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를 기다리며 En attendant Godot>
鄭明煥(정명화)
譯(역)
柳仲烈(류중렬) 演出(연출)
En attendant Godot
(二幕(2막))
<佛蘭西篇(불란서편)>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
포즈-
럭키-
소년-
[페이지]
001
[막] 제1막
(나무가 한그루 서있는 시골길 저녁 때)
(에스트라공이
땅바닥에 앉아서 구두 한짝을 벗으려고 한다. 두 손으로 잡아당기려고 기를 쓴다.
허덕거린다.
기진맥진해서 그만둔다. 숨이 가빠져서 쉬다가 다시 시작한다. 같은 동작의 반복)
(블라디미르가 등장한다.)
[에스] (다시 단념하면서) 빌어먹을!
[블라] (두다리를 벌리고 뻣뻣하게
총총걸음으로 다가오면서)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걸음을
멈춘다)
오랫동안 그런 생각을 물리치려고 스스로 타일러 왔지. "블라디미르,
정신차려. 아직 끝난건 아니니까" 하구 그래서 다시 싸움을 계속했었단 말이야. (그는 싸움을 그리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에스트라공에게)- 아니, 또 만났구나.
[에스] 그래?
[블라] 다시 만나니 반갑다. 아주
가버린 줄 알았더니
[에스] 나도 그래
[페이지] 002
[블라] 우리가 다시
만난걸 어떻게 축하할까? (생각해본다) 일어나. 껴안아 줄테니 (에스트라공에게
손을 내민다.)
[에스]
(짜증을내며) 조금 있다가 (침묵)
[블라] (기분이 상해서 쌀쌀하게) 나리께서는 지난밤을 어디서
보내셨나이까?
[에스] 개천에서
[블라] (어처구니없다는듯이) 개천이라! 어느 개천이야?
[에스] (아무런 동작 없이) 저기 저쪽
[블라] 얻어맞지나 않았니?
[에스] 얻어맞었지... 물론
얻어맞았지
[블라] 여전히 같은 녀석들이냐?
[에스] 같은 녀석들이냐구? 모르겠다.
(침묵)
[블라] 그런데 말이다... 벌써부터 ... 생각해 봤다... 내가 없었더라면...
네가 어떻게 됐을까
하구... (단호하게) 지금쯤은 죽어서 한 줌의 뼈다귀만 남았을 거다.
틀림없지
[에스] (급소를 찔린듯이)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
[블라] (기운이 꺾여서)혼자 당해내기엔
너무하구나 (잠깐 있다가 활발하게) 하기야 지금와서
[페이지] 003
실망해봤자 별수 없지. 옛날 옛날에 벌써 그걸
생각해 봤어야 옳았지.
[에스] 집어쳐 이거나 벗겨다오
[블라] 그러면 손을 맞잡고 ... (에스트라공은
구두를 벗어 보려고 기를 쓴다) 무얼하고 있는거야.
[에스] 구두를 벗는거다.
[블라] 벌써부터 내가 뭐라고
하데? 구두는 매일 벗어야 하는거야. 내 말을 듣는 게 좋았을걸
[에스] (약한 소리로) 좀 거들어 달래두!
(침묵)
[블라] 아프냐?
[에스] 아프냐구? 그게 말이냐?
[블라] (성을
내며) 세상에 괴로움을 당하는건 너밖에 없는줄 아니! 나같은 건 문제도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네가 내 입장이 되면 어떤 꼴이 될지 궁금하구나. 한번 당해 보면 알거다
[에스] 너두
아팠었니?
[블라] 아팠었냐구? 그게 말이냐?
[에스]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그렇다고 단추도 안끼우고
다닐거야 없지 않니
[페이지] 004
[블라] (내려다보면서) 참 그렇군. (단추를 끼운다) 작은
일에도 등한해서는 안 되지
[에스] 뭐라고 할까, 너는 여전히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블라]
(꿈속에서인양)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에 잠기다가) 그건 길지만 좋을거다. 누가 그런
말을 했더라?
[에스] 좀 거들어 주지 않겠니?
[블라] 아무래도 그게 오고 말
거라고 간혹 생각해 보지. 그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더라. (모자를
벗는다. 안을 둘여다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 흔들어 보고 다시 쓴다) 뭐라고 할까? 기분이 가뜬해지고
또 동시에... (적당한 말을 찾아내려고
한다)... 끔찍해진다. (힘을 넣어서) 끔- 찍- 해- 진- 다.
(다시 모자를 벗고 안을
들여다본다) 이상한데! (무엇을 떨어뜨리려는듯 모자 꼭대기를 톡톡 치고 또
안을 들여다 보고 다시 쓴다)
그러니까.... (에스트라공은 있는 힘을 다해서 마침내 구두를 빼낸다.
구두속을 들여다 보고 손으로 더듬어보고
뒤집어 보고 흔들고 혹시 땅바닥에 무엇이 떨어지지나
[페이지] 005
않았나 하고 찾아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두 눈을 멍청히 뜨고 다시 구두 속으로 손을 넣어
본다)- 어떻게
됐니?
[에스] 아무것도 없다.
[블라] 어디봐
[에스] 아무것도
없다니까
[블라] 다시 신어봐
[에스] (발을 살펴보고 나서) 잠깐 바람을 쐬게 해야지
[블라] 제 발에 죄가 있는데도 구두만 나무래니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거지 (또 모자를 벗고 안을
들여다 보고 손으로 더듬고 꼭대기를 두드리고 입김을 불어넣고 다시 쓴다) 걱정이
되는데 (침묵.
에스트라공은 통풍이 잘 되도록 발가락을 놀리면서 발을 흔들다) 도적놈이 하나 구원을 받았다.(잠깐
있다가) 고고...
[에스] 뭐?
[블라] 혹시 뉘우친다면 어떻게 될까?
[에스]
뭘 뉘우쳐?
[블라] 그건 말이다..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자세한 것까지야 캐볼 필요 없겠지
[에스] 이 세상에 태어난 것 말이냐? (블라디미르는
[페이지] 006
한바탕 웃기 시작하다가, 한손을 불두덩에 갖다대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곧 웃음소리를 억누른다)
[블라] 마음대로 웃을 수도 없게 됐군
[에스] 뭘 빼앗겼단
말이야?
[블라] 흥 기껏해야 미소를 띠는 거지. (그의
얼굴은 최대한의 미소로 일그러지지만, 그대로
굳어진다. 한참 계속되더니, 갑자기 꺼진다.) 아무래도
다른데, 그러니까... (잠깐 있다가) 고고...
[에스] 그럴지도 모른다. 아뭏든 성지의 지도는
생각난다. 색칠한 지도였지. 아주 예뻤다. 사해는
옥색이었구. 그걸 들여다보기만 해도 목이
말라 오더라 거기로 신혼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지
헤엄도 치겠고, 행복하게 될것 같았다.
[블라] 너는 시인이 되었으면 좋았겠는데
[에스] 사실 난 시인이었던 말이다. (누더기옷을 가리킨다) 그렇게 보이지
않니?
(침묵)
[블라] 무슨 얘기를 했었더라.... 발은 어떠냐?
[에스]
부어오르는군
[블라] 참, 그렇지 도둑놈들 얘기를 하다가 그만 뒀지. 너, 생각나니?
[페이지]
007
[에스] 아니
[블라] 도적놈이 둘. 그런데 한놈은 목숨을 건지고
또 한놈은 ... (구원의 반대말을 찾아내려고
한다) ... 저주를 받았단다.
[에스] 무엇에서
구원을 받았다는 거냐?
[블라] 지옥에서
[에스] 나는 가겠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는 쩔룩거리며 무대 왼쪽 끝까지 가서 서더니 손을 들어 이맛전에 대고
먼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오른쪽 끝으로 가서 또 먼 곳을 바라본다. 블라디미르는 그를 지켜보다가
구두를 주우러 가서 그 속을 들여다
보더니 급작스럽게 내팽개친다)
[블라] 푸우! (침을 뱉는다. 에스트라공이 무대 한가운데로 돌아와서 배경 쪽을
바라본다)
[에스] 기막힌 곳이군. (그는 돌아서서 푸트라이트 앞까지
나와 관객 쪽을 바라본다) 화창한
경치로군. (블라디미르를 향하여) 자, 가자.
[블라] 가선 안돼
[에스] 왜?
[블라] 고도를 기다려야지
[페이지]
008
[에스] 참 그렇지 (잠깐 있다가) 정말 여기냐?
[블라] 뭐가?
[에스] 여기서
기다려야 하느냔 말이다.
[블라] 나무 앞이라구 하던데 (그들은 나무를 쳐다본다) 혹시 다른 나무라도
보이니?
[에스] 이건 무슨 나무야?
[블라] 버드나무 같은데
[에스] 잎이 없지
않아?
[블레] 죽었나 보지
[에스] 눈물도 다 마른 모양이군
[블라] 아니
벌써?
[에스] 내겐 수풀 같이 보인다.
[블라] 잣나무야
[에스]
수풀이라니까
[블라] 잣... (말을 고쳐 한다) 너는 무슨 뜻에서 그렇게 우기는거니? 장소를 잘못 알았단
말이니?
[에스] 이리 오기로 되어 있는데
[블라] 꼭 오겠다구야 안 했지
[에스] 만일
안 오면?
[블라] 내일 다시 오지
[에스] 그리고 또 모래도
[페이지]
009
[블라] 그래야겠지
[에스] 그후도 쭉
[블라] 결국은...
[에스] 그 작자가 올 때까지
[블라] 넌 지독한 놈이구나
[에스] 우리는 어저께도 왔었지
않았니?
[블라] 무슨 소리야! 너 정신 나갔구나
[에스] 그럼 어저께 뭘 했지?
[블라]
어저께 뭘 했느냐구?
[에스] 그래
[블라] 기가 차서... (화를 내면서) 남의 정신을 흐려놓기로는 네가
왕초로구나
[에스] 내 생각으로는 분명히 여기 왔었다.
[블라] (사방을 둘러보며) 이 장소를
알겠니?
[에스] 난 그런 말은 안했다
[블라] 그래서?
[에스] 아뭏든 내 말이
맞다.
[블라] 그래도 ... 이 나무가 ... (관객 쪽으로 향하여) 저 인간쓰레기들이
[에스] 오늘
저녁이 틀림없니?
[블라] 뭐가?
[페이지] 010
[에스]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게
말이야
[블라] 토요일이라고 했는데. (잠깐 있다가) 그런것 같은데
[에스] 일이 끝난
후랬지
[블라] 어디 적어 놓은 것이 있을걸 (오만가지의 잡동사니가 잔뜩 든 호주머니를 뒤져 본다)
[에스] 토요일이라니 어느 토요일이야? 오늘이
토요일이든가? 일요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않으면 월요일이거나 금요일일지도
모르겠구
[블라] (마치 날짜가 풍경 속에 씌어 있기나 한것처럼 사방을 정신없이 휘돌아보며) 그럴수야 없다.
[에스] 혹은 목요일일까?
[블라] 어떻게 할까?
[에스] 만일 그가 어젯밤에 와서 허탕을 쳤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오늘은 오지 않을거다
[블라] 어젯밤에 우리가 같이 왔었다고 방금 말하더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에스] 내가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른다.(잠깐 있다가) 그만 입좀 닥치지 않을래?
[블라] (힘없이) 그러자. (에스트라공은
다시 땅바닥에 앉는다. 블라디미르는 흥분해서 왔다갔다
[페이지] 011
하다가 간혹 걸음을 멈추고
지평선 쪽을 살핀다. 에스트라공은 잠이 든다.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
앞에 와 선다) 고고... (침묵)
고고...(침묵) 고고! (에스트라공이 깜짝 놀라며 눈을 뜬다)
[에스] (자기의 무서운 혈실로 되돌아오며) (나무라듯이) 왜
잠도 못자게 하는거야
[블라] 내가 심심해서
[에스] 꿈에서 말이다...
[블라] 듣기
싫어
[에스] (쌀쌀하게) 우린 서로 헤어져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블라] 그래
봐야 네가 어디 갈데나 있니?
[에스] 아닌게 아니라 그게 큰 문제다. (잠깐
있다가) 디디, 정말 (잠깐 있다가) 하기야 길이
아름답구 (잠깐 있다가) 나그네들도 착하구 (잠깐
있다가 달래듯이) 그렇지 않나, 디디?
[블라] 조용히 해
[에스] (황홀한듯이)
조용하라... 조용하라... (꿈꾸듯) 영국 놈들은 침착이라고 하더라. (잠깐
있다가) 어느
영국놈이 갈보집에 갔었던 이야기를 아니?
[블라] 응
[페이지] 012
[에스] 어디
얘기해 봐
[블라] 시끄러
[에스] 한 영국놈이 곤드레만드레가 돼서 갈보집엘 갔었지. 포주
아주머니가 금발머리와 갈색머리와
붉은 머리 중에서 어느 것을 원하느냐고 물었것다. 자, 그다음부터 얘기해 봐라.
[블라] 집어치우자니까! (블라디미르 퇴장. 에스트라공이 그 뒤를
따라 무대 끝까지 간다.
권투선수를 응원하는 구경꾼들의 모습과 비슷한
에스트라공의 시늉. 블라디미르가 돌아온다. 눈을
내려뜬 채 에스트라공이 앞을 지나 무대를 가로질러 간다.
에스트라공이 그를 향해 몇발짝 옮겨놓다가
멈춘다)
[에스] (상냥스럽게)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었니? (블라디미르는 대답이 없다. 에스트라공이 한발짝
다가선다)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느냔 말이야. (침묵. 다시
한발짝 앞으로 가며) 디디,
[블라] (돌아보지도 않고) 할말 없어
[에스]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났니? (침묵. 또 한걸음 나서며) 미안하다! (침묵. 또 앞으로
나선다.
블라디미르의 어깨를 만지며) 자, 디디(침묵)
[페이지] 013
손을 좀 내봐! (블라디미르가 돌아선다) 나를
껴안아다오! (블라디미르의 표정이 굳어진다) 고집부리지
마. (블라디미르의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그들은 껴안는다. 에스트라공이 물러선다)
아이 냄새가 난다.
[블라] 정력에 좋다고 해서 먹었어 (침묵. 에스트라공이 나무를 유심히 쳐다본다)
어떡할까?
[에스] 기다려야지
[블라] 그건 그렇지만 기다리는 동안은 뭘 하지?
[에스]
목이나 매고 말까?
[블라] 나뭇가지에? (그들은 나무 앞으로 다가가서 쳐다본다) 이 나무를 믿을 수 없는데
[에스] 하여간 해 보자
[블라] 해 봐라.
[에스] 네가 먼저
[블라] 아니 아니 내가
먼저 네가 먼저 해
[에스] 왜?
[블라] 네가 나보다 가벼우니까
[에스] 바로 그래서
하는 말이다
[블라]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에스] 잘 생각해 보란 말이야. (블라디미르 생각에
잠긴다)
[페이지] 014
[블라] (생각한 끝에) 역시 모르겠어
[에스] 그럼
설명해 주지. (그는 생각해 본다) 나뭇가지는 ...나뭇가지는... (화를 내면서) 다시
생각좀 해보란
말이야.
[블라] 그래도 모르겠다
[에스] (애를 써가며) 고고는 가벼워서-
나뭇가지가 안 부러지구- 고고 죽구. 디디는 무거워서
나뭇가지 부러져서- 디디만 혼자 남구. (잠깐
있다가) 그런데...(적절한 표현을 찾아내려고 한다)
[블라] 그런 생각은 미처 못했구나
[에스] (적절한
말을 찾아낸듯이) 대는 소를 겸하는 법이지
[블라] 하지만 내가 너 보다 무거울까?
[에스] 네가 그랬지
않아? 나야 알게 뭐니?
[블라] 그럼 뭘할까?
[에스] 아무것도 안 하는 거지
[블라]
그 작자가 와서 뭐라고 할지 기다려 보자
[에스] 누구 말이냐?
[블라] 고도 말이다
[에스] 참 그렇지
[블라] 우선 우리의 결심이 설 때까지 기다리자
[페이지] 015
[에스] 하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구 하지 않아?
[블라] 그가 뭐라고 할지 궁금한데 그래야 무슨 결정이라도
하지
[에스] 정확히 무슨 부탁을 했니?
[블라] 너도 같이 있었지 않아?
[에스] 나는
별로 정신을 안 썼지
[블라] 저어... 별로 뚜렷한 것도 없었다.
[에스] 일종의
기도였지
[블라] 맞았어
[에스] 막연한 탄원이었지
[블라] 말하자면
그렇지
[에스] 그래 뭐라고 대답하데?
[블라] 좀 두고 보자는 거야
[에스] 아무 약속도
못 하겠다는거군
[블라] 생각해 봐야겠다는 거야
[에스] 자기집에 앉아서
[블라]
가족들하구 의논도 하구
[에스] 친구들하구도
[블라] 지배인들하구도
[에스]
거래상들하구도
[블라] 자기 장부하구도
[페이지] 016
[에스] 은행
통장하구도
[블라] 그래야 결정을 짖겠단 말이야
[에스] 그건 당연하지
[블라] 사실
안그렇겠니?
[에스] 그럴 것 같구나
[블라] 내 생각도 그렇다 (휴식)
[에스]
(걱정스럽게) 그런데 우리는?
[블라] 뭐라구?
[에스]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는 거야
[블라] 나리께서는 무슨 권리를 주장하시나이까?
[에스] 그럼 아무 권리도 없게 됐단 말이야?
(블라디미르가 웃어대려고 하다가 전처럼 뚝 멈춘다.
같은 동작. 그러나 미소는 짓지 않는다)
[블라]
웃을수만 있다면 한바탕 웃고 싶다.
[에스] 우리는 권리를 잃은 거냐?
[블라] (또렷하게) 아냐 우리가
권리를 포기했지
(침묵.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두팔을 흔들거리고 고개를 푹 수그리고 무릎에는 힘이
없다)
[에스] (힘없이) 우리는 꽁꽁 묶여 있는게 아닐까? (잠깐 있다가) 안 그러니?
[페이지]
017
[블라] (손을 쳐들며) 무슨 소리가 난다! (그들은 우스꽝스럽게 몸이 굳어져서 귀를 기울인다)
[에스] 아무 소리도 안나는데
[블라] 쉬잇! (그들은 또 귀를 기울인다.
에스트라공이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한다. 그는
블라디미르의 팔에 매달린다.
블라디미르가 휘청거린다. 그들은 서로 붙잡고 마주 쳐다보면서 귀를
기울인다) 내 귀에도 아무 소리
안들리는군. (안도의 한숨. 긴장이 풀린다. 그들은 서로 떨어진다)
[에스] 너 때문에 놀랐다
[블라] 그
작자가 오는줄만 알았지
[에스] 누구?
[블라] 고도 말이야
[에스] 흥!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야
[블라] 내 귀에는 고함소리 같았는데
[에스] 그 작자가 고함칠 이유가
어디있니?
[블라] 말을 타고 올테니까. (침묵)
[에스] 배가 고프다
[블라] 당근이나
먹을래?
[에스] 다른건 없니?
[블라] 무도 몇개 있을텐데
[페이지]
018
[에스] 당근을 다오. (블라디미르는 호주머니를 뒤져서 무를 한개꺼내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고맙다
(그는 한입 깨물다가 투덜대듯이) 이건 순무야!
[블라] 아, 미안하다! 당근인줄만 알았지.
(다시 호주머니를 뒤졌으나 무밖에는 없다) 무 밖에
없는데. (여전히 뒤져본다) 네가
먹은게 마지막 남은 당근일 게다. (또 뒤져 본다) 가만 있어 있다
있어 (그는
마침내 당근 하나를 꺼내서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에스트라공은 당근을 소맷자락으로
닦아서
먹기 시작한다) 그럼 무는 도로 다오. (에스트라공은 무를 돌려준다) 오래 두고 조금씩 먹어
이젠
없으니까
[에스] (씹으면서)- 아까 네게 물어 본게 있는데
[블라] 그래?
[에스] 너,
대답을 해 줬었니?
[블라] 당근 맛이 어떠냐?
[에스] 당근맛이야
[블라] 잘됐구나, 잘
됐어. (잠깐 있다가) (적극) 그래 뭘 알고 싶었었니?
[에스] 생각이 안난다. (씹어먹는다) 그래서 지랄이라 (당근을
홀린듯이 들여다보고는 손가락 끝으로
[페이지] 019
휙 돌린다) 당근 맛이 아주 좋구나. (당근 한끝을
음미하듯 빨아본다) 가만 있어, 이제 생각이 난다.
(한입 깨문다)
[블라] 그래, 뭐냐?
[에스] (입에 가득 물고 건성 묻는양) 우리는 꽁꽁 묶여 있는게 아닐까?
[블라]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에스] (씹어 삼킨다) 꽁꽁 묶여 있지 않느냐 말이다
[블라] 묶여 있다구?
[에스] 그래, 묶여 있단 말이다
[블라] 어떻게 묶여 있다는거냐?
[에스] 손 발이 모두
[블라]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묶여 있다는 거야?
[에스] 네가 말하는 그 작자에게
[블라] 그럼,
고도에게? 고도에게 묶여 있다구? 별소리 다 듣네 아직은 안그렇다
[에스] 이름이 고도라구?
[블라]
그럴걸
[에스] 이런! (먹다남은 당근의 청 끝을 집어들고 눈앞에서
돌린다) 이상한데. 먹을수록 맛이
없어진단 말이야.
[페이지] 020
[블라]
나는 정반댄데
[에스] 그건 무슨 말이야?
[블라] 먹을수록 맛이 난단 말이다.
[에스]
(한참 생각하다가) 그게 바로 정반대라는 거냐?
[블라] 체질 문제야
[에스] 성격 문제다
[블라] 하는 수 없는 일이지
[에스] 아무리 야단법석을 떨어봐야 소용없지
[블라] 사람은 타고난
그대로거든
[에스] 꿈틀거린다고 별 수 있니?
[블라]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거야
[에스]
별 도리 없지. (먹다남은 당근을 블라디미르에게 내민다) 마자 먹겠니?
(무서운 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울린다. 에스트라공은
당근을 놓친다. 그들은 얼어 붙은듯 서있다가
무대 옆구리로 줄달음질 친다. 에스트라공이 도중에서 멈춰 서고
되돌아와서 당근을 줍고 호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쪽으로 달려가다가 다시 멈추고
되돌아와서 구두를
주운 다음 블라디미르에게로 다시
[페이지] 021
뛰어간다. 둘은 서로 얼싸안고는 고개를 처
박고 소리가 난 쪽으로 등을 돌리고 기다린다)
(포조와 럭키가 등장한다. 포조는 목에 맨
끈으로 럭키를 끌고 들어온다. 그래서 우선 럭키만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 끈이 보이는데, 그 끈이 하도
길어서 럭키가 무대 가운데까지 와서야 포조가 무대
옆구리로 모습을 보인다. 럭키는 무거운 트렁크와 접은
의자와 음식 바구니를 두 손에 들고 외투를
팔에 걸치고 있으며, 포조는 채찍을 들고 있다)
[포조] (무대에 나타나지 않은채) 더 빨리! (채찍 소리. 포조가 나타난다. 그들은 무대를 가로질러
간다. 럭키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앞을 지나 반대쪽으로
퇴장한다. 포조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보고서 걸음을 멈춘다. 끈이 팽팽해진다.
포조가 사납네 잡아당긴다) 뒤로! (쓰러지는
소리. 럭키가 짐을 안은채 넘어진 것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그를
바라본다. 그를 도와 주러
가고 싶기도 하고 또 상관없는 일에 끼여돌기가 두렵기도 하다.
블라디미르가 럭키 쪽으로 한발짝
내딛자 에스트라공이 소매를 잡아 끈다)
[블라] 놓아!
[페이지] 022
[에스] 가만 있어.
[포조] 조심하시오! 나쁜 놈이니까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그를
쳐다본다) 낯선 사람에겐
[에스] (낮은 소리로) 저 작자야?
[블라] 누가?
[에스]
저...
[블라] 고도 말이야?
[에스] 그래, 맞아
[포조] 내 이름은 포조라
하오
[블라] 아니야, 아니
[에스] 제 이름이 고도라고 하던데
[블라]
아니라니까
[에스] (포조에게) 선생님이 고도씨가 아니십니까?
[포조] (무서운 음성으로) 내
이름은 포조요! (침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본다)
[에스]
(기억을 더듬어 시늉을 하면서) 보조...
[블라] (같은 동작) 포조...
[포조]
포오조오!
[에스] 아아! 포조랬지... 누군지 모르겠는데
[페이지] 가-001,,
0A0010
[블라] (상냥하게) 고조라는 집안은 알고 있죠. 어머니가 임질에 걸려
있었죠. (포조가 위협하듯
나선다)
[에스] (다급히) 우리는 이 고장 사람이 아닙니다.
[포조]
(걸음을 멈추면서) 그렇지만 인간임엔 틀림없지. (안경을 쓴다) 내가 보긴 그래 (안경을
벗는다) 나와 같이 인간이란 말이요 (요란스럽게 웃는다) 신의 자손이지!
[블라] 그러니까...
[포조] (단호한 어조로) 고도는 누구요?
[에스] 고도라뇨?
[조] 나를 고도로 착각했지
않았소?
[블라] 아니오. 선생님 꿈에도 그런일은 없읍니다.
[포조] 누구냔 말이야?
[블라] 그건 저... 그냥 아는 사람이죠
[에스] 무슨 소리야! 별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랍니다.
[포조]
당신들은 내가 그사람인 줄로 알았단 말이야
[에스] 그러니까 그건... 어두워지고...
피곤하고... 기운은 없고.. 기다리다 지치고... 그래서
솔직이 말씀드리면... 잠깐... 그런
생각이...
[블라] 이 사람의 말은 듣지 마십쇼 선생님 들어선 안됩니다!
[포조] 기다렸다? 그를
기다렸다는거지?
[블라] 그러니까 저...
[페이지] 가-002,, 0A0020
[포조]
여기서? 내땅에서?
[블라] 나쁜 짓을 할생각은 없었읍니다.
[에스] 좋은 일을 하려고
그랬읍니다.
[포조] 길은 만인의 거요.
[블라]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했었죠
[포조]
(거드름을 피우며) 그얘기는 그만두지 (끈을 잡아당긴다) 일어서! (잠깐 있다가) 넘어지기만
하면 잔단 말이야
(끈을 잡아당긴다) 일어서 이 망할것아! (럭키가 일어서서 짐을 줍는 소리. 포조가
끈을 잡아당긴다) 뒤로! (럭키는 뒷걸음을
쳐서 무대에 나타난다) 서! (럭키가 걸음을 멈춘다) 돌아서!
(럭키가 돌아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상냥하게) 두분을 만나게 돼서 기쁘구료 (그들의
의아한 표정을 보고) 정말 기쁘오. (끈을 잡아당긴다)
더 가까이! (럭키가 다가온다) 서! (럭키가 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혼자
걷는길은 멀기도 하지 더구나... (시계를 들여다본다)...
더구나... (계산을
한다) ... 여섯 시간 동안이나 그렇지 여섯시간 동안이나 사람의 그림자 하나 못볼
땐 말이요 (럭키에게)
외투! (럭키는 트렁크 내려놓고 앞으로 와서 외투를 주고 뒤로 물러가 다시
트렁크를 든다)
채찍 있어 (포조가 럭키에게 채찍을 내민다. 럭키가 다가선다. 그러나 손이 모자라서
허리를
[페이지] 가-003,, 0A0030
꾸부리고 채찍을 입에 물고는 물러선다 포조는 외투를 입기 시작하더니
멈춘다) 외투! (럭키가 짐을
모두 내려놓고 앞으로 와서 포조가 외투를 입는것을 거들어 주고 물러나서
짐을 다시 든다) 공기가
싸늘하군. (마침내 단추를 다 채우고 허리를 꾸부러서 복장을 살피고
다시 몸을 편다) 채찍 (럭키가
앞으로 와서 허리를 꾸부린다. 포조는 럭키의 입에 물린 채찍을
가로챈다. 럭키가 물러선다) 두양반
나는 말이요 처음보는 사람과 사귀지 않고는 오랫동안 못견디는 성미요
(그는 두 동료를 바라본다)
나와 닮은 점이 퍽 적을때라도 말이요 (럭키에게) 의자! (럭키는 트렁크와 바구니를
놓고 앞으로 나와
접는 의자를 펴서 땅바닥에 놓고 물러서서 트렁크와 바구니를 다시 든다. 포조가 의자를 바라보면서)
더 가까이! (릭키는 트렁크와 바구니를 놓고 앞으로 나와 의자를 옮겨놓고 물러서서 트렁크와 바구니를
다시
든다. 포조는 의자에 앉고 채찍 끝을 럭키의 가슴팍에 대고
밀어젖힌다.) 뒤로! (럭키가
물러선다) 더! (럭키가 더 물러선다) 서! (럭키가 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그래서 다시
길을 떠나기 전에 잠시 두양반과 같이 있고 싶은데 괜찮겠소
(럭키에게)바구니! (럭키가 앞으로 와서
바구니를 주고 물러선다) 신선한 바람을 쐬면 배가 고파지는군
(그는 바구니를 열고 닭고기와 빵한
조각과 술병을 꺼낸다. 럭키에게)
[페이지] 가-004,,
0A0040
바구니! (럭키가 앞으로 나와 바구니를 들고 물러선다) 더 멀리! (럭키는 더 물러선다) 됐다! (럭키가
멈춘다) 고약한 냄새가 나니까 (그는 한 컵이 되는 술을 병째로 마신다) 건강을 축복하오 (그는 병을
놓고 먹기 시작한다 침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조금씩
대담해져서 럭키의 주위를 돌며
이모저모로 살펴본다. 포조는 걸신들린 것처럼
닭고기를 씹어먹고 뼈다귀를 빨고는 버린다. 럭키는
트렁크가 땅바닥에 스칠 정도로 까부러지다가
얼른 허리를 펴고 다시 까부러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일어선채로 잠이 든 자의 리듬이다)
[에스]
왜 저럴까?
[블라] 고단한가봐
[에스] 왜 짐을 못 내려놓을까?
[블라] 내가 알게
뭐야? (그들은 더 가까이 가본다) 조심해!
[에스] 말을 걸어볼까
[블라] (가리켜 보이면서) 모가지좀
봐
[에스] 참 그렇구나
[블라] 상처에 고름이
[에스] 끈 때문이지
[페이지] 가-005,, 0A0050
[블라] 비벼대서 그렇지.
[에스] 별수 있겠니?
[블라] 매듭 때문이야
[에스] 어쩔수 없지. (그들은 다시 살피다가 얼굴을 들여다본다)
[블라] 괜찮게
생겼는데.
[에스] (어깨를 들먹해 보이고 입을 삐죽 내밀며) 네 눈에는 그렇게 뵈니?
[블라] 좀 계집애
같긴 하지만
[에스] 침을 흘린다
[블라] 그럴 수밖에
[에스] 거품을
뿜네
[블라] 아마 바본가보다.
[에스] 백치야.
[블라] (얼굴을 내밀며) 꼭 얼간이
같다
[에스] (같은 동작) 그야 알수있니?
[블라] 헐떡거리고 있군
[에스]
당연하지.
[블라] 저 눈깔좀 봐.
[에스] 왜그래?
[블라] 눈깔이
튀어나온다
[에스] 아무래도 죽어 가나보다
[블라] 그야 알 수 있니? (잠깐 있다가) 뭐 좀
물어볼까?
[페이지] 가-006,, 0A0060
[에스] 그래도 괜찮을까?
[블라]
위험할거야 없지않니?
[에스] (겁먹은 소리로) 여보세요...
[블라] 더 크게.
[에스]
(더 크게) 여보세요...
[포조] 가만두쇼! (그들은 포조를 향해 돌아선다. 포조는
식사를 마치고 손등으로 입을 훔친다)
그놈이 쉬고 싶어하는걸 모르시겠소? (그는
파이프를 꺼내서 담배를 담기 시작한다. 에스트라공은
땅바닥에 닭뼈가 굴러있는것을 보고
구미가 돋는듯 응시한다. 포조는 성냥을 켜고 파이프에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바구니! (럭키가 움직이지 않는다. 포조는 성냥을 홱 내던지고 끈을 잡아당긴다)
바구니
(럭키는 자칫 넘어질 뻔하다가 정신을 차려 앞으로 나와서 바구니에 병을 넣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방금 전과 같은 모습이 된다. 에스트라공은 닭뼈를 응시하고
포조는 다시 성냥을 켜서
파이프에 불을 붙인다) 별수없지 그놈으로서는 할수 없는
일이니까 (그는 담배 연기를 한모금 빨고
마시고 다리를 뻗는다)아아! 기분이 좀 낫다
[에스] (머뭇거리며)
선생님...
[포조] 왜 그러쇼? 나의 동지여
[에스] 저... 뼈다귀는... 저... 안 잡수시겠죠...
필요 없으시겠죠...
[페이지] 가-007,, 0A0070
[블라] (화를 내며) 좀 기다리지
못할까!
[포조] 아니. 상관없소. 뼈다귀가 필요하냐구? (채찍 끝으로 뼈를
굴린다) 아니! 나는 소용없소.
(에스트라공은 뼈다귀를 주우려고 한 발짝
내딛는다) 그렇지만 (에스트라공이 멈춘다) 그렇지만
뼈다귀는 본래 저 짐꾼 녀석 몫이요.
(에스트라공이 럭키 쪽으로 돌아서서 망설인다) 어디 달래봐요.
겁내건 없소. 뭐라고 대답하겠지. (에스트라공이 럭키에게로
다가가서 그앞에 선다)
[에스] 여보세요... 실례합니다. 여보세요... (럭키는 아무 반응이 없다. 포조가 채찍
소리를 낸다.
럭키는 고개를 든다)
[포조] 이 망할놈아! 네게 하는 소리야
(에스트라공에게)말해보시오.
[에스] 여보세요. 실례하겠는데 뼈다귀가 필요한가요
[포조]
(혼잣말로) 여보세요라니! (릭키가 고개를 떨군다) 대답해! 필요한거냐 아니냐? (럭키의
침묵. 에스트라공에게) 당신아니 가지쇼. (에스트라공이 뼈다귀로
달려들어 줍고 깨물어 뜯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상한데 뼈다귀가 싫다는건
처음이야 (그는 걱정스런 낯으로 럭키를 쳐다본다)
망할녀석! 설마 병이 난 거야 아니겠지. (그는 파이프를
빤다)
[블라] (고함을 치며) 더럽다!
[페이지] 가-008,, 0A0080
(침묵. 에스트라공이
어리둥절해서 뼈를 깨물어 뜯다가 멈추고 블라디미르와 포조를 번갈아 쳐다본다.
포조는 태연하다. 블라디미르는 자꾸만
어색해진다)
[포조] (블라디미르에게) 그건 뭘 두고 하는 소리요?
[블라] (단호하게 그러나
분명치 않게) 한 인간을 (럭키를 가리켜 보이면서) 이렇게 다룬다니...
그건 한 인간을... 정말...
더럽다!
[에스] (자기도 지지 않으려고) 치사하다! (다시 깨물어 뜯기 시작한다)
[포조]
까다로운 양반들이군 (블라디미르에게) (그는 채찍에 파이프를 두드리면서 재를 떨어내고
일어선다) 자 가봐야겠소 같이 있어 줘서 감사하오(잠시 생각해본다) 당신들 곁에서 한대 더 피우고
갈까? 그게 어떻게소? (두사람은 아무 대꾸도 안한다) 내 담배 실력이래야
그저 그렇지 여간해서
두대를 연달아 피우지 않소 (가슴에 손을 얹고)
가슴이 뛰니까 (잠깐 있다가) 아무리 조심해도
니코틴을 들이마시게 된단말이야
(한숨 짓는다) 별수 있겠소. (침묵) 당신들은 담배를 안피우는
모양이지 그렇소
안그렇소? 그런거야 아무래도 좋구 (침묵) (아주 부드럽게 브라디미르에게) 뭐라구요?
(침묵) 아무말도 안했소? (침묵) 아두래도
상관없지만.그런데...
[페이지] 가-009,, 0A0090
(그는 생각해 잠긴다)
[에스] 아아! 좀 낫다. (뼈다귀를 던진다)
[블라] 그만 가자.
[에스] 벌써?
[포조] 잠깐만! (끈을 잡아당긴다) 의자! (채찍으로 가리킨다 럭키가 의자를 옮긴다) 좀더! 됐어!
(다시 앉는다. 럭키가 물러서서 트렁크와 바구니를 든다) 자 인제 다시 앉았다! (파이프에 담배를 담기
시작한다)
[블라] 가자
[포조] 나하고 더이상 같이 있기가 싫은 모양이군. 아마 내가
인간미가 모자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게 이유가 될까? (블라디미르에게) 경솔한 짓을 하기전에
잘 생각해 보구료 아직 날이 저물지도
않았는데 지금 떠난다고 해보쇼
아무튼 날이 아직 저물진 않았으니까 말이요 (셋이 다 하늘을
쳐다본다)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된다? (파이프를 입에서 떼고 바라본다) 꺼졌군. (파이프에 다시 불을
붙인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된다. 당신들의 약속 말이요? 그... 고데인지 고도인지...
고뎅인지 하고
한... (침묵)... 내가 누구얘기를하는지 아시겠지. 당신들의 미래를 좌우할 그 사람
말이요(침묵)... 당장 닥쳐올 미래를.
[페이지] 가-010,, 0A0100
[블라] 그걸 어떻게
아셨읍니까?
[포조] 내게 또 말을 거는군 이러다간 서로 다정해질것 같은데
[에스] 저 사람은 왜짐을
땅바닥에 놓지 않죠?
[포조] 나도 또 만나게 되면 기쁘겠소.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더 기쁘단 말이야. 아주 하찮은 사람을
만나기만 해도 배울점이 있고 마음이 푸짐해지고 더 행복을 맛보게 되거든. 그러니 당신들도 (두사람을
다같이 상대로
얘기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번갈아 유심히 쳐다본다) 당신들도 내게 무엇인가
해준게 있을지도 모르지
[에스] 저 사람은 왜 짐 을 땅바닥에 내려놓지 않는거죠?
[포조] 하지만
그렇진 않을거야
[블라] 질문하는 걸 못 들으셨나요?
[포조] (신바람이 나서) 질문을 했다구?
누가 어떤 질문인데? (침묵) 아까만 해도 부들부들 떨면서
내게 (선생님) 하더니 이제는 질문까지 하는군. 이러다간 재미
없겠는데
[블라] (에스트라공에게) 네 말을 들어 주려나 보다
[에스] (럭키의 주위를 돌기 시작하다가)
뭐?
[블라] 어디 물어보래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읍니까.
[에스] 뭘 물어
보라는거야?
[블라] 저 작자가 왜 짐을 땅바닥에 안내려놓느냐는 것 말이야
[에스] 글쎄
왜그럴까?
[페이지] 가-011,, 0A0110
[블라] 그걸 물어보라니까
[포조] (혹시
질문을 안하고 말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면서 두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있다가) 저
작자가 왜 짐을 땅바닥에 안내려놓느냐
이말씀이죠
[블라] 바로 그렇죠
[에스] (여전히 럭키의 주위를 멤돌면서) 똥개처럼 후후거리고
있군.
[포조] (에스트라공에게) 제발 좀 가만히 있구료 신경질이 나는군.
[블라] 이리
와
[에스] 왜 그러니?
[블라] 얘기해 준댄다. (두사람은 마주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
[포조] 됐어. 모두 다있지? 다 나를 보고있지? (그는 럭키를
쳐다보고는 끈을 잡아당긴다 럭키가
고개를 든다) 나를 쳐다봐 이 망할 놈아! (럭키가 그를
쳐다본다) 됐다! (그는 파이프를 호주머니에
넣고 조그만 스프레이를 꺼내서 목구멍에 뿌리고 스프레이를
호주머니에 넣고 기침소리를 내고 침을
뱉고 스프레이를 다시 꺼내서 목구멍을 다시
축이고 스프레이를 호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준비가
다됐다. 모두들 듣고 있나? (럭키를
쳐다보고 끈을 잡아당긴다) 앞으로! (럭키가 앞으로 나온다) 서!
(럭키가 선다) 모두들 준비가 됐나? (그는 세사람을
둘러본다. 마지막으로 럭키를
[페이지] 가-012,, 0A0120
쳐다보고는 끈을 잡아당긴다) 뭐야
이놈아? (럭키가 고개를 든다) 나는 허공에 대고 얘기하고 싶진
않다. 됐어 그런데...
(생각한다)
[에스] 나는 가겠다.
[포조] 당신이 알고 싶은게 뭣이었더라?
[블라] 왜
저사람이-
[포조] (노하며) 남의 말을 방해하지 마오! (잠깐있다가 더 조용하게)
모두 한꺼번에 떠들어대면
아무것도 안되지. (잠깐 있다가) 내가 무슨 말을 했었더라? (잠깐 있다가 더
크게) 내가 무슨 말을
했었지? (블라디미르가 무거운 짐을 지닌 사람의 시늉을 한다. 포조는 그뜻을 모르고
쳐다만본다)
[에스] (힘차게) 짐! (럭키를 가리켜 보인다) 왜 언제나 들고 있거든. (그는 헐떡이면서 짐에 짓눌린
사람의 시늉을 한다) 땅바닥에 놓는 법이 없단 말이야 (그는 두손을 펴고 가뜬한 듯이 몸을 일으킨다)
왜
그럽니까?
[포조] 알겠소. 좀더 일찍 그렇게 말하지 않구! 왜 제몸을 편하게 하지 못하느냐는 말씀이지?
어디
생각해 봅시다. 그럴 권리가 없기 때문일까? 그건 아니지 그렇다면 그러기가 싫은 걸까?
그게 옳은
소리야 그런데 왜 싫은걸까? (잠깐 있다가) 여러분 그 이유를 설명해 드리지
[블라] 자 잘
들어보자!
[페이지] 가-013,, 0A0130
[포조] 그건 내게 깊은 감명을 주려는 수작이요 버림받지
않으려고
[에스] 뭐라구요?
[포조] 내 설명이 서툴렀는지 모르지. 내가 자기와
헤어지지 못하게 내 동정을 사려는거요. 아니야
꼭 그런건 아니지만
[블라] 그러니까 쫓아 버릴
생각이신가요?
[포조] 이놈은 나를 유혹하려고 하지만 어디 내가 넘어가나!
[블라] 그러니까 쫓아 버릴
생각이신가요?
[포조] 제가 짐을 진다는걸 보여 주면 내가
앞으로도 저를 짐꾼으로 계속 쓸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지
[블라] 그러니까 쫓아 버릴
생각이신가요?
[포조] 지칠줄 모르고 일하는 제 꼴을 보고는 내가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요 그런
가련한 계산을 하고 있거든 짐꾼은 저밖에 없다는듯이! (세사람이 다 럭키를
쳐다본다) 또 물어볼게
없소? (스프레이를 뿌린다)
[블라] 그러니까 쫓아 버릴 생각이신가요?
[포조] 운명의 장난이 심했더라면 이녀석과 내 처지가 뒤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모든 게 팔자
소관이요
[블라] 그러니까 쫓아 버릴 생각이신가요?
[포조] 뭐라구?
[블라]
지쳐서 그러니까 쫓아버릴 생각이시냐구요
[페이지] 가-014,, 0A0140
[포조] 사실 그렇지 하지만
볼기짝을 한대 걷어차서 그냥 문밖으로 쫓아내 버릴수도 없진 않지만 생
소베르시장까지 데리고 가서 적당한 값으로 팔아
버리려는거요 그게 내 선의지. 사실을 말하면 이 따위
녀석은 쫓아낼 것도 없이 그대로 죽여버리는게 제일 좋겠지만 (럭키가
운다)
[에스] 운다
[포조] 늙어빠진 개라도 이 놈보다야 위신이
있을거요 (그는 에스트라공에게 손수건을 내준다)
불쌍히 여기는 모양이니 눈물을 씻어 주구료 (에스트라공이 망설인다)
자 어서 (에스트라공이 손수건을
받아든다) 눈물을 씻어 주구료 그러면 녀석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좀 덜하겠지 (에스트라공은
여전히
망설인다)
[블라] 이리 내라 내가 할테니 (에스트라공은 손수건을 넘겨주려 하지 않는다. 어린애 같은
시늉)
[포조] 어서 하쇼 곧 눈물을 거들지도 모르니까. (에스트라공이 럭키에게
다가서서 눈물을 훔쳐
주려는 자세를 꾸민다 럭키가 정강이를 냅다 걷어찬다. 에스트라공은
손수건을 떨어 뜨리고 후닥닥
뒤로 물러서서는 절룩거리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무대를 일주한다)손수건!
(럭키가 트렁크와 바구니를
다시 든다)
[에스] 망할자식! 개자식! (그는 바지를 추켜올린다) 너
때문에
[페이지] 가-015,, 0A0150
병신이 됐다!
[포조] 내가 뭐라고 합디까? 낯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블라] (에스트라공에게) 어디 보자! (에스트라공이 다리를 보인다 노한
음성으로 포조에게) 피가
나요!
[포조] 건강하다는 증거지
[에스] (다친 다리를 추켜든 채로)
걸을수도 없게 됐네!
[블라] (다정하게) 내가 업고 가지 (잠깐 있다가) 필요하다면
[포조]
이젠 올지 않는군 (에스트라공에게) 말하자면 당신이 이녀석 대신을 하게 된거요 (몽상에
잠긴듯이) 이세상의 눈물엔 변함이 없지. 어디서 누가 울기시작하면 다른데서는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단
말이요. 웃음도 마찬가지요 (웃는다)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는 말은 하지 맙시다. 우리
시대라고 해서 예전보다 더 불행한 것은 아니니까 (침묵) 그렇다고 좋다고 할것도 없지 (침묵) 그런
얘기는 아예 하지 말아야지. (침묵) 확실히 인구는 늘었지만
[블라] 어디 걸어봐 (에스트라공이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하다가 럭키앞에 가 서서 침을 뱉고는 막이
올랐을때 앉아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포조] 그런
훌륭한걸 모두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아시오? (잠깐 있다가 럭키를 가리켜 보이면서)
나의 럭키요!
[블라] (하늘을 쳐다보며) 밤은 영영 오지 않을까?
[포조] 이녀석이 없었으면 나는 천한 것밖에는 생각하기도
못했을거요.
[페이지] 가-016,, 0A0160
직업적인 근심걱정 (진정해서)최고의 아름다움 최고의 진리
이런것이 내게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서 짐꾼 두기로 했지
[블라] (하늘을 사라피다가
얼떨결에) 짐꾼이라뇨?
[포조] 그러는지가 벌써 근 60년이나 된단 말이야... (속으로 계산한다)...
그렇지 근 60년이 되지
(거만스럽게 허리를 펴며) 내 나이가 그렇게는 먹어보이지 않소?
(블라디미르가 럭키를 쳐다본다)
이녀석과 비교하면 내가 청년으로 보일테지 안그렇소? (잠깐 있다가 럭키에게)모자!
(럭키가 바구니를
놓고 모자를 벗는다 풍성한 백발이 얼굴을 감싼다 그는 모자를 겨드랑에 끼고
바구니를 다시 든다)
이번엔 이걸보쇼 (포조가 제 모자를 벗는다 그는 완전히 대머리다 모자를 다시 쓴다) 보셨소?
[블라] 그런데 이제 와서는 쫓아버리겠다는거요? 이토록 충실한 늙은 하인을?
[에스] 인간이 아니다! (포조는 더욱
흥분한다)
[블라]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서 내던지겠다는거지? ... (적당한 말을
찾는다) ... 마치 바나나
껍질처럼
[포조] (신음하며 두 손을 머리에
얹고서) 더는... 못견디겠소... 이놈이 하는것을... 당신들은
모르겠지만... 끔찍하오... 이놈이 어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소... (두 팔을 내젓는다)...
[페이지] 가-017,, 0A0170
... 이러다간
미치겠다... (두손으로 머리를 안고 쓰러진다) 못살겠다... 못살겠어... (침묵 모두들
포조를 바라본다 럭키가
몸서리친다)
[블라] 못 견디겠는 모양이다
[에스] 끔찍한 일이군
[블라] 미치나
보다
[에스] 지독하군
[블라] (럭키에게) 어떻게 그럴수가 있소?
부끄럽지도 않단 말이요? 이렇게 착한 주인을 괴롭혀
줘야하오? 몇십년을 같이 지내구두! 정말 딱한
노릇이군!
[포조] (흐느끼면서) 전에는... 얌전했었지... 나를 거들어 주고... 위로해
주고 더 착한 사람이
되게 해주었는데... 지금은... 나를 못살게 군단 말이요...
[에스]
(블라디미르에게)다른 사람을 두겠다는걸까?
[블라] 뭐라구?
[에스] 쫓아내고 나면 다른 사람을
두겠다는건가
[블라] 그렇진 않을걸
[포조] (진정해서) 두양반 어째서 이렇게 됐느지
나도 모르겠군. 미안하오. 깨끗이 잊어버려주구료
(차차 본 정신으로 돌아오면서)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옳은 말은 한마디도
없었으니 그리 아시오 (몸을
펴고 가슴을 두드린다) 그래 내가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같소
[페이지] 가-018,, 0A0180
(호주머리를 뒤진다)
파이프를 어떡했더라?
[블라] 참 아름다운 저녁이구나!
[에스] 잊을 수 없는 저녁
[블라]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스] 확실히 그래
[블라] 이제 겨우 시작이다.
[에스] 무서운 저녁이다
[블라] 꼭 연극같다
[에스] 서어커스 같다
[블라] 뮤우직호올
같다
[에스] 서어커스 같다니까
[포조] 그런데 그 파이프를 어 졌다
[에스] 웃기네!
골통대를 잃어버렸군! (폭소를 터뜨린다)
[블라] 곧 돌아올께 (무대 옆으로 나가려 한다)
[에스] 왼쪽
복도 끝이다
[블라] 내 자리를 잡아뒤 (퇴장)
[포조] 그 아브덜라를 잃어버리다니!
[에스] (포복절도하며) 사람 죽이네-
[포조] (고개를 쳐들며) 혹시 못보셨을까?... (블라디미르가
없는 것을 알고 낙심한 듯이) 저런!
가버렸군!... 인사도 안하고 좋지 않은데! 좀 참으라고 하지
그랬소?
[에스] 저도 억지로 참고 있었죠
[페이지] 가-019,, 0A0190
[포조]
오오 그렇군! (잠깐 있다가) 그러면 됐지
[에스] 이리와 봐요
[포조] 왜 그러우?
[에스] 와 보면 알겁니다.
[포조] 나보고 일어서란 말이요?
[에스] 빨리 오래두요... 빨리...
빨리(포조가 몸을 일으키고 에스트라공에게로 간다)
[에스] 보세요!
[포조] 저런 저런!
[에스] 이제 다 끝났군요 (블라디미르가 침울한 낯으로 돌아와서
럭키를 밀어 젖히고 의자를
걷어차서 쓰러 뜨리고 흥분해서 왔다갔다 한다)
[포조] 뭐 불만이 있는
모양이지?
[에스] 너 기막힌걸 못보고 말았다. 안됐다는데 (블라디미르가 걸음을 멈추고 의자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왔다갔다 한다 한결. 진정한 태도)
[포조] 좀 가라앉았군 (한번 휘둘러
본다) 하기야 모든게 다 가라앉은것 같군. 커다란 평화가
내려앉고 있지 들어보구료 (한손을
쳐든다) 목신도 잠들고 있지
[블라] (걸음을 멈추며) 밤은 영영 오지 않을판일까? (세사람이 다같이 하늘을
쳐다본다)
[포조] 이젠 먼저 가고싶은 마음이 없어졌소?
[페이지] 가-020,,
0A0200
[에스] 사실은... 아시겠지만...
[포조] 그야 당연하지 내가
당신들이라도 고댕인지.... 고데인지... 고도인지... 여하튼 그사람과
만날 약속을 했다면 컴컴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고 나서야 단념을 하든 말든 하겠소 (의자를 바라본다)
다시 앉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앉을 수 있을까?
[에스]
거들어 드릴까요?
[포조] 당신이 청해 온다면 혹시...
[에스] 뭐를요?
[포조] 내게
다시 앉아 달라고 말이요
[에스] 그게 도움이 될까요?
[포조] 그럴것 같은데
[에스]
좋아요 선생님 어서 다시 앉으시지요
[포조] 아니 아니 그럴 필요는 없소 (잠깐 있다가 낮은 소리로) 좀더 간청하는 투로 말해
보오
[에스] 여보세요. 그렇게 서 계시지 마세요. 감기드시겠어요
[포조] 그럴까?
[에스] 네
[포조] (그는 다시 앉는다) 고맙소. 이제야 다시 앉게 됐소 (시계를 본다) 그만 헤어지야 할 시간이
됐군. 이러다간 늦겠는데
[페이지] 가-021,, 0A0210
[블라] 시간은 멈추어
버렸어요
[포조] (시계를 귀에 갖다대면서) 그건 안돼 그렇게 생각해선
안되오 (시계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는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도 좋지만 그것만은 안되오
[에스] (포조에게)
오늘 이 친구는 모든걸 비관적으로 보고 있답니다
[포조] 하늘은 제외하고 그러겠지 (제 말에
스스로 감탄하듯이 웃는다) 당신들은 이 고장 사람이
아니니까 이 고장의 황혼이 어떻다는걸
아직도 모를거요. 내가 가르쳐 드릴까? (침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각각 구두와 모자를 살핀다. 럭키의 모자가 떨어진다.
자기는 그런줄도 모른다) 만족하게
해드려야지. (스프레이를 뿌린다) 좀 이쪽을 봐 주실까?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여전히 구두와
모자에 정신이 팔려 있다. 럭키는 졸고있다. 포조는 채찍질을 하지만 그 소리가 퍽 약하다) 채찍이
왜
이꼴이야! (그는 일어서서 더 힘있게 채찍을 쳐
본다. 마침내 성공한다. 럭키가 깜짝놀란다.
에스트라공의 손에서는 구두가 블라디미르의 손에서는 모자가
떨어진다. 포조가 채찍을 내던진다. 그는
두사람을 바라본다) 내가 무슨 얘길 했었더라?
[블라] 가자
[에스] 그렇게 서 계시지 말래두요 그러다간 돌아가시겠는걸요
[페이지] 가-022,, 0A0220
[포조]
참 그렇지. (다시 앉는다. 에스트라공에게)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
[에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담
[포조] (대답도 듣지않고) 아아 그렇지 저녁(하늘을 쳐다본다) 보쇼!
(모두 하늘을 쳐다본다.
럭키만이 다시 졸고 시작하고 있다. 포조는 그 꼴을 보고 끈을
잡아당긴다) 하늘을 쳐다보라니까 이
망할놈아! (럭키가 고개를 젖힌다) 자 그만하면 됐소 (모두들 고개를 바로잡는다) 뭐
그렇게 이상할게
있겠소? 이 하늘이 빛이 엷어지고 밝을 뿐이지. 이
시각에는 하늘이 늘 그렇거든 (잠깐 있다가
노래하는듯한 음성으로 시계를 보면서)붉고 흰 빛을
억수처럼 줄곧 내리쏟던 하늘이 그만 광채를 잃고
엷어지더니 (두손을 천천히 내리는 동작) 조금씩 더
엷어져서 그만 (극적인 휴지. 두손을 수평으로
넓게 내젓는 동작) 탁 끝장이 나서 움직이질
않는단 말이요! (침묵) 그렇지만 (설교하듯이 한손을
쳐든다)... 그렇지만 부드럽고 고요한
이 베일에 싸여 (하늘을 쳐다본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나
럭키만은 제외) 밤이 달려와서 (더욱 떨리는 음성) 우리에게 달려들어요
(손가락
소리를 낸다) 이렇게 왈칵! (영감이 사라진다. 침묵. 침울한 음성)
이 빌어먹을 땅덩이
위에서는 일이 이렇게 되고 마는거지. (오랜침묵)
[페이지] 가-023,,
0A0230
[에스]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블라] 기다리는 버릇이야 잘 붙어
있으니까. (모자를 줍고 안을 들여다 보고 흔들어 보고 다시
쓴다)
[포조]
그래 어떻소? (에스트라공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를 쳐다본다) 좋았소? 보통이요? 그저
그렇소? 데데하오? 그렇지 않으면 아주 나쁘오?
[블라] (에스트라공보다 먼저 알아채고)썩 좋습니다.
기막혀요
[포조] (에스트라공에게) 당신 생각은?
[에스] (영어의 악센트로) 아주 좋습니다. 아주 아주
아주 좋습니다.
[포조] (신바람이 나서)고맙소. 두양반 (잠깐 있다가) 격려해
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단 말이야
(생각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좀 맥이 빠졌지만
[에스] 그런데 왜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블라] 따분하군요 (침묵. 포조는 내심의 갈등을 겪는다)
[포조]
두양반 당신들은... (적절한 표현을 찾는다...) 나를 정중히 대해 주었소
[에스] 천만의 말씀
[블라]
별 말씀을 다!
[포조] 아니 아니 사실이요 아주 예의바른 분들이야 그래서 생각해 봤지... 이 착한
양반이 따분한
모양인데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하고
[에스] 20프랑만 얻어 써도 괜찮을텐데
[페이지] 가-024,, 0A0240
[블라] 우린 거지가 아니다.
[포조] 이 양반들의 지리한 느낌을
좀 덜어 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소. 벌써
뼈다귀도 주었것다 이것저것 얘기도 해주었것다.
황혼이 어떻다는 설명도 했것다... 그건 그런데 어디
그만하면 되겠소?
[에스] 단돈 5프랑이라도 얻었으면
좋을텐데.
[블라] 입 닥쳐!
[에스] 나는 그래 보련다.
[표조] 내게는 손해지만 할 수
없지. (끈을 잡아당긴다. 럭키가 그를 쳐다본다)내가 괴로움을 당할게
틀림없으니 말이요 (일어서지도 않고 허리를 굽혀 채찍을 다시
든다)어느 쪽이 좋겠소? 춤을 추게 할까
노래를 부르게 할까 낭독을 하게 할까 생각을 하게 할까 혹은...
[에스]
누구에게 말입니까?
[포조] 누구에게라니 당신들은 생각할 줄 모른단 말이요?
[블라] 저 작자가 생각을
합니까?
[포조] 물론이요 그것도 큰 소리로 하지. 그래서... (몸서리친다) 하는수 없지.
어디 무슨 생각을
하게 해볼까?
[에스] 차라리 춤을 추게 하죠
[블라] 나는 저 작자가 생각하는걸
듣고싶다.
[에라] 그러면 우선 춤을 추고 그다음에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니
[블라] (포조에게)그럴수
있겠나요?
[포조] 물론이지 그야 간단한 이야기요 더구나 그렇게 하는게 순서지 (짤막한 웃음)럭키에게)
춤춰
이 망할놈아!
[페이지] 가-025,, 0A0250
(럭키가 트렁크와 바구니를 놓고
무대 전면으로 약간 걸어나와 포조를 향해 돌아선다. 에스트라공이
더 잘 보려고 일어선다. 럭키가 춤춘다. 이윽고
멈춘다)
[에스] 벌써 다 춘겁니까?
[포조] 더춰! (럭키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가
멈춘다)
[에스] 빌어먹을 그게 뭐야! (럭키의 동작을 흉내낸다) 나래도 그만큼은 하겠다 (흉내내다가 넘어질
뻔한다) 좀 연습만 하면
[블라] 녹초가 된거다
[포조] 전에는 파랑돌, 알메, 브랑르,
지이그, 꽝당고에다가 심지어 오른피프까지도 추었다오. 날고
뛰었지. 그런데 지금은 그 짓밖에는 못한단 말이요 녀석이 그춤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시오?
[에스] 전기고문
[블라] 노인의 치질
[포조] 노끈 춤이라고 한다오.
제가 노끈에 챙챙 휘감겼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블라] (마치 예술을 잘아는 듯이 몸을 비꼬면서) 사실
어딘지 모르게... (럭키가 짐을 다시 들어
돌아가려고 한다)
[포조] (말에게 외치듯이) 워어이! (럭키가
동작을 멈춘다)
[에스] 싫다고 하는 일은 없나요?
[페이지] 가-026,, 0A0260
[포조] 설명해 드리지. (호주머니를 뒤진다) 가만있어라! (또 뒤진다) 이럴수가 있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든다 죽어가는 소리로)그걸 잃어버렸구나!
[에스] (죽어가는 소리로) 나는 왼쪽폐가 아주 약해졌어
(약한 기침소리를 낸다. 우렁찬 목소리로)
그렇지만 오른쪽 폐는 까딱없지!
[포조] (여느때와 같은
소리로) 없으면 할수없지. 내가 무슨 얘길 했더라? (생각한다) 가만있어!
(생각한다)
[에스] 가만 있어라
[블라] 가만있어라
[표조] 가만있어라! (세사람이 한꺼번에 모자를 벗고
이마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긴다. 오글어 붙은
자세. 오랜 침묵)
[에스] (득의양양하게) 아아
알겠다!
[블라] 생각이 난 모양이군
[표조] (다급하게) 그래 뭐요?
[에스] 저 작자가
왜 짐을 내려놓지 않느냐는 거였죠
[블라] 아니야 그게 아니야 짐은 내려놓고 있는데요
[페이지]
가-027,, 0A0270
[에스] (럭키를 흘긋 쳐다보며) 정말 그렇군
[블라] 짐을 내려놓고있는 이상에야
왜 짐을 안내려놓느냐고 물어봤을 이치가 없지
[에스] 그런데 왜 내려놓았을까?
[블라] 춤추려고
그랬지
[에스] 옳아 옳아
[포조] (한손을 쳐들며)가만 있어라! (잠깐 있다가)
가만히 있소! (잠깐있다가)됐다 됐어 (모자를
다시 쓴다) 이제야 알았군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도 모자를 다시 쓴다) 무슨
얘기를 했었더라
[블라] 생각이 난 모양이야
[포조] 얘기는 이렇게 됐던거요
[에스]
어떻게 됐었죠?
[포조] 가만있어 보오 좀 말하기가 어려운데
[블라] 선생님 계속하시래두요 참
재미있읍니다
[포조] 좀더 정성 껏 청할수 없을까?
[에스] (두손을 맞잡고)선생님 간청이올시다 제발 얘기를
계속해 주십시요
[포조] 무슨 얘길 했었더라?
[포조] 나는 피곤하오 (침묵)
[에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또 누구하나 오지도 가지고 않는군 정말 못견디겠다
[페이지] 가-028,,
0A0280
[블라] (포조에게) 저사람한테 생각하라고 해보세요
[포조] 놈에게 모자를
갖다주오
[블라] 모자라뇨?
[포조] 모자가 없으면 생각을 못하니까
[블라]
(에스트라공에게)모자를 갖다줘!
[에스] 내가? 그런 지독한 변을 당했는데! 천만의 말이다!
[블라] 그럼
네가 갖다주마 (움직이지 않는다)
[에스] 제손으로 가져가면 되지않아?
[포조] 아니 갖다주는 편이
낫소
[블라] 내가 갖다주지 (그는 모자를 주워 손끝으로 럭키에게 내민다 럭키는 움직이지 않는다)
[포조]
갖다 씌워주구료
[에스] (포조에게) 제손으로 받아 쓰라고 하시죠
[포조] 씌워주는게
좋을거요
[블라] 내가 씌워주지
(그는 조심스럽게 럭키의 주위를 돌다가 뒤에서
찬찬히 다가가서 모자를 씌워주고 얼른 물러선다
럭키는 움직이지 않는다 침묵)
[에스] 왜저렇게
시간을 끌까?
[포조] 좀 물러서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럭키에게서 떨어져 선다) 포조가 끈을
잡아당긴다
럭키가 그를 쳐다본다) 생각해 이 망할놈아! (잠깐 있다가 럭키가
[페이지] 가-029,,
0A0290
춤추기 시작한다) 그만 둬! (럭키가 춤을 멈춘다)앞으로! (럭키가 포조에게 다가간다)됐어!
(럭키가
걸음을 멈춘다) 생각해! (잠시휴식)
[럭키] 또 한편으로 보면 그것은...
[포조] 그만
둬! (럭키가 입을 다문다) 뒤로! (럭키가 물러선다) 됐어! (럭키가 뒷걸음질을 멈춘다)
돌아서! (럭키가 관객을 향해
돌아선다)생각해!
[럭키] (단조로운 어조) 공박사와 맹선생 최근의 공공사업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까까까까 인격신이
있어 까까 흰수염을 달고 공간의 시간밖에 존재하는데 거룩한 무감각과 거룩한 무공포와 거룩한 실어증
위에 높이 도사려
앉아 다소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우리를 사랑하는게 그것은 왜그런지 모르지만 곧
알게 되겠고
거룩한 예술가의 본을 따서 고뇌 속에 불속에 있는자들과 함께 고통을 겪는데 그것은
왜그런지 모르지만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포조는 낙담과 혐오의
표정에 싸인다)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그 불과 불길은 조금 더 계속되기만 하면 누구 하나 의심할
여지없이 결국 대들보에 불을 지르게 되겠는데 말을 바꾸면 지옥을 하늘까지 들어올리게 되겠는데 그
하늘은 오늘날에도 때로 짙푸르고 고요하디 고요하게 그것은 비록
단속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반가운데 속단은 금물이고보니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미완성인데도 불구하고 속단은 금물이나
미완성인데도 불구하고 노동의
[페이지] 가-030,, 0A0300
결과의 인체체체 측정학 아카카카카데미의 상을 탄 연구의 결과 인간의 계산에서 나오는
오류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오류의 공산도 없이 다음과 같은 다음과 같은것이 설설설정되었으니 말을 바꾸면 속단은
금물이나 왜 그런지 모르지만 공박사와 맹선생의 결과 명백하게 아주
명백하게 다음과 같은것이
판명되었느니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이에 처음으로
쑤군거린다 포조는 더욱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왜그런지 모르지만 미완성의 미완성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미완성의 미완성의
일반대중의 업적을
위해 다음과 같은것이 판명되었으니 인간은 반대되는 의견과는 반대로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요컨대
인간은 요컨대 인간은 영양섭취와 오물제거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위고 또 이와 동시에 병행해서
왜 그런지
모르지만 육체 훈련의 발달 스포오츠 행사의 발달 가령 가령 가령 테니스 축구 도보경주
자전차 경주
수영 마술 항공 총포 테니스 빙상 스케이트 로울러 스케이트 테니스 항공 겨울의 여름의
가을의 스포오츠
잔디밭위의 삼나무위의 땅바닥위의 테니스 항공 테니스 땅바닥위의 바다위의 공중의
감기약 페니실링 그
대용약품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시 말하건대 동시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다시 조용해지고 귀를 기울인다
포조의 흥분은 더욱더 심해지고 신음소리를 낸다) 병행해서 왜그런지
모르지만 왜소하게
[페이지] 가-031,,
0A0310
되고 다시 말하건대 테니스 항공 아홉구멍짜리와 열여덟 구멍짜리 골프 빙상 테니스 요컨대 왜그런지
모르지만 센느현 센느에 와즈현 센느에 마른느현 마른느에 와즈현에서 다시말하면 동시에 병행해서
왜그런지 모르지만 블테에르가 죽은 이후 파이프의 골통만큼 바싹 말라서 두손가락과 백그램 정도가
되고 평균해서 약 파이프의 골통만큼 되니 단수통 잘라버리면 대개 노르망디의 벌거벗은 사람의 무게는
넉넉히 되는데 왜그런지 모르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고 사실이 그러고보니 또 한편으로는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다음과 같은것이 드러나니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공박사와 맹선생이 진정시키고 있는 실험에
비추어 볼때 비추어 볼때 다음과 같은것이 드러나니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공박사와 맹선생이 포기한
실험에 비추어 보아 시골에서 산에서 바닷가에서 냇가에서 물가에서
불가에서 공기는 똑같고 땅도
그렇고 다시말해서 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외침소리 포조가
벌떡 일어나서 끈을 잡아당긴다
모두들 소리친다 럭키가 끈을 당기고 휘청거리고
으르렁거린다 모두들 럭키에게 달려든다 럭키는
몸부림치면서 대사를 외쳐댄다) 기와 땅은 혹독한 추위때문에 공기와 땅은
오호라 그 제7기원의 혹독한
추위때문에 돌을 위해서 이루어졌고 에테르와 땅과 바다는 바다와
땅과 공기에 휘돌아치는 혹독한
추위와 혹독한 밑바닥 때문에 돌을 위해서 이루어졌고 그것은 별것이 아니지만
다시
[페이지] 가-032,, 0A0320
말하건대 왜 그런지 모르지만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그럴진대
왜그런지 모르지만 다시 말하건대
다음과 같이 결국 오호라 다음과 같이 돌을 위해서 아무도
의심할수 없지만 다시 말하건대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나 다시 말하건대 머리가 동시에
병행해서 왜그런지 모르지만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수염불길 눈물 그토록 푸르고
그토록 고요한 돌이 오호라 머리 머리 머리 노르망디의
머리가 테니스와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포기된 미완성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돌이 결국 다시 말하건대
오호라 오호라 포기된 미완성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머리 노르망디의 머리가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오호라 돌이
창고 창고가...(난투 럭키가 아직도 멎마디 소리를 지른다) 돌!... 그토록
고요한... 창고!... 미완성!...
[포조] 이놈의 모자를 (블라디미르가 럭키의 모자를
잡아챈다 럭키는 입을 다물고 쓰러진다 무거운
침묵 승리자들이 헐떡인다)
[에스] 원수를 갚았다(블라디미르가
럭키의 모자를 살피고 그속을 들여다본다)
[페이지] 가-033,, 0A0330
[포조] 이리
주오! (블라디미르의 손에서 모자를 가로채서 땅바닥에 내던지고는 깡총깡총 뛰며
짓밟는다)이래야 다시는 생각을 못하지!
[블라] 하지만 정신도 못차리지 않을까요?
[포조] 내가
정신차리게 해주지 (럭키를 걷어찬다)일어서! 이 망할 것아!
[에스] 아마 죽었나보다
[블라] 그러다간
죽겠어요.
[포조] 일어서! 이 빌어먹을 놈아 (끈을 잡아
당긴다 럭키의 몸이 좀 끌린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게) 좀 거들어 주구료
[블라] 어떻게요?
[포조] 들어 올리쇼!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럭키를 일으켜 세우고 잠시 붙들고 있다가
놓는다
럭키는 또 쓰러진다)
[에스] 일부러 그러는거야
[포조] 붙들고 있어야지 (잠깐 있다가) 자
어서 일으켜 세우쇼!
[에스] 망할놈 같으니
[블라] 자 한번만 더해보자
[에스] 이놈이
우릴 무얼로 아는거야
[블라] 자 어서
[페이지] 가-034,, 0A0340
(그들은
럭키를 일으켜 세우고 붙들고 있다)
[포조] 놓지마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휘청거린다)
움직이지 말래두! (포조가 트렁크와
바구니를 들고 럭키에게로 갖다준다) 잘 붙잡고 있소! (그는 럭키의 손에
트렁크를 쥐어 주지만 럭키는
곧 놓지고만다) 놓지마오! (그는 다시 시작한다 트렁크에
손이 닿자 럭키는 차츰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고 마침내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꼭 쥔다) 그대로
붙들고 있소! (바구니를 가지고 있는 동작) 자
이제는 놓아도 좋소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몸을 떼자 럭키는
쓰러질뻔 하다가 휘청거리고 몸이
휘더니 트렁크와 바구니를 든채 간신히 서있게 된다 포조가 뒤로
물러나 채찍소리를 낸다)앞으로!
(럭키가 앞으로 나온다) 뒤로! (럭키가 물러선다) 돌아서!
(럭키가 몸을 돌린다) 됐어 걸을수 있군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향햐며) 두양반 고맙소
당신들에게... (호주머니를 뒤진다) 진심으로...
(뒤진다)... 진심으로... (뒤진다)... 그런데 시계를
어쨌다? (뒤진다) 이럴수가 있나? (고개를 든다
당황한 표정)초침이 달리고 뚜껑이 있는 기막힌 회중시계인데 우리 할아버지가
준거라오 (뒤진다) 아마
떨어 뜨린 모양이군 (땅바닥을 살펴본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도 같은 동작 포조가 찌그러진 럭키의
모자를
발로 뒤집어 본다) 이럴수는 없는데!
[페이지] 가-035,, 0A0350
[블라] 혹시 조끼 호주머니에
넣으신게 아닐까요?
[포조] 가만히 (그는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배에 갖다 대려고
하면서 듣는다) 아무소리 안나는데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는 시늉을 한다) 이리 와 보쇼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다가가서 배에 귀를
댄다) 침묵)
[블라] 조용히 해! (모두들 허리를 굽히고 듣는다)
[에스] 무슨
소리가 들린다
[포조] 어디서?
[블라] 그건 심장이야
[포조] (실망에 싸여)
제기랄!
[블라] 조용히 해! (모두들 귀를 기울인다)
[에스] 아마 섰나 보지 (그들은 허리를
편다)
[포조] 누구에게서 나는거요 이 구린내는
[에스] 이 친구는 입에서 냄새가 나고 나는 발에서
나죠
[포조] 그만 가 봐야겠소
[에스] 그럼 시계는요?
[포조] 집에다 놓고 왔는지도
모르지
[에스] 그럼 안녕히 가십쇼
[페이지] 가-036,, 0A0360
[포조] 잘들
가쇼
[블라] 안녕히
[에스] 안녕히 (침묵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블라]
안녕
[포조] 안녕
[에스] 안녕 (침묵)
[포조] 여러가지로 고맙소
[블라] 저희들이야말로 고맙습니다
[포조] 천만에
[에스]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포조]
온 별소리를 다
[블라]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에스] 별소리를 다하는군 (침묵)
[포조]
아무래도... (망설인다)... 떠날 기분이 안나는데
[에스] 그게 인생이죠 (포조가 돌아서서 럭키에게
멀어져간다 무대 옆구리로 감에 따라 끈이 길게
끌린다)
[블라] 방향이 틀렸어요
[페이지]
가-037,, 0A0370
[포조]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야 하니까
(끈이 팽팽해질때까지 무대옆으로 들어갔다가 멈추고
돌아서서 외친다) 좀 물러서쇼!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무대 안 쪽을 멀리 떨어져 서고 포조를
향해본다 채찍소리) 앞으로!
(럭키는 움직이지 않는다)
[에스] 앞으로!
[블라] 앞으로!
[포조] 더 빨리 (채찍소리
럭키가 휘청거린다)
[포조] 더 빨리! (그는 무대 옆구리에서 나와 럭키를 뒤따라
무대를 가로질러 간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모자를 벗고 손을 흔든다 럭키가 나간다 포조가
끈과 채찍을 흔드는 소리를 낸다) 더
빨리! 더 빨리! (포조는 무대에서 사라지려는 순간
잠깐 멈추고 돌아본다 끈이 팽팽해진다 럭키가
넘어진는 소리)의자! (블라디미르가 의자를 찾으러
가서 포조에게 준다 포조는 럭키를 향해 의자를
던진다) 잘들 계소!
[에스 블라] (손을 흔들며)
안녕히 안녕히
[포조] 일어서! 망할것아! (럭키가 일어서는 소리) 앞으로! (포조 퇴장
채찍소리)앞으로! 안녕! 더
빨리 망할것아! 이랴! 안녕! (침묵)
[페이지] 가-038,,
0A0380
[블라] 덕분에 시간을 잘 보냈군
[에스] 시간이야 아무래도 지나갔는걸
[블라] 그야 그렇지 하지만 더 지루했을거다 (잠깐 휴식)
[에스] 이젠 뭘한다?
[블라] 글쎄
말이다
[에스] 그냥 가자
[블라] 그건 안돼
[에스] 왜?
[블라]
고도를 기다려야 하니까
[에스] 참 그렇군 (잠깐 휴식)
[블라] 많이 달라졌군
[에스] 누가?
[블라] 그 두사람 말이다
[에스] 우리만 항상 이 꼴이구나
[블라]
달라진게 분명하다. 너도 잘봤지 않아?
[에스] 하지만 난 누군지 모르겠다.
[블라] 아니야 너도 아는
사람들이다
[에스] 모른다니까
[블라] 우리가 아는 사람이래두
[에스] 집어치워라 문제는
... 아야! (블라디미르는 꿈쩍도
[페이지] 가-039,, 0A0390
하지 않는다) 아야!
[블라]
혹시 같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에스] 디디! 이번에는 이쪽 발이다! (그는 절룩거리면서 막이 올랐을때 앉아있던 자리로
간다)
[소리] (무대뒤에서 나는)아저씨! (에스트라공이 멈춘다 둘 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본다)
[에스] 또 시작이로구나
[블라] 이리 와라 얘야 (한소년이 겁먹은 표정으로 등장한다 걸음을 멈춘다)
[소년] 알베르 아저씨는요?
[블라] 나다
[에스] 왜그러니?
[블라] 이리 와 (소년은
움직이지 않는다)
[에스] (큰소리로) 이리 오래두! (소년이 겁먹은듯이 다가오다가 멈춘다)
[블라] 무슨
일이냐?
[소년] 고도 아저씨가요- (말을 중단한다)
[페이지] 가-040,, 0A0400
[블라] 알겠다 (잠깐 있다가) 이리와라 (소년은 움직이지 않는다)
[에스] (큰소리로) 이리 오라니까! (소년이 겁먹은듯이
다가오다가 멈춘다) 왜 이렇게 늦게 왔니?
[블라] 고도씨의 부탁을 받고 왔니?
[소년] 네
아저씨
[블라] 그럼 어서 말해봐라 (소년은 누구에게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는듯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본다)
[블라] (에스트라공에게) 잠깐 가만 놔 둬
[에스] (블라디미르에게) 잠자코 있어 (소년에게 다가서며) 너 지금 몇신지
아니?
[소년] (물러서면서) 제 탓이 아니예요 아저씨!
[에스] 그럼 내탓이냐?
[소년]
무서웠어요.
[에스] 뭐가 무서워? 우리가? (잠깐 있다가) 어서 대답해 봐라
[블라] 알겠다 그 작자들
때문에 무서웠단 말일게다
[에스] 여기 온지 얼마나 되니?
[소년] 방금 왔어요
[블라]
채찍이 무서웠니?
[소년] 네
[블라] 고함소리는?
[페이지] 가-041,,
0A0410
[소년] 네
[블라] 그 두사람은?
[소년] 네
[블라]
네가 아는 사람들이지?
[소년] 아니예요
[블라] 넌 이 근처에 사니?
[소년]
네
[에스] 모두가 다 거짓말이다! (소년의 팔을 잡고 흔든다) 사실대로 말해!
[소년] (떨면서) 다
정말이예요
[블라] 좀 가만 두라니까! 너 이상하구나 (에스트라공이 소년을 놓아주고 물러서서
얼굴에 두손을
갖다댄다 블라디미르와 소년이 그를 쳐다본다 에스트라공이 얼굴에서 손을 뗀다 뒤틀린 표정) 왜 그래?
[에스] 난 불행하다
[블라] 별소리 다 듣겠네! 언제부터?
[에스] 잊어버렸다
[블라]
기억력이 농간을 부리는 수가 있긴 하니까 (에스트라공이 무슨말을 하려고 하다가 그만두고
절룩거리며 앉으러 가서
구두를 벗기 시작한다 소년에게) 그래서?
[소년] 고도씨가...
[블라] (말을 가로막으며) 아무래도 너를
본 일이 있는것 같은데...
[페이지] 042,, 0A0420
[소년] 글쎄요...
[블라] 나를 모르겠니?
[소년] 모르겠어요
[블라] 어제도 오지 않았니?
[소년]
아니오
[블라] 그럼 처음 온거냐?
[소년] 네 (침묵)
[블라] 그렇게 대답하겠지 (잠깐
있다가) 그래 얘기해 봐라
[소년] (단숨에) 고도씨가 오늘밤에는 못오고 내일은 꼭 오겠다고 전하라고 했어요
[블라] 그게 전부냐?
[소년] 네
[블라] 너는 고도씨와 같이 일하고 있니?
[소년]
네
[블라] 고도씨는 너를 귀여워 해 주니?
[소년] 네
[블라] 때리진
않니?
[소년] 아니오 나는 안때려요
[블라] 그럼 다른 사람들은 때리니?
[소년] 내
언니는 때려요
[블라] 아아 네 형이 있니?
[페이지] 가-043,, 0A0430
[소년]
네
[블라] 형은 뭘하니?
[소년] 양떼를 지켜요
[블라] 그런데 왜 너를 때리진
않니?
[소년] 모르겠어요
[블라] 너를 좋아하나 보구나
[소년]
모르겠어요
[블라] 먹을건 넉넉히 주니? (소년이 망설인다) 먹을건 많이 주느냔 말이다
[소년] 네 넉넉히
얻어먹어요
[블라] 너는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소년이 망설인다) 내말이 안들리니?
[소년]
들려요
[블라] 그럼?
[소년] 모르겠어요
[블라] 자기가 불행한지 어떤지도 모른단
말이냐?
[소년] 난 몰라요
[블라] 꼭 나 같구나 (잠깐있다가) 자는곳은 어디냐?
[소년] 헛간에서 자요
[블라] 형과 같이 자니?
[소년] 네
[블라] 마른
풀속에서?
[페이지] 가-044,, 0A0440
[소년] 네 (잠깐 휴식)
[블라] 됐다
그만 가봐라
[소년] 고도씨한테 가서 뭐라고 할까요?
[블라] 그건 말이다... (망설인다) 그냥
우리를 만났다고만 해라 (잠깐 있다가) 네가 정말 우리를
만났으니까 말이다
[소년]
네
(물러서다가 망설인다 뒤돌아보고 뛰어 나간다 빛이 별안간
약해진다 순식간에 어둠이 깃든다
저쪽에서 달이 떠올라 한곳에 멈춘다 온 무대가 은빛으로 덮인다)
[블라] 이제야 밤이 됐구나! (에스트라공이 일어서서 블라디미르쪽으로 온다 한손에 구두 두짝을
들고 있다 그는 푸트라이트 가까이에 구두를 놓고 허리를 펴고 달을 쳐다본다) 뭘 하는거야?
[에스] 너와 같지 달을
보고있다
[블라] 구두를 가지고 뭘하느냔 말이다
[에스] 여기 놔 두었지 (잠깐
있다가) 누가 또 올거다 나... 나와 같은 놈이 발이 작은 놈이라면
이걸 신고
좋아하겠지
[페이지] 가-045,, 0A0450
[블라] 그럼 너는 맨발로 다닐 작정이냐?
[에스] 예수도 그랬는걸
[블라] 예수라!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설마 자기를 예수에 비교할 작정은
아니겠지?
[에스] 나는 평생 나 자신을 예수와 비교해 온걸
[블라] 하지만 예수가 살던곳은 따습고 날씨도
좋았지
[에스] 그렇지 그리고 빨리 십자가에 못박아 주기도 했구 (침묵)
[블라] 여기 더있어
봐야 할일이 없구나
[에스] 다른데 가도 마찬가지다
[블라] 이봐 고고 그런말 하지말아 내일이면 다
잘될텐데
[에스] 어떡해서?
[블라] 그 꼬마가 한소리 못들었니?
[에스]
몰라
[블라] 고도가 내일 꼭 온다고 하더라 (잠깐 있다가) 그래도 모르겠니?
[에스] 그럼 여기서
기다릴수밖에
[블라] 미친소리 말아 우선 잠자리를 구해야지 (에스트라공의
팔을 잡는다) 이리와 (그를 끈다
에스트라공은 잠깐 끌려가다가 버틴다 둘 다 그자리에 선다)
[페이지] 가-046,, 0A0460
[에스] (나무를 쳐다보며) 빌어먹을 끈이나 한 오라기 있었으면!
[블라] 어서 가자 추원진다 (에스트라공을 끈다 같은 동작)
[에스] 우리가 이렇게 노상 같이 있은지가 얼마나
될까?
[블라] 모르겠다 한50년 될까? 어서 가자 (같은 동작)
[에스] 가만있어
[블라] 난 춥다
[에스] 우리 서로 헤어지는게 낫지
않을까? (잠깐 있다가) 같은 길을 걷도록 되어있는건
아니었으니까
[블라] (노하지 않고) 그야 알수 없지
[에스] 그렇지 알수없지
아무것두
[블라] 헤어지는게 나을 것 같으면 언제라도 헤어질수 있지
[에스]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
(침묵)
[블라] 그래 이제와서야 그럴 필요없지 (침묵)
[에스] 그만 갈까?
[블라]
그래 가자 (그러나 둘 다 움직이지 않는다)
[페이지] 나-001,, 0B0010
[막]
제2막
(이튿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푸트라이트 가까이에
에스트라공의 구두 두짝이 있다 뒷꿈치가
모아져있고 앞축은 벌어져있다 럭키의 모자가 같은 자리에
있다 나무에는 잎이 덮여있다 블라디미르가
활기있게 등장 걸음을 멈추고 나무를 한참 쳐다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대를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이윽고 구두앞에서 다시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혀 한 짝을 집어서 살펴보고
냄새를 맡아본 다음 조심스럽게 제자리에
놓는다 다시 부산스럽게 왔다갔다 한다 이윽고 오른쪽
무대입구 가까이에 서서 한손을 이맛전에
얹고 한참동안 먼곳을 바라본다 다시 왔다갔다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손을 가슴에 모으고 서서 고개를 뒤로 젖혀 목이 터지라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페이지] 나-002,, 0B0020
[블라] 개 한마리 들어왔네...
(너무 낮은 음성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중단하고 기침을 하고나서 더높은 음정으로 다시 시작한다)
개 한마리 들어왔네 주방속으로
들어와서 순대를 슬쩍 훔쳤네 주인이 나타나서 국자자루로 눈깜 짝할
사이에 때려죽였네
이것을 보고 있던 다른개들이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그는 노래를 멈추고 생각에 잠기다 다시
시작) 이것을 보고있던 다른개들이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흰나무로 세위놓은 십자가 밑에
이렇게 반듯하게 내려 놓았네
개
한마리 들어왔네 주방속으로 들어와서 순대를 슬쩍 훔쳤네 주인이 나타나서 국자자루로 눈깜짝할
사이에 때려죽였네
이것을 보고있던 다른개들이
[페이지] 나-003,, 0B0030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노래를 멈춘다 같은 동작) 이것을 보고있던 다른개들이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노래를 멈춘다 같은 동작 더 낮은 소리로)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입을 다물고 잠시
가만히 서있더니 기운없이 무대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한다 다시금 나무앞에
멈추어서고 또 왔다갔다하고 구두앞에 멈추어 서고 또 왔다갔다하고 왼쪽무대 입구로 달려가서 먼곳을
바라보고
오른쪽 무대입구로 달려가서 먼곳을 바라본다 이때 에스트라공이 맨발로 고개를 숙이고
왼쪽에서 등장 그는 천천히 무대를 가로질러 간다 블라디미르가 고개를 돌리고 그를 본다)
[블라] 또
너로구나! (에스트라공이 걸음을 멈춘다 그러나 고개는 들지않는다 블라디미르가 그에게
다가간다)이리와 껴안아
줄께
[에스] 손대지 말아! (블라디미르가 기운이 푹 꺾여서 낙담한 표정을 짓는다 침묵)
[블라] 내가
어디로 가 버릴까? (잠깐있다가) 고고! (잠깐있다가
[페이지] 나-004,, 0B0040
블라디미르는 그를 유심히
쳐다본다) 매를 맞았구나? (잠깐있다가)고고! (에스트라공은 고개를 숙인채
여전히 침묵)지난밤은 어디서 보냈니?
(침묵 블라디미르가 다가선다)
[에스] 손대지 말라니까! 아무것도 묻지말고 말을 걸지도 말고 내곁에 있어
줘!
[블라] 내가 언제 네곁을 떠난 일이있니?
[에스] 나를 혼자 가게 내버려 두지
않았어?
[블라] 나를 좀 봐! (에스트라공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작품을 볼때처럼
물러서고 앞으로
나가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서로 쳐다본다 그리고 더욱 더 몸을 떨면서
다가서더니 별안간 껴안고
서로 등을 두드린다 포옹이 끝난다 에스트라공은 의지할 데가 없어져서 쓰러질 뻔한다)
[에스]
재수없는 하루
[블라] 누구한테 얻어맞았니? 얘기나 해봐
[에스] 또 하루가 지나갔군
[블라] 아직 멀었다
[에스] 나로선 하루가 지나간거다 (침묵) 아까 들으니 노래를
[페이지]
나-005,, 0B0050
하던데?
[블라] 참 그랬구나 생각이 난다
[에스] 어쩐지 슬퍼지더라 내가
아주 가버린줄 알고 노래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지
[블라] 사람의 감정이란 어떡할수 없는거지 (잠깐
있다가)
[에스] (슬픈 음성으로)그렇구나 내가 없으면 오줌이 잘 나온단 말이지?
[블라] 내가 없어서
안됐기도 하구... 또 좋기도 했지 이상하지 않니?
[에스] (화를내며) 좋았다구?
[블라]
(생각해보고나서) 꼭 그런 뜻은 아니지만
[에스] 그래 지금은?
[블라] (생각해보고나서)
지금은... (기쁜듯이)네가 다시 왔지... (아무 감정없이) 우리가 다시
왔지...
(구슬프게) 내가 다시 왔지
[에스] 정말이지 내가 있으면 네 기분이 좋지않은 모양이구나 나도 혼자 있을때가
좋다
[블라] (발 끈하면서) 그럼 왜 내게 붙어다니냐?
[에스] 모르겠다
[블라] 나는
안다 제몸을 지킬줄 모르니까 그렇지 내가 있었으면 얻어맞게 내버려두진 않았을게다
[페이지] 나-006,,
0B0060
[에스] 너도 별수 없었을거야
[블라] 왜?
[에스] 열놈이나
됐는걸
[블라] 여하튼 네가 돌아와서 반갑다
[에스] 열놈이나 됐단말이다
[블라] 너역시
마음속으로는 반갑지? 안그래?
[에스] 반갑다니 뭐가?
[블라] 나를 다시 만난것 말이야
[에스] 그럴까?
[블라] 그렇다고 해봐 정말 그렇지 않더라두
[에스] 뭐라고 하란말이야?
[블라] 나는 반갑다고 하래두
[에스] 나는 반갑다
[블라] 나두 반갑다
[에스]
나두
[블라] 우리는 반갑다
[에스] 우리는 반갑다 (침묵) 그렇게 반가우니 이제 뭘한다?
[블라]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 참 그렇지 (침묵)
[블라] 어저께와는 달라진게 있다
[페이지] 나-007,, 0B0070
[에스] 만약 안오면 어떡한다?
[블라] (잠깐
알아듣지못하다가) 그때는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지 (잠깐 있다가) 어저께와는
달라진게 있대두
[에스] 사방에서 고름이 나온다
[블라] 이 나무를 좀 봐
[에스]
같은 고름이 두번 흘러내리진 않지
[블라] 제기랄! 이나무를 좀 보래두 그래! (에스트라공이 나무를
쳐다본다)
[에스] 어저껜 이게 없었던가?
[블라] 아니야 있었어 생각이
안나니? 하마터면 목을 맬 뻔하지 않았니? (생각해 본다 한마디
한마디씩 끊어서)
목- 을- 맬- 뻔- 하- 지- 않- 았- 니?/ 하지만 네가 싫다고 했지? 생각이 안나니?
[에스] 너 꿈꾼 얘길
하는구나
[블라] 벌써 잊어버렸다니 기가 막혀서!
[에스] 나는 으례 그렇다 금방 잊어버리거나 영영
안잊어버리거나 둘 중의 하나야
[블라]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니?
[에스] (별안간
흥분해서) 모르겠느냐구? 뭣을 모르겠느냔 말이야? 나는 이 살벌한 땅위에서
거지같은 인생을 보내왔다 그런데 무슨 경치의 차이를 알아보란말이냐? (사방을 둘러보며) 이 더러운
꼬락서니들을 보라니까 나는 여기서
[페이지] 나-008,, 0B0080
꿈쩍도 하지않았다
[블라] 진정해 진정해
[에스] 그러니까 경치가 어떻다는 얘긴 집어치워! 차라리 땅속 얘기나
해라 (침묵 블라디미르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블라] 고고 너와같이 다니려면
힘드는구나
[에스] 그럼 서로 헤어지자
[블라] 늘 입으로만 그러고 다시 나타난단 말이야
(침묵)
[에스] 제일 좋은것은 나를 죽여주는거다 다른놈처럼
[블라] 다른놈이라니? (잠깐 있다가) 누구
말이냐?
[에스] 수십억의 다른놈들 말이다
[블라] (점잖을 빼며) 인간은 저마다 작은 십자가를 지도다
(한숨짓는다) 잠깐 사는동안에 그리고 또
잠깐 그후에
[에스] 그럼 그동안 흥분하지 말고 얘기나 하자 어차피 입을
다물고 있을순 없으니까
[블라] 맞았다 노상 지껄여대는 거지
[에스] 그래야 생각을 안하지
[블라] 핑계야 으례 있는거니까
[에스] 모든 죽은소리들이...
[블라] 날개치는 소리가
난다
[페이지] 나-009,, 0B0090
[에스] 나뭇잎처럼
[블라] 모래알
처럼
[에스] 나뭇잎처럼 (침묵)
[블라] 온통 한꺼번에 떠들어댄다
[에스] 저마다 혼자
떠들어 댄다 (침묵)
[블라] 아니 소곤거린다
[에스] 중얼거린다
[블라]
살랑거린다
[에스] 중얼거린다
[블라] 뭐라고들 그러는 걸까?
[에스] 제 일생의 얘기를
하는거지
[블라] 살아온것 만으론 부족한 모양이지?
[에스] 그 얘기를 꼭 해야겠다는거지
[블라] 죽었으면 그만일텐데...
[에스] 아니야 그걸로는 부족하지 (침묵)
[블라] 날개치는 소리
같은것이 들린다
[에스] 나뭇잎소리 같다
[블라] 재소리 같다
[에스] 나뭇잎 소리같다
(긴 침묵)
[페이지] 나-010,, 0B0100
[블라] 무슨말을 좀 해봐라
[에스]
지금 찾고 있는중이다 (긴 침묵)
[블라] (괴로운 표정으로) 아무 말이나 해!
[에스]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블라] 고도를 기다리고 있지
[에스] 참 그렇구나 (침묵)
[블라] 참
어렵기도 하지!
[에스] 노래나 부르렴
[블라] 그건 싫다 (무슨 할말을 찾는다) 다시 시작하면
되겠다
[에스] 그건 그렇지 (침묵)
[블라] 어떻게 좀 해봐!
[에스] 찾고있는 중이야
(침묵)
[에스] 됐다 됐어! 서로 반대말 찾기를 하자
[블라] 그건 안된다
[에스] 그럼
서로 질문을 하기로 하자
[블라] 이 시체들은 모두 어디서 온걸까?
[에스] 이 해골들
말이지?
[블라] 옳아
[에스] 물론이지
[페이지] 나-011,,
0B0110
[블라] 우리가 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에스] 맨처음에는 그랬지
[블라]
시체 보관소다
[에스] 창고다
[블라] 시체보관소다
[에스] 안보면 된다
[블라] 아무래도 눈에 띄는걸 (침묵)
[에스] 처음 해본거로선 그만하면 괜찮았지
[블라] 그래 하지만
지금부터는 얘깃거리를 마련해야겠는데...
[에스] 글쎄 (모자를 벗는다)
[블라] 글쎄 (모자
벗어)
[에스] 글쎄 (둘다 생각에 잠긴다)
[블라] 내가 뭐라고 했더라 그 얘기부터 다시 하면
될텐데
[에스] 언제 말이야?
[블라] 맨처음 말이다
[에스] 뭣의 맨
처음말이야?
[블라] 오늘 저녁 내가 한게... 내가 한 게...
[에스] 그런것까지 내게 묻는다니
너무하다
[블라] 가만있어... 서로 껴안았것다... 반가왔지... 반가와서... 반가와서 뭐를 한다... 기다린다고
했지... 가만
[페이지] 나-012,, 0B0120
있어라... 됐다 됐어... 기다린다고 했지...
반가와서... 기다린다고 했것다... 가만 있어라... 아아
그렇지 나무야 나무!
[에스]
나무라니?
[블라] 생각이 안나니?
[에스] 난 고단하다
[블라] 저걸봐 (에스트라공이
나무를 쳐다본다)
[에스] 뭘 보란 말이야?
[블라] 엊저녁에는 시커멓고 뼈다귀만 앙상했거든 그런데 오늘은
잎이 가득 덮였단 말이다
[에스] 잎이?
[블라] 단 하루밤 사이에!
[에스] 봄이
됐나보지
[블라] 아니 단 하룻밤 사인데?
[에스] 그러니까 엊저녁에는 여기 안왔대두 그래... 너는 꿈에서
봤나보다
[블라] 그럼 엊저녁에는 어디 있었단 말이야?
[에스] 내가 알게 뭐야 다른 세계였지
다른곳이겠지
[블라] (제가 알고있는것에 자신이 있으면서도 일부러) 그럼 좋다 엊저녁에 여기
안왔다고 해두자
그럼 엊저녁엔 뭘 했었니?
[에스] 그야... 잡담을 했겠지
[페이지] 나-013,,
0B0130
[블라] (태연해지려고 애쓰면서) 무슨 잡담을?
[에스] 그건... 이것저것 아무
얘기나 했을거야 구두가 어떻다니하구 (자신있게) 그래 그래 생각이
난다 엊저녁에는 구두 얘기를 했다 그 얘기를 해온지가
50년이나 된다
[블라] 어떤일이 있었는지 뭐가 어떻게 됐는지 통 생각이 안나니?
[에스] (지친듯이)디디
왜 나를 못살게 구니?
[블라] 해가 뜨고 달이 지고 통 생각이 안난단 말이냐?
[에스] 해도 있었고 달도
있었을 테지
[블라] 뭐 이상한걸 못봤느냔 말이야
[에스] 모올라
[블라] 그럼 포조는?
럭키는?
[에스] 포조라니!
[블라] 뼈다귀말이다
[에스] 그건 꼭 생선 뼈다귀
같더라
[블라] 포조가 네게 준거야
[에스] 모르겠는데
[블라] 그럼
발길질은?
[에스] 발길질? 참 그렇지 발길질을 당했었군
[블라] 럭키가 걷어찬 거란다
[에스] 그게 모두 엊저녁이었나?
[블라] 다리를 좀 보자
[에스] 어느 쪽 말이야?
[페이지] 나-014,, 0B0140
[블라] 둘다 바지를 걷어 올려봐 (에스트라공이 한
쪽 발로 서서 블라디미르에게 다리를 내밀다
넘어질 뻔한다 블라디미르가 다리를 잡는다 에스트라공이
휘청거린다)
바지를 걷어 올리래두
[에스] (휘청거리며) 못하겠다
(블라디미르가 바지를 걷어올리고 다리를 들여다 보고는 놓는다
에스트라공이 넘어질
뻔한다)
[블라] 저쪽다리 (에스트라공이 같은 다리를 내민다) 저쪽이라니까! (다른
쪽 다리로 같은 동작)
상처가 곪기 시작하는구나
[에스] 그래서 어떻다는거야?
[블라]
구두는 어디있니?
[에스] 내팽개쳤을거야
[블라] 언제?
[에스]
모르겠다
[블라] 왜?
[에스] 생각이 안난다
[블라] 그게 아니라 왜 내팽개쳤느냐고
묻는거다
[에스] 신으면 아프니까
[페이지] 나-015,, 0B0150
[블라] (구두를
가리켜 보이면서) 저기있어 (에스트라공이 내려다 본다) 네가 엊저녁에 바로 저기다
벗어 놨단 말이야
(에스트라공이 구두가 있는곳으로 가서 허리를 굽혀 가까이 살핀다)
[에스] 내것 아니다
[블라] 내것
아니라니?
[에스] 내건 검정구두다 이건 노랗지 않니?
[블라] 네것 검정구두라는건
분명하니?
[에스] 말하자면 회색이지
[블라] 그런데 이건 노랗단 말이지? 어디보자
[에스] (구두 한짝을 집어들며) 자세히 보니까 푸르스름 한데
[블라] (앞으로 나서며) 어디좀 봐 (에스트라공이
구두를 내준다 블라디미르가 살피더니 화를 내며
내던진다) 이럴수가 있나!
[에스] 이런게 모두
말이다...
[블라] 어떤 녀석이 와서 네것을 신고 제것은 놓고 간거다.
[에스] 왜?
[블라] 네것이 더좋으니까 그래서 네걸 신고 간거야
[에스] 하지만 내건 너무 작은데...
[블라] 네겐
작아도 그 작자에겐 안그렇단 말이다
[에스] 난 고단하다 (잠깐 있다가) 그만 가자
[블라] 가선
안되지
[에스] 왜?
[페이지] 나-016,, 0B0160
[블라]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 참 그렇군 (잠깐있다가) 어떡할까?
[블라] 무우를 줄까?
[에스]
무우밖에 없니?
[블라] 무우뿐야
[에스] 당근은 인제 없니?
[블라] 없다 당근에 걸신이
들렸구나
[에스] 당근을 얻으러 가봐야겠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블라] 정말
따분해지는데
[에스] 아직 그정도는 아니다 (침묵)
[블라] 한번 시험해 보지 그러니?
[에스] 다 해봤다
[블라] 구두를 한번 신어보란 말이야
[에스] 그럴까?
[블라] 그럼
시간이 잘 갈꺼다 (에스트라공이 망서린다)
[에스] 기분전환이지
[블라] 심심풀이야
[에스] 기분전환이다
[블라] 어디 신어봐
[페이지] 나-017,, 0B0170
[에스]
그럼 거들어 주겠니?
[블라] 물론이지
[에스] 디디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이럭저럭 되어가는게
아니겠니?
[블라] 그렇지 그렇고말고 자 우선 왼쪽부터 신어 봐
[에스] 디디 우리는 항상 뭔가 찾아내게
되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할수 있게말이야?
[블라] (답답한듯이) 그렇지 그렇지 우린 마술사니까 하지만 결정한걸 어기지
말아야지(그는 구두 한
짝을 집는다) 자 어서 발을 내밀어 (에스트라공이 가까이와서 발을 든다) 더높이! (두몸이 서로 얽힌채
무대를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블라디미르가 마침내 구두를 신키고 만다) 걸어 봐 (에스트라공이 걷는다)
어떠니?
[에스] 잘 맞는다
[블라] (호주머니에서 끈을 꺼내며) 끈을 매야지
[에스] (기겁을 하며) 안돼 안돼
끈은 안돼 끈은 안된단 말이야!
[블라] 그게 무슨 소리야! 자 또 한쪽을 신어보자 (같은동작) 어떠니?
[에스] 역시 잘 맞는군
[블라] 아프지 않니?
[에스] (몇발짝 힘을 주어 내려딛다가) 아직은
괜찮다
[블라] 그럼 네나 가져라
[페이지] 나-018,, 0B0180
[에스] 너무
크다
[블라] 양말을 포개신으면 될거야
[에스] 그건 그렇지
[블라] 그럼 그대로
갖는거지?
[에스] 구두얘기엔 넌더리가 난다
[블라] 알겠다 하지만...
[에스]
넌더리가 난대두! (침묵) 아뭏든 앉고 봐야겠다 (그는 앉을만한 곳을 찾아본다 그러다가
제1막 첫장면에서 앉아있던곳으로 앉으러 간다)
[블라] 엊저녁에 앉은데도 바로 거기다 (침묵)
[에스] 잠이나 잤으면
[블라] 엊저녁에도 잤었지
[에스] 어디 자 봐야겠다 (두다리 사이에 머리를 쳐박고
흡사 자궁속의 태아의 같은 자세가 된다)
[블라] 가만있어봐 (에스트라공에게 다가가서 큰소리로 노래 부른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에스] (고개를 들며) 너무 커
[페이지] 나-019,, 0B0190
[블라] (좀 작게)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에스트라공이 잠든다 블라디미르는 웃도리를 벗어서 그의 어깨를 덮어주고 이리저리 걸어다닌다 몸을
덮히려고
두팔을 크게 내저으면서 에스트라공이 깜빡 놀라며 눈을 뜨고 벌떡 일어서서 정신없이 몇발짝
옮겨놓는다 블라디미르가 달려가서 팔로
에워싼다)
[블라] 자아... 자아... 나야 나... 무서울것 없다
[에스] 아아!
[블라] 자아... 자아... 이젠 다 끝났다
[에스] 난 넘어졌다
[블라] 이젠 다 끝났다 더 생각하질
말아
[에스] 내가 말이다...
[블라] 그만둬 그만둬 잠자코 있어 이리와라 좀 걷기나 하자 (그는
에스트라공의 팔을 잡고 이리저리
걷는다 에스트라공이 버틴다)
[에스] 그만걷자 피곤하다
[블라] 그럼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우두커니 서있겠니?
[페이지] 나-020,, 0B0200
[에스]
그래
[블라] 마음대로 하렴 (에스트라공의 팔을 놓고 웃도리를 집으러 가서 제몸에 걸친다)
[에스] 그만
가자
[블라] 가선 안되지
[에스] 왜
[블라]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 참 그렇군 (블라디미르가 다시 왔다갔다 한다) 좀 가만히 있을수 없겠니?
[블라] 추워서
[에스]
너무 일찍 왔나보다
[블라] 언제든지 해가 질무렵에 왔는걸
[에스] 하지만 해가지질 않는데
[블라] 별안간 질거다 어저께처럼
[에스] 그러다간 밤이 되어버린다
[블라] 그러면 가도
좋겠지
[에스] 그러다간 또 날이 새구 (잠깐 있다가) 어떡하면 되지? 어떡한다 말이야
[블라] (걸음을
멈추고 난폭한 소리로) 그만 찡찡거리지 못할까! 그만 머리가 깨지겠다
[에스] 난 가겠다
[블라] (럭키의
모자를 보고) 이런!
[페이지] 나-021,, 0B0210
[에스] 잘있어라
[블라]
럭키의 모자다! (모자가 있는곳으로 다가간다) 여기 온지 벌써 한시간이나 됐는데 지금껏
보지도
못했다니! (퍽 흐믓한 표정으로) 틀림없다!
[에스] 나하곤 다신 못만날거다
[블라] 역시 장소가
틀린게 아니구나 이젠 안심이다 (럭키의 모자를 줍고 들여다보고 바로 잡는다)
아주 좋은 모자같은데 (저 모자를 벗고 그것을
쓴다 제것은 에스트라공에게 내밀어 준다) 자!
[에스] 뭐야?
[블라] 이걸좀 가지고
있어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받아든다 블라디미르는 두손으로
럭키의 모자를 매만진다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쓰고 제것은 블라디미르에게 내밀어 준다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받아든다 에스트라공이 두손으로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매만진다
블라디미르는 럭키의 모자를 벗고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쓴다 그리고 럭키의 모자를 에스트라공에게
넘겨준다 에스트라공이 럭키의 모자를
받아든다
[페이지] 나-022,, 0B0220
블라디미르는 두손으로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매만진다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는 벗고 럭키의
모자를 쓰며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블라디미르에게 다시 넘겨준다 블라디미르가
제 모자를 받아든다
에스트라공이 두손으로 럭키의 모자를 매만진다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벗고 제모자를 쓰며
에스트라공의 모자는 에스트라공에게 넘겨준다 에스트라공이 제모자를 받아든다 블라디미르가 두손으로
제모자를 매만진다
에스트라공은 럭키의 모자를 벗어 제 모자를 쓰며 럭키의 모자는 블라디미르에게
넘겨준다
블라디미르가 럭키의 모자를 받아든다 에스트라공이
두손으로 제모자를 매만진다
블라디미르가 제모자를 벗고 럭키의 모자를 쓰며
제 모자는 에스트라공에게 넘겨준다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받아든다
블라디미르가 두손으로 럭키의 모자를 매만진다 에스트라공은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블라디미르에게 넘겨준다
[페이지] 나-023,, 0B0230
블라디미르는 그것을 받아들고 그것을 다시
에스트라공에게 넘겨준다 에스트라공이 그것을 받아들고
블라디미르에게 넘겨준다
블라디미르가 그것을 받아들고는 내팽개친다 이상의 동작이 재빠르게
이루어진다)
[블라] 내게 어울리니?
[에스] 난 모르겠다
[블라] 내가 보기에
어떠냐 말이냐 (머리를 좌우로 간드러지게 움직이고 마네킹과 같은 시늉을 한다)
[에스] 정말 꼴불견이다
[블라] 보통 때보다도 더 그러냐?
[에스] 난 가겠다 (침묵)
[블라] 우리 무슨 놀이를
하자
[에스] 뭘하고 놀아?
[블라] 포조와 럭키의 흉내를 내면 되지
[에스] 그런
난몰라
[블라] 나는 럭키가 되고 너는 포조가 되는거다 (짐에 짓눌러 허리가 꺾이는
럭키의 흉내를 낸다
스트라공이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자 시작이다
[에스]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페이지] 나-024,, 0B0240
[블라] 내게 호통을 쳐!
[에스]
망할자식!
[블라] 더 크게!
[에스] 빌어먹을 자식! 거지같은 자식! (블라디미르가
여전히 몸을 휜채 앞으로 나갔다 물러섰다
한다)
[블라] 나보고 생각하라고 해봐
[에스] 뭐라구?
[블라] 이렇게 말하는거야 생각해 이 돼지같은놈아! (침묵)
[에스] 생각해 이 돼지같은
놈아! (침묵)
[블라] 안된다 그건 못하겠다
[에스] 그만두자
[블라] 나보고 춤추라고
해봐
[에스] 난 가겠다.
[블라] 춤을 춰 이 돼지같은 놈아! (그는 그자리에서
몸을 비꼰다 에스트라공 후다닥 뛰어나간다)
그것도 안되는구나! (고개를 든다 에스트라공이 없어진것을 알고
애절한 소리를 지른다)고고! (침묵
그는 거의 뛰다시피 하면서 무대를 우왕좌왕한다
에스트라공이 헐레벌떡이면서 다급하게 등장해서
블라디미르에게로 달려간다
[페이지] 나-025,,
0B0250
그들은 서너발짝 사이를 두고 마주선다) 결국 돌아왔구나
[에스] (헐떡이면서) 나는 망했다
[블라] 너 어디갔다 왔나? 아주 가버린줄만 알았다
[에스] 언덕 마루터기까지 갔었다 누가 온다
[블라]
누가?
[에스] 몰라
[블라] 몇이나 되는데!
[에스] 그것도 몰라
[블라] (신바람이 나서) 고도다! 이제서야 오는구나! (에스트라공을 정신없이
껴안는다) 고고!
고도야 고도! 이젠 살았다! 우리 마중하러 가자! 어서와 (에스트라공을
무대입구 쪽으로 잡아끈다
에스트라공이 버티고 뿌리치더니 반대쪽으로 뛰어나가
버린다)고고! 돌아와! (침묵 블라디미르는
에스트라공이 사라진 무대
출입구로 달려가서 멀리 바라본다 에스트라공이 다급히 돌아와서
블리디미르에게로 달려간다 블라디미르가 돌아다보며) 다시 왔구나!
[에스] 나는 망했다
[블라]
멀리까지 갔었니?
[에스] 저 쪽에서도 온다
[블라] 포위당한 거다! (에스트라공은 겁에 질려서
무대 안 쪽 휘장을 향해 달려가다 거기에 휘감겨
넘어진다) 이 밥통아! 그쪽으로는 도망갈 구멍이 없어 (블라디미르가 그를
일으
[페이지] 나-026,, 0B0260
키고 무대 전면으로 끌어낸다
관객쪽을 향하며) 여긴 아무도 없다 이쪽으로 달아나!
어서!
(에스트라공을 오케스트라 박스 쪽으로 떼민다 에스트라공이 기겁을 하며
물러선다) 싫으냐? 아아
알겠다 그럼... (생각해 보다가) 아뭏든 숨을 수 밖엔 없다
[에스]
어디?
[블라] 나무 뒤에 (에스트라공이 망설인다) 빨리! 빨리! 나무뒤로 가 (에스트라공이 나무뒤로 숨으러
간다
그러나 몸이 조금밖에는 가려지지 않는다) 꼼짝말아! (에스트라공이 나무 뒤에서 나온다) 이놈의
나무 아무짝에도 못 쓰겠다
(에스트라공에게) 너 혹시 미친게 아니냐?
[에스] (좀 진정해서) 머리가 돌았었다
(창피한듯이 고개를숙인다) 미안하다! (의연히 고개를
들면서) 이젠 다 끝났다 어디 두고 봐 네가
하라는대로 다 하겠다
[블라] 할게 뭐 있어야지
[에스] 저기 가서 가만히 서있어
(블라디미르를 왼쪽 무대 출입구 쪽으로 끌고가서 무대를 등지고
길을 가로막아 서게한다) 거기
가만히 서있어 그대로 눈을 뜨고 (그는 반대쪽 출입구로 달려간다
블라디미르가
어깨너머로 그를 뒤돌아본다 에스트라공이 멈춰서더니 먼곳을 바라보고 나서 고개를
들린다 두사람의
시선이 어깨너머로 마주친다) 황야의 무법자에 나오는 결투장면
[페이지] 나-027,, 0B0270
같구나! (그들은 잠깐
서로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바로잡고 망을본다 긴 침묵) 아무도 안오니?
[블라] (고개를 돌리며) 뭐?
[에스] (더크게) 아무도 안오느냐 말이야?
[블라] 안온다
[에스] 이쪽도 안온다 (그들은 계속 당을 본다
긴 침묵)
[블라] 네가 잘못봤나 보다
[에스] (돌아다보며) 뭐라구?
[블라] (더크게)
네가 잘못봤나봐
[에스] 소리를 지르지 말아 (그들은 여전히 망을본다 긴 침묵)
[블라 에스] (동시에
뒤돌아보며) 저건...
[블라] 아 미안하다
[에스] 먼저 말해봐
[블라] 아니
아니
[에스] 어서 말해봐
[블라] 내가 네말을 먼저 가로막았는데
[에스] 아니다
정반대다 (그들은 노한 얼굴로 마주 쳐다본다)
[페이지] 나-028,, 0B0280
[블라] 어서
사양말구
[에스] 그렇게 고집부리지 말아
[블라] (큰소리로) 하던말을 해보래두
[에스]
(역시 큰소리로) 너부터 먼저해봐 (침묵 그들은 서로 다가가다가 멈춘다)
[블라] 딱두 하다 이놈아!
[에스] 됐다 됐어 우리 서로 욕을 하기로 하자 (욕설을 주고 받는다 침묵) 자 그만 화해하자
[블라]
고고!
[에스] 디디!
[블라] 악수하자!
[에스] 좋다!
[블라]
내품안에 안아줄께
[에스] 네 품안에?
[블라] (두팔을 벌리며) 이리와!
[에스] 그래
간다 (둘이 서로 껴안는다 침묵)
[블라] 장난을 하니까 시간이 잘가는구나!
[에스] 이번엔
뭘할까?
[블라] 기다리면서 말이야?
[페이지] 나-029,, 0B0290
[에스] 그렇지
기다면서 (침묵)
[블라] 운동이나 할까?
[에스] 우리의 운동
[블라] 우리의
향상
[에스] 우리의 기분전환
[블라] 우리의 생명연장
[에스] 우리의
기분전환
[블라] 식은 맘을 데워주고
[에스] 더운 맘을 식혀주고
[블라] 자 시작!
(그는 뛰기 시작한다 에스트라공도 그 흉내를 낸다)
[에스] (멈추면서) 더는 못하겠다
[블라] (멈추면서)
신이 안난다 하여간 심호흡이나 하자
[에스] 호흡도 하기싫다
[블라] 내말이 옳다 (휴식)그럼 평균대놀이를
하자
[에스] 평균잡기?
(블라디미르가 휘청거리면서 한발로 평균잡기를 한다)
[블라]
(그만두고) 자 네차례다
(에스트라공이 휘청거리면서 평균잡기를 한다)
[에스] 하나님이 나를 보고
계실까?
[페이지] 나-030,, 0B0300
[블라] 눈을 감아야지 (에스트라공이 눈을 감는다
더 휘청거린다)
[에스] (그만두고는 주먹을 휘두르면서 목이 터지라고 외친다)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블라] (기분이 상해서) 그리고 저도
[에스] (같은 동작)저예요 저!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저를요! (포조와 럭키가 등장한다 포조는 눈이
멀었고 럭키는 제1막에서처럼 짐을 잔 뜩 들고 있다 끈도
제1막과 마찬가지지만 한결 짧아져서 포조가
뒤따르기 쉽도록 되어있다 럭키는 새모자를 쓰고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보자 럭키가 멈춘다
포조는 그대로 걸어오다가 럭키의 몸에 부딪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물러선다)
[포조] (럭키에게 매달린다 럭키가 휘청거린다) 무슨 일이야? 누가
소리를 지른거야? (럭키가
넘어지고 만다 들고있던 짐과 함께 포조도 굴러 떨어진다 그들은 짐이 흩어진 가운데에 자빠져
있다)
[에스] 고도냐?
[페이지] 나-031,, 0B0310
[블라] 마침 잘됐다!
(그는 그들이 넘어져있는 곳으로 간다 에스트라공이 뒤따른다) 드디어 응원군이
온거다!
[포조] (질린 소리로) 사람
살려!
[에스] 고도냐?
[블라] 맥이 풀리려는 판인데 이젠 됐다 오늘밤은 심심치 않겠다
[에스] 하지만 그냥 지나가는 길손이야
[포조] 이쪽이요!
[페이지] 다-001,,
0C0010
[블라디미르] 벌써 시간이 흐르는게 다르지 않니? 해가 져서 달이
뜨겠구 그러면 우리도 떠날수
있다....여기에서 말이야
[에스트라공] 그냥 길가는
사람들이래두
[포조] 사람살려!
[블라디미르] 포조도 불쌍하게 됐구나!
[에스트라공] 난
또 그 작잔지 알았다
[블라디미르] 누구 말이야?
[에스트라공] 고도 말이다
[블라디미르]
고도가 아니라니까
[에스트라공] 고도가 아니라구?
[블라디미르] 고도가 아니야
[에스트라공] 그럼 누구야?
[블라디미르] 포조다 포조
[포조] 나요 나! 일으켜줘!
[블라디미르] 일어나지도 못한다
[에스트라공] 그만 가자
[블라디미르] 또 내게 뼈다귀를 줄지도
모른다
[에스트라공] 뼈다귀라니?
[블라디미르] 닭뼈다귀 말이야 생각이 안나니?
[에스트라공] 바로 그 작자냐?
[블라디미르] 그래
[페이지] 다-002,, 0C0020
[에스트라공] 혼자선 못 일어나니?
[블라디미르] 그러질 못한다니까
[에스트라공] 왜
못하는거야?
[블라디미르] 나도 모르겠다 (포조가 몸을 뒤틀며 신음하고 주먹으로 땅을 친다)
[에스트라공]
우선 뼈다귀나 달래 볼까? 만일 안주겠다면 그대로 내버려두구
[블라디미르] 그럼 우리 마음대로 살릴수도 죽일수도 있단
말이냐?
[에스트라공] 그렇지
[블라디미르] 그거 괜찮은데 하지만 한가지 겁이 나는데?
[에스트라공] 뭐가?
[블라디미르] 럭키가 별안간 지랄을 하면 어떡한다? 그러면 호되게 당할거다
[에스트라공] 럭키라니?
[블라디미르] 어저깨 너를 때린놈 말이야?
[에스트라공] 열명이나 됐대두
그래
[블라디미르]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전에 네게 발길질을 한놈이 있지 않아?
[에스트라공] 그놈이 여기
있나?
[블라디미르] 저길 보라니까 (몸짓) 지금은 죽은듯이 가만히 있지만 언제 날 뛸지 알게 뭐야
[에스트라공] 우리 둘이서 한번 멋있게 버릇을 가르쳐 놓을까?
[페이지] 다-003,, 0C0030
[블라디미르] 자고 있는 타서 덤벼들자는거냐?
[에스트라공] 그렇지
[블라디미르] 좋은 생각
하지만 우리가 그럴 수 있을까? 정말 자는 걸까? (잠깐 있다가) 가장 좋은
방법은 포조가 살려달라는걸
이용하는거지
[에스트라공] 죽었나봐
[블라디미르] 희망이 없어졌으니까 그렇지
[에스트라공]
하지만
[블라디미르] 공연한 얘기로 시간만 보내겠다 (잠깐 있다가 세차게) 이틈을 타서
어떻게든지 하자
우리 같은 놈들이 필요할때가 항상 있는건 아니니까 하기야 꼭 우리보고 뭘해 달라는건
아니지 다른
놈들이라도 우리만큼이야 할수 있을테니까 우리가 들은 그 애원은 모든 사람들한테 한거야- 하지만 그
모든
사람들이라는게 이 자리에선 좋건 싫건 우리뿐이거든 그러니까 너무 늦기전에 어서 이용하자
재수없이 인간으로 태어난 바에야 이번 한번만큼은 버젓하게 그 인간이란 족속의
대표가 돼 보잔
말이다 어떠냐?
[에스트라공] 난 안 들었다
[블라디미르] 하기야
이모저모로 생각해 보는것도 우리 인간 조건을 배반하는것은 아니지 호랑이는
뒷일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동족을 구하러
달려가기도 하고 또 그런가 하면 당장에
[페이지] 다-004,, 0C0040
숲속으로 달아나 버리기도 하거든
하지만 문제는 그런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뭘해야 하느냐는걸
따져 보는데 있단 말이다 한데 우리는
요행히 그걸 알고 있다 그렇지 모든게 엉망진창이지만 한가지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것
말이야
[에스트라공] 그건 그렇다.[블라디미르] 그렇지 않으면 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거다 (잠깐
있다가)
[포조] 사람살려! 돈을 줄께!
[에스트라공] 얼마?
[포조] 백원
[에스트라공] 그건 너무 적어
[블라] 난 그렇게까진
생각하진 않아
[에스] 그럼 적지 않단 말이냐?
[블라] 아니 그게 아니다 내가 이세상에 태어났을때
미치광있다곤 생각하진 않는단 말이야
[포조] 2백원
[블라] 우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따분하다
(한손을 추켜든다) 그런데 심심풀이 거리가 나타났는데
뭘하고 있는거냐? 그냥 썩혀두고 있는거다 자 시작하자
[페이지]
다-005,, 0C0050
(포조를 향해 가다가 멈춘다) 눈깜작할 사이에 모두들
사라지고 다시 외로와질거다 이 허허벌판
한가운데서 (몽상에 잠긴다)
[포조] 2백
원
[블라] 그래 그래
(포조를 들어올리려고 하나 성공하지 못한다 다시 애써
보다가 그만 짐에 가로 걸려서 넘어진다
일어나려고 하지만 되지 않는다)
[에스트라공] 다들 왜
꼴이야?
[블라] 사람살려!
[에스] 나는 가겠다
[블라] 우선 살려줘 그리고 같이
가자
[에스] 약속하겠니? 네말 잘듣지?
[블라] 그래 맹세한다!
[에스] 그리고는 다시
안 오겠지?
[블라] 다시 안와!
[에스] 누가 방굴 뀌었나?
[블라] 나야 나!
살려줘!
[에스] 아이 욕지기 난다
[블라] 빨리 빨리! 손을 내놔!
[페이지]
다-006,, 0C0060
[에스] 난 가겠다 (잠깐 있다가 더크게) 간다니까
[블라] 제기랄 혼자라도
일어설수 있겠지 (일어서려고 하다가 다시 쓰러진다) 언젠가는 일어서겠지
[에스] 왜 그러니?
[블라] 빨리
꺼져!
[에스] 혼자 있겠니?
[블라] 당분간은
[에스] 일어나래니까 그러다간 감기
들겠다
[블라] 내 걱정은 말아
[에스] 여봐 디디 고집필 것 없지
않니? (블라디미르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 블라디미르가 얼른
그손을 잡는다) 자 일어나!
[블라] 끌어!
(에스트라공이 끌다가 휘청거리고 넘어져 버린다 긴 침묵)
[포조] 이
쪽이야!
[블라] 여기 있소
[포조] 당신들은 누구야?
[블라] 우린 사람이요
(침묵)
[에스] 땅바닥에 누워 있으니까 기분이 좋구나
[블라] 너 일어날수 있겠니?
[페이지] 다-007,, 0C0070
[에스] 글쎄 모르겠다
[블라] 한번 해봐
[에스]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 낮잠이나 자자 (침묵)
[포조] 어떻게 된거야?
[블라] (큰소리로) 그만 닥치지
못할까! 이런 망할 자식이 있나! 제 생각만 한다니!
[포조] 불쌍히 여기소서
[에스] (깜짝 놀라며)
뭐라구? 도대체 뭐야?
[블라] 또 그 망할 포조 자식이다!
[에스] 아가리 닥치라고 해! 쥐어박아
버려!
[블라] (포조를 몇번 쥐어 박으면서) 더 그럴테야? 아가리 못닥치겠니?
개똥 같은 자식! (포조가
아픈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빼내고 기어서 피한다 때때로 그는 멈추고 럭키를 부르면서
장님처럼 손으로
허공을 저어본다 블라디미르가 팔 꿈치를 괴고 그 꼴로 바라본다)
도망갔다! (포조가 벌렁 넘어진다
침묵) 넘어졌다!
[에스] 그럼 일어났니?
[블라] 아니야
[에스] 그런데 넘어졌다니 무슨
말이야?
[블라] 기고 있었단 말이야 (침묵) 우리가 좀 너무했을까?
[에스] 사실 그런 일은 별로
없었는데
[페이지] 다-008,, 0C0080
[블라] 그건 그래
[에스] 너무 세게
때린게 아니냐?
[블라] 몇대 톡특이 맛을 보여줬지
[에스] 그러지 않는게 좋을 뻔했다
[블라] 네가 그러라고 했지 않아?
[에스] 그건 그렇지만 (잠깐 있다가) 지금부턴 뭘할까?
[블라]
저놈에게 기어가 볼까?
[에스] 내 곁을 떠나면 안돼!
[블라] 그럼 불러볼까?
[에스]
그럼 좋겠다 불러보자
[블라] 포조! (잠깐있다가)포조! (잠깐있다가) 대답이 없다
[에스 블라 라] 같이
불러보자 에스트라공
[에스 블라] 포조! 포조! 꿈틀거렸다
[에스] 저놈의 이름이 정말
포조냐?
[블라] (걱정스런 소리로) 포조씨! 돌아와요! 이젠 때리지 않을 테니까! (침묵)
[에스] 다른
이름을 불러보면 어떨까?
[블라] 아주 뻗었을까봐 걱정인데
[에스] 그럼 재미있을거다
[블라] 뭐가 재미났어?
[페이지] 다-009,, 0C0090
[에스] 다른 이름을 불러 보는거
말이다 아무 이름이나 닥치는대로 그럼 시간이 잘 갈거야 그러다가
진짜 이름이 튀어나올지 누가 아니?
[블라] 포조가
그놈의 이름이래두!
[에스] 어디 두고보자 자... (생각한다) 아벨! 아벨!
[포조]
이쪽이야!
[에스] 그것봐라?
[블라] 이놈의 지랄에는 이젠 진저리가 난다
[에스] 또
한놈의 이름은 아마 카인일게다 (부른다) 카인! 카인!
[포조] 이쪽이야!
[에스] 그러면 인간 전체다
(침묵) 저 봐라 구름이 한쪽 있다
[블라] (두눈을 추켜뜨며) 어디?
[에스] 저기 하늘
한가운데
[블라] (잠깐 있다가) (침묵) 제기랄
[에스] 우리 다른걸 하자
[블라] 내가
막 그러자고 할판이었다
[에스] 하지만 뭘한다?
[블라] 바로 그말이지 (침묵)
[에스]
우선 일어나 보자
[블라] 또 해볼까? (그들은 일어난다)
[에스] 그렇게 어렵지도 않군
[페이지] 다-010,, 0C0100
[블라] 하려면 다 되는거지
[에스] 그럼 뭘한다?
[포조] 사람살려!
[에스] 그만 가자
[블라] 가선 안된다
[에스]
왜?
[블라]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 참 그렇군 (잠깐 있다가) 뭘 한다?
[포조]
사람살려!
[블라] 살려줄까?
[에스] 어떡하면 되지?
[블라] 저놈이 일어나고
싶어하니까
[에스] 그래서?
[블라] 일어날수 있도록 거들어 주자는거야
[에스] 그럼
거들어 주자 (그들은 포조가 일어나는 것을 거들어 준다 두사람이 떨어지자 포조는 다시
넘어진다)
[블라] 붙잡고
있어야지 (같은 동작 포조가 두사람 사이에 서서 그들의 목에 매달린다 포조에게)
[페이지] 다-011,,
0C0110
[블라] 좀 괜찮으쇼?
[포조] 당신들은 누구요?
[블라] 우릴
모르시겠소?
[포조] 눈이 멀어서 (침묵)
[에스] 점쟁이나 하면 되겠구나
[블라]
(포조에게) 언제부터쇼?
[포조] 전에는 시력이 퍽 좋았다오 한데 당신들은 친구요?
[에스] (야단스럽게
웃으면서) 우리보고 친구냐는거야!
[블라] 아니 그게 아니라 제 친구냐는 말이야
[포조] 당신들은 강도가
아니오?
[에스] 강도라니! 그래 우리가 강도 같애?
[블라] 진정해! 장님이니까
[에스]
아이쿠 그렇구나 (잠깐 있다가) 제 말로는 그렇다지만..
[포조] 내 곁을 떠나지 마오
[블라] 그건 걱정
마쇼
[에스] 당장이야 안가지
[포조] 지금 몇시요
[에스] (하늘을 쳐다보며)
글쎄...
[블라] 일곱시? ... 여덟시? ...
[에스] 계절에 따라 다르지
[포조]
저녁 때요? (침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서쪽을 바라본다)
[페이지] 다-012,, 0C0120
[에스] 해가 뜨는것 같다
[블라] 그럴수가 있나!
[에스] 혹시 새벽이 아닐까?
[블라]
미친 소리 말아 그쭉은 서 쪽이다
[에스] 네가 뭘 안다구?
[포조] (걱정에 싸여서) 지금이
저녁때요?
[블라] 하기야 움직이질 않았군
[에스] 도로 솟아 오른대두
[포조] 왜 내
말엔 대답이 없소?
[에스] 엉터리 대답을 하지 않으려고 그러는거요
[블라] (안심시키는듯이)
저녁때라오 확실히 저녁 때가 됐다오 이친구 자 꾸 이상한 소리를 하니
나도 약간 어리벙벙 하단말야
(잠깐있다가) 그건 그렇고 기분이 어떠시오?
[에스] 이게뭐야 언제까지 이 작자를 짊어지고 있어야 하는거냐?
(그들은 포조를 놓으려 하다가 또 넘어질것 같아서 다시 붙잡아준다) 우리가 무슨 기둥인가
[블라] 아까
뭐라고 하셨더라? 시력이 기막히게 좋았다구요?
[포조] 그렇소 매우 좋았지 (침묵)
[에스] (짜증을 내며)
더 계속하쇼 계속해요
[블라] 가만둬 옛날의 행복했던 시절을 되생각하려고 애쓰고
[페이지] 다-013,,
0C0130
있는거다 (잠깐있다가) (사라진 그 옛날의 화사한 추억이여)... 필경 괴로울거다
[포조] 정말
기막혔지
[블라] 그런데 갑자기 그렇게 됐소?
[포조] 정말 기막혔지
[블라] 갑자기
그렇게 됐느냐니까요?
[포조] 어느날 깨어 보니까 앞이 캄캄하더군 마치 숙명처럼 말이요 (잠깐 있다가) 혹시 내가
아직도
자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의심이 날때가 가끔 있소
[블라] 그게 언제였소?
[포조]
모르겠군
[블라] 그렇지만 어저께까지는...
[포조] 묻지마오 장님에겐 시간 관념이 없는 법이요
(잠깐 있다가) 그리고 시간과 관련이 있는것도
통 모를거요
[블라] 저런! 나는 반댄 줄만
알았는데
[에스] 난 가겠다 (침묵)
[포조] 여기가 어디요!?
[블라] (한번
휘돌아보고) 뭐라고 할수가 없군 어떻게 생겼다고도 못하겠소 아무것도 없지 나무가
한그루 있을
뿐이요
[에스] (허리가 꺾이면서) 그래 이따위 심심풀이가 어디있니?
[페이지] 다-014,,
0C0140
[포조] 내 하인은 어디있소?
[블라] 여기 있소
[포조] 내가 부르는데 왜
대답도 안할까?
[블라] 내가 알게 뭐요? 아마 자나 보지 죽었을지도 모르구
[포조] 정말 어떻게
된거요?
[에스] 정말 어떻게 됐느냐니 참!
[블라] 당신들은 둘다 넘어졌단 말이요
[포조] 그럼 그녀석이 마치지나 않았나 가봐 주구료
[블라] 당신의 옆을 떠날수가 없는걸
[포조] 두분이 다
갈 필요는 없겠지
[블라] 가서 깨워봐
[에스] 그렇게 혼이 났는데! 죽어도 못간다
[블라] 이제서야 그 녀석한테 당한 일이 생각나나 보구나
[에스] 아무 생각도 안난다 네가 그러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거지
[블라] 아아 그렇군 (포조에게) 이 친구는 무섭다는거요
[포조] 무서울게 없는데
[블라] (에스트라공에게) 그런데 아까 네가 봤다는 사람들은 어디로 갔니?
[에스] 모르겠다
[블라] 어디
숨어서 우리를 엿보고 있는게 아닐까?
[에스] 틀림없다
[블라] 혹은 도중에서 걸음을 멈춰버렸을
뿐일까?
[페이지] 다-015,, 0C0150
[에스] 틀림없다
[블라]
쉬려구
[에스] 한숨 돌리려구
[블라] 혹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에스]
틀림없다
[블라] 아마 유령일지도 모른다
[에스] 허깨비야
[블라]
환영이야
[에스] 허깨비야[포조] 뭘 아직도 기다리고만 있을까?
[블라] (에스에게) 뭘 아직도 기다리고만
있니?
[에스]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거다 (침묵)
[블라] 이 친구가 어떻게 하면 될지 자세히
말씀해보쇼
[포조] 우선 끈을 잡아 끌라고 하시오 물론 목을 조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래도 꿈쩍 안하면
아랫배건 얼굴이건 아무대나 마구 걷어차면 되오
[블라] (에스에게) 알겠지?
무서워할 게 하나도 없다 도리어 복수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에스] 그러다가 그놈이 덤벼들면?
[블라]
그럼 내가 달려가서 응원해 줄께
[에스] 나를 꼭 지켜보고 있어라 (럭키에게 다가간다)
[페이지]
다-016,, 0C0160
[블라] 우선 죽지나 않았나 잘봐 죽었으면 때릴 필요는 없다.
[에스] (럭키를
굽어보고 나서) 숨을 쉰다
[블라] 그럼 한대 쳐 (갑자기 흥분한 에스타라공이
으르렁거리며 럭키에게 마구 발길질을 한다
그러다가 제발을 다쳐서 절룩거리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물러간다 럭키가
정신을 차린다)
[에스] (한발로 서서) 빌어먹을! (그는 앉아서 구두를 벗으려고 한다 그러나 곧 단념하고 머리를
두
다리 사이에 박고 두팔은 이맛전에 들어올려 똘 똘 뭉친 자세가 된다)
[포조] 또 무슨 일이 있었나
보지?
[블라] 친구가 다쳤다오
[포조] 그럼 럭키는?
[블라] 정말 그
작자요?
[포조] 뭐라구?
[블라] 정말 럭키냔 말이요
[포조]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블라] 그리고 당신은 정말 포조요?
[포조] 내가 분명히 포조지
[블라]
어저께와 똑같은 분이요?
[페이지] 다-017,, 0C0170
[포조] 어저께라니?
[블라] 어저께 서로 만났으면서두 (침묵) 생각이 안나요?
[포조] 어저껜 아무도 만난 생각이 안나는데
또 내일이 되면 오늘 누구를 만난 생각도 안날거요
그러니까 내게 물어봐도 아무 소용 없소 하여간 그런
얘긴 그만해두지 일어서
[블라] 당신 말로는 저 작자를 시장으로 팔러가는 길이라고 합디다 그리고 우리에게
얘기를 해줬지
또 저 작자는 춤을 추고 생각도 하고 그때는 눈이 떠 있었는데
[포조] 그러면 그렇다고 해두지 나를 놓아
주구료 (블라디미르가 떨어져 선다)
일어서!
[블라] 일어서는군 (럭키가 일어서서 짐을
줍는다)
[포조] 이젠 됐어
[블라] 지금부터 어디로 가쇼?
[포조] 어디론가 멀리
멀리..
[블라] 참 달라지기도 하셨구료! (럭키가 짐을 잔뜩 들고 포조의 앞에와 선다)
[포조] 채찍!
(럭키가 짐을 내려놓고 채찍을 찾아서 포조에게 주고 다시 짐을 든다)
끈!
[페이지] 다-018,,
0C0180
(럭키가 짐을 내려놓고 끌을 들어 그 끌을 포조의 손에 쥐어주고 짐을 다시 든다)
[블라] 그
트렁크 속엔 뭣이 있는거요?
[포조] 모래와 자갈 (끈을 잡아당긴다) 앞으로! (럭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포조는 그
뒤를 따른다)
[블라] 잠깐만 (포조가 멈춘다 끈이 팽팽해진다 럭키가 넘어지면서 손에 든 짐을 모두 놓친다 포조가
주춤하다가 때마침 끈을 놓아 그자리에 휘청거린다 블라디미르가 그를 붙들어준다)
[포조] 어떻게
된거야?
[블라] 럭키가 넘어졌다오
[포조] 어서 그놈을 일으켜 주구료 잠들면 큰일이니까
[블라] 내가 분든걸 놓아도 안넘어지시겠소?
[포조] 괜찮을것 같은데 (블라디미르가 럭키를 걷어찬다)
[블라] 일어서! 이 망할놈아! (럭키가 일어서서 짐을 줍는다) 일어셨소
[포조] (손을 내밀며) 끈!
[페이지] 다-019,, 0C0190
(럭키가 짐을 내려놓고 포조의 손에 끈의 한 끝을 쥐어주고 짐을 다시
든다)
[블라] 아직 가지 마시오
[포조] 가겠소
[블라] 도와줄 사람도 없는곳에 닥치게
되면 어떡하려고 그러쇼?
[포조] 일어날수 있을때까지 기다리는거지 그리고는 다시 떠나지
[블라] 가기전에
저 작자한테 노래나 한마디 부르게 하쇼
[포조] 누구 말이요?
[블라] 럭키
[포조]
그놈은 벙어린걸
[블라] 벙어리라니?
[포조] 그렇다니까 심지어 신음 소리도 못낸다오
[블라] 벙어리라! 언제부터 그렇소?
[포조] (별안간 화 를 내면서) 그런 시간에 관한 얘기를 하지
말라니까! 어느날 다른날과 다름없는
어느날 저놈은 벙어리가 됐고 어느날 나는 소경이 됐단 말이야 어느날 우리는 모두 귀머거리가
되겠고
어느날 태어났고 어느날 죽을것이고 어느 같은날 어느 같은 순간.... 모든 인간들이 다 똑같이.... (더
진중하게)
여자들은 무덤에 걸터 앉아서 아이를 낳는거지 해가 잠깐 비치다가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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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듯이
(끈을 잡아 당긴다) 앞으로! (그들은 퇴장한다 블라디미르가 무대 끝까지 그들을 따라가서
사라지는것을 지켜본다 무엇이 쓰러지는 소리가
그들이 다시 넘어진것을 알리는데 블라디미르가 그것을
흉내낸다 침묵.- 블라디미르가 잠들고 있는 에스트라공 쪽으로 가서 잠시 그를
들여다보다가 깨운다)
[에스] (실성한듯한 동작으로 두서없는 말을 지껄이다가 마침내) 왜 자지도 못하게
하는거야?
[블라] 외로와서
[에스] 행복하게 된 꿈을 꾸고 있었는데
[블라] 그럼 시간이
잘 지나갔겠구나
[에스] 꿈에서 말이야....
[블라] 닥쳐! (침묵) 그 작자가 정말 눈이
멀었을까?
[에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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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 진짜 소경같으면
시간관념이 없다는 말을 할까?
[에스] 도대체 누구 말이냐?
[블라] 포조말이다
[에스
스] 눈이 멀었나?
[블라] 제 말로는 그렇다더라
[에스] 그런데?
[블라] 내 생각엔
우리를 보고 있던것 같애
[에스] 너 꿈 꾼 모양이구나 (잠깐 있다가) 그만 가자 별수없다
사실 그렇지 (잠깐 있다가) 바로
그게 그작자가 아니었을까?
[블라] 누구?
[에스] 고도
말이야
[블라] 누가 고도라는거야?
[에스] 포조 말이다
[블라] 아니야 아니야
(잠깐있다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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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 여하튼 그만 일어서야지
(간신히 일어선다) 아야!
[블라] 이젠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에스] 내 발이! (다시 앉아서
구두를 벗으려고 한다) 좀 거들어줘!
[블라] 남들이 괴로와하고 있는 사이에 나는 잠들어 있었을까? 지금도 자고 있는걸까?
내일 깨어나면
오늘의 일을 어떻게 생각하게 된다? 내 친구 에스트라공과
같이 이자리에서 밤늦게까지 고도를
기다렸다는걸 생각하게 될까? 포조가 그의 짐 꾼과 같이
지나가다가 우리에게 얘기를 한걸 생각하게
될까?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그런게 어느정도 사실일까?
(에스트라공은 구두를 벗으려고 기를 쓰지만
벗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잠들어 버린다 블라디미르가 그를 바라본다) 저녀석은 아무것도
모르겠지
또 얻어맞은 얘기를 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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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서 당근이나
얻어 먹겠구... (잠깐있다가) 무덤 위에 걸터앉아서 지독한 산고를 겪지 그리고
구덩이 밑에서는 일 꾼이 무덤을 파느라고 곡괭이질을 하구 사람은 천천히 늙어가고 하늘에는 우리의
외침이
가득 찬다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습관이라는건 강력한 마약이야 (에스트라공을 바라본다)
앞으로! (잠깐있다가) 이 이상은 더 해나갈수가 없구나 (잠깐 있다가) 아니 내가 뭐라고
지껄였지?
(그는 부산스럽게 왔다갔다 하다가 마침내 왼쪽무대 출입구
가까이에 가 서서 먼곳을 바라본다
오른쪽에서 어제 왔던 소년이 나타난다 그가 걸음을 멈춘다.
침묵)
[소년] 아저씨.. (블라디미르가 돌아선다) 알베르 아저씨는...
[블라] 또 다시 시작할수 밖에
(잠깐있다가 소년에게) 나를 모르겠니?
[소년] 모르겠어요
[블라] 어저께도 왔었지?
[소년] 아니오
[블라] 그럼 처음 오는거냐?
[소년] 네 (침묵)
[블라] 고도씨의
심부름이냐?
[소년] 네
[블라] 오늘밤에 못 오겠다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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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네
[블라] 그래서 내일 오겠다는 거냐
[소년] 네
[블라] 내일은 틀림없대지?
[소년] 네 (침묵)
[블라] 누굴 만나지 않았니?
[소년]
아니오
[블라] 두... (망설이다가) 사람 말이다
[소년] 아무도 못봤어요 (침묵)
[블라] 고도씨는 뭘하고 있니? (잠깐있다가) 듣고있는거냐?
[소년] 네
[블라] 그럼?
[소년] 아무것도 안해요 (침묵)
[블라] 형은 잘있니?
[소년] 아파요
[블라] 어저께
온건 형인가 보구나
[소년] 모르겠어요 (침묵)
[블라] 수염이 났니 고도씨는?
[소년]
네
[블라] 노란 수염이냐 혹은... (망설인다) 검은 수염이냐?
[소년] (망설인다).... 흰 수염
같아요 (침묵)
[블라] 하나님 맙시사 (침묵)
[소년] 고도씨한테 가서 뭐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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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 이렇게 말해다오.. (중단).. 나를 만났는데.. (생각해보고 나서) ...나를
만났다고만 해
(잠깐 있다가 블라디미르가 앞으로 나서자 소년은 물러선다 블라디미르가 멈추자 소년도 멈춘다)
틀림없이 나를 만난거지? 내일이 되면 또 나를 만난 일이
없다는 소리는 안하겠지? (침묵.
블라디미르가 느닷없이 왈칵 달려들고 하자 소년은
번개같이 달아난다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다"
블라디미르는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다 에스트라공이 깨어나서
구두를 벗고 일어선다 손에 든 구두를
무대 전면에 갖다놓고 블라디미르를 향해 가면서 그를 쳐다본다)
[에스트라공] 왜
그러니?
[블라디미르] 아무것도 아니다
[에스] 난 가겠다
[블라] 나도 가지
(침묵)
[에스] 내가 한잠 잤었니?
[블라] 모르겠다 (침묵)
[에스] 어디로
갈까?
[블라] 멀리 갈순 없지
[에스] 아니 아니 어디론가 멀리 가고싶구나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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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 그건 안된다
[에스] 왜?
[블라] 내일 또다시 와야
하니까
[에스] 뭣하러 또와?
[블라] 고도를 기다리러
[에스] 참 그렇군 (잠깐 있다가)
안왔었니?
[블라] 안왔다
[에스] 지금은 너무 늦었다
[블라] 그래 밤이
됐다
[에스] 바람을 맞혀 버릴까? (잠깐 있다가) 바람을 맞혀버리는게 어때?
[블라] 그러다간 우리에게
벌을 줄걸 (침묵. 나무를 쳐다본다) 나무만이 살고 있구나
[에스] 저게 뭐야?
[블라]
나무다
[에스] 아니 무슨 나무냔 말이야?
[블라] 모르겠다 아마 수양버들이겠지?
[에스]
가까이 가보자 (블라디미르를 끌고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둘다 그앞에 서서 가만히 있다.
침묵) 목이나
맬까?
[페이지] 다-027,, 0C0270
[블라] 뭘루?
[에스] 끈 오라기라도
없니?
[블라] 없다
[에스] 그럼 할수없군
[블라] 가자
[에스] 가만
있어 내 혁대가 있다
[블라] 그건 너무 짧아
[에스] 네가 내 다리를 잡아 당겨주면 된다
[블라] 그럼 내 다리는 누가 잡아당겨 주니?
[에스] 참 그렇군
[블라] 아뭏든 보기나 하자 (에스트라공이
바지에 매어 있는 끈을 푼다 바지통이 너무 커서 발목까지
흘러내린다 그들은 끈을 들여다본다) 이걸로도 안될건 없겠다 하지만
단단할까?
[에스] 어디 보자 잡아 (그들은 저마다 한 끝을 잡고 당긴다 끈이 끊어진다 둘다 넘어질 뻔한다)
[블라] 아무짝에 못쓰겠구나 (침묵)
[에스] 정말 내일 또 와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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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 응
[에스] 그럼 튼튼한 끈을 가지고 오자
[블라] 그렇지
(침묵)
[에스] 디디
[블라] 응?
[에스] 이 지랄은 더 못하겠다
[블라] 누구나 하는 말이지
[에스] 우리 헤어지고 말까?
[블라] 내일 목이나 매자 (잠깐 있다가) 고도가
안오면 말이야
[에스] 만일 오면?
[블라] 그럼 살게 되는거지 (블라디미르가 모자를
벗는다 그것은 럭키의 모자다 안을 들여다보고
손을 넣어 보고 흔들고 다시 쓴다)
[에스] 그럼
갈까?
[블라] 바지나 추켜 올려
[에스] 뭐라구?
[블라] 바지나
추켜올리라니까
[에스] 바지를 벗으라구?
[블라] 추-켜- 올리래두 그래
[에스] 참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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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추켜 올린다 침묵-)
[블라] 자,
갈까
[에스] 가자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