미취사장하고 잘 안되십니까?
[수이타] 월세 6개월 치를 미리 내라는 거예요.
[경찰] 돈이 없으시군요.
(수이타 말이 없다)
[경찰] 뭐 어떻게 되겠죠. 선생님 같은 분이 어디서 구할 수 있으시겠지. 은행대출을 받으시지 그래요? 은행대출은 받으실 수 있나요?
[수이타] 센테같은 여자가요?
[경찰] 선생이 직접. 아, 여기 계속 사시는 건 아니고요?
[수이타] 네, 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담배 피우시죠?
[경찰] (시가 두 개를 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감사합니다. 무슨 얘긴지 알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센테는 몸을 팔았어요. 선생은 사촌이니까 '그럼 그 애가 뭘 할 수 있나요? 무슨 수로 방값을 냈겠소?' 하시겠죠. 수이타씨. 그런 짓은 천한 짓이잖소. 뭐. 어떠냐? 참 어려운 반문입니다. 섹스는 첫째, 사랑이죠. 사랑은 담배처럼 사고 파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입에 풀칠이나 하겠다고 아무나 하고 한다--- 그건 사랑을 위해서만 해야 합니다. 셋째, 사람은 한 줌 쌀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사랑을 위해 살아야 가치가 있는 겁니다
(사이, 깊이 생각한다)
[경찰] 물은 엎질러졌는데 이제 와서 이런 충고가 무슨 필요가 있냐고 하실텐데요. 아닙니다. 센테는 이제 담배장사에요. 그런데 만약 6개월치 월세를 낼 수 없다면 다시 길거리로 나가야합니다. 돈이 있으면 담배장사 센테인데 없으면 다시 몸파는 센테가 되버린단 말이요. 어떻게 하면 임대로가 생길까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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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겠는데--- (사이) 남편! 돈 있는 남편을 구해주는 것---
(생각을 계속하며) 수이타씨! 우리는 자본이 필요합니다. 자본.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본을 구하나? 결혼! 결혼하는 것입니다 (시 적으로) 여섯 달치 집세를 낼 수 없어서 어떻게 해야하나? 돈이랑 결혼하는 거지 뭐
[수이타] 쉬울 것 같지 결혼하는 거지 뭐
[경찰] 아네요, 센테는 혹할만한 상댑니다. 가게를 갖고 있고 예쁘고. 신문에 광고를 내면 되요. 내가 문안을 만들어드릴까? 좋으시다면. 광고를 만들어 보죠.
(경찰 혼자서 킬킬거리며 노트를 꺼내서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쓴다)
[수이타] (천천히) 괜찮은 생각이야
[경찰] 약간의 자본을 투자하고--- 존경받을 만한 남자 분으로--- 상처한 분도 좋고--- 결혼을 재출발로 여겨--- 번창하는 담뱃가게를 함께 운영하실 분을 찾습니다. 이런 말도 덧붙이는 거예요 호감을 줄만한 외모임.
[수이타] 과장이 심한데요
[경찰] 무슨 말씀을. 난 센테를 봤어요
(경찰 노트를 찢어 수이타에게 준다)
[수이타] (두려워하며) 얼마나 행운이 있어야하나?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하지? (경찰한테) 눈앞이 다 밝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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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3장
(사립공원, 저녁. 머리위로 비행기 소리. 누더기 옷을 입은 젊은 양순이 비행기를 눈으로 쫓고 있다. 그는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을 따라 머리를 돌리고 있다. 양순은 주머니에서 밧줄을 꺼내 불안하게 맬곳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큰 버드나무 곁으로 간다. 두 명의 창녀가 들어온다. 한 명은 늙었고 한 명은 우리가 이미 본 여조카다)
[여조카] 안녕하세요 재미볼래요?
[양순] (물러서며) 저녁밥이나 사 줘
[늙은창녀] 뭐 저녁을 사? (여조카에게) 아, 나 저 사람 안다. 실직한 비행사. 시간이 아깝다.
[여조카] 이 공원 안에 남자는 저 치밖에 없잖아요. 비까지 올려구하는데.
[늙은창녀] 설마
(창녀들 지나간다. 양순 다시 두리번거리다가 밧줄을 꺼내서 버드나무 가지에 던진다. 다시 그는 방해를 받는다. 두 창녀 되돌아온다. 너무 서둘러 오느라 양순을 보지 못한다)
[여조카] 한바탕 쏟다지겠는데
(센테 들어온다)
[늙은창녀] 저기 무시무시한 센테가 온다! 니네 식구를 내쫓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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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조카] 아니요 저 여자 사촌오빠 에요 훔친 빵 값을 물어줬어요. 쟤한텐 유감없어요
[늙은창녀] 난 있어 (센테가 들을 수 있도록) 가게 사장님이 어디로 나들이를 하실까? 우리 손님들을 낚꿔채려시나? 부자가 되셨으면 서도
[센테] 연못가에 있는 찻집에 가는 거에요
[여조카] 사람들 얘기 진짜야? 자식 셋딸린 홀아비하고 결혼한다는 거
[센테] 응, 그 사람 만나러 가는 거야.
[양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썩 꺼져! 여긴 공원이지 창녀굴이 아냐!
[늙은창녀] 주둥이 닥쳐!
(두 창녀 떠난다)
[양순] 이렇게 외진 공원 구석에 비까지 오는데 방해하는 인간이 있다니---
(양순 침을 뱉는다)
[센테] (말을 엿듣고) 왜 욕을 하세요? 뭐가 잘났다고 (나무에 걸린 밧줄을 보고) 어머나!
[양순] 뭘 봐!
[센테] 밧줄, 뭣하시는 중이죠?
[양순] 보면 몰라, 보면 모르겠냐고? 난 빈털터리 개털이야. 돈이 있어도 물 한 잔 사 마시지 너한텐 안 써
(비가 내린다)
[센테] (여전히 밧줄을 바라보며) 그 밧줄을 뭘하시려는거죠? 안돼요!
[양순] 무슨 상관이야 참견마 꺼져!
[센테] (엉뚱하게) 비가 와요
[양순] 알아. 이 나무 밑으로 들어오지마.
[센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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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 비를 맞고 서 있다)
[양순] 어서 가! (사이) 서 있는 게 보기 싫어! 넌 안짱다리야!
[센테] (분개하여) 아니에요!
[양순] 비 맞은 꼴을 보이지 말라고. 봐. 자꾸 오잖아. 이리 와. 이 나무 밑으로.
(센테 천천히 나무 밑으로 들어선다)
[센테] 왜 그랬어요?
[양순] 정말 알고 싶어? (사이) 너 같은 것들이 보기 싫어서 (사이) 비행사가 뭔지 알아?
[센테] 네. 비행사들은 많이 봤어요. 찻집에서
[양순] 그 따위 놈들은 비행사가 아냐. 그 작자들은 비행기를 몰라. 가죽 헬멧만 썼다고 다 비행사인줄 알아? 뇌물 바치고 비행기 타는 놈들인데. 그놈들 중에 하나 골라서 지켜보라고. '2000피트 상공까지 올라가라. 그런 다음 급하강하라. 마지막 순간에 휙 꺾어서 다시 급상승 시켜라' 이러면 그놈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그런 비행을 하라는 건 계약서에게 없는데요' 그 녀석들은 착륙도 못해. 착륙은 엉덩이 위에 내려앉는 것과 같아. 비행기는 사람 같거든. 멍청한 놈들이 이해할 리 없지. (사이) 북경항공학교에서 읽은 책을 무시한 것이 큰 문제야. 비행사는 충분히 있으니까 배우더라도 취업이 쉽지 않다고 써있었는데. 난 전달한 편지 한 통 없는 우편배달 비행기야. 무슨 뜻인지 알아?
[센테] (부끄러워하며) 그럼요
[양순] 아냐. 넌 몰라. 절대로 모를 거야.
[센테] 어렸을때 우리 마을에 날개 한쪽을 다친 학이 있었어요. 그 학은 아이들하고 친했어요. 놀려도 달아나지 않았어요. 날개를 펴고 으쓱거리며 쫓아다니다 우리가 너무 빨리 간다고 소
[페이지] 029
리를 질러댔어요. 다른 학들이 마을을 떠날 때가 되면 그 학은 안절부절 했어요 (사이) 난 알아요 (울음을 터트린다)
(관객한데)
[센테] 우리 마을에 우울한 저녁은 사라져야 해요 밤, 아침 사이 으스스하고 축축한 겨울 그런 겨울은 위험해요 비참한 사람들한텐 아주 작은 어려움이 생겨도 인생이 참을 수 없어 내던져버려요
(사이)
[양순] 야, 분위기 바꾸자. 넌 어때? 이 얘기 좀 해봐
[센테] 나요? 난--- 가게가 하나 있어요
[양순] (믿어지지 않아서) 가게가 있어? 거리로 쏴다니지않고?
[센테] 전엔 그랬어요. 지금은 가게가 있어요
[양순] (빈정대며) 신들이 선물한 모양이군!
[센테] 어떻게 아세요?
[양순] (더욱 빈정대며) 마른하늘에서 신들이 느닷없이 돈벼락을 내렸겠지. 여기 있노라!
[센테] (빠르게) 어느 맑은 아침이었어요
[양순] (싫증나서) 아, 지루해
(사이)
[센테] 난 기타를 약간 칠줄 알아요. (사이) 남자 흉내도 잘 내요. (사이) 가게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기타를 치워버렸어요. 심심하면 혼잣말을 하며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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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하죠. 나는 이제 부자야. 혼자 걸어다니고 혼자 잠들지 난 다짐해요. 늘 남자완 상관없이 살 테야
[양순] 그래? 결혼한다며? 연못가 찻집에 사는 홀아비와
(센테 말이 없다)
[양순] 사랑에 대해 뭐 아니?
[센테] 다 알아요
[양순] 알긴 뭘아냐! (사이) 즐길 줄이나 알지
[센테] 아녜요
[양순] (센테쪽은 보지 않고 손으로 센테의 뺨을 쓰다듬는다) 좋아?
[센테] 네
[양순] (그만두며) 쉽게 달아오르는구나. (사이) 어휴, 망할 놈의 세츄앙
[센테] 맞아요! (약간의 사이) 어머, 빗방울 에요!
[양순] 어디에 떨어졌는데?
[센테] 눈하고 눈 사이요
[양순] 오른쪽 눈에 가까이야 왼쪽에 가까워?
[센테] 왼쪽이요
[양순] 아, 그래 (졸음이 온다)
[센테] 난 비 올때 하는 게 좋더라
(물장수 왕 노래하며 들어온다)
빗속의 물장수 노래
울화통 터지는걸 참으며
외칩니다 '물 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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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팔릴 리가 없어.
비가 오는데, 비가 오거든요.
계속 외쳐댑니다. '물 사려!'
누가 사겠어요
목이 말라 죽을지경이 돼서
물 마시고 돈 내는 놈이 어디 있겠냐구요.
물 사려
물 사, 개자식들이!
햇볕 쨍쨍한 날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
6년 동안 비 한 방울 안 와서
모두 말라비틀어진다고 상상 좀 해보라고
사람들 비명을 질러댈꺼야. '물!'
이 정도 돼야 날 존경하는 척 하겠지.
무릎도 꿇을 꺼야.
암, 무릎을 꿇는다고
무릎 꿇어, 개자식들아!
잔디, 싸리 울타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들판과 산 무슨 생각을 할까?
'구름 젖가슴에서 물을 마시지만
누가 돈을 낼지 모르네'
생각할까?
난 계속 외칩니다. '물 사려!'
누가 사겠어요?
목말라 죽을 지경이 돼서
물 마시고 돈 내는 놈이 어디있겠냐구요
[페이지] 032
물 사려.
물사, 개자식들아!
(이제 비가 그쳤다. 센테 왕을 보고 그에게 달려간다)
[센테] 왕, 언제 왔어? 지겟대가 우리 집에 있어.
[왕] 고마워, 센테. 사는 건 어때?
[센테] 방금 좋은 사람을 알게됐어. 니 물을 그이한테 주고싶어.
[왕] 고개를 젖히고 입만 벌려. 얼마든지 마실 수 있어.
[센테] (부드럽게) 왕, 난 니물을 원해. 너를 지치게 만든 물 여기까지 지고 온 물 비가 와서 팔기 힘든 물. 저기에 있는 저 젊은 남자한테 줄 테야
(센테 왕에게 돈을 내고 컵을 들고 양순에게 달려간다. 양순은 깊이 잠이 들었다)
[센테] (웃으며 왕에게 소리친다) 잠에 빠졌어! 절망한 데다가 비 까지오고 나 때문에 완전히 지쳤어.)
[페이지] 033
[장] 3장 막간
(왕의 움막. 하수관이 투명해지고 신들이 다시 왕의 꿈속에 나타난다)
[왕] (얼굴이 환해지며) 센테를 봤어요. 신들이여! 달라진 것이 없었어요
[첫째신] 반가운 얘기군
[왕] 누군가 사랑을 하더군요
[첫째신] 좋지, 사랑을 하면 더 착해질 수 있을 꺼야
[왕] 물론입니다. 센테는 언제나 착한 일을 해요
[첫째신] 그래? 어떤? 무슨 착한 일이지, 왕?
[왕] 누구한테나 친절하죠
[첫째신] (관심을 가지고) 그리고?
[왕] 센테 가게에 가면 빈털터리도 빈손으로 나오지 않아요. 꼭 주머니에 담배를 넣고서 갑니다.
[첫째신] 좋지, 그리고?
[왕] 오갈 데 없는 한가족 여덟 명을 먹여 살리고 있죠
[첫째신] (매우 기뻐하며, 둘째 신에게) 여덟 명이래! (왕에게)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
[왕] 비가 오는데도 물 한 컵 사주더라구요
[첫째신] 그래, 그래 알았다. 그런데 착한 일이라는 것이 왜이리 시시한 것뿐이냐?
[왕] 그 정도 하려해도 돈이 많이 듭니다. 가게가 작아서 수입이 신통치 않거든요
[첫째신] (도학자연하는 투로) 능력 있는 농부는 손바닥만한 땅에서도 기적을 낳는 법이니라
[왕] 센테는 아침마다 쌀을 나눠줍니다. 수입의 반을 퍼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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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신] (약간 실망하여) 뭐, 처음이다 보니까 수입이 그렇겠지
[왕] 사람들은 센테를 빈민가의 천사라고 불러요. 목수가 헛소리를 하지만
[첫재신] 뭐라고? 목수가? 왜?
[왕] 선반 값을 다 주지 않았다고요
[둘째신] (독감에 걸려서 발음이 신통치 않다) 목수한테 돈을 주지 않았다고? 왜?
[왕] 돈이 없었겠죠
[둘째신] (엄하게) 빚을 지면 갚아야지. 그건 신들의 계명 책에도 나와있어. 법은 형식이 첫째고 그 다음이 정신이니라.
[왕] 센테가 그런 것이 아니고 사촌이 그런 겁니다. 센테가 도와달라고 불러들였거든요
[둘째신] 그 사촌은 센테의 집에 들어와선 안 돼
[왕] 알겠습니다. 변명하자면 센테 사촌은 사업가입니다.
[첫째신] 허허 우리가 꼭 예를 들어가면서 얘기를 해야 알아듣겠나? 사업이란 것이 대단히 난해하다는 것은 알고 있느니라. 그런데도 누구나 다 그걸 한단 말씀이야. 쩝쩝, 사업이라! 하지만 단군 할아버지가 언제 사업을 했느냐, 공자님이 했냐. 맹자님이 했냐? 이 태백은 물고기를 낚아도 술안주는 했을지 몰라도 팔지는 않았느니라.
[둘째신] 아무튼 어떤 경우라도 또 다시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신들이 떠나기 시작한다)
[셋째신] 우리가 소리가 좀 컸지? 이해해다오. 우린 잠을 못 잤어.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한테 가라하고, 가난한 자들은 방이 없다고 하니 말야.
[둘째신] 센테가 최고야 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첫째신] 거창한 활동이 없어. 영웅처럼 과감하지도 않고.
[페이지] 035
[셋째신] 스케일이 너무 작아.
[둘째신] 성실하긴 하지. 그걸로 무얼 얻을 수 있나?
(그들이 얘기가 점점 들리지 않는다)
[왕] (그들의 뒤를 쫓으며 소리친다) 신들이시여!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 욕심내지 마시라고요.
[페이지] 036
[장] 4장
(센테의 담뱃가게 앞 광장. 담뱃가게와 두 개의 다른 가게가 보인다. 양탄자(이불) 가게와 이발소다. 아침. 담배가게 밖에 할아버지, 올케, 실업자, 신씨 부인이 서서 기다린다)
[센테] (관객에게) 새벽에 보는 세츄앙! 놀라운 일이에요. 난 늘 눈뜨고 일어나는 것이 두려워 더러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지락거렸어요. 하지만 오늘은 달라요. 신문 배달하는 아이들. 일하는 아저씨들이 청소하는 거리의 비질 소리. 시골 아주머니들이 머리에 이고 오는 신선한 야채들. 양순 씨가 사는 곳에서 여기까지 먼길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몸이 나를 것 같았어요. 사랑에 빠지면 구름 위를 걷는다고 하지만. 딱딱한 시멘트 땅위를 걷는 것이 더 좋았어요 이른 아침. 이 낡은 도시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일지도 모르지만. 작은 불빛들이 반짝이는 이 도시. 멋있어요 먼지가 끼고 매연이 올라가기 전의 하늘은 맑고 선명한 분홍이에요. 당신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셨나요? 안타까워요. 당신들이 볼 수 없다는 건.
[올케] 센테가 밤새 들어오지 않았어요
[신씨] 우리가 센테 미치광이 사촌을 좇아내자마자 다시 센테가 가게를 맡고 앉다니, 참! 센테는 우리한테 쌀 한웅큼은 주겠지. 그걸로 살 수 있겠어요?
(이발소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슈푸] (목소리만) 내 가게에서 뭐하는거야! 당장 꺼져!
[왕] (목소리만) 손님들한테 물 좀 팔려고요!
[페이지] 037
(왕은 슈푸한테 떠밀려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온다. 뚱뚱한 슈푸는 묵직한 이발용 인두를 들고 있다)
[슈푸] 꺼지라고 했지. 시궁창 물을 가지고 손님들 괴롭히지 말라니까! 꺼져! 니 잔 여기 있다
(슈푸 잔을 내민다. 왕 잔을 잡으려고 손을 내민다. 슈푸 뜨거운 인두로 왕의 손을 때린다. 왕 울부짖는다)
[슈푸] 실컷 울어봐! (슈푸 우쭐대며 가게로 들어간다. 실업자 잔을 들어서 왕한테 준다)
[실업자] 경찰에 고소해요
[왕] 어이구 손이야! 어떻게 된 것 같아!
[실업자] 뼈가 부러진 것 아뇨?
[왕]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어요
[실업자] 앉아봐요 물을 좀 끼얹게
(와 앉는다)
[신씨] 물 값은 내지 않아도 되겠구먼
[올케] 센테가 외박을 하지 않았으면 붕대라도 얻을 수 있는 건데. 이건 스캔들이야.
[신씨] (의기소침하여) 우리가 날마다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어버려?
(센테 밥 단지를 들고 거리 아래쪽에서 나타난다)
[센테] (쾌활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한데) 안녕하세요? 밥을 가져왔어요 (센테 밥을 나눠주고 왕에게 간다)
[센테] 안녕, 왕. 이리 오면서 가게 유리창마다 내 모습을 비쳐봤거든. 난 예뻐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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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 주단 가게로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슈푸가 가게에서 급히 나온다)
[슈푸] (관객에게) 가슴이 벌렁거리네요 오늘 센테가 어찌나 예뻐 보이는지. 어제까지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거든요. 3분이나 얼이 빠져서 쳐다봤어요. 아, 난 사랑에 빠졌어요 (쀼루퉁해서 왕한테) 꺼져, 퉤!
(센테 노인과 그의 부인과 함께 주단가게에서 나온다. 센테는 쇼올을 걸치고 있다. 노인은 센테를 위해 거울을 들고 있다)
[노부인] 좋은데 아가씨! 구멍이 약간 보이니까 싸게해줄께요
[노인] 잘 어울립니다. 이건 옅은 색이 밖으로 나오게 걸쳐야 멋있어요
(센테 돈을 낸다)
[노부인] 마음에 안 들면 바꿔줄께요 (센테를 한쪽으로 데려가서) 그 사람 돈은 있는 사람이오
[센테] (웃으며) 양순 씨요? 없어요
[노부인] 집세는 어떡하려고?
[센테] 어머, 까맣게 잊었는데
[노부인] 다음 주 월요일이 초하루 에요. 우린 (남편을 가리키며) 결혼 광고를 봤지.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잘하는 짓인지 아니지. 저, 우리가 당신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금한 돈이 좀 있거든. 은화 200냥은 빌려줄 수 있어요. 차용증은 전혀 필요 없어요. 원한다면 담배를 담보로 하시고.
[센테] 저 같은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신다구요?
[노부인] 돈이 필요한 사람은 당신 같은 사람이지요. 당신 사촌이 아니고.
[노인] (다가오며) 얘기가 잘됐소 아가씨? 돈 여기 있소
(센테한테 봉투를 내민다. 봉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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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한다.
그들도 절을 하고 가게로 돌아간다)
[센테] (봉투를 들고) 왕, 이것봐. 여섯 달치 집세가 생겼어. 이래도 기적이 없다고? 참, 새로산 이 쇼올 어때?
[신씨] 어지간히 한가하오 저 사람 손이 어떻게 됐나보슈
[센테] 손을 다쳤어요?
[신씨] 이발소 주인이 시뻘겋게 단 인두로 손을 때렸다니까
[센테] (놀라며) 몰랐어요 빨리 의사한테 가요. 큰일날지 모르니까
[실업자] 의사가 아니라 경찰서에 가야지.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하니까. 그 이발사 놈 부자잖아요
[왕]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신씨] (재미있게) 손이 완전히 바스러졌으면요. 정말 그래요?
[왕] 예. 퉁퉁 부어 올라요.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신씨] 증인이 있어야죠
[왕] 그거야 모두들 봤잖아요. (주위를 둘러보며) 증인을 해줄거에요
(실업자, 할아버지, 올케는 가게 벽에 기대앉아서 나눠준 밥을 먹고 있다. 먹는데 정신이 없다)
[센테] (신씨한테) 아줌마는 보셨죠?
[신씨] 난 경찰은 딱 질색이유. 경찰서 출입을 안 한다는 것이 내 원칙이유
[센테] (올케에게) 보셨어요?
[올케] 나요? 못 봤는데요
[센테] (할아버지를 달래며) 할아버지, 증언해 주실 수 있죠?
[올케] 좀 주면 하겠지. 한푼이 아쉬운 양반이니까
[센테] (실업자에게) 아저씨가 유일한 증인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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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난 도움이 안돼요 구걸하다 수용소에 두 번이나 끌려갔었거든. 내말을 믿겠소?
[센테] 당신들은 형제가 폭행당해도 눈을 감아버리나요? 두들겨 맞고 고통하며 소리쳐도 입을 꽉 다무나요? 야수가 어슬렁거리다 희생자를 찍어 나꿔채면 당신들은 이렇게 쑥덕일꺼야. 우리야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살은거라구. 살려준거야 여기 있는 아무도 증인을 하지 않으면 내가 하겠어요 내가 봤다고 할거야
[신씨] (무뚝뚝하게) 그런 건 위증이라고 하지
[왕] 위증을 해달라고 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고소를 해야겠어요 (자기 손을 보며) 많이 부었어요. 터질 것 같아요. 부기가 가라앉지는 않을까요?
[실업자] 아니, 부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아요
[왕] 아, 아 점점 더 부어오르는 것 같아요. 손목뼈가 부러졌어! 당장 경찰서로 가야겠어
(왕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그것만 보며 달려간다. 신씨가 재빨리 이발소 안으로 들어간다)
[실업자] (신씨를 보고) 잽싸게 슈푸한테 달라붙는군
[올케] 센테 세상을 바꿀 순 없어 그 누구도
[센테] 가세요 모두 가! 가요!
(실업자 올케, 할아버지 샐쭉해진 채 먹으면서 으스대면서 나간다)
[센테] (관객에게)
그들은 대답하지 않고 그들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들은 시키는대로 할 뿐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고개만 쳐 박고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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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냄새가 나면 쳐든답니다
(양순 어머니 숨가쁘게 들어온다)
[양순모] 네가 센테구나. 아들한테 다 들었어요. 난 양순이 엄마 에요. 기쁜 소식이 있어. 양순이한테 일자리가 생겼어요. 비행사자리. 편지가 왔는데 북경에 있는 공항 감독이 보냈어요
[센테]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건가요? 참, 잘됐어요
[양순모] 돈이 어딨우? 한 두푼이유?
[센테] 나한테 가게가 있잖아요. 마련할 수 있을거에요 (어머니를 껴안는다) 이거 받으세요. 우연히 200냥이 생겼거든요. 빌린 돈이지만 담배를 팔아서 갚으면 되니까
[양순모] 사람들은 양순이를 세츄앙의 죽은 비행사라고 불렀다오. 어려울 때 도와주다니!
[센테] 300냥을 더 구해야해요
[양순모] 어떻게 마련하지?
[센테] 글쎄요 (천천히) 도와줄 사람이 있어요. 다신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워낙 냉혹하고 똑부러지는 사람이라. 비행사는 비행기를 타야해요. 마지막으로 부탁을 해볼게요
(멀리서 비행기 소리)
[양순모] 그 양반이 해결해주기만 한다면 야--- 아, 저걸 봐요. 북경으로 가는 우편 비행기예요
[센테] 비행사가 우릴 볼 수 있겠죠! 손을 흔들어봐요!
(그들 손을 흔든다)
[양순모] 저 위에 탄 비행사를 알아요?
[센테] 손을 흔드세요 어머니! 저 비행사는 나중에 알게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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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씨가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는 걸요. 그 남자는 불행을 떨쳐버리고 우리들 머리 위에 떠있을 거예요.
(관객에게)
[센테] 양순, 내 사랑. 구름을 벗삼아. 폭풍우를 뚫고 하늘을 가로질러 머나먼 낯선 곳의 친지들한테 반가운 우편물을 날라준다네.
[페이지] 043
[장] 5장
(센테의 가게. 계산대 뒤에서 수이타가 신문을 읽고 있다. 신씨는 청소를 하고 있다. 신씨가 이야기하지만 수이타는 전혀 관심이 없다)
[신씨] 소문이 퍼져봐요. 이런 조그만 가게는 금방 망해요. 내가 한마디할까요? 수이타씨! 센테하고 찬 우물 골목에 사는 양순이 하고 무슨 짓을 하나 알아보시는 게 좋을거유. 옆집 이발소주인은 센테가 좋답디다. 그 남자는 집이 열 두채에다 마누라는 하나뿐이에요. 그 마누라하고는 언제나 헤어질 준비가 됐다고 말하거든요. 센테 재산이 어느 정도인가 알아보기도 했나봐요. 만약 아가씨 재산이 별게 아니란 걸 알면 어쩌죠?
(여전히 반응이 없자 신씨 물통을 들고 나간다)
[양순] (목소리만) 여기가 센테 가게인가요?
[신씨] (목소리만) 예, 그렇수. 센테는 없어요. 오늘은 수이타씨가 있지
(수이타 센테의 짧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거울로 가서 맵시를 내려다가 자기의 실수를 깨닫고 웃으며 되돌아선다. 양순 들어온다. 그 뒤로 들어와 엿듣기 위해 뒷방으로 살짝 들어간다)
[양순] 전 양순이 라고 합니다
(수이타 인사를 한다)
[양순] 센테는 안에 있나요?
[수이타] 아니요
[양순] 우리 사이를 알고 계시죠? (물건들을 살핀다) 생각보단 좋아! 허풍치는 줄 알았는데. 잘됐어!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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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거야 (여송연을 집어들고 수이타한테 불을 청해 붙인다) 이 가게가 300냥은 뽑히겠지요?
[수이타] 당장 가게를 판다면 야--- 그러길 원하십니까?
[양순] 센테가 200냥 준 것도 큰돈이지만 나머지 300냥이 없으면 말짱 헛거거든요
[수이타] 센테가 너무 서두른 것 같군요. 그렇게 많은 돈을 약속했다니. 천천히 가게를 처분하면 제대로 값을 받을지도 모르는데요
[양순] 센테는 남자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 여자 에요. 어떤 일이나. 무슨 뜻인지 아시겠소?
[수이타] 압니다
[양순] (심술궂은 눈초리로) 그래요, 그렇죠
[수이타] 은화 500냥을 어디에 쓸 건지 설명해주시죠!
[양순] 북경공항 감독이 내 항공학교 동창이요 그 친구한테 500냥주면 일자리를 준다고 했어요
[수이타] 너무 비쌉니다
[양순] 이런 취직자리 사는데 비싸다니요? 나 때문에 한참 일하는 비행사 한 사람을 근무태만으로 몰아서 짤라야하는데? 쉬운 일이겠어요? 이 얘긴 센테한테 하지 마시오
[수이타] (양순을 골똘히 쳐다보며) 양순씨! 당신은 센테한테 가게를 포기하고 친구들을 실망시킬 모양인데 정말 결혼할 겁니까?
[양순] 각오했습니다
(잠깐의 사이)
[수이타] 그 은화 200냥은 이 가게 여섯 달치 집세 낼 돈입니다. 센테가 사업을 계속하고 싶어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소?
[양순] 뭐라고요? 아니 이 비행사 양순이가 그래, 계산대 앞에 서서 돈이나 받아야한단 말이요? (구변 좋은 목소리로) '독한 걸로 드릴까요 순한 걸로 드릴까요' 난 못해요 못합니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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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타] 내 사촌은 제 마음대로 할 걸요. 자기식대로 사랑할 권리도 있는거에요. 센테가 나한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도와주라고 했습니다.
(미취사장이 들어온다)
[미취] 안녕하세요. 수이타씨! 날 보자고요? 집세 낼 날짜는 모레가 기한인데요.
[수이타] 사정이 생겼습니다. 제 사촌이 곧 결혼을 하거든요. 이 사람이 남편 될 양순씨인데 북경으로 가기로 했나봅니다. 이 가게를 팔면 어떨까해서요
[미취] 얼마를 원한답니까?
[양순] 300냥
[수이타] 은화 500냥입니다
[미취] 센테가 이 가게를 얼마에 샀지요?
[수이타] 천냥이요 물건도 그대로 있는 셈이고요
[미취] 천냥이면 완전히 속아서 산거에요 아무튼 모레까지 가게를 비워준다면 300냥 드리죠
[양순] (어깨를 으쓱하며) 이봐요. 그렇게 해. 그렇게 받으라고
[수이타] 너무 적은데요
[양순] 왜 적어? 왜 작냐구? 충분하다니까
[수이타] (미취한테)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양순을 한쪽으로 데려가서) 담배는 200냥 빌려준 노인네들한테 잡혀있단 말이요
[양순] 문서가 있어요?
[수이타] 없어요
[양순] (미취한테) 300냥으로 하지요
[미취] 센테가 다른 빚이 없다는 걸 보증할 수 있지요?
[양순] 수이타씨!
[수이타] 빚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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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 돈은 언제 주실 겁니까?
[미취] 모래. 젊은 사람들이 살림을 차린다니까 잘해드리는 거예요 그런 거나 알아주세요
(미취 퇴장)
[양순] (미취의 뒤에 대고) 상자, 단지, 자루--- 모두 300냥에 싹 가지세요 (수이타에게) 어디 돈 벌데 없을까요?
[수이타] 없소. 북경까지 갈 비용하고 월급 나올 때까지 살 돈이 없나보죠?
[양순] 그런 건 있어요
[수이타] 정확히 얼마나 있는데요?
[양순] 훔쳐오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 저기서 긁어모으면 됩니다
[수이타] 아 그래요
[양순] 너무 따지지 마세요. 무슨 짓을 해서든지 북경으로 가면 되니까
[수이타] 두 사람이 돈 한푼 없이 여행을 한단 말이요?
[양순] (수이타한테 말 할 기회를 주지 않고) 센테는 남겨두고 가야죠. 모가지에다 맷돌을 매달고 다닐 수야 없죠
[수이타] 네?
[양순]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곤란합니다
[수이타] 네 사촌은 어떻게 먹고살지요?
[양순] 방법이 생기겠죠. 산 입에 거미줄 치겠습니까
[수이타] 그러시다면--- 북경행 기차표 2장을 보여줄 때까지 200냥을 나한테 맡겨두세요
[양순] 당신 할 일이나 하시죠, 수이타씨!
[수이타] 센테는 표를 보기 전엔 가게를 팔지는 않을 거요
[양순] 여자들을 모르시는구먼 센테는 팝니다.
[수이타] (약간 화가 나서) 센테도 인간이요! 사리분별이 없는 줄 아셨소?
[양순] 센테는 천상 여자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못해요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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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어깨를 만지작 거려주시만 하면 넋이 나갑니다. 그런 여자 에요
[수이타] (간신히) 양순씨!
[양순] 수인지 뭔지 아무개씨!
[수이타] 내 사촌은 당신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왜냐면---
[양순] 왜냐면 자기 젖가슴을 주물러주었기 때문이지. 여송연 한 대 주시오 (여송연 한 대를 집고서 주머니에 몇 개 더 담더니 생각을 바꾸어 한 곽을 담는다) 난 결혼해준다고 말해주시오 걱정말고 300냥을 가져오라고 전해주시오. 아니면 센테가 직접 가져오던지. 어떻든 좋아요. 돈만 내손에 들어오면
[수이타] (절규하며) 가게를 없애다니! 그이는 날 사랑하지 않아!
(위의 대사를 반복하며 신들린 듯 광폭 하게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신씨한테 말한다)
신씨 아줌마! 아줌마도 나처럼 빈민굴에서 자랐지요? 우리한테 아직도 고통이 부족한 걸까요? 의심스러워요. 만약 아줌마가 내 돈 한 냥을 삼킨다면 토해낼때까지 목을 조를 거예요. 당신도 그럴 거구요. 벽을 계속 오르다 미끄러지는 그런 신세들이죠 아예 미끄러져서 불행 속으로 빠질 때까지 계속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죠. 일주일이면 끝나요. 더 오래 끌다간 사랑이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거든요
[신씨] (뒷방에서 나오며) 이발사 슈푸씨하고 얘길 한 번 해보쇼 그 사람은 믿음직스러워요
(신씨 뛰어나간다)
[수이타] 애인의 손길은 목조르기가 되어버리고 사랑은 한숨, 두려운 비명으로 변하네 독수리들은 왜 하늘에서 맴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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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녀가 연인을 만나러 간답니다
(수이타 자리에 앉고 슈푸와 신씨가 함께 들어온다)
[수이타] 슈푸씨죠?
[슈푸] 수이타씨
(서로 인사한다)
[수이타] 제 사촌 센테한테 관심이 있으시다구요? 솔직히 톡 까놓고 물어도 되겠지요? 센테는 지금 곤란한 일을 당했습니다
[슈푸] 아 저런
[수이타] 센테는 가게를 잃게 됐어요
[슈타] 센테의 아름다움은 선량한 것이거든요 마음씨가 매력이지요. 가게는 없거나 있거나 상관없지요 사람들은 센테를 빈민가의 천사라고 부르지요
[수이타] 선량한 것 때문에 하루아침에 은화 200냥을 잃었어요 그런 짓을 그만두어야합니다
[슈푸] 왜요? 계속해야합니다. 아니, 더 크게 벌려야 해요 난 날마다 굶주린 사람들한테 먹을 것을 주는 센테를 봤습니다. 정확히 4명한테. 왜 4명만 주어야 합니까? 400명이면 더 좋겠지? 센테는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거처를 구하고 있다면서요? 우리 목장 뒤에 있는 낡은 오두막은 어때요? 센테가 허락한다면요. 그 밖에도 원한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좋습니다. 수이타씨! 이런 내뜻을 센테가 귀담아 들을까요?
[수이타] 슈푸씨! 센테는 환영할거에요
(왕과 경찰이 들어온다. 슈푸가 갑자기 돌아서서 진열대를 구경한다)
[왕] 센테 여기 없습니까?
[수이타] 없어요
[왕] 난 왕이라는 물장수인데 수이타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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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타] 그렇소
[왕] 난 센테 친구입니다
[수이타] 아주 친한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왕] (경찰한테) 들었죠? (수이타에게) 내 손 때문에 왔어요
[수이타] (재빠르게) 붙잡아 맬 것이 필요하겠군요
(뒷방에서 쇼올을 가지고 나와 왕한테 던진다)
[왕] 이건--- 센테가 새로 산 쇼올인데---
[수이타] 더 이상 필요없어요
[왕] 어떤 사람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샀단 말에요
[수이타] 그런게 다 부질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왕] (팔을 둘러메고) 센테가 유일한 증인입니다
[수이타] 센테는 그때 거기에 없었다고 들었는데요
[왕] 있었어요. 센테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안에 있지요?
[수이타] (근엄하게) 왕씨. 내 사촌은 지금 골치가 아픕니다. 자기 문제가 산더미요. 그런 사람더러 위증을 하라는거요?
[왕] 판사한테 가자고 한 사람이 바로 센테란 말에요
[수이타] 판사가 그 손을 치료해 줄 것 같소?
(슈푸가 재빨리 돌아본다. 수이타가 슈푸한테 절을 하자 슈푸 받아서 절을 한다)
[왕] (쇼올을 풀러서 도로주며) 흥,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줄 알겠구만
(왕, 퇴장. 경찰이 뒤따른다)
[수이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슈푸] 원 별말씀을 (쇼올을 가리키며) 저것에 얽힌 얘기는 다 끝난 건가요?
[수이타] 예. 하지만 센테는 상처를 받았어요. 아마 회복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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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필요할 겁니다
[슈푸] 우리들이 신경을 잘 써야 합니다. 휴가를 원한다면 주선할 용의도 있고요
[수이타] 센테의 의견을 물어보시죠
[슈푸] 뭣하면 아담한 일류식당에서 저녁이라도 하면서
[수이타] 센테를 찾아보겠소
(수이타 뒷방으로 사라진다. 신씨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슈푸] (관객에게) 어때요 여러분!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냐구요. 뭘 더한다고 할까요? 더 희생적일 수는 없잖아요? 수준을 높이라고요? 저녁이라도 하면서--- 이런 말은 뭔가 음탕하다는 느낌을 받으십니까? 쯧, 쯧, 쯧, 그따위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 여자 몸에 손도 대지 않을 거라고요. 식초를 달라고 하더라도 손을 슬쩍 만지는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요. 오직 이성을 교환할 겁니다. 장미꽃 한 송이를 앞에 놓고--- 잠깐만요 (이 생각을 수첩에 적는다) 좋았어. 꽃을 마주하고 두 젊은 영혼이--- '서로를 찾는다'로 할까? 우리는 상대가 당한 불운한 일을 이용해먹지 않을 것이며--- 이해를? 맞아 그거야 응. 도움을 제안? 맞았어. 낮은 목소리로 들릴 듯 말듯하게 말이지. 순수한 눈빛을 하고 말이야 그래, 눈빛이 순수하면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지.
(양순 들어온다)
[슈푸] 난 센테양과 중요한 상의를 하고있어요 방해하지 마세요
[양순] 센테가 여기 있다고요? 들어오는걸 못 봤는데--- 무슨 상의를 하는 거요?
[슈푸] (뒷방으로 그가 못 들어가게 막으며) 참으세요 당신이 누군지 알겠는데. 난 센테하고 약혼할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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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 뭐라고?
(양순 이발사를 밀치고 뒷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센테가 나온다)
[슈푸] 센테! 미안해요 백번 천번 미안해요. 이봐, 당신---
[양순] 어떻게 된 거야? 센테 너 미쳤니?
[센테] (숨을 못 쉬며) 내 사촌과 슈푸씨가 합의했나봐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선--- 슈푸씨의 제안을 들어보라는 거예요
[양순] 당신 사촌이 우리를 떼어놓으려는 거야
[센테] 알아요
[양순] 승낙했어?
[센테] 예!
[양순] 그 사람들은 나를 나쁜 놈이라고 했겠지? (센테 말이 없다) 맞아. 그럴지도 몰라. 그렇다고 포기할 것 같아? 난 천한 놈이야, 센테. 가난해.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어. 하지만 나도 노력했어. 계속 싸웠다고, 이놈의 가난하구 (센테 가까이에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 넌 눈도 없니? 저 자를 봐. 나를 보구. 다 잊었니? 벌써?
[센테] 아니요
[양순] 버드나무에 걸린 밧줄을 풀어주었지? 나한테 물을 사주었어. 비행사가 될 수 있는 돈을 약속했잖아?
[센테] (떨며) 뭘 원하시죠?
[양순] 함께 가
[센테] (작은 목소리로) 죄송해요 슈푸씨 이 분을 따라 가고 싶어요
[양순] 아셨어요? 우린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슈푸] 이건 강탈이요. 날강도. 수이타씨!
[센테] (관객에서)
난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 가고 싶어요 난 대가를 따지고 싶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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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현명한 일인지 아닌지 따지고 싶지 않아요 난 그가 날 사랑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고싶지 않아요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 가고 싶어요
(둘이 함께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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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5장 중간막
(센테 결혼의상을 입고 결혼식장에 가는 길이다)
[센테] 끔찍한 일이 일어났어요. 양순하고 가게를 나왔는데 이불가게 할머니가 와들와들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빌려준 은화 200냥 때문 에요. 걱정걱정하다가 자리에 누우셨다는 거예요. 돈을 갚아달라고 하시지 뭐예요. 물론 드리겠다고 했어요. 할머니는 수이타나 양순은 믿을 수 없는 인간들이래요.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그런데 난 정신이 없었어요. 감정이 격해져서 양순의 품에 안겨버렸어요. 뿌리칠 수가 없었어요. 양순이 수이타한테 한 얘기가 센테한테는 아무런 가르침도 주지 못하고 만거에요. 그이 품속에서 생각해 봤어요 아무도 파멸로 밀어 넣지 말자, 나마저도 모두를 행복하게 이끌어야지, 나마저도 이런 것이 바로 착한 일이지 어떻게 두 노인을 잊을 수가 있겠어요? 양순이 회오리처럼 날 휩쓸지 않았다면. 그인 바쁜 사람은 아녜요. 날 사랑하고요. 그인 불법으로 비행사가 되더니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겠대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양순 씨가 가장 갈망하는 것인데--- 결혼식에 가는 내 마음은 두렵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난 흔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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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6장
(도시의 빈민가에 있는 싸구려 식당 2층에 있는 가족용 내실. 할아버지, 올케, 여조카, 신씨, 실업자가 센테와 함께 있다.
구석에 홀로 있는 목사(스님) 술을 따르고 있는 웨이터. 무대 앞쪽에는 자기 어머니한테 이야기하고 있는 양순. 그는 예복 차림이다)
[양순] 어머니,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요. 센테가 방금 가게를 팔 수 없다고 했거든요. 어머니가 받은 200냥은 빌려서 준 돈인데요. 빌려준 사람이 가게를 자기 것이라고 그런데요
[어머니] 그래서? 뭐라고 했니? 그러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는 거야
[양순] 센테는 착해서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어요. 사촌오빠를 찾으러 보냈어요. 그 사람 말로는 차용증 하나 문서로 쓴 것이 없대요
[어머니] 좋아 내가 나가서 그 사촌이란 작자를 찾아볼게. 넌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봐
(센테가 술을 따라준다)
[센테] 양순씨, 아직 신부하고 건배도 안 했어요
[양순] 무얼 위에 건배하지?
[센테] 우리 미래를 위해서요
(그들 마신다)
[어머니] (나가며 신씨한테) 난 아들 덕분에 황홀하다우. 언제나 넌 어떤 여자라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거든. 걘 기술이 있어요. 비행사라우. 그런데 이놈이 사랑 때문에 결혼 한데요. 애정이 생겨서 하는 결혼이라는 거요. (올케에게) 아들 결혼시키기 어렵네요, 어려워요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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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들이 웃고 있고 양순 어머니 들어온다. 어머니 양순한테 수이타를 찾지 못했다는 표시를 한다. 목사 책 소리가 나도록 덮고 문 쪽으로 간다)
[어머니] 어디 가시게요? 몇 분 안 걸리는 일이잖아요
[목사] (시계를 보며) 시간이 없어요 결혼식이 또 있고 장례식도 있어요
[어머니] (화가 나서) 일이 왜 이리 엉키지? 술 한 병으로 대충 때우려고 했단 말야. 벌써 두 병이나 마셔댔다구 (빈 술병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센테야, 네 사촌은 도대체 어디 쳐 박혀서 나타나질 않나?
[센테] 수이타요?
[어머니] 그래. 난 옛날 사람이라 결혼식에 사돈 한 사람이라도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센테] 아니, 양순씨! 그 300냥 때문에 그래요? 못 받을까봐?
[양순] (눈길을 피하며) 못 들었어? 울 엄마는 구식이라잖아. 15분 정도만 더 기다려봐
[남편] 15분이나 더 기다린다고?
[어머니] (하객들한테) 여러분, 내 아들이 우편 비행사 자리를 얻게 된다는 걸 다 아시죠?
[올케] 더구나 북경에서요
[어머니] 그렇지, 북경에서. 우린 북경으로 이사를 갈 겁니다.
[셈테] 양순씨 북경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려요.
[양순] 당신 사촌이 와서 말하라고 해. 난 북경에 갈 꺼야
[센테] (몹시 놀라고 당황하며) 양순씨! 난 그 돈을 노인들에게 갚겠다고 약속했어요
[양순] 넌 항상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운 좋게 사촌이 나타나서 해결하니까 망정이지. 술이나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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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 (조용하게) 내 사촌은 오지 않아요
[양순] 무슨 소리야?
[센테] 내가 있는 곳엔 올 수가 없다는 얘기에요
[양순] 놀리지마, 장난하자는 거야?
[센테] (절망해서) 양순씨!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 에요 나 내 사촌이 아니라고요. 사촌이 당신한테 노인들 돈을 빌려서 준건 당신이--- 북경에다 직장을 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거에요
[양순] 맞아--- 그러니까 당신 사촌이 300냥을 이리로 가져올거라구 여기 결혼식장으로
[센테] 아녜요. 안 와요.
[양순] 뭐? 왜? 뭐 때문에?
[어머니] (모두한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수이타씨가 이리로 오는 중이니까요 (웨이터에게) 분위기 깨지 마세요
[목사] (무겁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죄송하지만 가야겠습니다
(목사퇴장)
[어머니] (다른 사람들한테 필사적으로) 잠깐만요! 그대로 계세요. 목사님은 2분 후에 오신 답니다
[양순] 소용없어요, 어머니. 여러분! 수이타씨는 오지 않고 목사님은 가버렸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어요
(사람들 떠난다)
[할아버지] (문 앞에서 술잔을 내려놓는 것을 잊고) 신부를 위해 건배!
(술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 뒤 나간다. 사이)
[센테] 나도 갈까요?
[양순] 당신도? 센테는 신부야 이건 당신 결혼식이고
(양순 센테를 방을 가로질러 질질 끌고 간다. 결혼 예복이 찢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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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 우리가 기다리면 당신도 기다려야해. 어머니는 날 솔개라고 불렀어. 내가 구름사이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싶어하셨지. 내 비행기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것을 본다는 건 지옥이 천당으로 변하는 날에나 가능할 꺼야 (사이. 아직 손님들이 있는 것으로 여기고) 왜 이야기들 나누지 않으세요? 손님여러분!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결혼식은 약간 늦어지는 것뿐이라고요. 귀빈이 오시기로 되어있어서요. 신부는 사랑이 무언지 잘 모르고 있고요. 기다리는 사이에 제가, 신랑이 노래하나 부르겠습니다.
(양순 노래한다)
결코 오지 않을 날의 노래.
[양순] 누더기 이불을 덮고 자란 사람은
누구나 들어본 낯익은 이야기
거지어머니의 아들 왕자가 되었다.
그런 날은 세상에는 없는 날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날.
그는 황금 왕좌에 오른다.
그 날이오면 착한 일 한 사람 보상받으리.
악한일 한자 목이 잘리리.
그 날 돈은 웃으며 다가오고
사람들은 밥과 고기를 나눠가진다.
영원히 오지 않을 그 날엔
절대 오지 않는 그 날 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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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고기를 나누어 가지러
풀잎은 하늘 위를 내려다보고
자갈은 강물 위를 떼구르 구른다.
모든 인간 착한 사람으로 변하고
지구는 천국으로 변한다.
아, 이 날, 축복 받은 그날이 오면
나는 비행사, 착한 비행사
지구를 온통 꿈으로 가득 차게 만들지.
실업자, 일자리를 얻고
청소부 할머닌 쉬게 될 거라오
기다리지 않아도 올 그 날에
청소부 할머니가 쉬게될 그 날에
새벽 첫 닭이 오는 그 날이라오.
[어머니] 수이타가 오지 않을 것 같구나
(그들 중 3명이 문 쪽을 보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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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6장 막간극
(왕의 움막. 하수관이 다시 투명해지고 신들이 왕의 꿈속에 나타난다)
[왕] 신이시여, 아주 잘 오셨어요 센테가 큰일났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다보니 곤란해졌어요. 센테는 세상을 살기에 너무 착한 것 같습니다
[첫째신] 쓸데없는 소리! 네가 더러워졌구나 의심을 하다니
[왕] 용서하세요 신이시여! 황송하지만 어떻게 나서서 해결해주십시오
[첫째신] 말도 안 돼! 이 친구를 봐라 (셋째신 눈에 멍이 들었다) 어제 싸움을 말리다가 이렇게 됐어
[왕] 센테는 사촌을 불러야 합니다. 하지만 불러봤자 가게를 빼앗겨 버렸을지도 몰라요
[첫째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왕] 스스로 도울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신이시여!
(약간의 사이)
[둘째신] 그래도, 어쨌든, 노력해라! 고통은 인간을 고상하게 만드느니라
[첫째신] 센테에 대한 우리 믿음은 변함이 없도다
[셋째신] 우린 센테보다 더 착한 사람을 찾을 수 가 없었나니라. 우리 옷에 붙어있는 지푸라기를 봐. 어디서 잤는지 알겠지
[왕] 신들이 센테한테 올바를 길을 찾아주시지요
[첫째신] 착한 남자는 이 땅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나간다
[둘째신] 착한 여자도 마찬가지니라
[첫째신] 시련이 크면 클수록 더욱 강해질 수 있느니라
[셋째신] 눈치챘지, 우린 관찰자일 뿐이니라
[첫째신] 결국 모든 일은 올바르게 될 것이니라, 요 믿음이 부족한자야!
(그들은 마지막 대사를 하며 점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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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7장
(센테의 가게 뒤뜰. 수레에 몇 점의 가구가 실려있다. 센테와 신씨가 서서 빨래를 널고 있다)
[신씨] 남편, 담배, 가게, 모두 사라졌어! 뭘 먹고 살거유?
[센테] 일을 하죠. 담배 고르는 일은 할 수 있어요
[신씨] 어, 이것 좀 봐. 수이타씨 바지야. 이 양반 벌고 벗고 가셨나?
[센테] 또 한 벌이 있었겠죠
[신씨] 아주 가셨다면서 바지는 왜 놓고 갔지?
[센테] 버릴 건가 보죠
[신씨] 그럼 내가 가질까요?
[센테] 아, 그건 안돼요
(슈푸가 뛰어들어온다)
[슈푸] 아무 소리 마세요. 조용히! 다 알고 왔어요. 아가씬 노인들한테 손해를 입힐까봐 사랑을 포기했지요? 자기를 믿어준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기 싫어서. 알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남 헐뜯기 좋아하는 정서방도 당신을 천사라고 부르는 것을. 아가씨 신랑이 될 뻔한 사람은 당신의 가치를 몰라주었죠? 그래서 떠났군요. 아, 이 가게를 닫어버리다니--- 수많은 배고픈 사람들의 쉴 곳이었는데--- 그냥 눈감아 버릴 수 없어요. 난 날마다 아가씨가 배고픈 사람들한테 밥을 주고 쉴 곳을 주는 모습을 장작개비처럼 서서 보았어요. 너무나 아름다웠소. 이제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없겠지요? 세추앙의 착한 사람은 영영 사라져버리나요? 허락해주세요. 당신을 돕고싶소. 다른 말은 필요 없어요. 보증도 서지 마세요. 고맙다는 말도 하지 마시고요 (수표책을 꺼낸다) 여기 있어요! 백지수표. (수표를 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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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놓는다) 내 사인입니다. 원하는 금액을 적어 넣으면 돼요. 원하는 대로. 그만 가보겠어요. 조용히 겸손하게 아무 권리도 주장하지 않고, 발끝으로 살금살금 존경심에 가득 차서 전혀, 사심 없이---
(사라진다)
[신씨] 와! 살았다! 저런 멍청이들이 있다니까. 빨리 써요! 은화 1000냥이고
[센테] 아줌마 일한 값은 수표가 없어도 드릴 수 있어요
[신씨] 뭐요? 그 사람하고 결혼하라고 할까봐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는 거요? 제정신이유?
(신씨 바구니를 들고 뒤로 간다. 센테 잠깐동안 신씨가 가는 것을 지켜본다. 자기 몸을 내려다본다. 아이가 노는 것을 느끼며 눈에 기쁨이 넘친다)
[센테] 세상에--- 생명이 자라다니! 세상은 내 아기를 기다리고 있어 여러 곳으로 소문이 퍼지겠지. 새로 태어나는 이 아기를 기대하자고!
(그는 어린 소년이 있다고 상상하고 그를 관객에게 소개한다)
[센테] 얘가 내 아들입니다. 유명한 비행사 에요 환영해주세요 험난한 산맥과 눈덮힌 산봉우리---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곳을 정복하는 사람! 길 없는 사막 모래바람 속을 날아와 편지를 가져다주는 이 사람을!
(센테 아이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센테] 내 아들아 세상 구경할래? 저건 나무야, 나무, 우리 인사할까 '안녕, 나무야!' 이렇게 해 (인사를 해 보인다) 이제 너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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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는 사이가 됐어. 저길 봐! 물장수가 이리로 오네. 친구니까 악수해봐. 시원한 물 한잔 주세요. 우리 아이가 목이 마르거든요. 날씨가 참 좋네요 (잔을 건네준다) 저런, 경찰아저씨네. 비잉 돌아가자. 저기 부잣집 표씨네서 버찌를 먹고 싶다고? 이리 와. 여기 덤불이 우리를 가려주니까. 저 벗지는 아버지와 함께 매달려있는 것 같지? 안 돼 그렇게 확 잡아당기지 말아. (아이가 버찌에 닿도록 올려준다) 됐니? 입에 넣었어? (센테도 버찌를 먹는다) 어, 경찰이 온다! 도망가자! (그들은 뛴다) 됐어. 여긴 길이야. 조용히 하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치채지 못할걸
(아이와 함께 거리를 걸으며 노래한다)
[센테] 옛날엔 자두가 사람을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었대
힘세고 날쌘 그 사람
아웅 자두를 삼켜버렸대
(왕이 한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온다. 아이가 기침을 한다)
[센테] 왕!
[왕] 목수가 걱정이야. 가게를 날려버리고 술만 마셔. 애들은 거리로 나돌아다니게 내버려두고. 얘가 그중 하나야. 도와줘
[센테] (아이한테) 이리와 (왕에게) 얘는 슈푸씨 오두막에서 살면 돼 나도 거기서 살게될꺼야. 아이를 가졌어. 이건 비밀이야. 양순한테 말하지마. 그 사람은 그냥 내버려둬. 목수아저씨를 데려올래?
[왕] 고마워. 센테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믿었지(아이에게) 기다려. 네 아빠를 데리고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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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 손은 어때, 왕? 도와주고 싶었는데, 내 사촌이 그만---
[왕] 한 손으로 문제없어. 걱정마
(그는 한 손만으로 지게 대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센테] 그래도 오른손을 다쳤잖아! 이 손수레 가져가. 여기 있는 물건을 팔면 병원 비는 나올 테니까
[신씨] 미쳤소? 마지막 남은 것까지 다 줘버려? 저 사람 손이 아가씨하고 무슨 상관이야. 이발사가 알아봐요. 쫓겨날거유. 나 품삯도 아직 안 줬어
[센테] (관객에게) 저 아이의 지저분한 입을 보세요 쓰레기통을 뒤져 아무거나 먹는 거랍니다. (사이, 음악) 이런 세상 내 아이가 태어날 세상이라면 보호해야지 아이야, 너한테 좋기만 하다면야 호랑이가 되리라 아마 그래야 할걸 아냐, 그래야만 할걸 (나가며)
[센테] 한번만--- 진짜로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빈다
(센테 수이타의 바지를 들고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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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7장 뒤 막간노래
(중간막 앞 센테 수이타의 가면을 들고 나온다. 노래한다.)
무방비한 상태의 노래
[센테] 이런 나라에서
능력 있는 사람은 행운이 있어야지
막강한 후원자가 있다면 야
당연히 실력자가 되지
착한 사람들은 자기를 보호할 힘이 없고
신들마저 무방비 상태지 뭐야
아, 왜 신들에겐
악을 물리칠
대포와 탄약이 없을까
있다면 착한 사람들의 선동을 막아
세상이 평화롭게 될지도 모르는데
아, 왜 신들은 물건을 사고 팔지 않고
왜 불의를 금하고 굶주림을 없애지 않을까
공평하게 빵을 주시면 모두 기쁨 속에 살 수 있는데
아, 왜 신들은 시장에 나와 물건을 사지 않으시는 것일까?
(센테 수이타의 가면을 쓰고 그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센테] 당신은 불행한 형제들 중 오직 단 한 명을 도울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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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명의 다른 형제를 짓밟아버려야만.
왜 신들은 화를 내지 않는 것이며
착취를 끝장내기 위해 분노하며 이 땅으로 강림하지 않고
사람들의 절망, 자포자기를 없애고
이런 세상에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을 떨쳐버리지 않을까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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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8장
(슈푸의 오두막에 있는 수이타의 연초공장. 대부분 여자들과 아이들인 여러 가족이 창살 뒤에 빽빽이 들어차 있다. 그 사람들 중 올케, 할아버지, 목수 그리고 세 아이들이 있다. 양순 어머니가 들어오고 양순이 그 뒤를 따라 들어온다)
[어머니] (관객에게) 여러분한테 꼭 드릴 말씀이 있어요. 돈과 지혜는 훌륭하다는것을요. 돈 있고 머리 좋은 수이타씨가 방탕한 우리 아들을 사람 만들었지뭐에요. 수이타씨는 이발사의 오두막에다 담뱃잎 말리는 공장을 차렸어요. 사업이 잘되지 뭡니까. 그러니까 석 달 전 만나기나 해볼까하고 수이타씨를 찾아왔었어요. 좀 기다리게 하더니 만나주더라구요. 그때 수이타씨가 우리한테 어떤 말을 했는지 궁금하시죠? 그분은 저기서 이리로 나왔어요
(공장에서 수이타가 나온다)
[수이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어머니] 오늘 아침 우리 집으로 경찰이 찾아왔어요. 당신이 센테 대리인으로 고소를 했더군요. 우리 아이가 파혼한 것 가지고 양순이가 가져간 200냥을 도로 내놓으라고 했다더군요
[수이타] 그렇습니다
[어머니] 수이타씨. 돈은 없어요. 다 썼어요. 북경에 가지 못하게 되자 이놈이 사흘만에 다써버리더군요. 나도 알지요. 내 아들놈이 건달이라는 건. 왜 모르겠어요. 집의 가구도 팔아먹고 혼자서 북경으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센테도 한때는 저 놈을 존경했답니다
[수이타] 뭐 하실 말이 있으십니까, 양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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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 난 빈털터립니다 뭐로 갚겠어요?
[수이타] (어머니에게) 양순 어머니! 내 사촌이 당신 아들을 사랑한 건 사실이지요. 왜 빠져들었는지 자신도 알 수 없겠지만 하여튼 이것도 인연이니 한 번 더 기회를 드리죠. 여기서 일하도록 하세요. 그 200냥은 임금에서 제하겠습니다
[양순] 그러니까 공장에서 일을 하든지 감옥에 가든지 하라 이거군요.
[수이타] 마음대로 하시죠
[양순] 센테를 만나고 싶습니다
[수이타] 안됩니다
(사이)
[양순] (뾰로통하여) 일할 곳이 어딥니까?
[어머니] 수이타 사장님! 자비러운분! 감사합니다 신께서 보답해주실 겁니다 (양순에게) 착실하게 해. 사람 좀 돼. 알았니?
(양순 수이타를 따라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양순 어머니 다시 객석 가까이로 간다)
[어머니] 사실 처음 양순이한테 착실히 일하는 건 맞지 않았어요. 3주 후 빚을 다 갚고 돈이 자기 주머니로 들어오니까 달라지더라구요. 돈 버는 맛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수이타 돈 가방을 들고 십장 <예전의 실업자> 옆에 앉아서 임금을 꺼내서 세어준다. 양순의 차례다)
[실업자] (읽는다) 목수 은화 6냥. 양순 은화 6냥
[양순] (조용히) 가만 6냥일 리가 없어요. 확인 좀 해봅시다. (십장의 장부를 본다) 어 6일 일한 것으로 적혀있네. 아녜요. 재판소 가는 날 하루 빠졌으니까 5일이에요, 5일. 일하지도 않은걸 받을 수 있나. 아무리 형편없게 받는다고 해도
[실업자] 양순씨, 은화 5냥 (수이타에게) 이런 착오는 거의 없습니다
[페이지] 068
사장님
[수이타] 5냥인데 왜 장부엔 6냥이라고 썼습니까?
[실업자] 제가 실수를 했나봅니다 사장님 (양순을 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수이타] (양순을 한쪽으로 불러서) 당신은 아주 솔직해서 좋았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정직하고, 한가지 묻겠소. 십장이 이런 실수를 자주해서 일꾼들한테 돈이 많이 가도록 합니까?
[양순] 저 사람 친구들한텐---
[수이타] 알겠소. 뭐 나한테 바라는 건 없소?
[양순] (아직도 무대 앞쪽에서) 대담해! 대담한 말을 했어 그 날 저녁 아들한테 말했어요. 넌 비행사야! 날아라, 힘껏, 나의 솔개야! 이 세상 꼭대기까지 솟구쳐라! 이렇게 해서 우리 아들은 십장이 되었어요. 수이타씨 담배공장에서 진짜 기적이 일어난 거죠
(담뱃잎을 담을 바구니를 머리위로 넘겨주고 있는 노동자들. 뒤에 떡 버티고 서 있는 양순의 모습이 보인다)
[양순] 더 빨리 해! 더 빨리! 어이, 거기! 당신 말야 얼쩡거리고 서있기만 해도 돼? 당신이 아직도 십장인줄 알아? 당신은 노래나 선창하라고. 노래나 하란 말이야!
(실업자가 노래를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 후렴을 함께 한다)
여덟 번째 코끼리의 노래
장서방네 코끼리는 일곱 마리
[페이지] 069
여덟 번째 꼬마 코끼리가 왔다네
일곱은 거칠고 꼬마는 길든 놈이었지
장서방은 꼬마를 시켜 일곱 놈을 감독했다네
더 빨리 해!
(후렴)
장서방은 산이 하나 있어
밤이 오기 전에 밭을 만들어야했지
아쿠, 벌써 날이 어두워지누나!
일곱 마리 코끼리 숲 속을 파헤치네
여덟 번째 꼬마가 등에 올라타고 앉았지
어두워질 때까지 쉴 새없이 일하네
꼬마 감독은 빈둥대며 감독했다네
더 빨리 파!
(후렴)
일곱 마리 코끼리 정신없이 일해서
나중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지
늙은 장서방 화가 나서 일곱 코끼리를 노려보았네
하지만 꼬마 감독한텐 쌀 한 가마 주었다네
그게 뭐야?
(후렴)
일곱 마리 코끼리는 어금니가 없어
어금니 있는 놈은 꼬마 감독뿐이지
아무리 하나가 총을 가졌다고 일곱이 하나를 못 이기다니
늙은 장서방 뒤에서 껄껄 웃어제끼네
계속 해, 계속 파!
(후렴)
[페이지] 070
(여송연을 피우며 수이타 한가하게 거닌다. 양순 웃으며 세 번째 절에서 함께 부르고 손뼉을 치며 네 번째 절을 빨리 흐르드록 유도한다)
[어머니] 이렇게 해서 내가 돈과 머리란 훌륭한 것이라고 말한거에요 강한 수이타씨는 양순한테 숨어있던 능력을 이끌어 주었어요. 수이타는 센테처럼 환상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어요. 떳떳한 노동을 하도록 해서 전과 다른 인간이 되도록 하였답니다. 우수한 사람은 종과 같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치면 울리고 치지 않으면 울리지 않는 종, 정말 어떻게 수이타씨한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페이지] 071
[장] 9장
(센테의 가게. 지금은 묵직한 안락의자와 고급 카페트가 깔린 사무실. 비가 내리고 있다. 이제 뚱뚱해진 수이타는 노인과 할머니를 막 내쫓고 있는 중이다. 유난히 눈에 띄는 새 옷을 입고 있는 신씨는 히죽히죽 웃으며 구경 중이다)
[신씨] 저 노인네들 집세를 못내 가지고 가게문을 닫았답니다. 돈을 드리려면 진작에 줄 것이지
[수이타] 일찍 왔으면 좋았지
[신씨] 사람들은 여기 오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수이타] (갑자기 자리에 앉으며 한 손으로 머리를 짚는다) 아 어지러워
[신씨] 벌써 7개월째군요 해산 때 있어줄테니까 염려 마세요. 한 두 번 해본 일이 아니니
(신씨 거의 들리지 않게 낄낄 웃는다)
[수이타] (힘없이) 믿어도 되겠지요?
[신씨] 애 받는 일은 돈을 많이 받죠. 내 수이타씨 애는 많이 받지 않을꺼유
(신씨 수이타의 옷깃을 풀어준다)
[신씨] 자 편안하오?
[수이타] 이 모든 일이 다 애기를 위해서죠. 우리 아가
[신씨] 그럼요. 아이들 때문에 살지
[수이타] 살이 쪄서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을까요?
[신씨] 아니, 돈을 많이 벌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걸
[수이타] (걱정하며)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신씨] 하루에 열 두 번도 더 묻는군요.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페이지] 072
세상아니유. 걱정 마시라니까
[수이타] 아이한텐 수이타의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되는데
[신씨] 아무렴요. 센테만 봐야죠
[할머니] 오늘 은화 200냥이 든 편지봉투를 받았어요. 편지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센테가 보냈을거에요. 고맙다는 답장을 하고 싶은데, 주소 좀 알려주세요
[수이타] 모릅니다
[노인] (할머니 소매를 잡아끌며) 갑시다!
[할머니] 언젠가는 돌아올게요. 꼭 올거에요, 그렇죠?
(그들 반신반의하며 퇴장)
[수이타] 주변 사람들 생각은 어때요? 소문이 나돌고 있나요?
[신씨] 슈푸씨만 알지 않으면 됐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물이나 한 잔 마셔요
(양순이 멋진 양복차림으로 서류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수이타 약간 신씨 품에 안겨있다)
[양순] (놀라며) 방해를 한 것 같군요
[수이타] (무시하며 일어나) 내일 봅시다
(신씨 새 장갑을 끼고 웃으며 나간다)
[양순] 새 장갑을 꼈다? 돈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니? 언제부터 이런 은밀한 시간을 가지셨습니까?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며) 요즘 사장님이 갈팡질팡해서 일이 뒤엉키고 있어요. 경찰에서 공장 문을 닫으라고 공문이 왔습니다. 법정 근로자 수를 초과하는 건 좋은데 두 배 이상 늘리면 안 된답니다. 어쩌면 좋죠?
[수이타] 우리 오두막은 아직 더 사람을 받아도 돼요
[양순] 노동자들이야 괜찮죠. 담뱃잎이 눅눅해지니까 문제죠. 미취사장 건물을 인수하는 건 어떨까요?
[수이타] 우리 예산에 한 두 배를 부를걸
[페이지] 073
[양순] 그럴 수도 있지요. 그 여자 넓적다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죠. 뭐 가격이 내려갈걸요.
[수이타] 관두시오
[양순] 왜 그러시죠? 비 때문인가요? 비 만 내리면 사장님은 안절부절 하십니다
[수이타] 무슨 소리? 난 아냐. 그렇게---
[양순] 5분 후에 미취사장이 올 겁니다. 사장님이 직접 해결하세요. 슈푸씨도 온다고 했어요
(위의 대사를 하고 있을 때 왕이 무대 밖에서 소리지른다)
[왕] (목소리만) 이 도시에 이제 착한 사람은 없는 거야? 센테가 살던 이 상가에도 없는 거요? 센테는 어디 갔어? 어디간 거야? 여섯달 전에는 신이 나서 물 한잔 사 먹던 그 여자 말이요. 지금 어디 있소? 본 사람 없어요? 어느 날 저녁 이 집으로 들어간 뒤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고!
[양순] 저놈의 주둥이를 틀어막아야지. 그 여자가 어디 있건 지 놈이 무슨 상관이야
[왕] (목소리만) 착한 센테 어디 있니? 누구 우리 센테 못 봤어요? 센테야 어딨어?
(노크 소리 왕 들어온다)
[수이타] 왕서방. 당신이 센테 친구라면 그런 헛소리는 하지 마시오
[왕] 함부로 충고하지 말아요. 센테가 사라지기 전에 나한테 아주 중요한 얘기를 했단 말요. 애길 가졌다고
[양순] 뭐? 그게 무슨 소리요?
[왕] 난 단념 못해. 그 착한 여자를 쉽게 잊어버릴 것 같아요. 수이타씨? 센테!
(왕 나간다.
[페이지] 074
수이타는 재빨리 뒷방으로 들어간다)
[양순] (관객에게) 센테가 임신을 했군요. 그랬군요. 사촌이 멀리 보낼 때 눈치채야 했는데 몰랐어요. 나한테 아이가 생긴다. 양씨 성을 가진 또 한 사람이 세상에 등장한다. 그런데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어머니와 아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혹시--- 이 악당 놈이? (흐느끼는 소리가 뒷방에서 들린다) 저건 무슨 소리죠? 흐느껴 우는소린데 누굴까? 냉혹한 수이타가 울 리가 없죠. 그리고--- 매일 아침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쌀이 있는 것--- 어떻게 된 겁니까?
(수이타가 들어온다. 그는 문으로 가서 비 내리는 것을 바라본다.
[양순] 센테는 어디 있나요?
[수이타] 쉿! 아홉시요. 오늘은 비가 심하게 내려 소리를 들을 수가 없군
[양순] 무슨 소릴 듣고 싶으세요?
[수이타] 우편 비행기
[양순] 네?
[수이타] 당신도 한때 비행사가 되려고 했다며? 다 잊었소?
[양순] 우편 비행은 야간 근무를 해야하거든요. 난 주간 근무가 좋습니다. 회사 일이 맘에 들고요. 센테가 돌아오진 않지만, 공장은 옛 약혼자 소유로 되어있으니까. 센테는 진짜 여기에 없는 거죠, 그렇죠?
[수이타] 무슨 말을 하고 싶소?
[양순] 완전히 관심이 없다는 말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수이타] 내 사촌이 들으면 좋아하겠군
[양순] 만약 센테가 갇혀있다면 가만있을 순 없겠죠
[수이타] 누가 가둬놓았단 말이요?
[페이지] 075
[양순] 당신이
[수이타] 그런 얘기는 꺼내서 어쩌자는 거요?
[양순] 그 말을 꺼내서 내 직위가 달라질 수도 있는 거구요
[수이타] 지금 지배인인데 더 좋은 자리를 주면 더 캐고 들지 않을 수도 있는 거요?
[양순] 그럴지도 모르죠
[수이타] 어떤 자리가 좋소?
[양순] 맨 윗자리
[수이타] 내 자리? (침묵) 당신 모가지를 짤라버린다면?
[양순] 가만히 죽진 않지요. 누군가 뒤에 달고 오겠죠
[수이타] 경찰?
[양순] 그렇소
[수이타] 경찰이 아무것도 찾지 못할 땐?
[양순] 뒷방을 잘 살피라고 해야죠 (노골적으로) 사장님! 난 센테가 무척 보고 싶어요. 아시겠어요? 못 견디게 보고싶다구요 (수이타의 얼굴을 보며) 센테는 임산부 에요. 누구든 도와줘야 합니다 (문 쪽을 향하며) 이 문제를 물장수하고 상의해야겠소
(퇴장)
(수이타 꼼짝 않고 있다가 뒷방으로 들어간다. 그는 센테의 소지품 <속내의 따위>을 가지고 돌아온다. 쇼올을 한참 바라보다. 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그것들을 보따리에 싸서 책상 밑에 감춘다. 미취사장과 슈푸가 들어온다. 그들은 우산과 방수 덧신을 벗는다)
[미취] 지배인은 어디 갔나요? 매력 있고 수환 있는 사람이던데
[슈푸] 우릴 보자고 하셨지요?
[수이타] 공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페이지] 076
[슈푸] 맨날 문제 투성이군
[수이타] 시설 확장을 안 하면 공장을 폐쇄한다고 경고 장이 왔습니다
[슈푸] 지쳤어. 수이타씨, 또 확장을 해야한다구요? 난 오두막을 당신 사촌한테 맡겼어요. 그런데 당신이 공장으로 만들었어. 수표도 사촌을 주었는데 당신이 써버리고, 당신 사촌은 어디 가고 당신이 나서서 오두막이 좁다 어떻다 하면서 마구 달라고 하시오?
[수이타] 센테는 곧 돌아오겠다고 기별이 왔습니다
[슈푸] 곧! 곧이라고? 또 그 소리요?
[미취] 좋아요. 그래서 날 더러 어쩌라는 거예요?
[수이타] 미취사장님. 저 번에 불렀던 임대료의 딱 절반을 낼 수 가 있거든요. 내가 가게를 인수한 것이라고 경찰한테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미취] 물론이죠 지배인만 내게 넘긴다면
[슈푸] 뭐요?
[미취] 그 사람은 아주 능력 있어요
[수이타] 양순은 나도 필요해요
[미취] 마찬가지네요
[수이타] 양순이 내일 전화할 것입니다
[슈푸] 좋지. 센테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데 젊은 친구가 있으면 곤란하지
[수이타] 자, 모두 다 해결 된 겁니다. 시작은 센테의 작은 가게였는데, 앞으로 12개나 되는 연초도매상을 이끌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은 나를 세츄앙의 담배 판매왕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 재산은 사촌 센테의 것이고---
[목소리들] (밖에서) 경찰이다! 경찰이야! 담뱃가게로 간다! 무슨 일이냐?
(양순, 왕, 경관 들어선다)
[페이지] 077
[경찰] 조용히, 거 조용히들 하세요 (모두 잠잠해진다) 수이타씨 죄송합니다. 고소가 들어왔어요. 당신이 센테를 가두어놓고 있다고요. 믿지는 않습니다만 온 도시 사람들이 떠들어서 말이지요
[수이타] 거짓말이요
[경찰] 양순씨가 뒷방에서 우는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슈푸] 나하고 미취사장은 듣지 못했다고 증언할 수 있어요
[미취] 우린 조용히 담배를 피웠어요
[경찰] 실례합니다만 뒷방을 볼까요? (방을 본다, 아무도 없다) 역시 아무도 없군요
[양순] 분명히 흐느꼈어요. 똑똑히 들었대도. 이건 뭐죠?
(양순 옷을 발견한다)
[왕] 그건 센테 옷이야 (군중들에게) 센테 옷이 여기 있다!
[목소리들] (밖에서, 연달아) 센테의 옷이래요! 책상 밑에서 찾아냈데요! 살해된 시체는 못 찾았대요! 담배왕이 용의자랍니다
[경찰] 수이타씨! 센테가 어디 있는지 말씀하시죠. 싫다면 할 수 없이 나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
[수이타] 난 모릅니다
[경찰] 유감입니다. 수이타씨!
(경찰 수이타한테 문을 가리킨다)
[수이타] 모든 것이 곧 밝혀집니다. 세츄앙에는 아직 법이 있으니까
[왕]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어요!
[페이지] 078
[장] 9장 막간극
(왕의 굴. 마지막으로 신들이 물장수의 꿈속에 나타난다. 그들은 변했고 기나긴 여행으로 심한 피로와 고생했던 흔적이 보인다. 첫째신은 모자가 없어지고 셋째신은 다리 하나를 잃었고, 모두가 맨발이다)
[왕] 신이시여, 드디어 나타나셨군요. 센테는 여러 달 보이지 않고 오늘 사촌은 체포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촌이 센테를 죽였다고 생각합니다. 가게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렇지만 내 꿈에 센테가 나타나서 사촌이 자기를 계속 가둬놓는다고 하더군요. 센테를 찾아주세요. 신이시여!
[첫째신] 어디를 가도 착한 사람들은 찾을 수가 없고, 어쩌다 찾아냈더라도 금방 변하더구나. 센테는 아직도 착하게 사는 단 하나의 사람이다
[둘째신] 아직도 선하게 산다면 말이야
[왕] 그건 틀림없어요. 눈으로 볼 수 없게 사라져버려서 그렇지
[첫째신] 희망이 사라졌구나. 모든게 허사로다!
[둘째신] 여보게, 체통 좀 지켜
[첫째신] (애처롭게) 그런 건 지켜서 뭣해. 센테를 찾지 못하면 우리도 포기해야해. 세상이란 곳은 끔찍하구나. 비참하고 야비하고 황폐해. 시골도 예전 같지 않아. 나무들은 전화선 때문에 머리가 잘리고, 자동차 소리 때문에 아주 시끄러워. 지독한 매연은 어떻고?
[셋째신] 여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야. 착하게 살려는 사람은 지옥문 앞으로 밀려나지. 착한 행동을 하면 지옥 불구덩이로 떨
[페이지] 079
어질 판이야. 우리 계명이 담긴 책은 쓰레기장으로 실려갈 운명이라네
[둘째신] 인간들 때문이야! 인간은 가치가 없어!
[셋째신] 세상이 비정해서야!
[둘째신] 인간들 때문이야! 너무나 약하다고!
[첫째신] 자, 자, 품위를, 품위를 지키세. 좌절하진 말자구. 이런 곳을 견디어 내는 단 한 명이라도 찾아내자고 하지 않았어? 우린 센테를 찾았어. 찾았지. 그런데 사라졌다는 거야. 다시 찾아내면 되는 거예요. 우리가 당장 갑시다!
(신들 사라진다)
[페이지] 080
[장] 10장
(법정. 사람들 무리지어있다. 슈푸와 미취, 양순과 그의 어머니, 왕, 목수, 할아버지, 여조카,
노인부부, 실업자와 올케)
[노인] 한 사람한테 실권이 몰려있는 건 좋지않다구
[실업자] 그 사람은 담배 도매상을 12개나 개업하려고 했다면서요?
[부인] 판사들 중 하나는 슈퓨씨 친구라는데요
[올케] 또 다른 판사는 어젯밤 수이타가 보낸 선물을 받았대요. 아주 크고 살찐 거위를요
[할머니] (왕에게) 센테는 찾지못했다면서?
[왕] 오직 하늘만이 진실을 아실 겁니다
[경찰] 방청석은 조용히 해주세요. 재판부 등정합니다!
(세명의 신이 법관 복을 입고 들어온다. 그들이 무대를 걸을 때 하는 말을 관객은 엿들을 수 있다)
[셋째신] 괜찮을지 몰라. 우리 증명서를 너무 조잡하게 위조했단 말야
[둘째신] 내 전임자가 걸린 급체에 대해 설명해야 할거야
[첫째신] 거위 한 마리를 통째로 삼켰으니 그럴 수밖에
[실업자] 저 봐요! 새로운 재판관이요
[왕] 새로운 분들이라고? 아주 훌륭하신 분들이군!
(셋째신 이 말을 듣고 돌아보며 왕한테 웃는다. 첫째신이 망치로 판사 석을 두드린다. 경관이 도도한 자세로 걷는 수이타를 호송해온다. 사람들 그를 보고 휘파람을 분다)
[경찰] (수이타에게) 놀라지 마세요. 재판관이 바뀌었어요
(수이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고 망연자실한다)
[페이지] 081
[여조카] 왜 저러지?
[아내] 담배왕께서 기절하려고 하시다니
[남편] 새 재판관들을 보더니 그러는데
[왕] 저 분들을 아는 것 같아
(수이타 일어나고 재판이 시작된다)
[첫째신] 피고 수이타, 당신은 사촌 센테의 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그 여자를 제거했다는 고소가 들어왔소. 유죄를 인정합니까?
[수이타] 무죄입니다
[첫째신] (사건의 서류를 급히 읽어 넘기면서) 첫 번 증인은 경찰이요 센테양과 피고에 대한 평판에 대해 진술해주시기 바랍니다
[경찰] 센테는 자선을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처녀였습니다. 자기와 함께 다른 사람들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좋아했지요 수이타씨는 원칙적인 사람입니다. 센테의 폭넓은 자선 때문에 수이타씨가 적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적이 많았죠. 수이타씨는 항상 법의 편에 섰습니다. 재판관님 한 번은 센테가 잠 잘곳을 대주던 도둑일당의 정체를 밝혀내기 까지 했습니다. 그러니까 수이타씨는 고소된 죄를 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첫째신] 알겠소. 또 증언할 사람 있습니까?
(슈푸 일어난다)
[경찰] (신에게 속삭인다) 슈퓨씨라고 이 지방 유지십니다
[슈푸] 슈퓨씨, 말씀하시오
[슈푸] 수이타씨는 사업가입니다. 재판관님 더 말씀 드려야 합니까?
[첫째신] 그래야지요
[슈푸] 알겠습니다. 이분은 상공회의소 부의장이시고 평화정의 실천 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될 분입니다
(슈푸가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페이지] 082
미취 일어난다)
[왕] 선출된다고? 그냥 내주는 거지
(첫째신 몸짓으로 미취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다)
[경찰] 미취사장이라고 푸이쳉 판사하고 가까운 사입니다
[미취] 재판관님 사회사업위원회 회장 자격으로 몇 가지 지적해야겠습니다. 수이타씨는 우리 고장에 시설 좋은 기숙사를 가진 모범적인 공장을 지었어요. 또 장애인을 위한 우리 단체에 정기적인 기부금을 내는 분입니다
(미취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경찰] (속삭인다) 이분도 영양가 풍부한 유력인사입니다
[첫째신] (경관에게) 그런 것 같소 다음은? (방청석에 대고 친절하게) 피고한테 불리한 진술을 할 사람은 없습니까?
(왕, 목수, 노부부, 실업자, 올케, 여조카가 나온다)
[경찰] (속삭인다) 우리 구역의 인간쓰레기들입니다 재판관님
[첫째신] 그래 음 인간쓰레기라--- 피고 수이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왕] 무지무지 많습니다 재판관님
[실업자] 우리가 모른다고 함부로 굴었습니다
[목수] 우리집을 망하게 했어요
[올케] 사기꾼입니다
[여주카] 거짓말쟁이에요
[아내] 도둑놈!
[소녀] 착취자!
[동생] 살인자입니다
[첫째신] 좋아요. 이제 피고가 진술해보시오
[수이타] 센테는 신한테 선물을 받았어요. 이것을 다 잃어버린 위험이 있을 때마다 나타났어요. 누군가가 이런 일은 꼭 해야만 했
[페이지] 083
어요. 다만 혼자서 도맡아 하다보니까 미움을 산 것입니다. 나는 부작용을 막아보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케] 우리를 신고했잖아요!
[수이타] 당신들은 너무 많았어요
[왕] 이 노인들은 어때요? 이분들도 기생충이요?
[노인] 우린 당신 때문에 가게를 잃었어요
[할머니] 센테한테 돈을 주었단 말에요
[수이타] 네 사촌의 약혼자는 비행사였습니다. 그 돈은 그를 주었습니다
[왕] 그자가 비행기를 타려했는지 안 했는지 알아보셨나요? 센테가 그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신경썼냐구요. 당신은 센테를 다른 사람한테 결혼시키려고 했잖아요
(왕 슈푸를 가리킨다)
[수이타] 그 비행사는 건달이었소
[양순] (벌떡 일어나며) 왜 그 건달을 당신 회사의 지배인을 시켰나요?
[수이타] 그 후로 바뀌었기 때문이요. 변했어요
[왕] 변한 사람을 (미취를 가리키며) 저 여자한테 팔아버리는군요?
[수이타] 그건 양순이 미취사장의 허벅지를 만져주지 않으면 임대를 해주지 않아서입니다
[미취] 뭐라고? 저런 미친놈. 거짓말을 하다니. 오래 살고 싶으면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마! 살인자!
(미취 화를 내며 옷 스치는 소리를 내며 나간다)
[양순] (억지로 밀고 들어오며) 재판관님 제가 피고를 위해 한마디하겠습니다
[올케] 당연하지 자기 상전이니까
[실업자]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근로 감독관이지
[어머니] 재판관님! 수이타씨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 분은---
[양순] 이 분은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지만 살인자는 아닙니
[페이지] 084
다. 피고가 체포되기 전, 바로 15분전에 뒷방에서 나오는 센테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첫째신] 뭐? 뭘 들어?
[양순] 흐느껴 우는 소리입니다
[첫째신] 여자들은 대게 흐느껴 울지 않나?
[양순] 제가 센테의 소리를 모르겠습니까?
[첫째신] 하긴 그래. 센테를 많이 울렸으니까
[양순] 행복하게 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수이타를 가리키며) 그 여자를 (슈푸에게) 너한테 팔려고 했어
[수이타] 당신은 센테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왕] 아녜요. 돈 때문입니다, 재판관님.
[수이타] 무엇을 위한 돈이었을까요, 재판관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입니다. 센테를 위해서요. 돈이 있으면 센테가 착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왕]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그래서 그들을 노동착취공장에 집어넣었나? 왜 당신은 사인한 수표로 사업을 벌였소? 센테가 착한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수이타] 아이를 위해서였습니다, 재판관님.
[목수] 내 아이들은 어떡하고? 넌 내 애들을 어떻게 했는데?
(수이타 말이 없다)
[왕] 그 가게는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옹달샘이 될 수 있었어. 신의 뜻이었다고. 당신이 나타나서 다 망쳐버렸어
[수이타] 내가 아니면 벌써 그 샘은 말라버렸을거요!
[신씨] 그건 맞아요, 재판관님.
[왕] 착한 센테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나쁜 놈아! 센테는 착했습니다, 재판관님. 착했어요. 맹세합니다
(왕 손을 들고 서약한다)
[페이지] 085
[셋째신] 자네 손이 왜 그런가 왕?
[왕] (수이타를 가리키며) 저 자 때문입니다. 센테는 나를 의사한테 보내려했어요 (수이타에게) 이철천지 원수!
[수이타] 난 센테의 하나뿐인 친구에요
[왕] 센테는 어디 있어? 네 좋은 친구는 어디로 갔냐고?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말로 인해 동요가 인다)
[모두] 어디 있어? 센테는 어딨어? 그 여자를 내놔!
[수이타] 센테는--- 떠나야만 했어요
[왕] 어디로? 왜?
[수이타] 말할 수 없어. 말하지 않겠어!
[모두] 센테가 뭐하러 떠나? 왜 센테가?
[왕] (첫 번째 말은 소음에 묻히나 다른 말들은 소음 보다 크게 낸다) 왜 못해! 왜 못해! 왜 센테가 떠나야 했냐고?
[수이타] (외친다) 여기 있으면 당신들이 그 애를 찢어죽였을테니까!
(갑자기 조용하다)
[수이타] 더 못하겠어요. 모든 것을 밝히겠소. 방청객을 퇴장시키면 고백하겠습니다.
[모두] 유죄인가 봐! 자백한데요
[첫째신] (망치를 두드리며) 방청객은 퇴장하시오!
(경찰 법정을 정리한다)
[왕] 수이타, 흥, 임자 만났군
[신씨] (재판장한테 제스츄어) 놀래 실걸요
(모두 퇴장한다 침묵)
[수이타] 신이시여!
(신들은 자기 귀를 의심하며 마주본다)
[수이타] 저는 신들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페이지] 086
[둘째신] (단호하게) 넌 우리 세츄앙의 착한 여자를 어떻게 했지?
[수이타] 이제 끔찍한 진실을 고백하겠습니다. 제가 센테입니다
(그녀는 가면을 벗고 의복을 벗어버린다. 거기 센테가 서 있다)
[둘째신] 센테!
[센테] 네, 센테입니다. 수이타이면서 센테. 저는 두 사람이에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 날 신들의 명령은 나를 두 조각으로 만들었지요. 잘 모르겠어요, 어째서 갈라졌는지 남에게 선하고 동시에 나에게도 선하게 구는 건 할 수 없었어요. 신들이 원하는 세상은 쉽지 않아요 거지들한테 돈을 내밀면 그들은 내 손까지 물어뜯는답니다 파멸한 자를 돕는 이는 함께 파멸해버리고 먹지 않으면 누구나 죽어버리는데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나요? 악하게 되는 길로 가지 않을 자유가 비싼 음식을 먹고 힘있는 자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는 부정을 행할 때뿐이지요 왜? 왜, 나쁜 짓은 돈이 굴러 들어오는데 착한 짓은 가혹함만이 기다리고 있나요 난 자선하기를 좋아했죠 진정한 빈민가의 천사가 되고 싶었어요 난 세상에 눈뜨기 시작했어요 난 계모가 시궁창 물로 눈을 씻어주었으니까요 동정심을 갖는다는 건 고통스러운 것이 되고 친절한 말은 비수가 돼서 돌아왔어요
[페이지] 087
화가 치밀었어요, 불같이 화를 냈어요 난 늑대로 변했어요, 야수로 신이시여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이웃을 돕고 연인을 사랑하고 뱃속에 든 아이가 굶주리지 않고 살도록 하기 위해 이 모든 짓을 행했답니다 신들이 원하는 착한 행동을 하기엔 너무 가난하고 보잘것 없었어요
(사이)
[첫째신] (충격을 받고) 비참한 말은 하지 말아라. 센테 너를 다시 찾아서 얼마나 기쁜지 아느냐?
[센테] 전 악한 남자 에요. 말씀 들으셨잖아요
[첫째신] (보청기를 사용하는데 실패) 그 착한 여자라고?
[센테] 예. 하지만 나쁜 남자이기도 하다고요
[첫째신] (이해한 것처럼) 불행한 일치야. 이웃 사람들이 무정해
[셋째신] (그의 귀에 대고 소리) 센테가 계속 살려면 어떻게 해야지?
[첫째신] 계속 산다? 그거야 젊고 건강한 여자니까---
[둘째신] 자네 센테가 한 얘기 듣지 못했구먼
[첫째신] 다 들었어. 센테가 헷갈려서 그런 거지 (허세를 부린다) 우리 계명책을 어쩐다? 계명을 포기할 수도 없고 (더욱 조용하게) 세상이 바뀌어야 하나? 어떻게? 누가 바꿔? 아냐 세상이 바뀔 수는 없어
(이 말을 신호로 조명이 분홍빛으로 변하고 음악이 흐른다)
[첫째신] 자 이제---
(그가 신호를 하자 음악이 들리고 불그스레한 조명)
[첫째신] 돌아갑시다. 이 좁은 세상에다 너무 참견을 했구려. 이곳의 기쁨과 슬픔 때문에 상쾌하기도 했고 고통스럽기도 했지.
[페이지] 088
이제는 저 높은 곳 별들 보다 더 높은 곳에서 착한 여자 센테를 생각할 것이니라. 즐겁게. 신들이 생각이 이 땅에서도 유지될 수 있도록. 차가운 암흑 속에서 등불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 그대로. 잘 있거라! 센테! 잘해야 한다!
(그가 신호를 하자 천장이 열린다. 분홍빛 구름이 내려온다. 그 위에 세 명의 신들이 아주 천천히 오른다)
[센테] 안됩니다 신이시여! 가지 마세요! 버리지 마세요! 전 가게를 잃어버린 노인들을 똑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물장수 왕도요. 사랑하는 양순씨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요? 전 아이를 가졌어요. 곧 태어난답니다. 여기에 계속 머물 수가 없어요
(센테 자기를 괴롭힐 사람들이 들어올 문을 괴로워하며 쳐다본다)
[첫째신] 넌 할 수 있어. 착하게만 살면 만사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니라
(증인들이 들어온다. 그들은 분홍빛 구름을 타고 떠있는 타고 떠있는 재판관들을 놀라며 바라본다)
[왕] 경배하시오! 신들이 나타나셨소! 신들은 착한 사람을 찾으러 세츄앙에 오신 겁니다. 신들은 한 사람 찾으셨오. 그렇지만---
[첫째신] 그렇지만 이라고 말하지마라. 여기 바로 그 여자가 있나니라
[모두] 센테!
[첫째신] 센테는 죽지 않았다. 숨어있었다. 이제 그대들과 함께 살 것이니 착한 인간이 될지어다.
[센테] 전, 전 사촌이 필요합니다
[첫째신] 너무 자주는 안 돼!
[센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요
[첫째신] 한 달에 한 번! 그걸로 충분하다!
[페이지] 089
[센테] 아, 가지 마세요 신이시여! 전 말을 다하지 못했어요. 정말 신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신들 노래한다)
구름을 타고 사라지는 신들의 합창.
유감이지만 우리는
잠시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찾아낸 자를 계속 지켜보다간
사라져버릴 것이니
이곳은 진리의 황금빛이
빛 바랜 그림자와 뒤섞여있구나
그러니 너희들은 우리들을
우리의 공간 속으로 돌려 보내다오
[센테] 도와주세요!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 센테는 계속 외친다)
우리의 탐색은 끝났다.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
찬양할지니, 찬양하는 도다
세추앙의 착한 여자여!
(센테가 절망적으로 신들을 향해 팔을 내뻗을때 신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며 위로 사라진다)
[페이지] 090
에필로그
지금 보신 연극결론이 어때요?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국적이고 우화 같은 얘기 끝에 불쾌한 결말이 나니 부담스러우시죠? 하는 사람들도 약간 그렇습니다. 또 약이 오르고요. 막은 내려갔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끝을 낼 수 있었을까요? 누가 사람들을 변화시킬까요? 세상은 바뀔 수 있을까요? 새로운 신들, 다른 신들은 뜻을 이룰 수 있을까요? 무신론자들이 할 수 있을까요? 도덕을 강화시켜야 할까요? 유물주의는요? 여러분, 방법을 찾는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착한 사람이 행복하게 결말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여러분 자신이 이 연극의 해피엔딩을 써보시는게 어때요? 어떤, 그 어떤 방법이든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대로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