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창조적·정서적 에너지를 올바르게 표출하지 못하게 한다 Ⅱ
● 외로움때문에 주어진 순간에 충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다.
매순간 나는 스쳐지나가는 불안한 감정의 파장 때문에 참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뭔가에 마음을 빼앗기고 누군가를 마음에 두곤 한다.
옛 친구들과 그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거나 비현실적인 공상과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우리는 만나는 사람들과 그 순간에 충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언젠가 어떤 수도자를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의 소명은 매순간 제 앞에 있는 사람을 제 생애에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입니
다." 이 말이 감동스러운 것은 이러한 소명을 살아가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에 있을 때가 많다.
오늘날 가정은 물론 수도공동체에서 똑같이 듣게 되는 잦은 불평 가운데 하나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불평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단순히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을 바라며 하는 말이 아니라는 데 있다.
만일 어떤 가정이나 수도공동체가 실제로 자리를 함께했을 때 그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만나고 있다면 그런 불평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음식을 함께 나누거나 여가를 함께 즐기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함꼐 보낸다 해도
바로 그 순간 마음과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어 서로를 진심으로 마주 대하고 있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모두는 의무적으로 시간을 함께 보낼 뿐이며.
의무적인 일을 빨리 끝내고 우리가 참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만을 안절부절못하면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조바심치며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 순간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할 때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되낟.
곧 우리는 삶의 풍요로움, 자연의 아름다움, 기분 좋은 유머나 음식의 맛을 놓치고 만다.
우리는 들떠 있고 산만하며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바로 그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내지
도 못하고, 그 순간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도 포착하지 못한다.
● 외로움때문에 선택이 어렵다.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것은 우리가 성택하기에 적합한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곧 한 가지를 선택할 때 선택되지 않은 것들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스콜라 철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모든 선택은 또 하나의 포기'라는 격언이 있는데,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다른 것들을 버려야 한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성소, 직업, 동아리 친구들, 인생의 반려자 또는 새 집이나 자동차를
선택하는 문제 앞에서 어려워한다. 선택하려면 자신의 기준을 제한시켜야 하는데
외롭고 탐욕스런 속마음은 이에 반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여기저기 낭비해버리고, 욕심대로 한꺼번에
이것저것 손을 댐으로써 책임있는 선택을 못하게 된다.
결국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면서, 삶을 드높이 이끌어 더욱 깊이 사랑하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 외로움은 창조가 이루어지는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과 불안 때문에 내면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
다시 말해 외로움은 우리를 끊임없이 흔들어 댐으로써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 여행은 대단히 중요하다.
모든 시대의 예술가·시인·철학자·사색가들은 우리 삶 안에 혼자만의 공간과 내면의 자리
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홀로 머무는 내적 공간이 있을 때
우리는 언젠가 내면 깊은 곳에서 움트는 풍요로움을 맛보게 된다.
그 풍요로움을 맛보지 못할 때 우리 삶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평싱도와 사도직 단체인 '마돈나 하우스 공동체'의 설립자 캐서린 드 휴엑 도허티는
「영적 피정」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막과 침묵 그리고 고독이 참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영혼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고독을 즐긴다. 어떻게 고독한 상태에 다다를 수 있을까?
그것은 '가만히 서 있음'으로써 가능하다. 가만히 서 있으라.
그러면 이 시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불안감이 한때는 멋지게 보였던 외투처럼 벗겨져
나갈 것이다.
한때 우리는 불안감을 내일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마술 양탄자로 여긴 적이 있지만, 이제는
불안감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불안감은 자신한테서 도망치려 할 때 생겨나는 것으로, 영혼 깊은 곳에 머무시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반드시 거쳐야 할 내면으로의 여행을 포기하게 한다.
외로움은 내면으로의 여행을 가로막아 많은 사람이 내적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